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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금바르게쓰기범국민운동 원문보기 글쓴이: 소집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
실태 및 사례분석
<목차>
Ⅰ. 공무원의 문제와 예산낭비
1. 공무원의 무능력과 예산낭비
2. 공무원의 직무유기와 예산낭비
3. 공무원과 민간업자간의 유착비리와 예산낭비
4. 민선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예산낭비
5. 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와 예산낭비
Ⅱ. 정책결정체제의 문제와 예산낭비
1. 정책변경․설계변경으로 인한 예산낭비
2. 자치단체 상호간 정책협조의 미흡과 예산낭비
3. 정치적 과정에 의한 예산낭비
Ⅲ. 지방정부 예산제도의 문제점과 예산낭비
1. 예산편성
2. 예산의 심의 및 의결과정
3. 예산의 집행과정
4. 결산검사 및 승인과정
Ⅳ. 행정영역의 방만한 확장에 의한 예산낭비
Ⅰ. 공무원의 문제와 예산낭비
1. 공무원의 무능력과 예산낭비
주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분야에서 발생한다. 비리예방 및 정책능력의 배양을 위해 보직순환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주로 정책능력의 배양보다는 비리예방의 목적이 크다. 이러한 보직순환제도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해당 직무에 대해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으며 또한 이와 더불어 공직사회의 비경쟁적 환경은 시대변화에 뒤쳐지지 않는 전문공무원의 육성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현상은 때때로 예산낭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 사례 1 >
00시의 경우 세입 여유자금을 시금고에 예치하면서 자금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대부분 보통예금에 예치하여 이자수입의 상실을 초래하였다. 반대로 높은 이자의 예금상품을 운용하면서 만기의 안배를 잘못해 긴급자금을 차입하게 되었고 그 결과 불필요한 이자를 지불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반면 경산시의 경우는 세입여유자금을 적절히 운용해 지방재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경산시가 돈놀이로 짭짤한 세외수입을 올려 IMF시대 지방세수 감소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자치단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258억원을 시금고인 농협 등에 예치, 10억6000만원의 이자 수입을 올렸다. 금리가 다소 낮아지더라도 연말까지 20억원을 돌파하는 것은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일반회계 예산중 당장 사용할 예산을 제외한 돈을 수익성 높은 CD(양도성예금증서)나 정기예금에 들어 돈을 불린다. 지난해에도 수익성 높은 은행상품에 집중 투자해 18억4000만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이에 따라 경산시는 97 세외수입 최우수시로 선정돼 내무부장관 표창과 함께 2억원의 부수입도 챙겼다.
경산시의 예에서 보듯 공무원이 해당 업무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 경우 예산절감의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재정수익을 낼 수도 있다. 사실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예산낭비의 경우 공무원들이 예산낭비로서 인식하는 것이 어렵고 또한 이러한 경우는 예산낭비로 밝혀지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예산낭비는 예산감시나 통제의 차원이 아니라 인센티브의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법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것과 더불어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예산을 절약하고 나아가 재정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특별시 광진구 재산회계과 지출계장은 최고 200억원에 이르는 일반회계 및 특별회게 여유자금의 입출금내역 및 만기일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효율적인 자금수요예측으로 이자수입 증대를 가져오게 하였고, 수기(手記)로 작성․관리하던 호적민원접수․처리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연간 15,500건에 이르는 호적 민원 처리를 간소화하고 이에 대한 전산프로그램 작성 용역비를 350여만원을 절감하였다.
위의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공무원들의 자발적 노력뿐만 아니라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예산절감 및 수익증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 사례 2 >
지방자치단체가 민간기업과 민간위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조건 검토능력의 부재로 인해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주로 위탁계약시 실제 발생운영비의 일정율을 이윤으로 보장한다거나 총 예상비용에 일정율의 이윤을 보장해줌으로서 민간위탁의 장점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이다.
광주시 5개 자치구가 민간위탁으로 생활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으나 예산편성과 계약방식이 허술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5~98년의 각 구청별 쓰레기 배출량은 최고 30%이상 감소했으나 대행 처리비는 무려 55.8%까지 증가했다. 특히 각 구청이 매년 추경을 통해 쓰레기 처리비용을 5.5~17.5%(2억~7억원) 증액시켜 위탁대행사의 요구대로 지원해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구의 경우 95년 인구가 3% 증가했는데도 쓰레기량은 31% 감소하는 등 지금까지 매년(97년 제외) 쓰레기 발생량이 줄고 있으나 대행 처리비는 매년 7~55.8%의 비율로 증가해왔다. 북구는 특히 94년까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던 쓰레기수거 업무가 95년 종량제 도입과 함께 위탁대행 방식으로 바뀌면서 수거차량 및 인력이 크게 증가, 처리비용이 전년대비 55.8%인 20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7~98년 사이 종량제봉투 판매량도 동구 16.7%,서구 23.2%,남구 21.3%, 북구 40.9%,광산구 15.9%씩 감소해 재정수입이 크게 줄었으나 각 구청의 대행사업비는 오히려 증가, 종량제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 사례의 경우 민간위탁의 취지 중 하나가 비용을 절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일정비율의 이윤을 보장해 준다는 것은 경쟁을 통한 효율제고라는 민간위탁의 취지 상 맞지 않는다. 물론 공익성이 강한 행정서비스의 경우 단지 비용개념으로 접근할 수는 없고 계속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민간업체에게 보조금 등을 지급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민간위탁 이후 오히려 비용이 계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은 민간위탁을 받은 업체가 효율적으로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고 이는 또한 효율적으로 경영할 동기부여 기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민간위탁에 관한 계약 체결시에 적절한 통제장치나 비용효율화에 대한 동기부여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서 이고 이는 관련 공무원의 민간위탁에 대한 전문성 부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 외부 위탁업자의 직원에 대한 퇴직금을 부담하면서 퇴직금 추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여 이자소득을 전가시킨 경우라든가, 유물의 진위에 대한 판별능력이 없어 가짜 유물을 고가로 구입하여 전시한 사례 등이 있다.
2. 공무원의 직무유기와 예산낭비
담당 공무원이 현장 확인, 전문가 자문, 시장조사 등으로 충분히 확인하면 절감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인력부족, 시간부족, 심지어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탁상행정을 일삼는 결과로 예산낭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 사례 3 >
전북 전주시는 지난 95년부터 99년 상반기까지 총 496건의 용역을 발주됐으나 이 가운데 16건(31억3,500만원)은 활용되지 못한 채 폐기돼 소중한 예산만 날렸다. 용역비 7억1,000만원이 소요된 전주 하가지구 택지개발 조사설계 용역은 사업 타당성 문제로 1년여를 끌어오다 결국 폐기됐다. 4억9,470만원이 투자된 아중지구 시영아파트 기본․실시설계 용역과 4억원이 투입된 삼례교 정밀안전진단 용역 등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장기간 보류되고 있는 10건(7억5,615만원)의 용역도 대부분 2~3년이 지나 활용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경북 예천군도 지난 5년동안 각종 지역개발사업을 위해 666건을 용역의뢰하면서 200억4,900만원을 썼으나 한천제방 4차로 확․포장사업은 하천정비 기본계획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다 경북도로부터 자연재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불가능 판정을 받는 바람에 설계용역비 2억원만 날리는 등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경기도의 연구용역비는 94, 95년 16억4,000여만원에서 민선이후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96, 97년 56억7,000여만원으로 약 3.5배나 급증했다. 광주시 북구와 광산구는 올해초 조직 진단 용역을 각각 5,000여만원을 들여 같은 연구기관에 의뢰했으나 6월말 제출된 보고서 내용은 오자까지 똑같을 정도로 비슷해 물의를 빚었다. 광주시는 자체 수행이 가능하거나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업무까지도 외부 용역으로 처리하고 중복되는 업무를 별개 용역으로 처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의 용역관련 예산낭비 사례의 경우 용역을 발주하기 전에 용역발주 여부에 대한 좀더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재정형편에 대한 고려나 관련 법규정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또는 사업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용역발주부터 먼저 하는 행태는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성과 책임의식의 부족 그리고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 사례 4 >
경북 포항시가 민의 반영과 함께 행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치한 각종 위원회의 대부분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법이나 조례에 따라 시에 설치된 위원회는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비롯하여 시정조정위원회, 민원조정위원회, 모자복지위원회, 물가대책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수돗물수질평가위원회 등 모두 36개에 이른다. 또 법이나 조례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민자유치사업심의회, 문서평가심의회, 고용촉진 훈련조정협의회, 경제협의회 등을 합하면 위원회는 자그마치 48개나 된다. 그러나 이들 위원회 가운데 물가대책위원와 도시계획위원회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1년에 1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을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특히 일부 위원회는 친목모임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활동이 미미하지만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위원이 600여명이나 돼 위원회가 예산낭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되는 각종 위원회는 민의 반영과 행정의 효율성 도모라는 명목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행정책임의 전가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민의를 수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좀더 공개적인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고 전문가들의 자문이 목적이라면 관련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가 설치․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위원회 구성원들의 면모를 보면 많은 경우에 있어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비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단지 위원회의 설치가 지방자치단체가 민의를 반영하고 있음을 보이기 위한 생색용이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전가를 위해 예산을 들여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면 이는 공무원의 책임을 손쉬운 방법으로 모면하려는 것으로서 직무유기에 의한 예산낭비라고 할 수 있다.
