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1950년대 농촌소설의 위치와 ＜사상계＞의 농촌소설에 대한 인식

[고스트인더쉘]

* 이하 자료 출처:  기초학문자료센터
https://www.krm.or.kr/krmts/link.html?dbGubun=SD&m201_id=10057378&res=y

1950년대 농촌소설의 위치와 <사상계>의 농촌소설에 대한 인식
The position of the rural novels and the recognition of the rural novels in the 195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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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
연구과제번호	2014S1A5A2A01013217
선정년도	2014 년
연구기간	1 년 (2014년 05월 01일 ~ 2015년 04월 30일)
연구책임자	최애순  [ NRF 인문사회 연구책임 9회 수행 / 공동연구 2회 수행 / 학술논문 28편 게재 / 저역서 1권 저술 / 총 피인용 187회 ]
연구수행기관	계명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1953년 4월 장준하가 창간한《사상계》는 김성한, 장용학, 손창섭, 선우휘, 오상원 등의 신세대들이 끌고 나가던 종합교양지였다. 후세에《사상계》가 실존주의, 전후파, 전후작가들로 남은 것은, 이 잡지가 내세웠던 전략 때문이다. 그러나 1950년대《사상계》에 ‘전후파’라고 불리는 작가들만이 글을 실었던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인 염상섭을 비롯하여 이무영과 박영준, 1930년대 후반에 신세대의 기수였던 김이석, 최태응, 최인욱, 김송 등의 해방 이전 등단작가의 작품도 신세대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며 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실리던 작품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문학사에서 이무영과 박영준은 1930년대 농촌소설 작가로, 김이석, 최태응, 최인욱, 김송 등은 1930년대 토속성 작가로 남아 있으며, 이마저도 누락되어 있다. 이무영과 박영준은《사상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작가들이었다. 특히 이무영은 각종 좌담회나 동인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여 백철과 함께《사상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기성세대였다. 그렇다면, 그의 1950년대 작품들이 문단권력 때문에 문학사에서 남지 못했다고 보기도 어렵다.《사상계》에 실린 글이 그들의 특성을 대변할만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사상계》에서 이무영이나 박영준은 더 이상 농촌소설 작가가 아니다. 자신의 색깔을 내지 못하고 전혀 다른 방향의 소설을 창작한 이들 작품들은 결국 문학사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1950년대《사상계》에서 자신들의 본래 색깔인 농촌 배경의 소설을 쓰지 못하고 세태통속소설을 썼던 것일까.
  
  1950년대 신인들이 등장한 배경은 1935년을 전후로 하여 신인들이 등장한 배경과 흡사하다. 일간지의 신춘문예 당선제도, 동인지의 활동,《문장》지 등의 추천제도 등을 통해서 등장한 1935년 신인들은 김유정, 박영준, 김동리, 정비석, 최인욱 등이다. 백철은 여기에《단층》지 동인들까지 들어 기성세대와 대립하는 신인들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신인 작가들의 대표적인 특성을 ‘토속성 문학’이라 들고 있다. 지방성, 본토성을 배경으로 하고 등장한 신인들의 문학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는 백철은, 1950년대《사상계》에서는 자연주의적 경향의 소설이 극복해야 할 기성세대의 문학이라 비판하고 있다. 1930년대 후반에 토속성, 지방성 색깔의 작품을 썼던 최태응, 최인욱, 정비석, 김이석 등은 1950년대가 되면 더 이상 토속성, 향토성 색채가 들어간 작품을 쓰지 않는다. 등단작「월하취적도」가 김동리의 작품이라 오인받을 정도로 분위기가 흡사한 작품을 썼던 최인욱은 역사소설을 비롯한 대중소설을, 김동리와 등단동기인 정비석 역시『자유부인』을, 최태응은 신세대를 의식한 듯한『전후파』를 창작한다. 그러나 아무리 변모해도《사상계》비평담론에서 이들은 넘어서야 할 기성세대의 문학이었다.
  
