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6장에서 10장까지①-읽기(묵상나눔)
첫 날에 6장에서 10장까지를 읽고나서 다시
6장을 두 번 정도를 더 읽으십시오. 여기서는 말씀을 선택하기 위한 과정이니까 서둘러서
말씀을 선택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눈을 감고 천천히 자신이 두 번 읽은 6장의 내용을 되새겨 보십시오.
둘째 날에 역시 6장에서 10장까지를 다시 읽습니다.
전체를 다 읽고나서 이제는 7장을 두 번 정도 더 읽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자신이 두 번 읽은 7장의 내용을 머릿속에서 만들면서 따라가 보십시오.
궁금증이 있으면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세째 날에도, 넷째 날에도, 다섯째 날에도,
전체를 다 읽고나서 8장, 9장,
10장을 두 번씩 더 읽고나서 위의 설명대로 기도중에는 각 장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궁금증을 가지고 그 내용을 따라가봅니다.
마지막 날(6일째)에는 말씀을 선택하기 위해서 다시
전체를 두 번 읽어서 선택합니다.
그리고 말씀이 선택되어지면 그 말씀을 붙잡고
오롯이 2주간을 앉아있게
될 것입니다.
창세기 1장- ‘꼴을 갖추지 못하고’
어느 날 성서 공부로 우연히 초대되어, 성서를 펴서 다른 자매가 읽는 소리(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 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공동번역. /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현재의 ‘성경’)를 듣고 있으니, 마치 머릿속이 확 깨는 벼락과 같은 울림으로, ‘아!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 것도 생기지 않은 것이, 지금 바로 나의 모습이구나! 이제부터 나를 당신의 창조로 부르시는구나. 내 안에서 주님의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지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순식간에 마음속 깊이 느껴졌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저는 이제서야 세상의 강을 건너서 비로소 온전히 하느님께로 돌아오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1장의
창조와 거기에 따르는 질서들을 귀로 들으면서, 마음으로는 창조의 의미가 깊이 이해됐습니다. 천지 창조가 제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것과 그 창조를 통해서, 하느님의 질서와 사랑 가운데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 당시에는 가게를 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당신을 전하는 것이 당신을 위한 일이라고 믿었기에, 그 짧은 순간에 제가 창조의 날수를 통과하여,
이제는 당연히 생육하고 번성해야 하는 다섯째 날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성체조배의 치열한 시간을
거치면서, 그 창세기를
읽던 그날에, 그야말로 꼴이 갖추어지지 않은 채로 실제로 창조가 시작되는 시점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첫 날은 빛과 어둠을 가르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몇년의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더 몇년의 시간동안에, 이상하게도 저의 가슴이 그렇게 쉽게 좋은 땅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처음에 ‘아직 모양을 갗추지 못하는 땅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에 자주 머물러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느낌은 ‘나의 땅이 비를
맞지 못하여 메마른 황무지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비로소 하늘 궁창에서 내릴 비가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궁창이 없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저의 땅때문에 그 몇년을 힘들게 씨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신기하게도 드디어 가슴
속에서 아기 손을 내미는 새싹들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 벼락과 같이 그제서야 창조의 ‘사흗날’에 와 있다는 것이 아주 깊이 느껴졌고 주님의
은총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땅은 푸른 싹을 돋게 하여라!’는 이 말씀이
바로 주님께서 그때 제게 주시는 명령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새싹들이 자라나는 사이로, 이제 주님의 세상을 움직이는 -제
믿음의 세상을 움직이고 조율하는- 나흗날에, 주님의 질서들이 생겨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이 우주를 움직이는 질서가 주님의 질서가 되어서
제 안에 담아져서 저의 질서가 되면, 다섯째 날 생육하고 번성하는 날을 기대하며 잠을 잘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의 창조가 저에게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주시는 이 창조에 잘 협력하여서, 주님의 안식일에, 저도 안식에 들기를
소망해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