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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까치집 야그
“얼래 쟈덜 좀 보게나.”
때는 바야흐로 겨울에 접어들어 북풍한설 쌩쌩 몰아치는 작년 12월 11일 였슈. 지가 밥벌이 허는 직장은 송파구 문정동 인애가 병원이여유. 거그 3층 송파의원 남자화장실에서 보믄 뒤쪽 주차장으로 향한 북향의 창문이 있슈.
낮에 환자들 좀 봐드리다가 작은 가죽, 유식헌 문자로 小皮라고들 허쥬! 일부 大皮들도 계시지만, 조선남자들은 아무래도 소피가 많지유. 좀 야헌 야그라 민망허구먼유.
그려 그것을 좀 볼라고 갔슈. 워디? 남자 화장실이지 워디겄슈? 씨언허게 독창을 허고있는디, 앞에 보이는 은행나무 높은 가지에 까치 두 마리가 놉디다요. 원래가 소시쩍부텀 생물을 좋아혀서 이렇게 생물학중에 가장 첨단학문인 의학을 전공허게 된 몸인지라, 유심히 관찰했슈.
아 참 우리 병원 뒷마당으로 말씀드리먼, 승용차 8대 정도 들어가는 공간이 있구유, 그 옆에 자그만 휴식공간이 있슈. 거기에는 조히 30년은 넘어 보이는 은행나무 세그루가 있슈. 우리병원이 6층인디, 비등비등허니께 키가 20미터는 될거여유. 세 개가 다 암나무여서유 가을에는 주차장바닥에 은행알이 천지여유. 그거 삭삭 모아서 팔믄 한밑천 될 것인디 누가 달라드는 사람이 읎어유. 드나드는 차바퀴에 으스지는 것들 보믄 아까와 죽겄시유. 그리고 그 시절이믄 주차장에는 거시기 냄새가 진동허는디, 아 그 거시기 있쟈녀유, 은행알 싸고 있는 과육에서 풍기는 야시꼬리한 고향냄새 말씀여유. 그럼에도 불구허구 우리 일부 몰지각헌 아자씨들은 거그서 담배를 잘도 펴데유. 가끔 아가씨 아줌씨들도 계셔유. 그라니께 성차별적인 발언은 절대 아니랑께유.
아! 말씀드릴려는 주제가 그건 아닌디 지가 아는 것이 많다 보니께 볼링공 빠지듯이 자꾸만 옆으로 빠져유. 원래 제 글이나 말의 특징이 그라니께 널리 이해들 허셔유.
암튼 그 까치 둘이 부러진 나뭇가지 몇 개를 물어다가 은행나무 가운데에 얼기설기 짜기 시작하드라구유, 큰 가지가 뻗어나오는 틈새에 끼워넣는디 기술도 참 좋드만유.
얼른 지 방 책상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갔슈, 애지중지 남들헌티 잘 안빌려주는 DSLR 이라고 아실랑가 모르겄슈. 근디 화질은 별로여유, 지가 이 사진기를 아직 다 파악 못했당께유.
현대 디지털 기계들은 너무 복잡혀유. 쉰세대들은 이자 큰일 났슈. 컴퓨터도 그라고 스마트폰도 그라고.
우리 마나님들은 스마트폰 갖고 잘도 놀드만요. 침대머리에서 넘들허구 하트도 주고받고 막 그러는디 남편은 안중에도 업슈, 질투날 때가 이만저만이 아니랑게유. 은근히 불안할 때가 많어유.
지가 86년에 시골 보건지소장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을 때, 우리 면 예비군중대장 허시는 분이 그런 말씸을 허셨슈. 요즘 거시기 하나 없는 사람은 팔불출이라구유. 그 이후 4반세기가 흘렀는디, 요즈음은 더허믄 더하지 싶어유. 그동안 묻지마 관광이다, 컴퓨터 채팅이다, 부킹이다 혀갖구서리 얼매나 사회가 핑크빛 보랏빛으로 물들었시유? 거기에 현저한 기여를 한 것이 컴퓨터 통신의 발달이고, 급진적으로 불을 싸지른 것이 핸드폰인디, 이 두 가지가 총망라된 것이 스마트폰 아닌감유. 요새 마누라 핸드폰 보자는 사람은 간 큰 남자니께, 밥술이라도 제때 얻어묵을라믄 지도 조심혀야쥬.
