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스캇 펙의 표현대로 영적인 책이다. 그런데 특별히 종교 서적이나 기독교 책은 아니다. 그만큼 이 책에는 우리의 정신을 성숙시켜주는 훌륭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가장 먼저 나오는 내용은 음미할 만하다.
교외의 아름다운 곳에 수도원이 한 곳 있었는데, 몇 명의 수사 중에 훌륭한 인물이 한 사람 있을 것이라는 예언이 돌았다. 그래서 수사들은 자신이 혹시 그 사람일까 생각해서 서로 각별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지냈다. 그리고 수도원은 아름다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주말이면 이곳에 들렀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이 수도원에 각별한 기운이 돌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와 지인에게 소개를 하며 같이 방문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수도원은 많은 사람이 들르는 곳이 되어 예전의 존경스러운 곳이 되었다.
다음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스캇 펙이 어려서 경험한 학급에 관한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나도 어려서 체험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해 보자. 내가 다닌 중학교는 시골에 있었는데, 물론 학생 중에는 난폭한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우연인지 중학교 3학년 때 우리 반에는 특별히 나쁜 아이도 없었고, 모두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중에는 확실히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못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걸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잘생긴 친구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친구도 있었고, 몇 명은 신체적으로 성숙했다. 하지만 우리 교실에는 파벌이 존재하지 않았고, 따돌림을 받는 친구도 없었다. 즉 모두가 있는 그대로 존중되었다. 우리는 누구를 닮으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있는 그대로 편하게 생활했다. 스캇 펙의 말에 의하면 이런 곳이 훌륭한 공동체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공동체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현대의 우리는 철저한 개인주의라는 전통에 갇혀 외롭게 지낸다. 자신을 완전히 이해해주는 사람 혹은 자기의 입장을 정확하게 알아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캇 펙은 정신의학자로서의 삶을 통과해 사람들에게 치유와 성장하는 인생을 전해주는 작가와 강연자가 되었고, 그 후에는 공동체 운동가가 되었다.
공동체의 첫 번째 특징은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것이다. 즉 공동체는 배타하지 않는다.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곳이 진정한 공동체이다. 이곳에는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두 번째 특징은 사실에 입각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혼자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 관점이 좁아진다. 그런데 공동체를 이룬 상태에서 많은 사람과 상호 작용을 하며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적절하고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도 공동체는 겸손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과 함께 있게 되면 우리는 더욱 온화해진다. 따라서 훌륭한 공동체는 이런 점을 지니고 있다.
훌륭한 공동체는 즉각 형성될 수 없다. 낯선 이들로 만들어진 공동체는 처음에는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다. 그 과정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고, 대립이 생긴다. 그런데 그중에서 누군가는 여린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방어의 벽은 무너진다. 사람들은 마음의 벽이 사라지면서 공동체는 더욱 친밀하고 치유적인 곳이 된다. 그렇게 참된 치유와 변화는 이뤄진다. 스캇 펙은 정신 치료도 이런 과정을 통해 작업이 이뤄진다고 했다. 물론 신참 치료자는 자신이 내담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나친 개입을 하려 한다. 그런데 노련한 치료자는 자기가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어서, 그들이 하려는 일은 내담자와 훌륭한 ‘치료적 관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내담자를 치료하기보다는 내담자가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공동체도 마찬가지인 것이, 역설적으로 우리는 공동체의 구성원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받아들여지면서 변화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마음 비우기의 어려운 과정에 관해 나온다. 공동체가 형성되려면 마음을 비우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자기가 깨어지는 고통이 없이는 마음 비우기 또한 이뤄지지 않는다. 그만큼 공동체 형성은 쉽지 않다. 여린 행동을 하기기 쉽지 않은 이유는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들이 그것이 표현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은 함께 지내면서 서로 하나가 된다. 그것을 스캇 펙은 한 사람이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 속에는 깊은 슬픔과 비애가 흐른다. 잠시 후 집단은 많은 웃음과 기쁨 또한 넘친다. 그렇게 허물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동체의 구성원은 통합된다. 즉 하나의 공동체로써 훌륭히 탄생하는 것이다.
공동체에도 인도자가 있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공동체는 만들어진다. 그런데 의존이란 것이 공동체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그 이유는 보통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발전하고 성숙하기를 어려워한다. 꼭 권위적인 인물이 집단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인도자가 그들을 이끌어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즉각 오해하고 분노한다. 그러면서 인도자를 십자가에 못 박는다. 아이러니한 것이 인도자는 상징적으로라도 십자가에 못 박히는 역할을 행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내야 한다. 2000년 전에 예수에게만 십자가 처형은 이뤄진 일이 아니다. 집단의 누군가는 처형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스캇 펙이 하는 말은 “여러분은 집단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공동체는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랍비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무리를 만났는데, 사람들은 랍비를 만나자 그가 그들을 숲속 밖으로 꺼내줄 수 있어 반가워했다. 그런데 랍비가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나 역시 길을 잃었으니까요. 단 여러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길을 잃고 헤맨 경험이 내게 더 많기 때문에, 어느 길로 가면 숲을 빠져나갈 수 없는지 1000가지쯤 말해 줄 수 있다는 거예요. 별로 도움은 안 되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아마 빠져나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이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그리고 십자가 처형이 이뤄지면서 인도자가 스스로 ‘이번에도 공동체 형성에 실패하는구나’라고 말할 때, 놀랍게도 집단은 공동체가 된 경험을 했다고 스캇 펙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말하고 싶은 욕구, 항상 도움이 되려는 욕구, 스승이 되고 싶은 욕구, 영웅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 신속하게 해답을 제시하고 싶은 욕구, 소중히 지켜 온 자기의 생각을 마음속에서 비워야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인도자가 마음을 비울 때 집단이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마음 여린 상태를 견디고, 스스로 비울 수 있을 때 공동체는 형성되고, 우리 또한 더욱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김신웅 심리코칭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