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렇게 비겁과 편인으로만 점철된 사주가 있다. 이런 사주 용신 어떻게 잡겠는가? 사주팔자 풀다 보면 이렇게 난감한 사주가 있다. 비겁도 편인도 모두 흉신이므로 그것을 극설하는 관성, 식상, 재성을 용신으로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데 비겁과 편인이 모두 세력을 잡은 사주에서는 관성이 와 봤자 편인을 생할 뿐이고, 식상이 와 봤자 편인에 도식당할 뿐이고, 재성이 와 봤자 비겁에 쟁재당할 뿐이다.
위 사주는 내가 아는 지인의 사주이다. 이 분은 정화 일간에 사화 비견이 월을 잡았으면서 편인이 3개나 있다. 실제로 이 분은 편인이 왕하여 쓸데없는 잡생각이 많고 천덕꾸러기 같으며 아버지와의 사이가 좋지 않고(아버지는 십성으로 재성이다. 비겁과 인성이 강하면 재성과 무정하게 되기 때문임) 똘끼 충만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영화를 좋아하고 사차원적인 생각과 행동을 많이 한다. 비겁이 왕하여 마이웨이 기질도 강하고 한탕기질도 있다.
사주원국에서 용신은 없다. 그러므로 원국에 없는 관성, 식상, 재성이 용신 후보이다.
먼저 관성의 운이 오게 되면 안그래도 왕한 편인을 생하게 되므로 이 분은 10대~20대 관성운에서 국가고시를 공부했으나 열심히 하지 않았고 계속 아쉽게 떨어지자 몇년이고 집착하다가 끝내 포기하였다.
이후 30대 중반에 토 식상 운이 들어오자 자영업을 하여 그제서야 돈을 약간 벌면서 사람구실을 했다. 그 와중에도 몇 번 사고를 쳐서 돈을 날려먹었다.
그 다음 40대 중반부터 재성의 운이 왔는데 돈을 버는 족족 유흥에 쓰고 놀면서 만난 여자에게 큰 돈을 갖다 바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야말로 자기 사주팔자대로 사는 인생이었다. 그래도 이 사람에게 가장 좋았던 운은 식상 운이다. 왜냐하면 월을 비견이 잡았으므로 식상이 와 주어야 강한 비겁의 힘을 식상으로 유통시킬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편인이 식상을 극하여 길이 반감되는 사태는 벌어졌지만 기본적으로는 식상이 용신인 것이다. 용신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월지를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에 팔자가 이렇게 되어 있었다면 무엇이 용신이였겠는가? 재성의 운이 용신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편인이 월지를 잡고 있기 때문에 왕한 편인을 재성이 와서 극을 해줄 때 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용신잡기 까다로운 사주여도 답은 월지에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신이 불분명한 애매모호한 팔자는 기다리던 용신의 운이 온다고 한들 본인의 어리석음으로 그 좋은 운을 다 받아먹지 못하고 스스로 말아먹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