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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 제5권
[허공장보살이 여래의 처소에서 온갖 보배를 빗물처럼 내리는 연유]
보길상(寶吉祥)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허공장보살이 어떤 인연이 있기에 여래의 처소에서 이러한 온갖 보배를 빗물처럼 내리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보길상보살에게 대답하셨다.
“선남자여, 내가 기억하건대, 과거의 한량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겁(劫)의 때에 세간에 출현하신 부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무구염무량광왕(無垢炎無量光王)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셨고, 그 세계의 명칭은 미거라(彌佉羅)이고 겁의 명칭은 공덕광(功德光)이었느니라.
선남자여, 그 미거라세계는 국토가 안락하고 인민들이 번성함은 물론, 7보로 이루어진 땅은 마치 손바닥처럼 평평하고 또 가지율다(迦止栗多)라는 새의 털 솜처럼 깨끗하고 부드러워서 걸어다니거나 몸에 닿을 때마다 수승한 쾌락을 느끼게 되느니라.
다시 염부단(閻浮檀)의 금이 그 땅 위에 덮여 있고 온갖 보배로 장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덟 방향의 길가에는 보배 나무가 줄지어 있으니, 마치 타화천(他化天)과 같아서 수용(受用)하는 이마다 그 뜻에 알맞고, 그 많은 천인들도 다 궁전과 누각에 거처하면서 생각한 대로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느니라.
선남자여, 그 뿐인가 하면 또한 저 무구염무량광왕여래에게는 60나유타(那由他)의 보살 대중이 있었느니라.
그 당시의 전륜성왕으로 복보장엄(福報莊嚴)이라는 왕이 있어서 7보를 구족하였는데, 그 왕의 국성(國城)은 남섬부주(南贍部洲)의 궁전처럼 동ㆍ서ㆍ남ㆍ북으로 사방의 넓이가 각각 4유선나(瑜繕那)에 이르렀으며 중간중간이 7보로 장엄되어 있었고, 또한 5백의 동산이 있어서 그 장엄함을 서로 비추었느니라.
거기에 또 복보장엄왕이 거느린 8만 4천의 채녀들은 모두 단정 미묘하였고, 4만의 아들들은 다 뛰어난 용맹과 단엄한 모습을 갖추었느니라. 그 가운데 두 보녀(寶女)가 있었으니, 바로 길상위(吉祥威)와 길상광(吉祥光)이었느니라.
왕이 그 채녀와 왕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저 애장엄(愛莊嚴)이란 동산에 나아가서 노래와 춤으로 스스로 즐기니, 두 보녀가 품속에서 각각 아들을 화생(化生)시켰느니라.
그들의 용모의 단정함과 색상(色相)의 광명은 견줄 데가 없었으니, 이것은 그들이 전생에 심은 선근으로 원력을 세워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보리를 희구하였기 때문이었느니라.
그 화생한 한 아들의 이름은 사자(師子)이고, 다른 한 아들의 이름은 사자용보(師子勇步)였는데,
이 두 아들은 화생하자마자 곧 다함께 부왕(父王)을 향해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느니라.
과거에 지은 선업이 다 남아 있고
여래께 공양한 공덕도 있을뿐더러
보리를 좋아하여 버리지 않으므로
견고한 배움 역시 잊지 않습니다.
보시와 계율을 어기지 않는 한편
인욕의 부드러운 행도 성취하고
은혜를 알아 선한 업으로써 보은하며
정진하여 보리의 원을 버리지 않습니다.
일심으로 선정에 들어 해탈하되
선정과 지혜를 구족하여 미혹되지 않고
지혜의 업을 닦아 흔들리지 않음으로써
속히 저 보리를 증득하게 됩니다.
모든 번뇌에 물들지 않음으로
태(胎)를 받아 나는 일이 없고
언제나 저 연꽃 위에 태어나니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습니다.
동방에 의왕(醫王)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시니
저희들이 그곳으로 가 법을 구할 것입니다.
이 무구(無垢)부처님을 가까이 공양하여서
3세(世)에 걸림 없는 지혜를 성취하려 합니다.
부왕께서도 함께 저 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받들어 예배하고 법을 들어서 닦아야 하니
여래께서 출현하심을 만나보기 어려운 것은
우담발화(優曇鉢華)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자마자 곧 환희심을 내어 그의 처자와 시종 그리고 일천 구지(俱胝)의 권속들을 데리고 저 여래의 처소에 나아가 마음을 다해 예배한 뒤에, 미묘한 꽃과 바르는 향을 뿌려서 공양하고는 다시 오른편으로 돈 다음 단정한 몸으로 합장하고 부처님 앞에 머물렀느니라.