< 사례 5 >
안동시가 각종 사업을 벌이면서 수익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동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시의회가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 청량리와 서초구에 운영중인 농축산물 직판장과 실내체육관 건립공사 등이 시의 치밀하지 못한 업무집행으로 수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50평 규모의 청량리 농축산물직판장의 경우 시가 지난 90년 2억5,000만원을 들여 개장했으나 수 년째 판매실적이 거의 없이 방치되고 있다. 97년 1억8,000만원을 들여 80평 규모로 개설한 서초구직판장도 홍보 부족과 잦은 운영자 교체로 판매실적이 극히 부진, 수억원 예산만 축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 대외협력사무소의 6급 1명과 기능직 1명 등 직원 2명이 이들 2곳의 직판장을 담당하고 있어 처음부터 불가능한 계획을 수립, 추진해 왔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월 안동시 운흥동 낙동강변 3만2,000여㎡의 부지에 착공한 실내체육관 공사도 토류판 설치공사를 하면서 필요부분보다 4배 가량을 초과한 260m를 설치해 3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낭비했다고 시의회는 지적했다..
민선단체장체제의 출범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는 의욕적으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는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소득증대 등으로 지역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들도 나타나고 있으나 또한 많은 경우에 있어서 예산낭비로 그치고 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위의 사례의 경우 사업 의도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농산물직판장을 만들어 중간유통 단계를 생략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를 도모할 수 있고, 실내체육관을 건설함으로서 지역의 문화․체육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치밀한 준비작업이 소홀했다는 점이다. 농산물직판장과 같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이나 경영능력 그리고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였다. 만약 이러한 검토능력이 없었다면 애초에 사업을 진행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일단 사업이 진행되면 진행에 필요한 비용이외에도 나중에 사업 철수가 필요한 경우에도 매몰비용 등으로 쉽게 철수하지 못해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로 지불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혈세를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신중을 기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실내체육관 건설에 있어서도 업자의 말만 믿고 감시․감독을 소홀히 함으로서 발생한 예산낭비라고 할 수 있다.
3. 공무원과 민간업자간의 유착비리와 예산낭비
입찰과 구매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며, 대부분 단가산정 과정에서 일부는 수량에서 상대방과 담합이 자행되고 그 결과 예산이 과다 집행되는 예산낭비 유형이다. 여기서 단가산정의 문제는 단가의 과대 계상 뿐 아니라, 품질이나 성능에서의 낭비도 포함된다. 품질과 성질에서의 낭비란 중고품 또는 저성능의 기계 등을 제값을 치르고 구매하거나, 자격과 기술을 갖추지 못한 업자에게 용역을 발주하고 커미션을 취하는 것을 일컫는다. 또한 예산낭비 측면이외에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방자치단체로의 인․허가권 이양과 이를 이용한 뇌물수수 비리와 개발허가권 남발이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난(亂)개발로 인해 환경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 사례 6 >
지난해 9월 4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황령산 산사태 복구공사에 부산시 공무원의 뇌물수수와 직무유기, 건설업체들의 담합 등 고질적인 비리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28일 발주규정을 어기고 공사비를 과다 책정(공사비 19억 9천여만원 중 실제공사비는 7억여원만 투입되고 나머지는 관계공무원과 업체의 잇속을 챙기는데 사용)하여 예산을 낭비한 부산시 양무조(梁武助․58․2급)건설본부장 등 간부공무원 3명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도로계획과 직원 박종훈(朴鍾勳․43․6급)씨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공사비를 빼돌린 주간사업체 S종건㈜ 대표 안기룡(安基龍․58)씨와 현장소장 권종현(權宗鉉․42)씨에 대해 업무상 횡령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감리업체인 K사 대표 김모씨(46)등 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위와 같이 비리와 관련된 예산낭비 사례는 대단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 유지나 특정업체가 결탁한 비리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 중의 하나로서 민(民)의 참여에 의한 지방자치라는 것이 실제로는 지역지배집단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영향력 강화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의 검찰의 단속의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토착세력과의 유착비리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검찰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중점 단속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직자와 지역 토착세력의 유착비리’, ‘무분별한 난(亂)개발 비리’를 꼽았다. 새 정부 이후 지속적인 사정(司正)활동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의 고리가 끊기지 않고 특히 상대적으로 단속이 소홀했던 지방의 비리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대검 관계자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자치단체장들이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게 되고 여기에 각종 이권을 노린 지역 토호세력이 결탁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검찰 내부에서는 제대로만 수사하면 안 걸릴 단체장이 없다는 말이 나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특히 4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자치단체장들은 이미 지출한 선거비용과 차기 출마에 사용할 선거비용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검은 돈의 유혹에 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체장들은 세수확보를 통한 재정자립이라는 명분 아래 각종 개발사업을 무차별적으로 진행해 뇌물의 반대급부인 이권을 스스로 창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전국적인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난개발은 이 같은 구조에서 공무원과 토호세력인 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만들어낸 기형아라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검찰은 난개발을 둘러싼 돈거래의 경우 뇌물수수라는 개인적인 범죄행위 차원을 벗어나 미래세대에까지 악영향을 남기는 환경파괴행위라는 차원에서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검찰은 난개발 행위자에 대해서는 구속 외에 몰수나 추징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환수해 국고에 귀속시키기로 했다.
4. 민선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예산낭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행정서비스가 많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른바 고객(주민)중심행정, 고객만족행정으로 일컬어지는 행정서비스 개선 노력이 각 지방행정차원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신임여부가 주민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선의 지방자치단체장은 여러 가지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단체장은 대부분 정당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앙정당과 일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차기 공천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앙정당의 요구를 함부로 거부하기가 어렵다. 또한 단체장은 자신의 선거공약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차기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약의 이행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단체장은 지역개발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지역민들이 주로 자신의 지역이 낙후되었다고 생각하며 지역개발을 통한 지역경제의 발전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출범이후 각종 지역개발 사업과 경영수익사업들이 우후죽순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문제는 이러한 단체장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제약들이 지방자치제 실시의 긍정적인 측면이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예산낭비와 관련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이라든지 기술력, 경험 등을 고려함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여 결과적으로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또한 지역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여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 명목은 재정력 확보나 지역발전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자치단체장의 생색용․선심성 사업인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 사례 7 >
예천군이 추진중인 대규모 온천개발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28일 예천군에 따르면 지역 관광산업 육성과 수익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96년부터 감천면 천향․관현리 일대 100여만㎡의 부지에 올 7월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예천온천 개발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당초 군비 98억원과 민자 508억원 등 모두 60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연면적 3,500여㎡의 대규모 온천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군은 지난해 예산확보와 민자유치의 어려움, 사업전망 불투명 등을 이유로 온천장 건립계획을 대폭 축소한 뒤 지금까지 사업비 45억여원을 들여 진입로 개설과 600여㎡의 간이 시욕장 등만을 건립해 놓은 상태다. 군은 예산난으로 추가개발 계획수립에 엄두조차 못내고 있어 온천개발이 생색용이라는 지적과 함께 주민혈세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위 사례의 경우 예천군은 온천개발을 계획하면서 경제성과 같은 사업타당성과 재원조달 문제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사업의 계속적인 진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그동안 투자된 예산의 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 이외에도 과연 온천개발과 같은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것이 정당한 가에 대한 의문이 제시된다.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은 기본적으로 주민의 세금에 의해 사업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높은 사업이어야 한다. 공공성이 충족된 상태에서 수익성이 논해질 수 있는 것이다. 온천개발의 경우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경제활성화로 인한 혜택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보통 이러한 사업의 경우 개발이익이 주로 개발업자에게 돌아가기 쉽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공공성이 높은 사업을 제쳐두고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러한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단체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추진된다고 보여 진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행정의 효율화를 위한 노력이나 공공재를 생산하는 것보다는 지역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업적을 생색내기에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사례 8 >
경남 창원시는 토월동 자연녹지에 100억원을 들여 잠실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을 능가하는 국내 최대의 테니스장 공사를 하고 있다. 청주시는 올해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작년에 이어 또다시 국제항공엑스포를 치를 계획이다. 청주국제공항을 활용해 항공도시로 도약한다는 명분이다. 시는 작년 5월 개최한 국제항공엑스포에서 7억여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총행사비용 21억원 중 시는 5억3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출했다. 항공엑스포 입장객은 모두 27만명이었으나 지역의 초-중-고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인천시는 올해 인천상륙작전 50주년을 맞아 15억여 원을 들여 인천 앞바다에서 상륙작전 재연 행사를 벌일 계획. 625 참전 용사와 국가원수들까지 초청키로 했다. 하지만 동족상잔의 비극을 행사로 재연할 만한 사건 정도로 여기는 '몰역사의식'에 대한 비판과 1회성 행사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고 7개 시민단체가 반대성명을 내는 등 강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11월26일부터 사흘 간 창원시 두대동 자동차 경주장에서 국제 자동차경주대회인 「인터내셔널 포뮬러3 코리아 그랑프리」를 열었다. 김혁규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이 대회를 위해 도는 경기장 조성 56억여 원, 선수초청 등 대회운영에 40억여 원 등 모두 96억여 원의 돈을 쏟아부었다. '국제대회'를 내세웠으나 외국 관광객이 거의 없는 '동네잔치'였을 뿐이다. 도는 대회가 성공적이었음을 주장하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오지 않고, 인근 아파트 옥상이나 야산 등지에서 경기를 지켜본 1만2000여 명까지 포함해 관람객이 5만2000여 명에 달했다고 공식 집계해 도민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위 사례의 경우, 모두가 시급한 지역현안이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원확보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불요불급한 사업으로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생색내기용으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특히 지방재정이 어렵고, 시급한 현안사업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하기 힘든 사업들이다.
