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로 사는 길
사람은 홀로 살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을 더불어 사는 사회적 동물이라 말하고, 한문자로 사람 '인'자를 '人'으로 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일을 윤리(倫理)라 한다. 동양에서 최고의 윤리로 삼는 것은 '인(仁)' 사상이다. '仁'은 사람 (人) 이 둘 (二) 이라 쓰고, '어질다'고 해석한다. 글자의 모양은 사람이 둘이고, 그 뜻은 어질다 하였으니 '인(仁)'사상은 '사람이 둘이다. ', '사람이 둘일 수 있는 것'으로 인간 공존의 슬기, 더불어 사는 지혜, '우리' 의식이다.
'우리'는 한국인 정신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너와 나로 구분지어 항상 '나'를 앞세우는데 우리 한국인은 '나'와 '우리'를 거의 같은 뜻으로 쓰고 있다. 우리에게는 '너'와 '나'가 아닌 '우리'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로 함께 살려면 미워하지 말고 사랑해야 하며, 남을 사랑하려면 이기심(利己心)과 사욕(私欲)을 버려야 하고, 사욕을 버리려면 사양(辭讓)하는 마음인 예절을 실천해야 한다.
※ 仁은人也 라. (어질다는 것은 사람이다.) -맹자(孟子)-
※ 仁은愛人이니라. (어질다는 것은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논어(論語)-
※克己復禮면爲人이니라. (자기만 생각하는 사욕을 억제하고 예절을 실천하면 인이 될 것이다.) -논어(論語)-
2. 더불살이의 기본질서 (基本秩序 )
인간의 평등사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말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 법률적 인권(人權)을 말할 때나 적용되지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는 전혀 효용성이 없는 말이다.
가정. 학교. 직장 등 조직사회에서 위계질서가 무시된다면, 그 조직이나 사회는 와해되고 말 것이다.
사람이 남과 더불어 함께 살려면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위와 아래, 앞과 뒤의 차례인 위계(位階)를 정해야 하고, 정해진 위계를 지키는 데는 분명한 질서(秩序)가 있어야 한다.
위계와 질서는 자기 혼자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사는 모든 사람들이 약속해서 정하는 것이며, 그것이 예절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독립된 인격체가 된다. 비록 독립된 인격체지만 출생과 동시에 부모와 지식간의 간의 대인관계가 시작된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의 대인관계를 모든 대인관계의 원초(原初)라 하고 그 질서정신을 효도(孝道)라 한다.
그 다음으로 가지게 되는 대인관계는 형제자매(兄弟姊妹),동기(同氣)간의 관계이고 그 질서정신을 우애(友愛)라 한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父慈)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며(子孝), 형은 아우와 우애하고(友愛) 아우는 형에게 공순(恭順)하는 것이 모든 질서의 기본이 된다. 그러므로 효도는 백가지 행실의 근본이며, 충성하는 신하는 효도하는 가문에서 나온다고 한다.
※孝 는百行之本 이니라. (효도는 백가지 행실의 근본이다.)
※ 忠 은出於孝門 이니라. (충신은 효도하는 가문에서 나온다.)
3. 위계질서(位階秩序)의 기본
1) 가정생활에서의 위계질서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간에는 세대차(世代差)와 출생 선후차(先後差)에 의한 위계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세대차의 위계이고 형과 아우는 출생선후차의 위계이다.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세대는 웃세대이고, 아들딸과 같은 세대는 아랫세대이며, 형제(兄弟)자매(자妹)는 같은 세대이다.
웃세대는 아랫세대를 사랑하고 아랫세대는 웃세대를 효도로 모시는데 그것을 부자자효(父慈子孝)라 하고, 형은 아우와 우애하고 아우는 형에게 공순 하는데 그것을 형우제공(兄友第恭)이라 한다.
- 부자자효(父慈子孝), 형우제공(兄友弟恭)
부모는 자녀를 어여삐 여기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도한다. 부모의 사랑과 자녀의 효도는 상대적(相對的)인 것이지만 쌍무적(雙務的)인 것은 아니다.
