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집경_보시_21. 토끼가 불에 뒤어들어 도사에게 보시하다
예전에 한 바라문의 나이가 120살이었는데,
정조를 지켜 아내를 얻지 않았으며, 음란하고 방종한 일들이 전혀 없었다.
고요히 산택(山澤)에 처하여서 세속의 영화를 즐기지 않았다.
띠풀로 집을 짓고 쑥으로 방석을 삼았으며, 샘물과 산 과일로 생명을 지탱하면서 뜻이 넓고 수행이 높으니, 천하가 그 덕을 칭찬하였다.
왕이 사위로 삼아서 재상으로 하려 하였으나, 도에 뜻을 두어 벼슬을 하지 않고 산택에 처하기 수십여 년이었다.
어짊이 중생에 미치니 새와 짐승이 믿고 따랐다.
그때 네 짐승이 있었으니, 여우ㆍ수달ㆍ원숭이ㆍ토끼였다.
이 네 짐승이 말하였다.
“도사에게 공양하고 마음을 맑히어서 경을 듣자.”
여러 해가 지났다.
산에 과일이 다 없어지니 도사가 과일 많은 곳을 찾아서 옮기고자 하였다.
네 짐승이 걱정하여 말하였다.
“비록 한 나라에 영화를 누리는 사람이 있으나, 마치 흐린 물이 바다에 찬 것과 같아서, 한 말이나 한 되의 감로수만 못하다.
도사가 간다면 성전을 듣지 못하니 우리들이 쇠잔하겠구나.
각기 마땅한 대로 음식을 구하여서 도사님께 바치고, 이 산에 머물도록 청하여서 큰 법을 듣기로 하자.”
모두 옳다고 하여 원숭이는 과일을 찾아오고,
여우는 사람으로 화하여서 한 자루의 찐 보릿가루를 얻어 오고,
수달은 큰 물고기를 잡아 와서 각기 말하기를 가히 한 달 동안은 바칠 만한 양식이 된다고 하였다.
토끼가 ‘나는 무엇을 도사께 올려야 할까?’ 하고 깊이 생각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대체로 생(生)이 있으면 사(死)가 있는 것을, 몸뚱이는 썩는 그릇이라 오히려 버리는 것이 마땅한데, 범부 만 명을 먹이는 것이 도사 한 분께 공양하는 것만 못하다.”
그리고는 곧 나무를 가져다가 태워서 숯불을 만들고 도사를 향하여 말하였다.
“제 몸이 비록 작으나, 하루 양식으로 바칩니다.”
말을 마치고 곧 스스로 불로 뛰어드니 불에 타지 않았다.
도사가 보고 그의 이와 같음에 감격하였고, 모든 부처님께서 그 덕을 찬탄하셨으며, 천신이 사랑하여 길렀다.
도사가 드디어 머물러서 날마다 묘한 경을 설하였고, 네 짐승이 가르침을 받았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은 정광(定光)부처님이셨고, 토끼는 내 몸이었으며, 원숭이는 추로자(秋鷺子)였고, 여우는 아난이었으며, 수달은 목련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