< 사례 9 >
대전광역시 유성구 등 4개 기관에서는 1996년 1월부터 1998년 3월까지 일반적인 시정홍보 관련 간행물로서 시민들에게 따로 배포할 필요성이 없는 「민선자치 1년의 성과」등의 책자 계 77,100부를 1억 3784만 원의 광고비 예산을 들여 발간하여 단체장 치적홍보용으로 시민과 유관단체 통․반장 등에 배포하였다. 또한 진천군 등 5개 기관에서는 1997년 1월부터 1998년 2월까지 84회에 걸쳐 행정목적 수행과 관련이 없는 단체장의 사진과 이름을 넣은 신년인사, 민선자치 특집광고 등을 33종의 신문과 잡지에 실어 계 1억 2,056만여원의 광고비를 집행하였다.
위 사례의 경우 단체장이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여실히 내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체장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행위들이 주민들의 혈세인 예산에 의해 집행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산은 단체장의 책임 하에 집행되지만 그 쓰임은 주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 같은 예산낭비 유형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단체장이 정치적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믿는 한 없어지기 어려운 예산낭비 유형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한 지방의회와 시민들의 감시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5. 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와 예산낭비
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는 그동안 일반주민은 물론 상당수 공무원들에게도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여겨져 왔었다. 당사자와 총무과장 등 극소수 실무자를 제외하고는 상세한 전체규모나 집행내역 등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판공비는 행정차지부가 매년 말 다음해 예산편성지침을 시달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각 지자체는 자체 재정형편에 따라 판공비를 책정한다. 따라서 단체장 판공비는 천차만별 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각 지자체가 판공비 명목으로 책정할 수 있는 예산 항목은 기관업무추진비, 시책업무추진비, 기관운영특수활동비, 시책추진특수활동비, 정원가산일반업무추진비, 대민활동비, 직급보조비 등 다양하다. 판공비의 국어사전 상 정의는 ‘공무를 추진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본래적 의미와는 달리 단체장의 주머니돈, 쌈지돈으로 쓰여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사용되어지고 있다.
< 사례 10 >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판공비 성격의 업무추진비로 정부기관의 개소 때 수백만원짜리 선물을 하거나 시정 협조자에 대해서는 정육이나 과일상자를 돌리는 등 접대성 경비지출이 과다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구참여연대가 2일 발표한 지난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대구시의회등의 업무추진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관의 연간 판공비는 경북도지사 2억6백여만원, 대구시장 1억6천9백여만원이었다. 사용내역은 대구시장의 경우 접대성 경비 7천3백여만원(42%), 격려․위문비가 5천5백여만원(32%)등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경북도지사는 격려․ 위문비 9천1백만원(44%), 접대성 경비 5천1백여만원(25%), 선물및 기념품 4천1백여만원(20%)등의 지출순위를 보였다.
위 사례의 경우와 같이 관행적으로 그리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판공비가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출입기자나 지역언론사 간부, 지역기관장, 동창회 등과 회식자리를 마련하거나 촌지 등을 주는 데 판공비가 사용되어지고 있다. 임창렬 경기도 지사가 1999년 12월 02일에 발표한 판공비 내역을 보면 임지사가 사용한 판공비는 총 4억3천6백여 만원으로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식사비로 지출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판공비 지출액 가운데 식사비로 분류될 수 있는 항목은 도정시책협조, 각계각층과의 대화, 주한외국상공인등과의 간담, 방문객접대, 규제개혁을 위한 중앙부처 관계자들과의 면담 등으로 이를 위해 사용된 액수는 모두 2억2천9백여 만원에 이른다. 매달 식비로만 지사 봉급(3백 67만원선)의 6배가 넘는 2천2백여 만원이 쓰인 셈이다. 또한 대형사고 때 비상근무를 하거나 야근하는 직원들에게 준 격려금,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낸 성금 등도 사실은 지역주민들이 낸 세금에서 나간 것이다.
그동안 단체장들이 시민단체들의 행정정보공개 청구에 따라 ‘마지못해’ 공개한 판공비는 대부분 사용내역이 모호하거나 영수증이 첨부되지 않아 그 실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판공비의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어지지 않고 단체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개인적 용도로 상당부분이 사용되고 있다고 추측되어진다. 만약 판공비가 단체장의 개인적 용도로서 사용된다면 이것은 명백한 예산낭비이고 시정되어야 한다. 판공비제도는 일본 식민지 시대에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서 현재 서구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이다. 서구의 경우 단체장(공무원)이 민간인을 초청해 행사를 치르면 당연히 밥값은 공무원이 내는 우리나라와 달리 먹은 밥값은 스스로 해결한다고 한다. 결국 ‘동서양 문화의 차이’ 때문에 예산상의 판공비 제도가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판공비제도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금까지와 같이 아무런 통제없이 사용되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Ⅱ. 정책결정체제의 문제와 예산낭비
정책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지역의 복지와 발전을 위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장․단기 계획이며, 정책결정체제는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절차적 구조와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과 예산과의 관계는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책이 잘못 수립된 경우에는 예산이 잘못 쓰여지고 결국 예산낭비를 낳는다는 점에서 바른 정책의 수립과 적절한 예산의 뒷받침은 지방행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정책의 문제와 결부된 예산낭비는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정책자체가 잘못된 경우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두 가지 측면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데 하나는 공익성이고 다른 하나는 효율성이다.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공익적 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 물론 공익성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지역의 실정이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규정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상당수의 지역주민들이 해당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면 그 정책은 바른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특히 민선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된 이후 많은 정책들이 지역개발이나 지역발전이라는 명분 속에 추진되고 있다. 지역숙원사업들이나 자신의 선거공약이 행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지역주민의 의사와는 유리된 채 지역의 특정기업이나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추진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공익성 측면은 개념자체의 추상성과 이해관계의 복잡성 등으로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때 공익성 개념을 보완해 주는 것이 효율성 또는 경제성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기본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효율성 기준은 보완적으로 적용된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할 때 그리고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비용타당성을 고려할 때 효율성 기준이 사용된다. 공공서비스의 제공 방법을 선택할 때 더 비용효과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예산낭비이다. 또한 아무리 공공성이 높은 사업일지라도 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예산의 뒷받침이 어려운 경우 이를 강행한다면 이는 사업이 중간에 중단되기 쉽고 예산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책이 잘못 결정되는 경우로서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역주민의 반발을 사게 되어 행정비용을 발생시키거나 지역사정에 적합하지 않은 사업이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정책결정과정이 비민주적일 때 발생한다. 특히 지역주민의 재산문제나, 거주환경적인 문제와 결부된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충분한 의견수렴과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로 정책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닌 자치단체 상호간의 정책협조나 정책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예산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자치단체간의 이해관계 대립과 정책협조를 위한 제도적 측면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서 발생한다.
다음은 정책결정체제의 문제로 발생하고 있는 예산낭비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볼 것이다. 정책결정체제의 문제란 예산낭비의 유형 중 정책변경․설계변경으로 인한 예산낭비,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낭비, 정치적 과정에 의한 예산낭비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정책결정과정에 있어서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사업타당성 예비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든지, 관련기관이나 인접기관간 정책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와 같이 정책결정체제가 민주성(공공성)과 효율성이 충족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예산낭비를 말한다. 이러한 유형의 예산낭비는 사전적인 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예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1. 정책변경․설계변경으로 인한 예산낭비
실시된 정책과 설계가 사후에 변경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전적인 준비작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물론 사후의 사정변경으로 인해 정책이 변경될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후의 사정변경이라는 것이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전에 준비작업을 충실히 했다면 예측될 수 있었던 성질의 것이 많다.
< 사례 11 >
대전시와 산하 기관들이 각종 공사를 하면서 설계변경을 자주 하는 바람에 지난 3년동안 공사비 10억원 (또는 용역비 3천만원) 이상의 대형공사에서만 8백43억원의 예산이 추가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참여연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들 공사와 용역에 소요된 사업비(최종 낙찰가)는 총 1조3천6백42억원으로 당초 낙찰가 1조2천8백억원에 비해 6.6%(8백43억원)가 늘어났다.
사업이 시행된 이후 설계변경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행해져야 하는 것으로서 위 사례와 같이 빈번한 설계변경은 문제가 많다. 설계변경은 그동안 사업에 투입되었던 비용을 낭비시키고 사업기간을 연장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설계변경은 사업타당성 조사의 미흡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부족이나 의견조율 실패 그리고 미래예측의 실패 등으로 인해 나타난다. 불가항력적인 조건변화에 의한 설계변경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예방 가능한 사안에 있어서 설계변경은 억제되어야 한다.
< 사례 12 >
성북구의 경우 내년 말 완공 목표로 성북종합문화센터 건립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화센터 건립부지에 위치한 성북1가압장의 이전문제를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은 채 7억7천여만원을 들여 문화센터 설계용역을 마쳤다. 그러나 성북1가압장 폐쇄에 선행돼야 할 신규 가압장 공사가 최소 5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문화센터를 재설계해야 하며, 이로 인한 예산낭비가 우려된다.
