미르다드의 서, 제14장 시간을 초월한 인간이 탄생했을 때, 대천사끼리 나눈 대화, 대악마끼리 나눈 대화
미르다드가 말했다.
"시간을 초월한 인간이 탄생했을 때, 천상 끝에 있는 대천사 두명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놀랄 만한 아이가 대지에 태어났다. 대지는 광명으로 빛나고 있다.'
'영광스런 왕이 천국에 태어났다. 천국은 기쁨으로 고동치고 있다.'
'그는 천국과 대지의 통일에서 나온 열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이의 영원한 통일'
'그 속에서 대지는 고양된다.'
'그 속에서 천국은 정의롭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낮은 자고 있다.'
'그의 마음속에서 밤은 깨어있다.'
'그의 목구멍은 노래의 음계'
'그의 팔은 산들을 껴안는다.'
'그의 손가락은 별들을 딴다'
'그의 뼈 속에는 수많은 바다가 넘실대고 있다.'
'그의 혈관 속에는 허다한 태양이 돌고 있다.'
'그의 입은 대장간이자 주형(鑄型 '
'그의 혀는 망치이자 모루'
'그의 발에는 내일이라는 족쇄가 있다.'
'그의 마음에는 그 족쇄를 푸는 열쇠가 있다.'
'그러나 이 아기는 티끌로 요람을 만들어 몸을 감싸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영겁에 안겨 있다.'
'신처럼, 그는 온갖 수(數)의 비밀을 알고 있다.
신처럼, 그는 갖가지 언어, 신비를 알고 있다.‘
'그는 <성스러운 하나>를 제외한 모든 수를 알고 있지만, 그 성스러운 하나야말로 유일무이한 것, 그는 '창조의 언어'를 제외한 모든 언어에 통달해 있지만, 그 <창조의 언어>야 말로 유일무이한것. '
'그러나 그는 수와 언어를 알게 될 것이다.'
'공간이라는 인적 없는 황야로부터 물러나고, 신간이라는 음울한 터널에서 눈을 돌릴 때, 비로소 그는 수와 언어를 알게 될 것이다.'
'놀랍도다, 이 대지의 아들은, 너무나 놀랍도다.'
'영광스럽도다. 이 천국의 왕은, 너무나 영광스럽도다.'
'이름없는 것은 그를 인간이라 부른다.'
'그는 이름 없는 것을 신이라 부른다.'
'인간은 신의 언어다.'
'신은 인간의 언어다.'
'인간을 자신의 언어로 쓰는 신에게 영광 있으라.'
'신을 자신의 언어로 쓰는 인간에게 영광 있으라.'
'지금, 그리고 영원히'
'이곳, 그리고 어디에서나.'
시간을 초월한 인간이 탄생했을 때, 천상 끝에 있는 대천사 두명은 이렇게 말했다.
같은 시간, 땅 속 끝에 있는 대 악마 두명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용감한 전사(戰士)가 우리들의 벗이 되었다. 그의 도움을 빌어 우리는 정복하리라. '
'오히려 애처롭고 훌쩍거리는 겁쟁이다. 그의 눈썹에는 배신이 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비겁함과 배신은 무섭다. '
'그의 눈은 대담무쌍하고 용맹스럽다.'
'그의 마음은 눈물로 채워져 무기력하다. 그러나 그의 무기력과 눈물은 무섭다.'
'그의 정신은 예민하고 굽히지 않는다.'
'그의 귀는 게으르고 우둔하다. 그러나 그의 게으름과 우둔함은 위험하다.'
'그의 손은 신속하고 정확하다.'
'그의 발은 망설이기도 하고 나태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나태함은 무시무시하며, 그의 망설임은 놀라운 것이다.'
'우리의 빵이 그의 신경의 강철이 될 것이다. 우리의 포도주가 그의 피의 불꽃이 될 것이다.'
'우리의 빵 상자를 그는 우리에게 내동댕이칠 것이다. 우리의 포도주 병을 그는 우리의 머리로 두드려 깰 것이다. '
'우리의 빵에 대한 그의 욕망, 우리의 포도주에 대한 그의 갈망이 전투에서 그의 전차가 될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공복감과 치유되지 않는 갈증에 의해 그는 정복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우리 진지에서 반란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 전차의 마부이다.'
'죽음을 마부로 삼아 그는 불사(不死)의 존재가 될 것이다.'
'죽음이 죽음 이외의 곳으로 그를 인도하는가?'
'그렇다. 죽음은 그의 끊임없는 어리석음이 지긋지긋해져서 결국 그를 생명의 진지로 데려가고 만다.'
'죽음이 죽음의 배신자가 되는 것인가?
'아니다, 생명이 생명에 충실한 것이다.'
'그의 미각을 아주 맛좋은 열매로 유혹하자.'
'그러나 그는 이 땅에서 자라난 열매와는 다른 열매를 구할 것이다.'
‘그의 눈과 코를 밝고 향기로운 꽃으로 유혹하자.'
'그러나 그의 눈은 다른 꽃을 찾고, 그의 코는 다른 향기를 찾을 것이다.'
'그의 귀를 저쪽에서 들리는 감미로운 멜로디로 붙들어 두자.'
'그러나 그의 귀는 다른 합창으로 향할 것이다.'
'공포가 그를 우리의 노예로 만들 것이다.'
'고통이 그를 우리에게 종속시킬 것이다.'
'신념이 그를 고통으로부터 구출할 것이다.'
'그가 잠을 자면 혼란스러운 꿈으로 덮어주고, 그가 깨어나면 수수께끼의 그림자를 드리워 주자.'
'그의 공상은 혼란스러움을 풀어내고, 그림자를 녹여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를 우리 편의 한 사람으로 셀 수 있다.'
'그를 우리 편으로 세겠다면 세어도 좋다. 그러나 동시에 그를 적대자로도 세어라.'
'그가 우리 편을 들면서, 동시에 적대할 수 있는가?'
'그는 전장의 고독한 전사, 그의 유일한 적은 자신의 그림자,
그림자가 이동하면 전투도 달라진다. 그림자가 앞에 있을 때는 그는 우리편,
그림자가 배후에 있을 때는 그는 우리의 적,'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그를 태양과 등지도록 해야 하지 않는가? '
'이 전사는 하나의 수수께끼'
'이 그림자는 하나의 수수께끼'
'이 고독한 전사를 찬양하라.'
'이 고독한 그림자를 찬양하라'
'그가 우리와 함께할 때 그를 찬양하라.'
'그가 우리와 적대할 때 그를 찬양하라.'
'지금, 그리고 영원히.'
'이곳, 그리고 어디에서나.'
시간을 초월한 인간이 탄생했을 때, 땅 속 끝에 있는 대악마 두명은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