  이들은 왜 1950년대 토속성 문학을 발표하지 않았을까. 1930년대 지방성, 토속성 색깔이 짙었던 농촌소설 작가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계속 창작되었다면 그들의 작품이 다른 작가들에 비해 수준이 떨어져서 문학사에서 남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당시 비평의 기준과 창작 성향이 맞지 않았던 것일까. 1950년대 농민소설, 농촌(지방)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아예 창작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무영은 1950년대에도《사상계》에서「맥령」,「두더지」등의 농민소설을 쓰고 있지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유권이나 오영수 같은 토속 작가가 있었지만 동인문학상에서 매번 배제된다. 그렇게 본다면, 1950년대《사상계》에서 의도적으로 농촌 배경의 소설들을 배척했다는 데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농촌소설은 1950년대《사상계》담론의 장에서 현실의 결여, 현실도피, 혹은 낭만주의적 설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사상계》에서 ‘농촌’은 농촌 그 자체가 아니라 도시와 대립되는 기성세대의 공간이었고, 끊어야 할 전통이었다.
  1950년대가 요구했던 것은 현실을 반영한 사실주의였고, 기성세대의 낭만주의적 경향은 극복해야 할 풍조였다. 사실주의의 일환으로서의 ‘현실’은 실존에 대한 고민을 담은 ‘전후의 현실’이어야 했고, 전후현실에서 ‘농촌’이란 현실을 도피한 낭만적 공간일 뿐이었다. 그런《사상계》의 전후 담론의 장에서 농촌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창작한다는 것이 가능했던 것일까.
  

• 기대효과
• 1. 농촌소설은 해방기에는 담론의 장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되었고 리얼리즘 소설로 인식되었던 데 반해, 1950년대에는 문학사에서 누락되어 있다. 그러나 1970년대 민중소설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는 1950년대 누락된 농촌소설에 대한 복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1950년대 농촌소설이 왜 문학사에서 살아남지 못했으며, 1950년대 농촌소설은 문단의 대립구도라는 시대적 자장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가를 살피는 본 연구는 농촌소설이 단순히 농촌소설 이상을 넘어서서 당대의 지형도를 함께 그리는데 효과적이라 기대한다.
  
  2. 도시의 지식인의 실존에 대한 고민이 1950년대 문학의 대표라고 알고 있었던 대중들에게 1950년대의 다른 한 측면을 보여주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누락된 문학사의 다른 측면의 복원 작업은 혼란스러웠던 1950년대 문학사를 새롭게 기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950년대는 세태통속소설과 본격소설, 현대문학과 사상계,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근대와 전통, 좌익과 우익의 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담론들이 서로 대치되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었으며, 문단 내에서의 주도권 싸움도 극렬했던 때였다. 이렇게 극렬하게 대치되던 시기를 문학사에서는 어느 한 부분만을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금까지 문학사에서 소홀하게 다루었던 1950년대의 다른 한 측면을 들여다보는 데 효과적이다.
  
  3. 1930년대 토속성 문학의 계보를 밝히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1950년대 토속성 문학은 비판받고 있지만, 1930년대부터 창작되었던 이 계열의 대표작가는 누가 있으며, 그 작가의 뒤를 잇는 작가 혹은 비숫한 경향을 가진 작가를 찾아내어서 토속성 문학의 계보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4. 1950년대는 종로나 명동을 중심으로 한 도시문화가 점철되었던 시기이다. 소설에서 온통 미용실이나 양장점 등 최첨단 미문화의 소비를 그리고 있었던 반면 이 모든 문화로부터 소외된 '농촌'은 담론의 장에 부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농촌 인구는 전체의 65%를 육박하여 절반이 넘었다. 절반이 넘는 이 인구는 농촌에서 어떻게 살았으며, 1950년대 농촌의 모습은 어떠했을까를 들여다보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것은 새로운 하위문화의 발달, 혹은 새로운 지역학의 발달을 가져올 수 있다.