위 사례의 경우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관계기관과 사전에 사업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서 발생한 예산낭비 사례로서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 탁상행정을 일삼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문화센터 건립을 내년 말로 목표를 세웠다면 당장 공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관련기관에 문의조차 하지 않은 것인지 사업추진 공무원들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이사를 가면서 이사갈 곳의 주인이 언제 집을 비워주겠다는 약속도 받지 않고 이사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사례 13 >
진주시가 각종 관급공사를 추진하면서 잦은 설계변경으로 2백여억원 이상 공사비를 증액시킨 것으로 나타나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시에 따르면 최근 5년동안 나불천 복개공사와 진주농산물도매시장 조성공사, 상평공단~문산인터체인지간 도로개설공사 등 10건의 사업이 물가변동 등을 이유로 설계를 변경해 모두 2백50여억원의 공사비가 증액됐다. 지난 92년부터 2백67억3천만원의 공사비로 시작한 나불천복개공사의 경우 7차례나 설계변경을 실시, 2백19억5천만원이 늘어나 전체 공사비가 당초의 2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완공연도를 2년이나 넘기고도 준공되지 않고 있다. 또 96년에 2백74억9천만원으로 발주한 상평공단~문산IC간 도로개설공사는 설계변경으로 24억9백만원이 증액됐으며, 22억7천만원으로 시작한 남강수중보 설치공사도 1억2천여만원이 증액됐다. 특히 시는 7천1백만원으로 발주한 관내 자연마을의 안길포장공사도 설계변경으로 3천2백만원을 증액시키는 등 1억~2억원의 소규모공사도 불필요한 설계변경으로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업진행 중간에 설계변경이 이루어지면 대부분 사업비가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에 사업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여야 한다. 민간기업의 경우 이러한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비용부담은 바로 자신들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계획수립과 조사를 한다. 그러나 관(官)이 시행하는 공사에 있어서는 이러한 것들이 매우 미약해 보인다. 그 단적인 예가 위에서 들고 있는 사후 설계변경으로 인한 비용의 추가 발생이다. 관의 비용의식의 결여는 심각한 예산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관의 비용의식의 결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공무원들의 예산지출에 대한 주인의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인의식이 없음으로 예산이 과다 지출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다. 즉 예산이 과다 지출된다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공복(公僕)으로서의 사명감은 어쩌면 시대착오적 바램일 수 있다. 둘째, 예산낭비가 발생한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책임추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공무원들의 비용의식 제고와 책임성 확보를 위해 정책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둘째,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이다. 여기서 전문성이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경영마인드나 사업추진능력을 말한다. 특정 사업을 추진하면서 앞으로 발생할 환경변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사업추진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과연 공무원들에게 이러한 능력과 마인드가 있는 지 의심스럽다.
2. 자치단체 상호간 정책협조의 미흡과 예산낭비
지방자치단체 상호간 즉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 혹은 기초자치단체 상호간 업무조율이나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 사례 14 >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내용이 거의 같은 대규모 사업을 제각각 추진하고 있어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와 시에 따르면 도는 최근 관광건설분야 다국적기업인 캐나다 WSI사로부터 외자 500억원을 유치, 인공위성 위치측정시스템(GPS) 기술을 이용한사이버 관광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시가 올해부터 2001년까지 총 140억원을 들여 구축하기로 한 ‘사이버 관광종합정보시스템과 내용면에서 매우 비슷하다. 두 사업 모두 인터넷을 기반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여행 및 관광 정보, 숙소 및 교통 예약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종합 관광사업으로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동일사업의 이중 추진인 셈이다. 도와 시는 또 이 고장의 소리문화를 주제로 하는세계소리축제를 1년의 시차를 두고 각각 추진중이다. 도와 시는 당초 세계소리축제를 공동 준비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개최시기를 놓고 도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준공시기인 2001년을, 시는 2002년 월드컵 전주대회에 맞추자는 의견을 내놓는 바람에 현재 대회를 각자 준비하고 있다.
위 사례의 경우 유사한 사업을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예산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도나 시가 예산절감이나 행사의 본래취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러한 행사를 자치단체 혹은 자치단체장의 과시용․홍보용 행사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는 과거와는 달리 민선자치단체장 체제 이후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사이에 업무협조나 업무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 사례 15 >
도시계획 변경사항을 결정․고시하는 과정에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도로 예정부지로 변경된 곳에 건축허가가 나 공사가 착공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뒤늦게 공사를 중단하게된 건축주는 건축허가를 내준 기초자치단체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예산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와 김모씨(35)에 따르면 김씨는 광산구로부터 상가건물 신축허가를 받아 광산구 신가동 593의 11,090㎡ 부지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의 건물신축 공사에 들어갔다. 광산구는 그러나 광주시가 이 부지가 제2순환도로 구간에 포함된다며 도로 편입부지로 결정․고시하자 김씨에게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신축건물은 현재 20%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 건축주 김씨는광산구가 건물예정지가 도로부지로 편입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 줬더라면 공사에 착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행정당국은 이미 투입된 공사비등 2억5,000만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광주시는 제2순환도로 선형변경방침을 세웠으나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절차 등을 이유로 6개월이 지나서야 광산구에 통보하여 이 같은 민원이 발생했다.
위 사례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에 업무협조와 행정기능의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기초자치단체의 사무 중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완결되는 업무는 그 비율이 매우 낮다. 즉 자치사무(고유사무)의 비율이 매우 낮다. 만약 위 사례의 경우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완결될 수 있는 행정기능이라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행정의 효율화와 행정서비스의 강화를 위해서는 광역과 기초 사이의 행정업무 분담이 명확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기초자치단체로 행정기능이 이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담당 공무원이 건축허가를 하면서 기본적인 조사를 게을리 했다는 점에서 직무유기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본 사례의 예산낭비는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사이의 업무협조와 행정기능의 명확한 분담의 미흡 그리고 담당 공무원의 직무유기 등이 복합적으로 결부되어 예산낭비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 사례 16 >
다음은 서울시의 각 구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쓰레기 소각장 시설들이 실제 쓰레기 발생량보다 과다 설계되어 운영됨으로서 예산낭비를 가져오고 있는 사례이다.
쓰레기 발생량을 훨씬 넘어서는 거대용량의 쓰레기 소각장시설이 말썽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또다시 예상량을 크게 웃도는 소각장을 곳곳에 건설중이거나 건설할 계획이어서 수천억원대의 예산낭비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시가 가동중이거나 건설을 추진중인 쓰레기소각장은 모두 8곳이다. 이들 시설이 완공되어 모두 가동될 경우 하루 처리용량은 5850t규모다. 그러나 서울시내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중 음식물을 제외한 가연성(可燃性)쓰레기의 하루 배출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3400여t에 불과하다. 가연성 쓰레기의 배출량을 훨씬 넘어서는 소각시설이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가동중인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 등 두 군데 소각장의 가동률도 시설용량의 29%와 59%선에 머무르고 있다. 또 다음달 완공예정인 강남구 소각장도 하루 처리용량은 900t규모지만 음식물쓰레기까지 포함하더라도 지난해 생활쓰레기 발생량이 447t에 불과해 서울시 스스로 가동률이 50%선에 못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시설 건설에 투자되는 총예산 1010여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혈세가 낭비된 셈이다. 이처럼 기존시설의 가동률이 형편없이 낮은 것을 뻔히 지켜보면서도 서울시는 2005년까지 마포,송파,중랑,구로,강서 등 5개 지역에 하루 총 3800t규모의 소각시설 건설을 추진중이다. 이 계획은 97년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신규 소각시설의 가동률도 또다시 40~70%선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내년 중 마포구에 착공되는 소각시설의 용량은 하루 1000t 규모지만 여기서 처리될 마포, 용산, 중구의 하루 가연성 쓰레기 발생량은 모두 420t에 불과하다. 환경문제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음식물쓰레기까지 모두 소각한다 해도 쓰레기 발생량은 740t규모로 처리용량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러한 각 구별 쓰레기 소각장의 소각시설 용량의 과다 문제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존의 과다시설을 소각장이 아직 없는 다른 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새로 소각장을 설치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중복투자로 인한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가동중이거나 완공을 앞둔 상계동, 목동 및 강남소각장의 경우는 당초 다른 구의 쓰레기까지 반입할 계획이었으나 오염문제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주민 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자의적으로 추진한밀어부치기식 사업이 초래한 예산낭비 사례의 전형인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97년 계획 수립 당시 쓰레기 종량제와 재활용 등의 효과를 오판해 발생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면서도지금도 음식물 자원화율이 6%선에 불과해 음식물쓰레기도 대부분 소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 남아도는 용량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경실련 등 시민환경단체에서는계획중인 소각시설들이 완공되어 가동이 시작되는 2002년 무렵부터는 생활쓰레기 발생량이 지금보다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생활쓰레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음식물쓰레기의 자원화율을 현수준으로 전제하고반환경적인 소각방식으로 이를 모두 처리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실제로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의 분석결과 생활쓰레기 가운데 유리, 자기 금속, 연탄, 토사 등 소각에 부적합한 물량을 제외하면 소각 가능량은 전체 생활쓰레기의 28.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서울시 주장의 신빙성이 의문시된다.
