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과 호수 나들이
1. 일자: 2023. 5. 9(화)
2. 장소: 국립박물관, 왕송호수
창립기념일 휴일이다. 국립박물관을 찾았다. 이번에는 3층에서 관람을 시작했다. 너른 공간에 나 혼자다. 너무 고요하다. 작은 배낭을 멘 낯선 사내의 등장이 불안했는지
경비원이 소리 없이 나타나곤 했다. 온통 도자기로 둘러 쌓인 공간은 은은한 빛이 존재를 부각시킨다. 내 눈에는 한결같이 다 예술미가 돋보이는 도자기인데 국보, 보물, 일반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모양이 특이하고 색이 화려하다고 지정문화재로 구분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몇 몇은 설명을 읽고 나서 '아, 그렇구나' 하며 다시 보곤 했다. 자주 와 보고 또 보면 나름의 안목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굳이 국보니 보물이니 하는 의식을 하지 않고 내 느낌 그대로 작품을 감상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놀았다. 두 개의 반가사유상 만
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색의 방'은 국립박물관 최고의 전시관이었다. 닮은 듯 모습과 표정이 다른 두 개의 불상이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앉아, 무심한 듯 눈을 아래로 깔고 생각에 잠긴 모습은 범접할 수 없는 고요를 불러온다. 국립박물관 외부에는 탑의 공간이 있다. 석탑과 사리탑이 산재해 있다. 봄 햇살을 받아 빛나는 탑은 먼 곳에서 이곳에 왔고, 원래 있던 절집의 공간이 그리워서 인지 생기가 돌지 않아
보였다. 두 시간 넘게 잘 놀고 밥까지 먹고 다시 전철을 탔다.
다음에 올 때는 그림들을 집중적으로 보아야겠다.
왕송호수의 봄은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적당한 간격으로 보이는 녹음과 검푸른 호수 물빛의 조화가 은은해 좋았다. 가끔 노랑창포꽃의 환한
빛과 떠나지 못한 물새가 만드는 파문이 시선을 끈다.
연못에 물 위로 떠오른 연잎은 머지않아 이 공간을 화려하게 물들일 연꽃을 그리게 한다. 봄, 참 좋은 생명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