• 연구요약
• 이무영과 박영준은 문학사에서 1930년대 농촌소설 작가로 기술되고 있다. 1930년대 농촌소설을 썼던 이무영과 박영준은 1950년대《사상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성세대작가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1950년대 창작했던 소설들은 문학사에서 왜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농촌소설을 썼던 이무영과 박영준이 1950년대로 오면 더 이상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1955년 1월 까뮈의「시지프의 신화」와 김성한의「제우스의 자살」로 ‘실존주의’를 전면에 내건《사상계》에서 이무영과 박영준은 더 이상 예전에 쓰던 작품과 같은 ‘농촌’ 배경의 소설을 쓸 수가 없었다. 이무영과 박영준은 김동리가 주축이 된《현대문학》쪽이 아니라,《자유문학》과《사상계》에서 활동하는 자유문협 작가였다. 그런 면에서 신세대에게 김동리와 상반되는 길을 걷는 기성세대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와 반면, 이무영은 기성세대에게는 여전히 농민작가로 인식되었고, 농민소설을 더 이상 쓰지 않는 지금 상태는 퇴색한 것이라 비판받았다. 이무영이 손우성이나 오상원에게 높이 평가되는 반면, 같은 기성세대인 김동리에게는 공식에 맞추어서 소설을 쓴다고 신랄하게 비판받고 있었다.
  
  비판받는 박영준을 손우성이 옹호했던 것은 박영준이 김동리가 속한《현대문학》동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현대문학》에 맞서야 했던《사상계》는 기성세대와의 대끊기에 들어갔고, 기성세대를 넘어서는 ‘신세대적인 것’을 구축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것은 김동리와의 투쟁이었고, 그 투쟁의 결과 1950년대 문학사에 ‘전후파’, ‘전후소설’, ‘실존주의’, ‘휴머니즘’이 살아남게 된다.《현대문학》등단 신인들은 문학사에서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 결국 문학사에서 1950년대《현대문학》과《사상계》의 대결은《사상계》편으로 기울었고 1950년대는 ‘전후문학’, ‘전후파’ 작가를 남겼고, 전후문학, 전후파 작가라 할 때 소재는 ‘실존주의’로 점철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손우성은「장유유서」라는 수필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노인은 일을 젊은이에게 맡기고 자신은 은퇴하여 세인의 존경을 받기만으로 만족한다.(……) 범절과 일은 별개라는 관념을 확고히 세우고 나서 우리 겨레의 미풍인 장유유서의 전통을 길이 보존하고 싶다.”라며 이제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에게 양보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미풍양속인 장유유서에 빗대어 역설하고 있다. 이무영과 박영준은 1950년대 신세대들이 김동리와의 싸움에서 《현대문학》이 아닌《자유문학》(자유문협)작가였던 셈이다. 그들이 농촌경향의 작가이건 자연주의 계열의 작가이건 하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농촌’ 배경보다 도시 배경의 세태풍속소설을 창작한 것은 ‘농촌’이《현대문학》에서 내세우는 김동리의 토속성 문학, ‘순수문학’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기성세대의 대표격인 김동리『사반의 십자가』와 황순원의『카인의 후예』에 대해 손우성과 이어령은 샤머니즘, 토속문학, 농촌 배경 소재에 대해 현실의 결여, 사상의 결여라 비판한다. 손우성이 시종일관 김동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이무영과 박영준의 소설을 옹호했다면, 이어령은 염상섭에 이어 황순원의『카인의 후예』에 이르기까지 기성세대 전반의 문학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어령은 ‘기성세대의 문학=토속문학=농촌소설’을 마치 공식처럼 내세우며 몰아세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어령이 비판하는 것은 비단 황순원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토속문학이라 칭하던 식민지시기 등단한 기성세대 전반을 비판하고 있으며, 카인이 아니라 샤먼을 그리고 있다고 말하는 어조에는 ‘샤머니즘’이라 규정되는 김동리까지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어령의 농촌소설에 대한 혐오는 일종의 기성세대 문학에 대한 반항이었다. 그리고 그 기성세대의 중심에는《사상계》의 문인들이 아닌,《현대문학》의 김동리와 황순원이 있었다.
  
