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하늘의 소리
수련을 통하여 나는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하늘과 땅의 소리를 듣고자 했다. 그러나 하늘과 땅의 소리는 들으려고 하면 들리지가 않았고 보려고 하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목숨을 담보로 나의 삶을 수련 속에 던지니 태권도는 스스로 문을 열어 그 실존의 소리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랬다. 들리고 보이는 하늘의 소리는
태권도의 길은 聖人의 길이 아니라 全人의 길이었다.
성인(聖人)은 하느님, 남신과 여신, 영적 세력, 신비로운 영역, 그밖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거룩한 것(초월적인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고 믿어지는 존재(存在)을 말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종교에서는 종교인들이 공적인 선포를 통해 성인으로 추대되었으며, 이들은 각계각층의 신자에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BC 6세기경 공자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유교에서 성인의 경지는 몇몇 이상적인 '초기 성군(聖君)들'의 삶에서 가장 잘 드러난 윤리적 완성의 상태라고 보았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 일어난 도교에서는 성인의 상태를 좀 더 신비스럽게 설정하여 침착하게 자연의 도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았다.
일본 토속 종교인 신도(神道)에서는 많은 신비스러운 성인들을 숭배하지만 선하든 악하든 모든 인간이 죽은 후에 초자연적인 존재가 된다고 믿는다.
소승불교에서는 열반의 경지에 이른 모든 불자(佛子)들, 특히 승려들을 아라한(阿羅漢:'성인'과 거의 일치하는 개념)으로 인정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승불교에서는 모든 사람이 부처, 즉 성인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의 영적인 성숙을 돕기 위해서 자신의 깨달음을 연기(연기론은 불교를 대표하는 가장 수승한 이론이다)하는 사람을 보살(菩薩:장래의 부처)라고 하며, 이들을 성인으로 간주한다.
티베트의 탄트라 불교는 성인의 범위를 한층 더 넓혀서 과거의 성인이 환생한 존재까지도 포함시킨다.
인도의 자이나교는 이 종교의 창시자 마하비라(Mahvra:대영웅)를 성스러운 예언자 서열에서 24번째에 해당하는 인물로 숭배한다.
인도의 대표적인 종교 힌두교에는 다른 종교의 성인들을 포함하여 '사두'(sadhus:선한 사람)와 아바타르(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환생한 존재)로 간주하는 인물이 많다.
서양의 경우 고대 그리스 종교의 영웅은 많은 점에서 성인과 비슷하다.
조로아스터교와 파시교에서는 '프라바시'(Fravashis), 즉 본성이 선하며 선재(先在)하는 영혼들을 인정한다.
히브리 〈구약성서〉에서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된 모든 유태인에게, 신약성서에서는 그리스도교 교회 구성원에게 성인(성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6세기부터는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숭배를 받는 죽은 신자들에게 특별히 붙이는 시성이라는 영예로운 칭호가 되었다.
이슬람교의 신학은 성인 개념을 명백히 부정하지만 여러 시대에 걸쳐 몇몇 거룩한 사람들, 즉 하느님의 '친구'(wal)들을 일반 대중이 숭배해왔으며, 이들은 기적과 신적인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이러한 성인의 길과 달리 인류와 함께 발달해온 무술은 시대마다 그 용도와 기법이 달랐으며, 추구하는 이상도 달랐으나 공통적인 것은 강함을 추구하는 기술의 발달이며 기술의 완성을 위한 끝없는 수련이었다. 이러한 무술의 강함으로 인하여 수련하는 사람에게는 사회적 정의를 위해서 올바른 인격을 동시에 요구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무술의 수련은 곧 전인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하는, 어디선가 알 수 없는 나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하늘의 소리’가 들렸다.
全人敎育(전인교육)은 육체와 정신을 나누는 이분법적인 철학이나 교육을 지양하고, 인간을 인지적, 정의적, 기능적, 신체적 측면 등 전 부문에 걸쳐 조화롭게 발달시키려는 교육. 인간교육, 인본주의 교육이라고도 한다.
전인교육은 소극적인 의미와 적극적인 의미로 나누어볼 수 있다.
소극적인 의미란? 이전의 교육관행과 사회를 비판하는 준거로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플라톤이 아테네 교육의 교육상황을 비판하여, 체육교육은 신체와 관련되고, 음악교육은 정신과 관련된다는 관점을 거부하고, 이 교육이 모두 전인격적 교육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895년 고종이 교육에 관한 조서를 발표하여, 지육(智育)덕육(德育)체육(體育)을 모두 중시해야 한다고 하여 조선시대의 경학 중심교육을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적인 의미와 함께 전인교육의 적극적인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면서 새로운 교육관과 철학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고대 그리스의 전인교육론은 지식을 중심으로 인간의 의지와 정서가 내적 질서를 유지하는 정의로운 인간을 기르는 교육으로 이해되었다.
이 전통은 이후 르네상스 인문주의 교육에 영향을 미쳤으나, 점차 단편적인 언어에 대한 지식교육으로 변질되었다.
중세에는 고대의 전인교육관이 신에 대한 경외심을 중심으로 재조직되었다.
근대에는 이것에 반발하여 인간의 본성을 긍정적으로 파악하여 타고난 자연성(自然性)을 계발하는 자연주의 교육철학이 등장하여 전인의 의미가 자연인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전인교육은 각 시대마다 교육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시도를 통하여 형성되어왔다고도 할 수 있다.
현대의 전인교육론은 현대산업사회의 물질만능주의, 규격화된 제도에 따르는 인간소외현상을 비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교육의 강한 영향을 받고 있는 지식 중심의 교육을 반대하면서 나타났다.
학교교육의 목적이 산업발달을 위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치중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고 인간다운 사회를 창조해갈 수 있는 인간교육에 주목되기 시작했다.
C. R. 로저스는 이것을 만능기능인(fully functioning person)으로 정의하여 자아실현(自我實現)을 전인교육의 주개념으로 제시했다. 또한 교육 심리학자인 A. 매슬로는 개인의 재능 능력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사용하고 계발하는 교육을 주장했고, 그러한 인간의 특성으로 자발성, 수용적 태도, 민주적 인격, 공동체적 감정, 창의성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경향은 교육이 인간특성의 전체적인 발달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지(知) 정(情) 의(意)를 전면적으로 계발한다고 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구분은 편의적인 것이며, 중요한 것은 교육이 전인격과 관련되어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의 전인교육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학습자의 능동적 주체적 창의적인 참여를 강조하며, 학교교육만이 아니라 가정교육 사회교육 등의 조화로운 관계를 중요시 한다
전인교육을 통한 인간완성의 길은 곧 태권도의 나아 갈 방향을 제시한다.
개인의 건강을 지키고 인격을 성숙시키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시켜 세계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 태권도가 21세기에 추구해야 할 화두인 전인교육 수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