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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대장엄경 제7권
18. 니련 강에 가는 품[往尼連河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보살이 6년 동안 고행하는데 악마왕 파순(波旬)은 언제나 보살을 따르면서 그 허물을 엿보며 찾았지마는 찾아낼 수 없는지라 싫증을 내어 근심하면서 물러갔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이 살고 있는 곳
숲과 들은 매우 깨끗하여서
동쪽으로 니련 강물을 바라다보며
서쪽으로 빈라(頻螺) 못이 웅거하였네.
처음에 정진의 마음을 일으켜
고요한 땅을 와서 구하다가
저 아주 한적하고 넓은 곳 보고서
거기에 머물며 번뇌를 없앴네.
때에 악마왕 파순이
보살의 처소에 도착하여서
거짓으로 부드럽고 연한 말로써
보살을 향하여 말을 하기를
세간의 모든 중생들은
모두가 목숨을 사랑하거늘
그대는 이제 몸이 바짝 말라서
천 번을 죽어도 온전할 것 하나 없네.
불을 섬기는 법을 닦아야
반드시 큰 과보 얻을 것이니
마땅히 목숨만을 버리지 말고
사람들의 가엾이 여긴 바가 되시오.
마음과 성품 본래 항복하기 어려우며
번뇌는 끊을 수 없는 것이니
보리를 누가 증득할 수 있으리오.
스스로 고행을 무엇 하러 하십니까.
보살은 파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나니,
어둠ㆍ취함ㆍ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은
너와 권속이니라.
장차 너는 여기까지 와
너와 함께 선근 부수려 하나
나는 세상 복을 구하지 않나니
이것으로 나를 어지럽히지 말라.
나는 이제 두려움 없고
죽음으로써 맨 끝을 삼나니
소망은 해탈을 구하는 것이므로
결코 물러나려 하는 마음 없도다.
비록 여러 가지 괴로움 있더라도
나의 마음 언제나 고요하나니
이 굳건한 정(定)에 머물러
힘써 나아가며 원하고 구하리라.
나는 지혜 지키다가 죽을지언정
지혜 없이 살려 하지 않나니
마치 의롭고 용맹 있는 사람이
승부를 결정하다 죽음과 같다.
겁이 많은 사람과 같이
살기를 구하다가 눌림 받지 않으리니
그러므로 나는 이제
너의 군사들을 꺾어야겠다.
첫째는 탐욕 내는 군사요
둘째는 근심 걱정 군사요
셋째는 배고프고 목마른 군사요
넷째는 사랑하고 집착하는 군사니라.
다섯째는 정신 없이 잠을 자는 군사요
여섯째는 무서움과 두려움의 군사요
일곱째는 의심하고 뉘우치는 군사요
여덟째는 성을 내고 제 죄 숨긴 군사니라.
아홉째는 슬퍼하고 번뇌하는 군사며
자기를 칭찬하며 남을 헐뜯고
삿되게 말하여 공양하는 등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군사이니라.
이것은 너의 권속들인데
하늘과 인간을 굴복시킬 수 있되
나는 이제 한결같이 저
바른 생각[正念] 바른 앎[正知]에 머무르면서
너 파순을 녹여 없앰이
마치 물에 날기와를 담그는 것 같으리라.
보살이 이러한 말을 하니까
악마왕은 기가 꺾여 물러났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생각하였다.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사문이거나 바라문들로서 고행을 닦을 때에 몸과 마음을 괴롭게 굴어서 고통을 받는 이는,
이런 것들은 다만 스스로 괴롭힘이요, 도무지 이익이 없는 줄 알아야 하리라.’
그리고는 또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가장 극진한 고행을 하였지마는 세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지혜를 증득할 수 없었으니, 곧 알겠도다.
고행은 보리의 인(因)이 아니며, 또한 괴로움을 알고 쌓임[集]을 끊고 사라짐[滅]을 증득하고 도를 닦는 것도 아니다.
