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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하는 산행 이야기
봄을 준비하는 수리산 종주 산행기
(오늘 수리산 종주 산행 경로와 도착 시간)
매월 첫 주 일요일은 수리산에 가는 날이다. 원래 계획은 태양산 진달래를 보러가려 했으나 진달래가 아직인지라 수리산 종주를 하기로 하였다. 오늘은 4월 3일. 해방 후 제주에서 4.3 사태가 난 날이다. 죄 없이 죽어간 그 날의 수많은 생명들을 생각하면 도대체 사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아직도 우리 민족은 분단되어 있으니 남과 북이 하나의 마음으로 한 겨레의 넓은 품으로 평화 통일이 될 그날을 기다려본다.
10시에 창박골 예비군 훈련장 입구 큰마당 식당에서 집결한다. 이곳이 창암길(창박골-수암봉)의 시작점이다. 지도상에는 등산로 입구가 잘 표시되어 있지 않으나 우리 수사사(수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는 처음부터 이곳을 수리산 종주의 시작점으로 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막걸리 두병과 아내에게 줄 아사히 맥주를 한 캔 넣었다. 비싼 수입품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아내가 워낙 아사히 맥주를 좋아하니 이 정도 호사는 부려볼만한 것이 아닐까? 집결장소에 올라가니 우리 부부까지 모두 10명이 모였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창암길의 시작점은 창박골 예비군 훈련장으로 올라가는 길 왼쪽에 있다. 현지암 푯말을 보고 길을 잡으면 된다. 길로 접어들자마자 오른편에 현지암이 있다. 바위 아래 예쁘게 줄지어 있는 작은 부처상들과 작은 분수대가 정겹다. 창암약수터를 향해 조금 더 올라가자 조그맣게 꽹과리 소리가 들린다.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니 큰 바위아래 상을 차려놓고 치성을 드리는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무슨 소망이 있을까? 인생이 잘 안 풀리는 걸까? 저렇게 하면 효과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약수터로 올라갔다.
(현지암 - 부처들이 참 정겹다)
(창암약수터 올라가는 옆 바위 아래에서 치성을 드리고 있다)
약수터에 도착하니 ‘샘물지정취소’푯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수리산의 대부분의 약수터는 이미 못 먹는 물이 되었거나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수리산은 다른 산과는 달리 안양, 산본, 안산 수암 등 도심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길과 등산로가 너무 많아 수리산 곳곳에 사람 발 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 거기에 수리봉과 슬기봉에는 공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고, 창박골에는 예비군 훈련장, 수리산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외곽순환도로 수리터널과 수암터널의 소음까지, 이 산이 도립공원이라는 것이 참으로 이상할 정도이다. 도립공원이라면 좀 보호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인 한 분이 샘물지정이 취소된 창암약수터에서 졸졸 나오는 물을 받고 있다. 물을 먹을 생각은 없었고 물이 얼마나 나오나 보고 싶어 약수터로 접근을 했는데 물을 아주머니가 받아 놓은 물을 바가지에 담아 주신다. 안 먹을 수도 없고 그냥 마셨다. 약수터에서 잠시 쉬고 다시 길을 나선다.
(창암약수터 - 샘터 지정 취소 안내가 안스럽다)
약수터를 벗어나면 바로 <자성로(自省路)>라는 표지석이 나오는데 여기가 문둥바위에서 올라오는 길과의 교차로이다. 여기서 왼쪽길인 문둥바위길로 20~30M만 내려가면 큰 바위가 나오는데 얼마 전 이 바위의 이름을 <초원 바위>라 명명하였다. 지도에는 그냥 ’바위‘로만 표시되어 있지만 이름을 붙여 놓으니 참 그럴 듯하다. <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비로소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가 어떤 곳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사랑의 표현이다. 나는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기(氣)로 연결되어 있고 내가 그들 하나하나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들 또한 나를 사랑하게 되리라. 그래서 되도록 이름이 없는 수리산의 많은 지명에 이름을 붙이고자 하였다. <자성로> 표지가 있는 곳으로 직진을 하면 병목안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이고 여기서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수암봉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로 오르막이 한동안 계속되고 3~4분 올라가면 조그마한 봉우리 하나가 나온다. 지도상으로는 315고지인 이 봉우리의 이름은 <아름봉>이다. 우리 수사사 아름들꽃의 이름을 빌린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아름이는 힘들다고 이 봉우리에 오르지 않고 지나쳐 간다. 아름봉에서 좀 더 오르면 다시 두갈래 길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 길은 병목안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해서 다시 오르면 또 두 갈래 길과 만난다. 지도에는 이 갈래길이 표지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왼쪽의 완만한 길은 질러가는 길이고, 오른쪽 오르막은 335고지로 가는 길이다. 수사사는 이 고지를 356고지라 부르고 수리산 6봉으로 끼워 넣었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억지로 6봉이라 우길 것이 아니라 <아름봉>처럼 수사사의 예쁜 닉네임을 하나 빌려 봉우리 이름을 붙여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335고지의 오른쪽 편은 예비군 훈련장이라 막혀있다. 여기서부터 수리산 주능선이 시작된다.
