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지 않은 날엔 도서관에 갑니다.
오늘은 서울대 종양학과 전문의인 김범석교수의 죽음 직전의 삶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젊은 시절이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마치 종점을 향한 준비된 가이드를 발견한 듯 공감했습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도 태연자약 손주를 기르며
일상의 행복에 감사하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존경스러웠습니다.
느닷없이 찾아온 죽음앞에서도 의연하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본인의 몫을 다하는 것은 어려울텐데 부러웠습니다.
무리해가며 끝까지 항암치료를 해야한다는 의사의 견해와
적당한 선에서 순리대로 살다가 체념하고 순응하겠다는 이견은 상충되고,
스스로 생각하는 기대수명을 정확히 알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과
오히려 그것이 고통이 되어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 역시 정답은 모호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현실을 받아 들일 때 남은 삶에 변화가 오고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정신적으로 성숙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에는 공감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견딜 수 있는 힘은 가족간의 사랑이며 저 세상에서도 재회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슬픔을 극복해야 한다는 견해에도 공감했습니다.
중증의 암에서 탈출하여 다시 완전한 쾌유를 누리는 것은
투병중인 환자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인드와 神의 영역이라 합니다.
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나을거야"가 아닌 <조건없는 순수한 긍정>이라야 한답니다.
그런데 평범한 우리가 그렇게 위인적인 수준이 되기란 쉽지 않을 듯합니다.
현재 아프지 않고 가족간에 큰 문제가 없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인데
대부분은 그걸 모르거나 알아도 언젠가는 깨질 순간을 미리 예측하고 벌써 부터 근심걱정이랍니다.
늘 죽음을 생각하되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삶의 순간마다 필요한 것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불필요한 것을 정리해가며 남은 삶이 단 6개월이라 생각하고 정리해가라는 언급에도 공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