반드시 다른 법이 있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끊어 없애게 되리라.’
또 생각하였다.
‘내가 옛날 부왕의 동산 가운데 염부수 아래에서 초선(初禪)을 닦아 얻었더니, 나는 그때에 몸과 마음이 기뻐졌으며, 이렇게 하여 4선(禪)을 증득하였다.
옛날 일찍이 증득했던 것을 생각하건대, 이는 보리의 인이므로 반드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없앨 수 있으리라.’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파리한 몸을 가지고서는 도를 받아내지 못하겠다.
만약 내가 곧 신기로운 힘과 지혜의 힘으로써 몸을 회복하고 보리장(菩提場)을 향하게 되면 어찌 이와 같은 일을 끝낼 수 없겠느냐.
곧 일체 중생들을 가엾이 여김이 아니며, 이는 모든 부처님께서 보리를 증득하시는 법이 아니로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좋은 음식을 받아서 몸에 힘이 있게 하여야 보리장에 나갈 수 있으리라.’
때에 여러 하늘들은 마음에 언제나 고행 닦는 이를 좋아하였는데,
이미 보살이 좋은 음식을 먹으려 하는 줄 알고 보살에게 아뢰었다.
‘존자(尊者)여, 좋은 음식을 받지 마십시오.
우리가 이제 방편으로 신통의 힘을 써서 존자의 기력이 본래와 같이 회복되어 음식을 잡숫는 것과 다름이 없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보살이 생각하였다.
‘나는 실로 먹지 않은 지가 많은 시간이 경과하였다.
4배(輩) 인민들도 모두 내가 고행을 닦고 행한 줄을 아는데,
만약 내가 저 천신(天神)의 힘으로 인하여 먹지 않는다면 곧 거짓말이 되리라.’
때에 다섯 발다라(跋陀羅)는 보살이 좋은 음식을 받으려 함을 듣고 모두가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그렇게 고행을 하였으면서도 아직 세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지혜를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이제 좋은 음식을 먹고 즐거움을 느끼면서 살려고 함이겠느냐.’
이 지혜 없는 사람들은 선정에서 물러나 보살을 버리고 바라나(波羅奈) 선인(仙人)이 떨어진 곳인 녹야원(鹿野園) 동산으로 나아갔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고행을 하면서부터는 우루빈라(優婁頻螺) 마을의 주인 사나발저(斯那鉢底)라고 하는 이의 열 동녀(童女)들이 옛날 다섯의 발다라와 함께 늘 깨와 보리로써 보살에게 공양하였느니라.
그때 그 여인들은 보살이 고행을 그만둔 줄 알고 곧 가지가지 음식을 만들어 바쳤더니, 아직 많은 날이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빛깔과 모양이 빛나고 좋아졌느니라.
이에 여러 사람들이 서로 말하였다.
‘사문 구담의 모습이 거룩하고 엄숙하여 큰 복과 덕을 지녔구나.’
열 동녀들 가운데서 그 맨 작은 이의 이름이 선생(善生)인데,
옛날 보살이 고행할 때에 항상 음식으로써 8백의 범지(梵志)를 공양하면서 원하기를,
‘범지들을 공양하는 복으로 인하여 보살을 돕고 이롭게 하여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하여지이다’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6년의 부지런한 고행에 옷이 헤어져 버렸구나.’
그리고는 시다림(屍陀林) 아래에 해진 누더기 옷이 있음을 보고 가지려 하자,
때에 지신(地神)이 허공신(虛空神)에 말하였다.
‘기특하고 기특합니다. 석가 성바지의 태자께서 전륜 왕위를 버리고서 여기에 버려진 누더기의옷을 줍습니다.’
그러자 허공신이 이 말을 듣자 삼십삼천에 말을 하고 이렇게 하여 차츰차츰 생각 동안에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까지 전하여 들었느니라.