형은 동생과 우애(友愛)해 친구를 대하듯이 하고, 동생은 형을 깍듯이 공경하며 순종하는 공순(恭順)을 해야 한다. 친형제(親兄弟)나 친남매(親男妹)또는 친자매(親자妹)간이라도 동생과의 연령차이가 10년 이내에 들면 친구같이 여겨 절(배례:拜禮)도 답배(答拜)하고, 말씨도 낮춤말씨인 '해라'를 쓰지 않고 보통말씨인 '하게'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동생은 웃사람이 생일만 앞서더라도 깍듯이 존대해 따르는 것이다.
2) 사회생활에서의 위계와 질서
사회생활에서도 가정과 같은 위계가 있다. 첫번째는 나이가 많은 웃어른과 나이가 적은 아랫사람이고, 두 번째는 지위가 높은 상급자와 지위가 낮은 하급자, 그리고 나이가 같은 친구와 지위가 같은 동료가 있다.
웃어른은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경장애유(敬長愛幼)라 하고, 상급자를 섬기고 하급자를 지휘하는 것은 사존사비(事尊使卑)라 한다.
사회의 위계질서에 대해 맹자(孟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조직사회에서는 직급을 최우선으로 하고(조연막여작:朝延莫如爵)
▣ 일반 사회생활에서는 나이를 최우선으로 하고 (향당막여치:鄕黨莫如齒)
▣ 세상을 바르게 하고 백성을 어른이 되는 데는 한문과 덕성을 최우선으로 해서 위계를 정한다(보세장민막여덕:輔世長民莫如德).
그리고 동양의 고전 논어(論語)에 나이로 위계를 정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자기보다 16년 이상 나이가 많으면 아버지를 섬기듯이 모시고 (년장이배칙부사지:年長以倍則父事之)
▣ 자기보다 11년 이상 나이가 많으면 형님으로 섬기듯이 모시고(십년이장칙형사지:十年以長則兄事之)
▣ 자기보다 6년 이상 나이가 많으면 선후배 사이로 지낸다.(오년이장칙견수지:五年以長則肩隨之)
따라서 6년 이상 10년까지는 나이가 많은 쪽이 친구로 지내자고 허락할 때만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고, 5년 이내에 드는 사이는 서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다.
- 경장애유(敬長愛幼), 사존사비(事尊使卑)
일반사회생활에서는 오로지 나이가 많고 적은 것으로 따져서 연장자를 공경하고 연하자를 사랑해야 한다. 나이는 영원한 계급이다. 연하자가 아무리 따라가도 연장자를 따라 잡을 수는 없다.
조직사회에서는 상급자를 섬기고, 하급자를 부리는 것이다. 사존사비, 즉 직급에 의한 질서는 부자자효와 달라 상대적일 뿐 아니라 쌍무적인 것이다. 즉 상급자가 제도와 정의에 맞게 하급자를 부릴 때 하급자는 상급자를 섬기는 것이다.
3) 특수분야에서의 위계와 질서
세대차이 연령차이 직급차이에 상관없이 위계가 있는 경우가 있다. 가르치는 선생님과 배우는 제자,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앞선 사람과 뒤진 사람과 같은 경우이다.
- 우교열학(優敎劣學), 강보약뢰(强保弱賴)
사람은 각기 지닌 재능에 따르는 위계가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잘하는 우월한 사람이 있고, 못하는 열등한 사람이 있다. 강한 체력이나 조건과 약한 체력이나 조건도 있다.
잘하는 사람은 못하는 사람을 가르치고, 못하는 사람은 잘하는 사람에게서 배워야 한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평등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강한 사람은 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약한 사람은 강한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잘하는 사람의 주위에 못하는 사람이 모이고, 강한 사람 밑에 약한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다.
- 선범후종(先範後從), 다시과로(多施寡勞)
우리들의 생활 속에 앞서는 사람과 뒤진 사람이 있고, 많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있다. 이것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이것들이 시기 질투를 일삼는다면 사회질서는 파괴되고 말 것이다.
앞선 사람은 반드시 모범을 보여야 하고 뒤진 사람은 본받아 따라야 한다. 많이 가진 사람은 베풀어야 하고 적게 가진 사람은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