아 먼 세상이 요로케 나같은 착헌 남자들헌티 어렵게 되야부렀는지, 개탄스럽다니께유.
아 그런 말도 있쟈녀유, 집안 서열 1위가 아이덜, 2위가 마나님, 3위는 살짝 건너뛰고 4위는 장모님, 5위가 남편, 6위가 시어머니라는디...
3위는 뭐냐구유? 그 있쟈녀유 개새끼 뽀삐!
아들 내외 사는 거 좀 보고 서울 귀경 좀 허자구 시어머니가 된장 고추장 남새 푸성귀 등등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서울 아들집에서 며칠 있다가 도무지 맴이 불편혀서 시골집으로 가면서 아들헌티 이런 말을 허시구 가셨데유.
“5순위야 잘 있거라, 6순위는 간다. 3순위 밥 잘 챙겨주고 야단맞지 말고 잘 살그라~~~”
그러고 보니께 또 한가지 생각이 나는디. 90년대까지만 혀도 우리 서울 아파트 이름이 참 정겨웠시유. 개나리, 장미, 진달래, 요런 이쁜 이름도 있었구유, 아예 기업 이름을 붙인 것도 많았지유. 어디 가서 현대 아파트 산다구 허믄 어깨 심쫌 들어갔지유 그때는.
근디 요즘 아파트 이름은 너무들해유, 대학원 졸업한 의사박사인 저도 헛갈릴 때가 많다니께유, 來美安은 양반이여유.
타워팰리스, 미켈란, 쉐르빌, 아카데미 스위트, 하이페리온, 롯데캐슬모닝, 월드 메르디앙, 힐스테이트, 리첸시아, 아크로비스타 등등등 발음 하기도 어려워유.
시골 사는 시어머니 서울 와서 아들넘 아파트 찾아올 생각은 아예 허지들 말라는 서울 며느님들의 소망이 적극 반영된 거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쥬, 다들 아시쥬?
이왕 주제 빠진 거, 하나 더 할께유. 이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야기라서~~
시골 어머니가 서울 아들네 집에서 며칠 머무르면서, 마냥 놀고 먹기가 면구혀서, 며느님 외출한 시간에 집안 청소를 좀 했데유. 아들 방, 정확히 말허믄 며느님방이쥬, 화장대에 가계부가 있어서 좀 들쳐봤데유. 아니 볼라구 본 것은 아니구, 우연히 보였겠쥬.
지출항목에 특이한 것이 있었시유.
[촌년 십만원]
뭔가 살펴보고 그 날짜를 잘 짚어보니께 자기 용돈 주던 날이라는 거유. 개탄헐 일이쥬!
그래서 지가 그랬시유. 그러믄 시어머니도 금전출납부를 적으시고, 티 안나게 며느리가 볼 수 있는 자리에 놔두라구유. 수입항목, 용돈 받는 날에다가 [썅년 십만원] 써가지구유. 허허! 말세여유!
또 주제가 많이 빠졌네유. 암튼 갔쥬. 워디? 남자 화장실이지 워디겄슈? 찰칵찰칵 찍은 것중 잘 나온 것이 여기 비포 사진이구먼유.
그날 이후 작은 가죽 보러 갈 때나, 점심 먹구 양치질 헐 때믄 유심허게 지켜봤시유.
이번 겨울 좀 추웠시유? 눈도 많이 오구유. 그럴 때면 조마조마 안타까운 맴이 그지 없었시유. 저 놈들, 얼어 죽으믄 으짜까, 무거운 눈 때문에 새집이 잘못되믄 불쌍혀서 으짜까!
이 녀석들 별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게 보이드만 시나브로 집이 완성되어가드라구유. 크기도 제법 되구유, 모양도 우리가 시골에서 흔히 보는 미류나무 꼭대기에 전형적인 까치집 모양으로 참 잘 지었시유. 글머리에 보이는 에프터 사진이 그것이여유.