그때 보살은 손에 헌 옷을 가지고 말하였다.
‘어디에 물이 있으면 이 옷을 빨 터인데.’
그러자 때에 어느 한 하늘이 보살 앞에서 손으로 땅을 가리키니 문득 하나의 못이 이루어졌느니라.
그때 보살은 생각하였다.
‘어디거나 돌이 있으면 이 누더기 옷을 빨아야겠다.’
그러자 때에 석제환인이 곧 납작한 돌을 못 가운데 놓아두는지라, 보살은 돌을 보고 가져다 이용하여 옷을 빨았다.
그때 제석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제가 보살을 위하여 이 헌 옷을 빨겠사오니, 오직 원컨대 허락하옵소서.’
그러나 보살은 장래에 모든 비구들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헌 옷을 빨지 못하게 하려 하여 몸소 빨며 제석에게 주지 않았느니라.
옷 빨기를 마치고 못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데,
이때 악마왕 파순이 그 못의 언덕을 변화하여 아주 높고 가파르게 하였으므로,
못가에 있는 아사나(阿斯那)나무의 수신(樹神)이 이때 나무를 눌러서 낮게 하자 보살은 가지를 더위잡아 못 언덕에 오를 수 있었으며, 그 나무 아래에 손수 헌 옷을 간직하였느니라.
때에 무구광(無垢光)이라는 정거천의 천자가 사문의 규정에 맞는 가사를 가져다 보살에게 공양하였느니라.
그때 보살은 가사를 받은 뒤에 일찌거니 아침에 승가리(僧伽梨)를 입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는데, 그 마을의 신이 전날 밤중에 선생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언제나 그 청정한 사람을 위하여 크게 보시 모임을 베풀었는데, 그 사람이 지금은 고행을 버리고 실제로 좋은 음식을 잡수십니다.
그대는 먼저 원을 세우기를,
〈그 사람이 나의 밥을 잡수시고 나서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소서〉라고 하였으니,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빨리 마련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때에 선생 여인은 신의 말을 듣고 나서 즉시 천 마리의 암소를 끌어다 그 젖을 짜서 일곱 번을 끓이면서, 오직 그 위에 아주 순수한 것만을 떠서 새 그릇 안에 담고 향기로운 멥쌀로써 죽을 끓였는데,
끓일 때에 젖죽 위에 천개 바퀴살의 수레바퀴와 파두마꽃[波頭摩] 등의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났느니라.
때에 선생 여인은 이 조짐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는 무슨 상서로운 조짐일까?’
그러자 선인이 있다가 선생에게 말하였다.
‘이와 같은 젖죽을 만약 먹은 이가 있으면,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이룰 수 있으리라.’
그러자 이때 선생은 젖죽을 끓이고 나서 사는 곳을 뿌리고 쓸며 아주 깨끗이 하고 미묘한 자리를 놓아두며 갖가지를 마련하고서는 우다라(優多羅) 여인에게 말하였다.
‘너는 가서 범지를 청하여 함께 오너라.’
우다라 여인이 명을 받든 뒤에 동쪽을 향하여 가서 보살만을 보았고 범지는 못 보았으며,
남쪽ㆍ서쪽ㆍ북쪽으로 갔으나 보살만을 보았고 범지를 볼 수 없음이 역시 그와 같았나니,
정거천이 범지의 몸을 숨겼기 때문에 우다라 여인이 영영 못 보게 되었느니라.
우다라 여인은 돌아와서 선생에게 말하였다.
‘제가 갔던 곳에서 오직 사문 구담만을 보았고 다시는 다른 범지들은 못 보았습니다.’
선생 여인은 말하였다.
‘그것 아주 잘되었다. 나는 일부러 그를 위하여 이 젖죽을 마련한 것이니, 너는 빨리 가서 나를 위하여 청하여 모셔 오라.’
그러자 우다라 여인은 보살에게 이르러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며 말하였다.