  이무영이나 박영준이 1950년대 도시의 중산층을 배경으로 하는 통속소설을 창작하게 된 것이나, 30년대 후반에 등단했던 향토성 작가들이 대중작가의 길을 걸어가게 된 것이나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1950년대《현대문학》의 위세에 대응할 수 있으려면, 그쪽에서 내거는 소위 ‘순수문학’과 반대의 입장을 취해야 했다. 김동리가 내세우는 ‘순수문학’은 이데올로기로 점철되지 않은 오영수, 오유권과 같은 작가들이 그리는 문학 본연의 순수한 서정의 세계, 김동리가 그리는 토속적인 세계가 포함되어 있었다. ‘실존주의’는《사상계》가 내세운 일종의 생존전략이었다. 실존주의가 행동주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그런 연유에서이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이무영은 문학사에서 1930년대 농민소설 작가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1950년대 농민소설 작가로 평가받던 이무영은 애매한 입장에 처한다. 시대가 더 이상 농민소설이나 농촌 취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무영을 농민작가로 자리매김하는데 망설이게 하는 부분은 1950년대의 그의 행보 때문이다. 이무영의『농민』연작은 그의 1930년대 작품들에 비해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해방 이후 이무영의 농민소설은 정말 퇴보하고 낡은 것이었을까. 본 논문에서는 이무영의 농촌소설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다른 경향의 소설까지를 포함시키면서 그의 창작과정을 그대로 따라가기로 한다. 그러면서 당시 이무영의 창작에 가해졌던 비평 담론들을 짚어가 보기로 하겠다. 이무영의 창작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그의 창작 고민 과정이 치열하게 드러나는『사상계』에 실린 작품들을 중심으로 따라가 보기로 한다.『사상계』가 신세대가 주도한 잡지인 만큼 이무영의『사상계』내에서의 창작에 대한 갈등과 고민은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이무영은 1950년대 왜 농민소설을 지속적으로 쓰지 않고 여러 가지 행보를 걸어갔을까. 1930년대 등단해서 토속적인 작품 경향을 보였던 작가들은 1950년대 다른 길을 가거나 간혹 농촌 배경의 소설을 쓰는 경우가 있더라도 당대 비평에서 현실도피라든가 가벼운 주제라는 이유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런 연유로 1950년대 문학사에서 농촌소설은 호명되지 못했고, 농촌소설 작가들도 문학사에서 배제되거나 누락되었다. 본 논문은 이무영 자신의 창작에 대한 고민과 행보가 1950년대 문단의 대립구도와 신구세대의 갈등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판단한다. 이렇게 갈등과 고민을 반복하면서, 이무영이 끝까지 후세에 농민소설 작가로 남을 수 있었던 고된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문학사 기술은 작가 자신의 노력이나 고민보다 시대에 부응하는 것, 비평가가 담론으로 끌어올린 것을 부각시킨다. 1950년대 ‘농촌’ 취재의 소설은 비평가의 담론에서 낡은 것으로 치부되어 양각화되지 못했다. 그런 시대에 이무영이 농촌소설을 쓴다는 것, 그것도『사상계』에서 농촌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이무영과 박영준은 문학사에서 1930년대 농촌소설 작가로 기술되고 있다. 1930년대 농촌소설을 썼던 이무영과 박영준은 1950년대《사상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성세대작가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1950년대 창작했던 소설들은 문학사에서 왜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농촌소설을 썼던 이무영과 박영준이 1950년대로 오면 더 이상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1955년 1월 까뮈의「시지프의 신화」와 김성한의「제우스의 자살」로 ‘실존주의’를 전면에 내건《사상계》에서 이무영과 박영준은 더 이상 예전에 쓰던 작품과 같은 ‘농촌’ 배경의 소설을 쓸 수가 없었다. 이무영과 박영준은 김동리가 주축이 된《현대문학》쪽이 아니라,《자유문학》과《사상계》에서 활동하는 자유문협 작가였다. 그런 면에서 신세대에게 김동리와 상반되는 길을 걷는 기성세대로 인식되고 있었다. 손우성은 이무영과 박영준을 김동리와 다른 길을 걷는 기성세대 작가로 분류하고, 이무영과 박영준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고 김동리의 문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취한다. 김동리의『사반의 십자가』의 평에서도 수년 전 비평에서 김동리라는 작가가 그리 호감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을 상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이 작품 자체에 대한 비호감이라기보다 그가 대표적인 중견작가였으며 어딘지 권위적인 태도와 해방직후 날뛰던 좌익문학가들에 용감히 대항하여 ‘민족문학’을 지켜온 공로에 대한 사회의 존경을 강요하고 있는 태도를 가진 것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손우성,「오십년대문학의 총결산-하늘과 땅의 比重-사반의 십자가론」, 1960.2, 242면). 오상원은 이무영과 박영준을 높이 평가하고 김동리에게 대립각을 세운다. 신세대들에게 높이 평가받았던 이무영과 박영준의 작품은 동세대의 비평에서는 그들 작품이 퇴보했다고 비판받는다.(김동리,「1959년의 소설」,《사상계》, 1960.1)
  
  그와 반면, 이무영은 기성세대에게는 여전히 농민작가로 인식되었고, 농민소설을 더 이상 쓰지 않는 지금 상태는 퇴색한 것이라 비판받았다. 이무영이 손우성이나 오상원에게 높이 평가되는 반면 <사상계> 밖의 기성세대인 김동리에게는 공식에 맞추어서 소설을 쓴다고 신랄하게 비판받고 있었다.
  