위 사례의 경우 쓰레기 발생량을 초과하는 소각장의 규모문제와 쓰레기 소각에 대한 행정당국의 반환경적 시각, 지방자치단체간 정책협조의 미흡, 과학적이고 치밀하지 못한 행정추진, 주민의견 수렴절차의 미흡 등이 문제될 수 있다. 특히 자치단체간 정책협조의 문제와 관련하여 만약 정책협조가 원활히 이루어져 소각장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소각장 건설로 인한 비용의 절감과 기존 소각장 시설의 가동률 제고 등이 이루어져 예산낭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소각장 건설의 경우 혐오시설이라는 점 때문에 주민반발이 심하여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가급적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자원의 재활용도를 높이며, 기존 소각장 시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소각장 건설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쓰레기 처리 업무가 기초자치단체의 고유사무화 되면서 자치단체별로 소각장과 매립장의 확보가 현안사항이 되어있지만 자치단체간 정책협조 등을 통해 기존의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한다거나, 소각장의 공동건설 등이 이루어지기보다는 각 자치단체별로 독자적으로 이들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이는 자치단체간 유기적 협조관계가 아직 미숙하고 협의 과정에 있어서의 시설 주변 주민과의 이해관계의 조정 등 여러 가지 행정적 어려움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치단체간 협조와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충분히 절약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이를 여러 가지 어려움 등을 이유로 회피한다면 이는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꼭 예산낭비가 부정이나 비리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예산절약은 귀찮고 어렵다고 해서 하지 않아도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이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닌 한 지방자치단체는 최선을 다해 예산을 절약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다음 사례는 소각장을 공동 이용함으로써 예산을 절약한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
경남 마산시와 창원시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다음달1일부터 소각장을 공동 사용한다. 창원시의 소각장에 마산시의 쓰레기가 들어오는 것이다. 소각장 공동사용은 지난해 4월 마․창 환경운동연합이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추진이 시작됐다. 마산시가 소각장을 세우려한다는 소식에 "창원시 소각장을 공동 사용하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소각장 공동사용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그동안 쓰레기 처리는 자치단체의 고유업무였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뒤부터 쓰레기가 시 또는 구 경계를 넘어 처리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때문에 자치단체들은 관할구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매립장.소각장 등 쓰레기 처리시설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1 자치단체 1소각장'정책은 현실적이지 못했다. 새로운 소각장을 세우려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자치단체들은 소각장 건립을 밀어붙였다. 쓰레기처리 문제를 손쉽게 처리하려는 행정편의주의가 작용한 것이다.마산․창원시의 소각장 공동사용은 쓰레기처리의 광역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국민의 혈세를 아낄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마산․창원시의 인구는 1백만명으로 시내버스가 두 지역을 한 노선으로 운행할 정도로 같은 생활권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여건에서 하루 처리용량 4백t인 창원 소각장이 있는데 3백t 규모의 소각장을 짓는 것은 예산낭비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 소각장을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경남도가 중재에 나섰고 창원시가 양보해 결실을 얻어낸 것이다. 이제 시민들은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실천해야 한다. 자치단체는 재활용 산업을 육성해 쓰레기의 자원화도 이끌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현재 5년으로 돼 있는 공동사용 기간을 늘릴 수 있고 영구사용도 가능하다. 이제 인근 자치단체들 사이에 문화예술회관.공설운동장 등 많은 사업비가 들어가는 시설 등에 대한 공동사용도 검토해볼 시기라고 생각한다.
3. 정치적 과정에 의한 예산낭비
주로 투자사업 예산의 수립 및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로써, 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나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교한 분석과 판단없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시행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없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심성 행정의 차원에서 추진되는 예산수립과 집행을 말한다.
지방정부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특히 경제적․사회적 파장이 크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에 있어서는 충분한 여론수렴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치적 고려 등에 의해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잘못된 정책의 선택에 의해 엄청난 예산낭비를 가져올 수 있고 특히 이해관계인들의 반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낳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단지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감정적 골을 깊게 하여 지역민들 간에 분열을 낳을 수도 있다.
< 사례 17 >
2004년 개항 목표로 전북 김제시 백산면일대에 추진중인 전주 신공항 건설사업이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백지화 요구로 난항을 겪고 있다.전북도는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3시간이상 떨어져 있는 도청소재지 가운데 공항이 없는 곳은 전주가 유일하다며 관광산업 육성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지난해 9월 백산면 조종리일대 30만평을 신공항부지로 지정고시했다.이에 따라 전북도는 올해 기본설계비용 25억원과 토지매입비 100억원 등 125억원의 예산을 건교부에 요청,건교부는 이중 기본설계비용 25억원을 반영해 국회예산심의에 올려놓은 상태다.그러나 공항 후보지인 김제시민들은 『신공항 후보지는 군산공항과는 불과 27㎞거리에 위치,전주-군산고속화도로가 2001년 개통되면 군산공항은 전주에서 승용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게 된다』며 『30㎞이내에 두개의 공항을 두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는 이유로 공항건설에 반대하고 나섰다.또 신공항 건설예정지가 김제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공덕면 공덕산업단지에 인접,공항이 들어설 경우 각종 규제로 인해 산업단지 조성이 불가능하게되기 때문에 도시발전에 큰 장애가 되는 점도 반대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 신공항 후보지와 1.2㎞거리에 위치한 김제 유일의 벽성대학도 공항이 들어설 경우 비행기 소음으로 수업과 연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제시민들과 벽성대 학생들 700여명은 18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제성없는 전주신공항백지화를 위한 김제시민 궐기대회」를 가지는 등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다.전주신공항 건설반대 김제범시민투쟁위원회 최규섭(崔奎燮․47)위원장은 『2004년 호남고속전철이 개통되면 항공수요가 최대 80%나 감소할 전망이어서 2004년 개항 예정인 전주신공항은 결국 필요 없게 된다』면서 『사업비1,111억원만 낭비할게 뻔한 신공항건설사업은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전북지역 20여개 시민종교단체들로 구성된 「전주신공항 건설반대 전북지역 시민단체 연대회의」도 『경제성과 공공성,효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전주신공항 건설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이처럼 전주신공항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전북도가 당사자인 김제시민들의 여론수렴과 공청회 등 기본절차를 무시하고 부지매입이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공항부지를 일방적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전북도는『전주지역은 사회간접시설이 낙후돼 기업 및 국내외 투자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전주권 신공항건설이 조기착공돼야 한다』고 말했다.전북 시․군의회 의장단 협의회도 전북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주신공항이 하루빨리 건설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최근 정부에 건의했다.
본 사례의 경우 아직 사업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므로 예산낭비가 발생한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이대로 강행된다면 예산낭비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아주 높다. 공항건설 사업은 대규모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으로서 잘못 결정되는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예산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사업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정치적으로 사업이 결정된 청주공항의 경우 이용객 수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주공항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경제적 타당성 등 사업타당성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본 사안의 경우 공항부지 선정에 대한 입지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여론수렴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Ⅲ. 지방정부 예산제도의 문제점과 예산낭비
행정개혁을 논함에 있어 그 개혁의 중심에는 항상 제도와 사람의 문제가 놓여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를 논함에 있어서도 예산낭비를 유발하거나 예산절약을 동기부여 시키지 못하는 예산제도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동안 지방예산제도(지방재정제도)의 개혁을 위한 많은 시도들이 있어왔다. 특히 서구 선진국이 실시하여 성공을 거둔 제도 혹은 정책을 중심으로 이들을 우리 행정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주류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혹은 정책들을 시행함에 있어 우리의 관료조직 문화와의 적합성이라든가 정책시행의 제반요건의 성숙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채 시행되어 의도한 정책목표가 달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책집행에 소요된 비용이 효과보다 큰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이러한 성급한 정책의 시행은 공무원들로 하여금 제도개혁의 피로를 증폭시킬 뿐 제도개선에 대한 의욕을 동기부여하지 못한다. 따라서 예산낭비를 야기시키는 제도적 요인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이의 개선방안을 논함에 있어서는 행정 현실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산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는 제4장에서 논하기로 한다. 아래에서는 예산낭비를 야기시키는 제도적 요인을 예산의 편성-심의-집행-결산의 예산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정은 지방정부가 한 해 동안의 예산안을 편성하여, 심의와 의결을 통하여 확정된 예산을 토대로, 계획된 사업에 대한 예산을 집행하고 이를 결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지방정부의 예산과정은 일련의 법규로 규정되어 있다. 이들 법규들은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지방공기업법 및 이러한 법들과 관련된 시행령과 지방자치단체의 법규(조례와 규칙) 등이 있다. 한편 지방정부의 예산과정은 중앙정부의 예산과정에 영향을 받게 되므로 국가예산을 규정하고 있는 예산회계법 등 관련법규도 지방정부의 예산을 규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예산편성
