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예쁜 여우!
“엄마! 뒷마당을 좀 보세요~ 예쁜 여우가 왔어요!”
아이들이 신이나서 소리를 지릅니다.
저희가 알칸소주에 있는 Ouachita Academy라는 전원학교에서 살 때의 일입니다.
학교에서 특별 프로그램으로 팝콘을 튀겨서 드럼통에 넣고 그 숫자를 맞추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게임을 하였습니다.
근사치로 숫자를 맞춘 학생이 선물을 타게 되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자 게임을 인도한 선생님이 팝콘을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하였습니다.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져갈 수 있겠느냐“고 담당 선생님께 여쭈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동물들의 먹이로 생각하며 가져온 팝콘을 한 웅큼씩 뒷마당에 뿌려주었습니다.
래쿤, 파슴, 아마딜로, 스컹크, 까마귀...
여러 동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서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는데, 파슴 한 마리가 나타난 뒤로는, 다른 동물들이 먹지 못하게 가끔 공격을 합니다.
동물 중에 파슴은 ”깡패“ 기질이 있는 듯 합니다.
여전히 뿌려놓은 팝콘을 먹으러 동물들이 찾아옵니다.
팝콘이 떨어질즈음 여우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여우는 자그마한 체구에 날렵하게 생겼는데 주황색의 목덜미에 짙은 회색의 옷을 입은 아주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점차 팝콘이 떨어지자 동물들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었는데 어쩐일인지 늦으막이 여우 한 마리가 나타난 것입니다.
아이들이 기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얼른 문을 열고 빵을 던져주었습니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도망갈 듯하더니 천천히 다가와 빵을 먹고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혹시 그 여우가 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가 나타날 시간쯤 뒷마당에 빵을 몇 개 던져 놓았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여우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후로 오전 9시와 저녁 5시쯤 여우가 나타나곤 합니다.
그를 보는 것이 재미있어서 계속 빵을 던져주었더니 한 마리, 두 마리...네 마리까지 옵니다.
아마도 엄마, 아빠, 아들, 딸 여우 가족이 모두 오는가 봅니다.
어느날 미처 빵을 던져 놓지 못했는데 여우 가족들이 먹이를 찾으러 왔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문을 살며시 열고, 잽싸게 빵을 던져 주었는데, 후다닥 서둘러 도망을 갑니다.
”어떻게 하면 여우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빵을 미리 던져놓지 않고 여우가 오면 조심스레 뒷문을 열고 빵을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잽싸게 도망을 갔는데 며칠 반복해서 하니 저만치 도망가는 듯 하다가 멈추어 바라보다가
인기척이 없으면 돌아와 먹이를 입에 물고 갑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낸 뒤에 여우가 오면 뒷문을 조금 열고 몸은 숨긴채로 ”Fox!, Fox!“ 소리를 내며 빵을 던져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문 소리를 듣자마자 세 마리의 여우가 멀리 도망을 갔는데 여우 한 마리는 몇 발자국 가다가 멈추어 되돌아 보고 섭니다.
그러다가 아무 기척이 없으면 다시 와서 먹이를 입에 물고 여유롭게 사라집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주면서 문을 열고 나아가서 ”Fox!, Fox!“ 다정한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두 마리는 멀리 도망을 가서 보이지 않았는데 다른 두 마리는 몇 발자국 가다가 멈추어 서서 저를 쳐다 봅니다.
처음에는 잠깐 모습만 보여주고 이내 집안으로 들어 왔지만, 점차로 더 긴 시간을 밖에 서 있으면서 음식을 던져 주었습니다.
서서히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듯이 보였습니다. 도망가려고 하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큰소리로 부르며 먹을 것을 주고 제 목소리에 익숙하도록 ”Fox!, Fox!“를 불러 주었습니다.
시간이 제법 흘러갔습니다.
오랫동안 그렇게 하다보니 언제든지 ”Fox!, Fox!“ 하고 부르면 어디서 듣고 왔는지 이내 여우가 달려옵니다.
문을 열고 나각도 도망하지 않습니다.
몇 발자국 가까이 앞으로 가서 몇마디 말을 건넵니다.
”너는 어디서 살고 있니?“
”이제는 내가 무섭지 않지?“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두서너 발자국만큼에서도 저를 다정하게 쳐다보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먹이를 던져주면 여우롭게 먹이를 입에 물고 사라집니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
알칸소주에서 매 연중행사로 알려져 있는 사냥철(hunting season)이 되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사냥개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끔 ”탕! 탕!...“ 총소리도 들립니다.
아침마다 방문을 하던 여우의 모습이 뜸해집니다. ”행여 저녁에는 올까“하고 기다렸는데,
가끔 뉘엊뉘엊 해가 져서 어두움이 깃들 때 지치고 두려운 모습으로 여우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다정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경계하는 두려운 눈초리로 먹이를 찾습니다.
조금만 ”바삭“하는 소리에도 놀라 후다닥 도망을 갈 채비를 합니다.
어느날부터 여우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냥철은 끝나고 온 사방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행여 여우가 다시 돌아와 줄까 싶어서 생각날 때 가끔 ”Fox!, Fox!“ 크게 불러보았습니다.
그러나 여우의 모습은 여전히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두움이 깊게 드리워진 숲 가까이에서 인기척이 납니다.
혹시나 싶어서 다급히 ”Fox!, Fox!“하고 불렀더니 자기 몸을 드러내지만 가까이 다가 오지는 않습니다.
얼른 집으로 들어가 빵조각을 가지고 나와서 던져 주었습니다. 머뭇거리는 듯 싶더니 서서이 다가와 빵을 입에 물고 이내 사라져 버립니다.
그 후로 다시는 여우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두려운 일이 없는 안전한 곳으로 떠나갔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희는 2년전에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왔습니다. 갑자기 친정 어머님의 건강이 문제가 되어서 어머님을 돌보아드리기 위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시골에 있는 작으마한 실버타운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어머님과 시간이 있을 때면 동네 한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어느날 산책하는 길에 늑대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는 듯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매일 산책을 하다보니 길목에서 여러번 늑대를 만났습니다.
차들이 지나다니고 사람들이 개들을 끌고 걸어도 늑대는 그다지 두려운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보면 고개를 들고 한참 쳐다보다가 서서이 앞서 걸어갑니다.
산책을 갈때엔 주머니에 빵조각을 몇 개 넣고 갑니다.
늑대를 만나면 ”친구! 친구!“하면서 손을 흔들면서 빵을 던져 줍니다.
다시 늑대 친구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02/0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