그 때를 같이하여 사자와 사자용보(師子勇步)도 역시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하고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느니라.
바른 법을 구해 유정을 이롭게 하려고
이제 거룩하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어두운 세상의 등불이 되어
유정들의 마음을 다 깨우쳐 주소서.
저희들은 높은 지위만을 믿어
저 다섯 가지 욕심에 얽매이고
부처님을 가까이 하지 않아
공양과 법문을 저버렸으니
원컨대 세존이시여, 자비로운 마음으로
가장 수승한 보리의 도를 널리 설하시어
일체의 유정들이 이 설법을 들음으로써
다 불승(佛乘)에 물러나지 않게 하옵소서.
그러자 무구 부처님께서는 80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으로 솟아올라 역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느니라.
왕이여, 이제 나의 수승한 법을 듣고
들은 그대로 수행해야 하느니라.
욕심은 덧없고 생명은 지키기 어려워
마치 몸은 아침 이슬이나 물거품과 같고
애욕의 즐거움은 꿈이나 유희와 같으니
어떤 지혜로운 자가 탐욕을 부리겠는가?
애욕에 물든 자는 만족함이 없이
더욱 더 애욕에 목마르니 범부는
경계까지 다다라 쉼이 없느니라.
지혜로운 자만이 만족함을 아네.
5온(蘊)은 허깨비처럼 견고하지 않고
세간에 대한 관찰을 미혹시키느니라.
모든 경계는 저 독사와 같기도 하고
여섯 감관은 텅 빈 마을과 같으니라.
왕의 지위도 국토도 처자도 권속도
그 모든 것이 다 덧없는 것이지만
오직 보시ㆍ계율ㆍ정진ㆍ선정만은
현세나 내세에 반려(伴侶)가 되느니라.
왕이 만약 나의 신통과 위덕의 힘과
단엄한 상호와 구족한 변재를 보고서
다음 세상에 이러한 업을 누리려거든
마땅히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야 하네.
복보(福報)대왕은 이 법을 듣고 나서, 70구지(俱胝)의 처자와 시종 그리고 모든 권속들과 더불어 다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어 부처님께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느니라.
저희들은 이미 수승한 마음을 내어
널리 유정들을 제도하고자 하옵니다.
맹세코 보리의 행을 닦겠사오니
원컨대 성불하게 하여 주옵소서.
선남자여, 그 때에 복보장엄왕은 저 부처님께 이러한 게송으로 맹세하고 나서 다시 그의 권속들과 함께 공경히 합장하고 엎드려 예배한 후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느니라.
“세존이시여, 원컨대 자비로운 마음으로 저희들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때마침 세존께서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 그 청을 받아 들이셨느니라.
복보장엄왕이 곧 갖가지의 의복ㆍ음식ㆍ침구ㆍ약품과 그 밖의 수승하고도 오묘한 허물이 없는 재보로써 8만 4천의 세월에 걸쳐 공양하니,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사자와 사자용보를 비롯해 2만의 왕자들이 다 청정한 신심을 내어 세간의 영화와 지위를 버리고 저 부처님의 법에 따라 출가하여 도를 닦았느니라.
두 왕자들은 그 보리의 법에 대해 부지런히 정진함으로써 오래지 않아 다섯 가지의 신통을 얻는가 하면 뜻한 대로 되는 신통[如意通]의 힘과 본원(本願)의 힘을 얻어서 일체의 불국토에 불사를 일으키고 유정들에게 널리 묘한 법을 설하여 무량무수 아승기(阿僧祇) 겁의 유정들로 하여금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에 편히 머물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그 복보장엄왕은 8만 4천의 세월이 지나자 다시 법을 듣기 위해 무구염무량광왕여래의 처소에 나아갔는데,
두 왕자가 출가하여 도를 닦는 것을 보고는 문득 생각하길,
‘이 아이들은 출가하여 지금까지 무엇을 얻었는가?
내가 8만 4천의 세월 동안 온갖 재보로 공양한 그 공덕조차 모르는 것이 아닌가?’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그 때에 무구염무량광왕여래께서는 왕의 속마음을 아시고 곧 사자용보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느니라.
“선남자여, 너는 이제 지혜의 신통과 공덕의 신통과 위신력의 신통을 보여주되,
이 대중의 모든 위광(威光)과 일체 궁전의 광명을 덮어버리는 동시에 보리의 모습을 나타내어서 온 대중들로 하여금 희유한 마음을 내게 하여라.
그리고 그 바른 소견으로 온갖 삿된 논의를 항복 받고, 큰 법의 횃불을 켜서 모든 번뇌를 그치게 하며 보살의 자재로운 신통에 거닐어야 하리라.”