지방정부의 예산편성과정은 중․장기 지방재정계획의 수립과 제출, 행정자치부의 예산편성지침의 시달, 지방정부의 예산편성, 예산안의 수정과 추가경정예산의 편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매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지방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예산안에는 예산편성기본지침, 세입․세출 예산사항별 설명서, 채무부담행위 설명서, 명시이월비 설명서 등의 서류를 첨부한다. 예산안 제출 후 부득이한 사유로 그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고자 할 때에는 수정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예산편성과정은 많은 제약 속에서 진행되어지고 있다. 우선 지방정부의 예산편성과정은 매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재정이 영세하기 때문에 상급정부(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로부터의 재정지원이 불가피한데 이러한 상급정부로부터 지원되는 재원의 규모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예산을 결정하게 되므로 각 지방정부마다 대부분 추가경정예산제도가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상급정부의 정책우선순위를 먼저 반영해야 하므로 실제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예산편성지침은 지방정부의 예산편성을 제약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장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를 통해 일정기간 임명되므로 일반 관료들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차기선거를 위해서는 자신의 선거공약의 이행이 중요하며, 차기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중앙정당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하는 것 등은 예산편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또한 지방의회가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므로 지방의회를 의식하여야 한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예산편성과정을 이해함에 있어서 이러한 제약요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가. 단년도(1년) 중심의 예산편성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체계적으로 구분하여 정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예산회계년도 제도가 있다. 통상적으로 예산회계제도는 1년 단위로 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 나라는 회계연도가 1월1일 시작하여 12월31일 종료하는 것으로 매년 예산편성과 집행을 1년 주기로 반복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단년도 예산회계제도로 인하여 제기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계연도 말까지 당해 연도 예산을 다 쓰지 못하면 일반예산에 반납하도록 하고 다음연도 예산을 삭감시킴에 따라 예산의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 한창 추운 동절기에 도로공사 등 각종사업이나 공사가 빈발하여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받을 뿐만 아니라 사업이나 공사가 부실화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 사례 18 >
서울시 성동구는 지난 9월부터 성수동 뚝섬체육공원앞 도로확장 공사를 하면서 재사용이 가능한 보도블록을 모두 새것으로 교체, 인근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올해 말 끝나는 이 사업에는 모두 72억원이 투입되나 보도블록만 재사용했더라도 최소 수억원의 예산은 절약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충북 청주시는 11월말쯤 총공사비 1억2천만원을 들여 복대2동사무소 뒤쪽 2.9㎞에 덧씌우기 공사를 실시한다. 11월말 공사가 시작되면 12월과 내년 1월까지 공사가 계속돼 겨울철 부실공사가 우려되지만 올해 안에 예산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공사를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시 남구청은 지난 92년 시공한 삼산동 선경아파트 및 무거동 강변로 주변의 보도블록과 경계석을 지난달 말부터 5억8천9백만원을 들여 교체하고 있다. 이곳의 보도블록과 경계석 등은 내구연한이 10~20년에 달하는 멀쩡한 것들이어서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전북 전주시 완산구는 이달말쯤 2억5천만원을 들여 서신동 백제교 주변 1.1㎞의 인도를 폭 2.5m의 자전거 전용도로로 전환하면서 아스콘 포장공사를 벌인다. 이 공사는 당초 완산구에서 예산절약을 위해 기존 인도에 자전거도로를 나타내는 선만 표시할 계획이었으나 전주시가 승차감이 안좋다는 이유로 포장을 변경됐다. 강원도 홍천군은 지난달 30일 3천1백만원을 들여 군청사 본관 건물 1~3층의 햇빛반사유리창을 일반유리창으로 교체했다. 군은 유리창 교체로 연간 전기료 6백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어 5년내에 투자비를 뽑을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불용액을 남기지 않기 위한 공사라는 데에 이견을 다는 군직원은 별로 없다. 충남도는 지난달 1일 1백20억원을 출자,충남 신용보증조합을 서둘러 설립했다.이 조합에는 부이사관급 이사장 등 간부 4명을 포함,모두 11명의 새로운 직원이 배치됐으나 개장 1개월이 넘도록 실적이 1건에 그쳐 어려운 시기에 조합을 설립해 예산을 낭비한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인천시는 보건환경연구원 청사를 논현동에 짓기 위해 2억4천여만원을 주고 설계용역까지 발주했으나 신축위치가 송도 신도시로 바뀌는 바람에 용역비를 낭비했다
불용액은 예산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불용액이 발생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산편성 단계에서 사업에 대한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철저한 사전조사의 미흡과 미래예측의 부정확성 그리고 점증주의적 예산편성의 관행, 예산편성의 시간적 촉박성 등이 결합되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불용액이 발생한다는 것은 예산편성시 예산이 과다계상되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이러한 예산의 과다계상은 예산의 더 많은 확보가 자기부서 혹은 자기조직의 위상과 직결된다고 보는 행정문화와 실제의 행정현실이 빚은 결과로서 볼 수 있다. 이러한 불용액의 발생은 정작 꼭 필요한 부분에 예산이 배정되지 못하는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 예산을 적재적소에 배정하는 것은 예산의 효율적 사용뿐만 아니라 시민(주민)의 세금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현실적으로 예산이 과다계상된 경우가 아닌 경우에도 불용액은 발생한다. 이는 미래예측의 어려움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우의 불용액 발생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불용액 발생시 이를 불용액 처리할 경우 다음 년도 예산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하여 불요불급한 사업을 추진하거나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예산을 절약한 경우의 불용(不用)예산은 위의 불용액과는 달리 장려해야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1년 단위로 예산회계 제도가 반복됨에 따라 회계연도의 종료와 개시를 전후하여 사업추진이 단절됨으로 효율적인 사업추진이 어렵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방예산분 이전재정부문(지방교부세, 지방양여금, 및 국고보조금)예산이 12월에 확정되는 관계로 인하여 회계연도가 개시된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기까지는 지방행정기관의 예산업무가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셋째, 매년 예산을 편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됨으로 예산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을 위해 심층적으로 고민할 여유가 없으며, 지방의회의 경우에는 예산심의 기간이 충분하지 못하여 예산심의가 부실화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이 편성되고 있는 양태를 보면, 예산을 편성하는 사업부서는 예산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가능한 한 예산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서 예산주무부서의 삭감에 대비한 허수예산을 포함시켜 편성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다. 이러한 부서별 예산을 취합한 예산주무부서는 예산내역을 합리적으로 분석하여 편성하기보다는 촉박한 예산일정 등으로 인하여 일괄적으로 일정비율이나 일정액을 삭감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예산의 부실한 편성은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을 낳게되고 결과적으로 예산낭비로 이어진다.
나. 품목별 예산편성으로 인한 한계노정
우리나라의 지방정부는 기본적으로 품목별 예산제도에 기초하여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즉 이는 예산편성을 품목이나 행정조직 단위별로 인건비, 물건비, 자본지출 등의 경비구분을 토대로 하여 예산의 요구 및 사정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조직단위별․품목별 예산편성은 예산의 요구나 예산집행상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예산통제가 용이하고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품목별 예산편성으로서는 예산편성과 사정이 전체적인 사업목적의 달성, 즉 비용을 지출한 결과 얻어진 최종 산출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이러한 예산편성은 지방재정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되지 못함으로써 사업계획과 예산의 불일치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효과성 측면에서 예산낭비를 부추길 위험성이 높다.
다. 계획과 예산의 연계성 미흡
예산은 계획이나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이나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것은 페이퍼 플랜(paper plan)에 불과할 뿐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종합개발계획이나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등의 행정계획은 기본적으로 행정수요에 대한 중․장기적인 예측에 기인하는데 비하여, 반면에 예산
은 재정수지에 대한 단년도 예측에 토대를 둔 계획이기 때문에 계획과 예산간에 격차가 발생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마다 반복적이며 단년도 중심의 경상경비적 성격의 예산보다는 중․장기적인 투자사업이나 개발사업에 대한 예산규모가 높은 비중을 점하고 이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들 사업에 대한 효과적인 예산편성을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원가계산과 재정수입의 예측이 정확하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들이 부정확하기 때문에 지방정부 예산은 사업계획과 중․장기 재정계획간의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 투자심사분석과 예산편성
지방자치단체가 투자적 성격의 사업에 대한 예산을 편성함에 있어서는 이 투자사업의 적정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에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이는 투자사업의 규모면이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예산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매우 중요하다. 민선지방자치단체장 체제 출범 이후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사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사업이 투자타당성을 갖고 있는지, 투자 우선순위가 올바로 결정됐는지, 효율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여 예산낭비를 야기하고 있다.
< 사례 19 >
서울특별시에서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주요 투자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심사결과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색동공원 지하 주차장 건설 사업 등 13개 사업은 예산에 편성하지 않은 반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동작구 구민체육센터 건립사업은 예산에 편성하여 집행하고 있었다. 또한 투자심사 대상사업인 성북도서관 건립사업 등 10개 사업은 투자 심사를 하지 않고 예산에 편성하였다.