  이무영은 기성세대로 자신의 위치를 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 자신의 대표작으로 선뜻 1930년대 농촌을 취재로 했던 <흙의 노예〉나 <제 1과 제 1장>을 내놓지 않는다. 그리고 젊은 사람과 다투어 자신의 신인 시대를 대표하고, ‘신인적’ 지위가 보장될 작품을 쓰려고 시도한다. 이무영에게도 당시 젊은 문인들의 새로운 경향은 고무적이었으며, 심지어 자신의 위치를 잡지 못할 만큼 위협적이기까지 했던 것으로 유추된다. 젊은 신인들에게 이무영의 농촌소설은 더 이상 아무런 패기나 지성도 제공해 주지 못하는 늙은 문학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상계』내에서 1950년대 농촌소설은 단지 농촌을 취재로 했다는 것만으로 신세대의 공격을 면하지 못했다. 따라서 낡은 문학이라고 몰아세운 이무영의 1950년대 농촌소설은 대체 왜 그렇다고 하는 것인지를 곰곰이 따져 보아야 한다. 오영수의 <메아리>에서처럼 산으로 은둔해서 산을 좋아하며 사는 것도 아니고, 오유권의 <월광>에서처럼 교교한 달빛 아래에서 며느리의 외도를 눈감아주는 넉넉한 시아버지를 그리는 것도 아니다. 농촌의 농지개혁이나 영농자금문제에서부터 툭하면 돈을 걷어가서 길을 새로 닦거나 하는 등의 부역에 동원하는 1950년대 농촌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의 소설에서 신세대가 농촌소설에 꼬리표처럼 붙이는 ‘현실도피’라는 비난은 억울하다. 이무영이 자유문협에서의 모든 이사직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 앉은 것은 이 무렵이었다. 김동리와 같은 기성세대에게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 농촌소설이라 하여 비판받는가 하면,『사상계』내의 신세대들에게서는 아예 공식에 지나지 않는 시골뜨기의 문학으로 낡은 기성세대의 문학으로 간주되어 버렸던 것이다. 어디에서도 설 자리가 없는 이무영이 계속해서 농촌소설을 쓸 수 있으려면 문단에서 멀어지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 영문
• Lee Moo-young is eval‎uated by the writer of rural novels of the 1930's in the history of literature. Lee Moo-young wrote many novels in the 1950's before dying. But Lee Moo-young's novels in the 1950's had not eval‎uated or had left out in the history of literature. Therefore, this paper is concentrated to Lee Moo-young's novels in the 1950's.
  
  Lee Moo-young intended to write rural novels in the 1950's, but the criticism of his rural novels in the 1950's was negative. Kim Dong-lee criticized formulas in Lee Moo-young's rural novels, because of the same character between The season of spring poverty and Mole. Otherwise, the new generation criticizer Lee Eu-lyung in Sasangge, criticized Lee Moo-young's rural novels by the old literature, because he had chosen the subject matter but the rural society not the urban society.
  
  Why had Lee Moo-young written the rural novels in the 1950's, in spite of the negative criticism? Was it possible to write the rural novels in Sasangge of the 1950's? Where was the position of Lee Moo-young's rural novels and how were rural novels recognizes in Sasangge of the 1950's.
  