이 말씀을 들은 사자용보보살이 곧 손을 들어 큰 허공을 어루만지자 삼천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다시 손을 들어 허공을 어루만지자 그 허공으로부터 백천 구지의 하늘 음악이 연주하지 않아도 스스로 울려서 고운 소리를 냈느니라.
또 다시 손을 들어 허공을 어루만지자 이제까지 보도 듣도 못한 그 미묘하고 한량없는 꽃들이 허공에서 빗물처럼 내렸는데, 그 하늘 꽃의 부드럽기가 마치 가지율다(迦止栗多)라는 새의 털 솜과 같아서 손에 닿을 때마다 수승한 쾌락을 느끼게 하였고, 그 밖의 갖가지 보배와 가루 향ㆍ바르는 향ㆍ비단 일산ㆍ당번ㆍ의복ㆍ음식 따위의 일체 장엄거리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쌓임으로써 모임의 대중들이 이것을 보고 다 전에 없던 환희심을 내었느니라.
그 때에 무구염무량광왕여래께서 복보장엄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느니라.
“이와 같이 내리는 저 크나큰 보시의 보배 수량이 얼마나 많은지 왕은 헤아릴 수 있겠는가?”
왕이 부처님께 대답하였느니라.
“세존이시여, 이 빗물처럼 내리는 보시의 보배야말로 마치 허공과 같아서 그 수량을 알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또 이렇게 말씀하셨느니라.
“대왕이여, 이것은 사자용보보살이 신통한 지혜의 힘으로 한 찰나 사이에 이러한 보배를 빗물처럼 내려서 항하사 수의 세계에 가득하게 함으로써, 일체의 유정들이 뜻한 대로 다 만족하여 환희심을 내게 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그 때에 이 지상에 머물던 천인들까지 다음과 같이 외쳤느니라.
“이 보살은 미래세에 반드시 허공의 창고를 성취하여서, 유정들이 구하는 대로 다 이러한 보배를 빗물처럼 내려 주리라.”
이와 같이 사대천왕을 비롯해 33천(天)의 여러 천왕들과 야마천(夜摩天)ㆍ도사다천(覩史多天 : 도솔천)ㆍ낙변화천(樂變化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대범천왕(大梵天王)들이 서로 번갈아 가며 외쳤느니라.
뿐만 아니라 그 때에 저 무구염무량광왕여래께서도 사자용보보살에게 앞으로 허공의 창고를 성취할 것이라고 인가하셨고, 이에 따라 그 항하사 수의 부처님들이 한꺼번에 같은 소리로 인가하셨노라.
선남자여, 마침내 복보장엄왕도 사자용보보살의 이러한 신통 변화를 보고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느니라.
“세존이시여, 보살의 신통과 복덕의 힘이 이와 같이 부사의한 것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서 왕은 곧 왕자 승혜(勝慧)에게 왕위를 물려 준 다음 스스로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저 부처님의 법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닦았는데, 스스로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느니라.
‘출가한 자는 몸ㆍ입ㆍ뜻이 다 청정하기 때문에 보시로써 유정들의 몸ㆍ입ㆍ뜻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고,
출가한 자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보시로써 유정들의 부족함을 구제하려는 것이고,
출가한 자는 견실한 과(果)를 얻기 때문에 보시로써 유정들의 위태로움을 제거하려는 것이고,
출가한 자는 남이 거두어주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보시로써 자신이 유정들을 거두어주는 것이고,
출가한 자는 일체의 견해를 여의기 때문에 보시로써 유정들의 몸의 견해를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고,
출가한 자는 고요한 지혜로 모든 것을 두루 알기 때문에 보시로써 유정들을 어린아이처럼 거두어 환희심을 내게 하려는 것이리라.’
왕은 한적한 곳에 고요히 앉아 방일하지 않고 더욱 부지런히 도를 닦았는데, 그 후 5신통을 얻었느니라.
선남자여,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라. 그 때의 복보장엄왕은 바로 구류손(拘留孫)여래이시고 그 때의 사자보살은 바로 나 자신이었으며 사자용보보살은 바로 허공장보살이었으니,
이 허공장보살은 한량없는 백천 구지의 그 많은 겁에 이르도록 허공의 창고로부터 항상 쉼 없이 보배를 빗물처럼 내리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또 그 때의 승혜(勝慧)왕자는 곧 지금의 자씨(慈氏)보살이었으니,
선남자여, 그 누구라도 청정한 뜻으로 전생에 많은 선근(善根)을 심어 법의 가르침을 듣게 되면, 마땅히 유정들을 위해 의지할 바를 마련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허공장보살의 전생의 인연을 말씀하시자,
그 때에 20만 명의 사람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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