예산낭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단지 효율성 기준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행정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공익성을 띄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를 보면 투자심사결과 타당성이 인정된 것은 예산편성을 하지 않았고 반면에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에 예산편성을 하고 있다. 행정서비스의 공익성 측면이 강하게 요구될 때에는 효율성을 조금 희생시키더라도 당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무한정 효율성을 희생시킬 수는 없으며 특히 투자사업의 경우 공익성과 효율성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결정된 투자사업의 경우 막대한 자금이 수 년에 걸쳐 집행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철저한 투자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
라. 전년도 답습주의적 예산편성
예산편성과정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 전년도 답습주의 및 점증주의 예산편성이다. 행정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전년도 답습주의 예산편성은 변화하는 행정수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예산의 점진적 팽창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예산편성으로 인한 폐해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예산제도 하에서는 단년도 회계를 중심으로 소요경비산정의 기초를 전년도 예산에 두고 전년도사업을 금년도 단위로 수행할 때의 소요경비에다 신규 사업분을 합한 것을 예산요구액으로 계상하게 된다. 따라서 현행예산은 전년도예산에 반영되어 있는 예산내용이나 사업활동은 그대로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물가상승 등에 의한 증가요인과 신규사업에 대한 타당성 여부만을 주로 검토하므로 현행 예산제도 하에서는 연도별 재정의 단순팽창이 불가피해진다. 둘째, 현행 예산제도 하에서는 예산상의 여유가 있는 부문은 계속 여유가 있는 반면에 부족한 부문은 계속 궁핍을 면치 못하는 현상이 지속된다. 그 이유는 궁핍한 부문은 대폭 증액시켜서는 중점적으로 감사의 대상이 되고 결국 쉽게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현행 예산제도 하에서는 신규사업의 계상이 매우 어렵게 된다. 예산전략에 있어서 신규사업은 계속비 사업에 비해 중점적으로 감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를 신규로 확보하기는 용이하지 아니하다. 마지막으로 현행 예산제도 하에서는 재정위기를 맞아도 선택적으로 삭감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 재정불황을 맞아 기존사업을 줄이려고 할 때에 어떠한 근거로 어떠한 기준에서 삭감할 것인가 하는 객관적인 도구가 없다.
마. 특별회계 설치의 남용
흔히 기업적 특성을 지닌 공공사업에 대하여 경영원리에 따른 능률성을 확보하고자 할 때 특별회계를 설치하게 된다. 현재 지방정부는 지하철, 수도사업, 병원사업 등 공기업회계를 포함하여 10여 개의 특별회계가 설치되어 있고, 그 예산규모도 전체예산의 4할 내지 5할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특별회계사업의 경우 예산편성이 주로 사업주관 부서에 의해 실질적으로 편성되고 예산담당 부서에서는 형식적인 편성에 그치고 있어 재정운용의 합리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일반회계사업과 특별회계사업간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각종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한 예산이 주로 특별회계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 데, 많은 사업의 경우 그 내용과 예산의 성질별 내역에 있어 일반회계의 도시개발비나 지역개발비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민선자치단체장 취임 이후 각급 자치단체에서는 주민복지 증진과 재정수입 확충 등을 내세워 공사, 공단, 민․관 합작법인을 다투어 설립하였다. 이러한 공사, 공단, 합작법인 등은 주로 공기업 특별회계로 운영되는 데 이는 일반회계보다는 특별회계방식이 지방의회 등으로부터 간섭을 덜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능률성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된 특별회계 사업은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전문성과 책임경영 의식의 부족, 재원조달에 대한 충분한 대책 마련의 미흡, 감시․감독체계의 미흡 등으로 부실경영과 차입경영으로 인한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사례 20 >
서울특별시 송파구 등 12개 구에서는 이미 서울특별시시설관리공단에서 수행하고 있는 공영주차장 운영과 견인차량 보관을 위한 주차공단을 경쟁적으로 설립하거나 추진 중에 있다. 이로 인하여 자치단체 사이에 동일․유사 기관이 난립되어 인력과 시설이 중복 투자되거나 중복 투자될 염려가 있다.
산청군 등 21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간기업 사이에도 치열한 경쟁 상태에 있는 생수판매업, 과일음료 가공업, 주유소 사업 등에 무분별하게 투자하여 민간기업과의 경쟁으로 민원을 유발하거나 경영관리의 비능률 등으로 대부분 경영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2. 예산의 심의 및 의결과정
지방정부의 예산을 편성한 집행부는 지방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의회는 단체장으로부터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예산의 심의 및 의결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집행부 원안 중심의 의결
일반적으로 의회의 예산통제는 집행부의 전문성을 따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방자치에 대한 역사가 일천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법 제 32조에 의거 지방의회 의원의 신분이 명예직으로 되어 있어 상당수의 의원들이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허다하여 의정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대부분 심층적인 예산심의가 되지 못하고 기껏해야 집행부의 원안에 소폭적인 삭감이나 일부항목 등의 조정에 그치는 것이 고작이다. 예산심의가 철저히 이루어져야만 예산낭비의 원천적인 억제가 가능하다. 일단 예산이 확정되면 잘못 책정된 예산일지라도 이후에 돌이키기는 쉽지 않다. 예산이 부족하고 특히 주민의 혈세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예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며 예산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전문성 향상이 요구된다.
나. 정치적 결정
예산심의 과정에서 특정사업에 대하여 집행부와의 견해차이로 인하여 심각한 마찰이 일어나고 이러한 갈등 발생시 양자간의 합리적인 조율과정을 거쳐 결정되기보다는 정치적인 흥정을 통하여 결정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회 의원들은 가능한 한 지역구 사업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엄청난 로비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예산심의 과정에서 삭감한 예산이나 예산심의의 마지막 단계인 예산․결산위원회의 마지막 계수조정작업에서 삭감한 예산까지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에 돌리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예산의 정치적 결정은 선심성․과시용 예산낭비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3. 예산의 집행과정
지방의회에서 예산이 심의․의결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확정된 예산에 따라 수입을 조달하고 예산을 집행한다. 그러나 사업계획이나 상황변화에 따른 예산집행의 효율화를 기하기 위하여 예산의 전용, 이체, 이월, 계속비, 예비비 등의 예외적 제도가 인정되고 있다. 현재 지방정부에서 예산집행상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통제위주의 집행
예산의 집행이 기본적으로 품목별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으므로 예산집행과정에서의 통제도 성과보다는 합법성에 기초해 통제를 하고 있다. 이는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들로 하여금 무엇보다도 합법성을 충족시키는데 최대의 관심을 경주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효율적인 예산의 집행을 어렵게 하고 예산절감노력을 게을리 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이는 행정의 업무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하기보다는 절차적 합리성 확보에 치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즉 이러한 예산집행은 목표와 수단간을 전도시키는 결과를 유도한다. 이러한 예산집행상의 문제는 보통 예산낭비로서 인식되지 않고 있다. 경직된 예산의 집행은 행정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하여 예산의 적재적소에의 투입을 방해하고 예산의 비효율적인 집행을 조장한다. 이는 품목별예산편성이라는 예산편성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행정통제제도인 감사제도의 문제점과도 결부되어 있는 문제이다. 행정감사가 주로 합법성 감사에 치중하고 있어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들로 하여금 상황변화에 맞는 융통성 있는 예산지출을 어렵게 하고 경직된 예산지출을 조장하게 된다. 예산제도의 개선방안과 감사방안은 제4장과 제5장에 논하기로 하겠다.
나. 사업의 잦은 변경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대규모 건설사업 등의 경우 빈번한 설계변경이나 사업비의 증액으로 엄청난 예산낭비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산편성과정에서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단년도회계주의로 인하여 예산담당부서가 매년 주기적으로 예산편성에 급급하여 대규모사업의 경우 합리적이고 치밀한 계획의 수립을 기본적으로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이는 사업계획의 잦은 변경으로 귀결되며, 예산의 낭비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3장 제2절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다. 회계정보체계의 결여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위해서는 자원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이나 예산집행에 대한 실적평가가 이루어지고 또한 이에 대한 정보가 행정관련 부서에 원활하게 공유되어야 한다. 즉 효율적인 재정관리는 재정정책의 수립을 위한 정보의 제공과 재정정책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행정은 정책결정이라는 정치적 측면에만 관심을 기울였지 재정관리에 대해서는 소홀히 해왔다. 이렇게 재정관리가 소홀히 된 이유는 일상적이고 기술적인 업무로 인식되어 자원배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정부회계체제는 모든 거래를 현금의 수입과 지출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가용자원의 변화를 파악하려는 것으로 그 수지를 단식부기방법을 사용하여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단식부기 방식으로는 예산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수입 및 지출에 대한 내역을 파악하기 힘들고 나아가서 이후의 정책수립을 위한 정보의 제공이나 집행이 이루어진 정책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다. 정책결정과 정책집행 상의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가능케하는 예산회계정보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복식부기 회계제도의 도입과 바른 정착이 필요하다. 복식부기 회계제도의 도입과 예산회계정보시스템의 구축문제는 제4장 제2절에서 다루고 있다.