  Key word: the rural novel, the 1950's, Lee Moo-young, Sasangge, the new generation, the old generation, Modern Literature, the old literature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이무영은 문학사에서 1930년대 농민소설 작가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1950년대 농민소설 작가로 평가받던 이무영은 애매한 입장에 처한다. 시대가 더 이상 농민소설이나 농촌 취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무영을 농민작가로 자리매김하는데 망설이게 하는 부분은 1950년대의 그의 행보 때문이다. 이무영의『농민』연작은 그의 1930년대 작품들에 비해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해방 이후 이무영의 농민소설은 정말 퇴보하고 낡은 것이었을까. 본 논문에서는 이무영의 농촌소설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다른 경향의 소설까지를 포함시키면서 그의 창작과정을 그대로 따라가기로 한다. 그러면서 당시 이무영의 창작에 가해졌던 비평 담론들을 짚어가 보기로 하겠다. 이무영의 창작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그의 창작 고민 과정이 치열하게 드러나는『사상계』에 실린 작품들을 중심으로 따라가 보기로 한다.『사상계』가 신세대가 주도한 잡지인 만큼 이무영의『사상계』내에서의 창작에 대한 갈등과 고민은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이무영은 1950년대 왜 농민소설을 지속적으로 쓰지 않고 여러 가지 행보를 걸어갔을까. 1930년대 등단해서 토속적인 작품 경향을 보였던 작가들은 1950년대 다른 길을 가거나 간혹 농촌 배경의 소설을 쓰는 경우가 있더라도 당대 비평에서 현실도피라든가 가벼운 주제라는 이유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런 연유로 1950년대 문학사에서 농촌소설은 호명되지 못했고, 농촌소설 작가들도 문학사에서 배제되거나 누락되었다. 본 논문은 이무영 자신의 창작에 대한 고민과 행보가 1950년대 문단의 대립구도와 신구세대의 갈등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판단한다. 이렇게 갈등과 고민을 반복하면서, 이무영이 끝까지 후세에 농민소설 작가로 남을 수 있었던 고된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문학사 기술은 작가 자신의 노력이나 고민보다 시대에 부응하는 것, 비평가가 담론으로 끌어올린 것을 부각시킨다. 1950년대 ‘농촌’ 취재의 소설은 비평가의 담론에서 낡은 것으로 치부되어 양각화되지 못했다. 그런 시대에 이무영이 농촌소설을 쓴다는 것, 그것도『사상계』에서 농촌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를 짚어보고자 한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1. 1950년대 문학사 기술의 확장: 1950년대 문학사는 손창섭, 장용학, 선우휘, 오상원으로 대표되는 전후 실존주의 문학으로 점철되었다. 그런 면에서 ‘농촌소설’이라는 조명받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연구는 1950년대 문학사 기술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 새로운 연구방법의 제시: 지금까지 1950년대 농촌소설은 텍스트 자체에 주목하여,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 하여 현실도피의 문학으로 비판받아서 문학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텍스트 바깥의 사회ㆍ문화사적인 맥락, 1950년대 당대의 문단의 대립구도와 <현대문학>과 <사상계>잡지로 나뉘어지는 신구의 갈등 양상을 살피는 연구방법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1950년대 농촌소설의 위치를 가늠하게 해준다.
  
  3. 문단의 대립 구도나 잡지들 간의 갈등을 살피는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사상계>와 <현대문학>의 대립은 주로 김동리와 신세대간의 싸움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농촌소설’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분야로 당시 담론의 뜨거운 논쟁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도시 지식인 잡지를 내세운 <사상계>와 순수문학을 택한 <현대문학>간의 실질적인 대립 관계이다. <사상계> 혹은 <현대문학>만의 어느 한 잡지에 주목하기보다 ‘1950년대 농촌소설’은 이 두 잡지에서의 긴장관계를 드러내는 담론의 핵심이었다고 볼 수 있다.
  

• 색인어
• 1950년대, 농촌소설, 이무영, 신세대, 구세대, 사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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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성과물 목록

1. 논문

1950년대 <사상계>의 농촌소설에 대한 인식과 이무영의 농촌소설 쓰기 한국현대소설학회 | 현대소설연구 pp.425~461 현대소설(국문학) 출처연구과제 : 1950년대 농촌소설의 위치와 <사상계>의 농촌소설에 대한 인식

2. 보고서

(결과보고)1950년대 농촌소설의 위치와 <사상계>의 농촌소설에 대한 인식 최애순 | 2015-10-30 | 문학비평(국문학) 출처연구과제 : 1950년대 농촌소설의 위치와 <사상계>의 농촌소설에 대한 인식 PDF(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