‘선생이 저를 시켜 와서 거룩한 이를 청하도록 하셨습니다.’
보살이 듣고 그곳에 나아가 자못 훌륭한 자리에 앉자,
때에 선생 여인은 금발우에 젖죽을 가득 담아 가지고 보살에게 바쳤고,
받은 뒤에는 생각하였다.
‘이 젖죽을 먹고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리라.’
다시 선생에게 말하였다.
‘내가 먹은 뒤에 이러한 금발우를 누구에게 붙여서 주어야 하겠는가?’
선생 여인은 말하였다.
‘원컨대 이 발우는 존자께 받들어 올리오니 뜻대로 사용하소서.’
그때 보살은 그 젖죽을 들고서 우루빈라 마을을 나와 니련선하에 나아가 강가 언덕 위에 발우를 놓아두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강에 들어가서 목욕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목욕할 때에 백천의 하늘들은 하늘의 향과 꽃을 뿌리는지라 강 안에 두루 찼으며,
보살이 목욕을 끝내자 다투어 이 물을 떠 가지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고,
깎인 수염과 머리카락은 선생이 얻어다 탑을 세워 공양하였느니라.
보살은 강가 언덕에 나아가 생각하였다.
‘어느 자리에서 이 맛좋은 것을 먹어야 할까?’
그러자 강 속의 용의 비(妃)가 훌륭한 자리를 가지고 땅으로부터 솟아나와 깨끗한 데에 깔아 놓으면서 보살을 청하는지라 앉았느니라.
보살이 앉은 뒤에 그 젖죽을 먹으니 몸의 상호가 회복되어 본래와 같이 되자, 곧 금발우를 강 가운데 던져 놓았다.
이때 용왕이 크게 기뻐하며 금발우를 거두어 가지고 궁중에서 공양을 하였는데,
때에 석제환인은 곧 형상을 변화하여 금시조가 되어서 그 용왕으로부터 금발우를 빼앗아 가지고 자기의 궁전으로 돌아가 탑을 세워서 공양하였느니라.
그때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용의 비는 바쳤던 훌륭한 자리를 도로 가지고 자기의 궁전으로 돌아가 탑을 세워서 공양하였느니라.
비구들아, 보살의 복덕과 지혜의 힘으로 말미암아 젖죽을 먹은 뒤에는 32상(相)과 80종호(種好)의 뚜렷한 빛은 여덟 자였고, 더욱더 빛났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6년 동안 고행할 때에
몸은 아주 파리했지만
천신(天神)의 힘으로
저 보리장(菩提場)에 간 것 아니네.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도리어 부처님들의 법에 의지하여
모름지기 좋은 음식을 먹어야
큰 보리를 증득하리라.
여인이 있었는데 옛날에
착한 일을 하였기에 이름이 선생(善生)이니
부처님께서 6년 동안 고행하실 제
8백 대중들에게 널리 보시하였네.
밤중에 천신의 말을 듣고는
이른 아침에 소의 젖을 짜서
그 천 마리의 소젖을 가리어서
죽을 만들어 가져다 바쳤네.
보살은 옷을 입은 뒤에
돌아다니다가 그 집에 이르러
그 젖죽을 받아 가지고
니련선하에 나갔느니라.
보살은 한량없는 겁 동안에
널리 모든 선한 행을 닦았기에
몸과 마음이 함께 고요하여서
나아가고 머무름에 아주 부드러웠고
니련하 언덕에 닿자
하늘과 용들은 죄다 둘러쌌었네.
보살이 강에 들어 목욕을 하매
하늘들은 향과 꽃을 뿌렸으며
강가 언덕으로 오르려 하자
신이 와서 보배 나무 낮췄느니라.
선생 여인은 금발우를 보시하고
용비(龍妃)는 묘한 자리 받들었으며
걸음걸이는 사자와 같이
보리의 자리[菩提座]에 나갔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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