4. 결산검사 및 승인과정
결산이란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결산은 2월말까지의 예산지출내용을 토대로 3월초부터 결산보고서(초안)를 작성하면서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자치단체의 결산서 작성기간이 3개월로 5월말까지 작성을 끝내야 했지만 최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작성기간을 80일로 단축, 2000년도부터는 5월19일까지 보고서 작성을 완료해야 한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가 지방의회에 제출되면 지방의회는 지방의회 의원․회계사․전직 세무관련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결산검사위원을 구성해 결산보고서를 검토한다. 이와 같은 결산절차는 광역․기초단체가 동일한데 다만 검사위원 수의 경우 광역단체가 5~10명, 기초단체가 3~5 명으로 다르다. 한편 집행부는 예산집행에 대한 내부통제를 위하여 감사실을 두어 결산에 대한 자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회에 보고하기 전에 감사원이 내용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 결산검사에 대한 인식부족
지방재정을 이끄는 두 개의 축은 예산과 결산이다. 결산과정에서 예산집행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야 그 다음의 예산편성이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결산이 예산편성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결산은 많은 문제점을 지닌 채 일종의 ‘통과의례’로 전락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결산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예산이 잘못 쓰였더라도 제대로 지적 받지 않고 지방의회 결산심의과정에서 그대로 승인․통과되고 있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한 의원은 1998년도 말 결산심의과정에서 시의 업무처리가 너무 엉터리여서 결산을 승인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철도 복개공사의 설계변경 추가예산 3억원과 노인정 건립 설계비를 예비비에서 쓰는 등 예산집행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사후 승인인데 쓴걸 어떡하겠느냐’는 의원들이 많아 본회의에서 18대 3으로 승인되고 말았다.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지방의회는 예산심의에 대해서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지만 결산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 합법성의 지나친 강조
결산검사의 기본취지 중의 하나는 사업결과를 평가하고 이를 통하여 사업계획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느냐를 검토하는데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결산검사나 집행부의 자체 내부감사에서도 오로지 합법성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이는 예산의 집행이 주로 절차적 합리성에만 치우친 통제위주로 집행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다. 형식적인 결산검사
자치단체의 결산심의가 부실하게 된 원인의 하나로 그 전 단계인 결산검사의 부실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결산심의에 앞서 결산검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행정부가 작성한 결산보고서의 내용을 1차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공무원들과 검사위원들의 무성의로 결산검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 지방의 어느 자치단체의 한 의회는 결산검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회계사조차 두지 않고 전직 군청직원들로 채웠다. 이에 대해 해당 의회는 “회계사가 일당 5만원을 받고 일하겠나하는 의구심에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하지만 전직공무원들이 한때 같이 일했던 공무원들이 집행한 예산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 같이 결산검사는 제도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하고 겉치레로 전락하고 있다.
라. 제도적 한계
결산을 부실하게 하는 제도적 요인도 적지 않다. 국회가 발간한 ‘지방의회의안심사기준’에 나오는 결산심의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미 집행한 예산을 무효 또는 취소시킬 수 있는 효력은 없고 …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 것 이외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다. 즉 결국 잘못을 발견하더라도 법적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공무원들이 지방공무원법상 회계검사를 통해 예산전용 등의 책임을 지는 경우는 있어도 지방자치법상 결산제도에 의해 제재를 받는 규정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이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결산과정에서 설사 문제점을 찾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어 결산심의를 대충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 또한 자치단체의 회계방식이 현금출납만 점검할 수 있는 단식부기로 되어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단식부기로는 예산이 얼마나 지출됐는지는 알 수 있어도 ‘왜 썼고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어 결산심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회계방식을 기업체처럼 복식부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연유에서 제기된다.
Ⅳ. 행정영역의 방만한 확장에 의한 예산낭비
지방자치의 전면적 실시와 더불어 지방정부는 지방화시대를 맞고 있다. 지방분권이 정치적 의사결정권의 분산, 행정적 자유재량권의 분산의 측면을 강조한 개념이라면, 지방화는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제반영역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지방정부는 단순히 지방분권의 측면이 아니라 지방화의 측면에서 역할 수행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양적․질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지방정부의 행정적․재정적 능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수요의 급격한 증가와 행․재정 능력의 부족에 대한 문제해결 대안으로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지방정부의 경영화이다.
지방정부의 경영화는 행정부문의 비효율성과 정태성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부문의 경영마인드와 자본력과 기술을 도입하여 공공조직의 활력을 제고하고 지역주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적향상을 도모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현재 지방정부의 경영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기존의 지방정부에 의해 제공되었던 공공서비스 중에서 민간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경우 이를 민간에 맡기는 방식이고, 둘째는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발전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지방정부가 지역개발사업이나 경영수익사업을 자체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지방정부가 지방재정확충이나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민간부문 영역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또한 자치단체 자체의 기술력이나 인적자원, 경영에 관한 경험,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체장이 의욕만 앞서 추진하다가 실패하여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예산낭비 유형은 특히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낭비유형이 늘고 있는 이유는 위의 첫 번째 방식의 경영화 보다는 두 번째 방식의 경영화가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더 구미에 맞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가시적으로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고 차기 선거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 두 번째 방식이 더 매력적이다. 기본적으로 지방정부의 경영화란 기존의 지방행정의 비효율성을 민간의 경영마인드의 도입이나 민간의 자본력과 기술을 이용하여 제거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지방정부가 경영마인드로 무장하여 민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현재 전 세계적 행정개혁의 방향인 작은정부의 추구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행정영역 혹은 행정수비범위는 축소되어야 하는 것이지 확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작은정부의 추구라는 것이 일률적으로 모든 지방행정의 영역에서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우리나라의 자체 실정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지방재정의 확충이란 명목으로 민간의 영역으로 행정범위를 넓히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요망된다고 할 수 있다.
< 사례 21 >
경남 함양군은 95년 15억원을 들여 진로식품과 함께 의욕적으로「지리산샘물주식회사」를 설립했다. 96년 군내 휴천면 목현리 1만6000평의 대지에 공장 건립을 시작했으나 진로그룹의 부도로 97년 7월 공정 75%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군은 이후 진로측에 지분을 모두 넘기고, 2002년 말까지 출자금을 분할상환받기로 했지만 한창 유행하던 「샘물 장사」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다가 손해만 봤다. 또한 함양군은 97년에도 『약초와 정원수 재배로 경영수익을 올리겠다』며 유림면 국계리 813의 1 일대 11만5945㎡의 농지와 임야를 5억6417만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토질과 위치가 약초 재배 등에 적합하지 않아 6000여만원의 손해를 보고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언제 팔릴지 모르는 상태다. 대전시 서구도 96년 남선공원에 눈썰매장을 만들어 첫해만 흑자를 본 뒤 매년 3000만~4000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지방공단 등은 재정수입을 증대한다며 너도나도 토지개발에 나섰다가 IMF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땅이 팔리지 않는 바람에 투입공사비 이자 부담과 재정 압박에 허덕이고 있다. 부산시는 강서구 명지주거단지 31만평을 조성해 매각하려 했지만 95% 가량을 팔지 못하는 등 미분양 토지만 1조원어치가 넘는 49만7000평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도 67만8000여평에 1조1000억원어치를, 충남도는 70만7400여평에 4280여억원어치를 매각하지 못하고 있는 등 전국 자치단체 및 지방공단의 미분양 토지가 5조45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행정자치부는 집계했다. 결국 수익사업을 한다며 「땅투기」에 나섰다가 실패한 꼴이다.
경영수익사업의 문제점은 1차적으로는 당해 경영수익사업의 추진이 과연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추진할만한 성격의 사업이냐에 있다. 위 사례에서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샘물장사, 약초와 정원수 재배, 눈썰매장, 땅장사 등에 나서고 있다. 설사 이들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것이 공공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할 만한 사업인지는 의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주체로서 기본적으로 공공재를 생산해야 한다. 민간영역에 속하는 민간재를 생산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서비스 공급범위(수비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영역의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욱 높다. 이는 관료제의 경직성이라든가 경영능력과 경험의 부족 등에 연유한다. 행정의 경영화는 기본적으로 기존 행정시스템의 효율화에서 찾아야지 지방정부가 직접 수익사업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돈벌이에 나섰다가 잇따라 실패하여 수십억원을 한꺼번에 날려 이로 인해 금융비용이 가중돼 지방재정에 보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정난을 더 심하시키는 지자체도 있다. 기업경영에는 고도의 기술 및 경영 노하우가 필요하나 무턱대고 경영수익사업에 나섰다가 거꾸로 혈세만 날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이 나서기에는 부적절한 사업에 참여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 사례 22 >
경북 문경시는 95년 3월 특산품인 사과 판로개척을 위해 사과를 가공한 과자인 사과칩을 생산․판매키로 하고 문경도시개발공사를 세웠다. 자본금은 무려 37억6천만원이었다. 이 회사는 그러나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채 2년도 안된 지난해말 이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이 과자의 소비자가는 봉지당 1천5백원으로 시중 과자값의 세배나 되니 잘 팔릴리 만무하다. 대전 서구청은 지난해 15억원을 들여 탄방동 남선공원에 3백 여대를 주차시킬 수 있는 유료주차장을 지어 2월 개장했다. 그러나 이용차량이 하루 평균 20여대에 불과해 최근 무료개방했는데도 하루 이용차량은 40대가 채 안된다. 수요예측을 잘못했고 위치 선정도 잘못했다는 지적이다.
기업경영에는 치밀한 시장조사․원가 및 품질관리․유통망 확보․광고기획 등 전문 노하우가 필요하다. 어떤 지자체들은 이 같은 경영노하우와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의욕만 앞서 수익사업에 나서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한 이유는 먼저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러한 사업을 추진함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이득과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이러한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견제나 제재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경영수익사업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가지 조건을 살펴보았을 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견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치제도란 행위의 자기결정성과 행위의 자기책임성을 중요 전제로 한다. 지역의 정책과 이의 실행에 소요되는 재원을 가용범위 안에서 자치적으로 결정하고 이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체제가 자치제도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기대를 걸게 했던 민선단체장 체제는 2기에 접어든 지금 자기결정성은 어느 정도 향상되었지만, 자기책임성 면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과 여전한 중앙 종속적인 재정구조도 문제이지만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이나 철학은 찾아보기 어렵고, 가능하면 임기 안에 업적으로 내세울만한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민의 삶의 질과는 별반 관계없는 일회성, 전시성, 선심성, 행사성 성격의 지출이 급격히 증대하고 있고 비용과 편익에 대한 검증도 없이 유행처럼 다투어 시작한 재정수익사업은 오히려 재정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제반현상은 재정운영에 대한 책임성의 부재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