제가 보기엔 참 좋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겠다 싶은디, 야들은 제가 화장실 가서 작은 가죽을 볼 때마다 쳐다보면 아직도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조금씩 조금씩 쉬지 않고 보수공사를 허드라구유.
이쯤해서, 제 좌우명중에 [하지작다]라는 말이 있슈. 그걸 좀 풀어보라구 해유. 또 사이드유. 죄송혀유. 이해들 허셔유.
저 어릴때 외갓집 머슴 김씨가 생각나드만유.
제 외갓집이 그때 좀 살았시유. 외증조부께서 시골에서 한약방을 했으니께, 부농은 못되구 중농 이상은 허셨지유. 지 소싯적에 외가집에 먹고 자는 머슴은 없었구유, 따로 나가서 살림 채린 머슴, 김씨가 있었시유, 피란민인디 김해김씨였슈.
지도 김가인디 본관은 서흥이쥬, 서흥 김씨로 말하자문 전국에 3만여명 살고 있구유, 자랑할만한 분이라믄, 김굉필 선생이라고 전국 향교에 경현의 성인으로서 모셔진 분 중에서는 조선시대 최초라는 유명하신 유학자시유. 국사교과서에도 나오셔유. 지가 좀 양반 핏줄이구먼유. 또 쓸데없는 자랑이네유.
암튼 김씨하고 외할아부지하고 같이 산일이라도 나가시면 저는 꼭 따라 댕겼시유. 열심히 일하시다가 잠시라도 쉬노라면, 김씨가 안보이는 거여유. 어디 가서 뭐하나하고 할아버지한테 여쭤보면 저쪽을 손으로 가리켜주시는디,
아 글씨! 그 양반이 지게작대기를 다듬고 있었시유. 그걸 보시고는 외할아부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하찮은 지게꾼도 작대기를 다듬는다. 너도 공부하고 자신을 다듬는 데 쉼이 있어서는 안된다.]라고 하셨어유.
거기서 따온 교훈으로 지가 만든 말이 [하지작다]여유. 으때유. 그럴 듯 허지유?
아무튼 까치 부부도 이미 완성되어 그럴 듯 해 보이는 둥지를 또 손보고 또 손보고 하면서 조금이라도 편리하고 안전한 집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쓰드만요.
아늑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저 노력하는 까치 부부의 노력이 얼매나 가상하고 기특헌지, 애지중지하는 맘이 은행나무 높이보다 더 높아졌슈.
참 지드란허니 이야기를 끌어나갔는디 결론은 그거지유.
[우리병원 뒷마당의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은행나무에 민족고유의 길조인 까치가 연말연시를 맞이하야 튼튼하고 보기 좋은 집을 지었으니, 계사년 새해 우리 인애가보생한방병원은 만만세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린다면,
컴퓨터, 스마트폰 갖고 으뭉스런 짓들 허시면서 흉중에 늘 핑크빛 보랏빛 환상을 갖고 사시는 분들, 이 까치부부처럼 애틋하게 노력하며 금슬좋게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지키시도록 정신덜 채리시고요.
근디 걱정이 좀 잇슈. 뒷마당에서 아자씨들, 그리고 가끔 아줌마 아가씨들이 피우는 담배연기에 까치 애기덜이 니코친 중독 걸리믄 어쩌끄나 하구, 계사년 뱀띠 해에 뱀이 득세하여 까치한테 해코지하믄 어쩌끄나하는 점인디유, 노파심이겄쥬.
첫댓글 구수한 충청사투리 희석하고 믹스해서
써주신 까치네부부 집장만에서 해피하게 생활하는
신접살림 이세까지 걱정해주시는 백면서생님의
넒고 푸근한마음이 그대로전해져 오는것갔아넘좋아요.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사투리가 익숙치 않아 꽤 여러번 정독을 하며 읽어 봤네요~
까치부부의 노력이 우리네 사람들과 어찌그리 닮았는지요?
가끔은 작가님 말씀대로"으뭉스런~~"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 인애가 식구들 중엔 없을거라 믿어요.
가정이 화목해야 까치부부처럼 든든한 집을 세워갈 수 있지 않을까요?
백면 선생님!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축복의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구수한 사투리에 웃다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