(창암약수터를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이다 - 오르막의 힘듬이 잘 드러나 있다)
조금 더 진행하니 길 가에 생강나무 한그루가 봄을 뽐내고 있다. 다른 나무들은 아직 아무런 징조도 없는데 이 생강나무만 노랗게 봄을 알리고 있어 너무 예쁜 나머지 함께 사진도 찍고 사랑한다고 잘 자라라고 사랑고백도 하였다. 조금 더 진행하니 안산 수암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과 만나고 여기에는 막걸리를 파는 자판이 여러 곳 있다. 배낭에 막걸리가 있지만 여기 옥수수 막걸리가 먹고 싶어 뒤로 쳐진 요한님과 아내도 한잔 사주고 나도 한 모금 마셨다. 옥수수 막걸리는 한두 잔은 달짝지근하니 먹을 만한데 많이 마시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이곳에서 조금 더 진행하여 둔덕 하나를 오르면 <소나무 쉼터>이다. 옥수수 막걸리를 한잔 하느라 조금 늦게 올랐더니 일행들이 의자 하나를 잡고 간식과 술을 펼쳐놓았다. 이 소나무 쉼터에는 원래 명물 소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밑동에서 세 갈래로 뻗어 올라 한 사람 정도 앉을 수 있었는데 거기에 앉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설화가 있던 소나무이다. 수사사 초대 회장이었던 임부성씨가 지어낸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작년 여름 안산 벌목하는 놈(여기서는 놈이라는 표현이 맞다)들이 세 갈래 중에 한 갈래를 싹둑 잘라버렸다. 그 당시 그 잘린 소나무를 보고 ‘미친 놈’들이라고 마구 욕을 했었는데 그나마 곤파스 태풍이 왔을 때 이 소나무가 통째로 뿌리 채 뽑혀버렸다. 이 소나무 쉼터에 무슨 짓을 하려는지 간벌을 너무 많이 해서 휑하니 하늘이 다 드러나고 흉물스럽다. 아마도 2~3년은 지나야 이곳이 치유될 것 같다.
(나 홀로 봄을 뽑내는 생강나무와 한 컷)
이제 수암봉이 코앞이다. 수암봉쪽으로 진행하다보면 멋진 전망바위를 하나 만나는데 이 바위의 이름은 <지강 바위>이다. 물론 수사사의 <지강>이 이름을 빌려온 것이다. 그런데 정작 지강은 이 바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한다. 이곳에서는 외곽순환도로와 목감, 물왕저수지 그리고 멀리 송도와 서해바다가 제법 잘 보인다. 물론 송도와 서해를 보려면 날씨가 좋아야 한다. 지강바위를 지나 2~3분 정도 더 오르면 드디어 수암봉에 오르게 된다. 수암봉은 안산과 안양의 경계인데 안산의 입장에서는 안산 땅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다. 정상석이나 안내도 등에서 안산시가 이곳에 드리는 정성을 알 수 있다. 수암봉 옆에는 전망대를 만들어 안산시를 내려다보게 하였다. 수암봉은 수인산업도로에서 보면 마치 사람의 얼굴에 매부리코를 닮은 형상으로 우뚝 솟아 있다. 그 이름만큼이나 멋진 바위 봉우리이다. 또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아주 그만이고 여름날에는 전망대에 텐트를 치고 하루 야영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
(수암봉에서 한 컷 - 뒤로 수암봉 전망대가 보인다)
수암봉에서 증명사진을 몇 장 찍고 헬기장으로 내려갔다. 헬기장에서는 여러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종주능선 오른쪽은 안산 수암, 왼쪽은 태양산 가는길과 새미골로 가는 길은 만날 수 있다. 새미골은 장승들이 많고 반딧불이 계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도에는 안산내미골로 표시되어 있다. 태양산은 말굽형 수리산 주 능선 한 가운데에 볼록 솟은 산인데 수사사도 몇 달 전에 처음 올라가보았다. 태양산은 온통 진달래 밭이다. 그래서 진달래 필 때는 꼭 한번 들러야 할 곳이기도 하다. 종주길로 직진을 하면 수리산의 흉물중에 하나인 철책과 만난다. 철책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철책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너구리산을 거쳐 안산일동으로 떨어지고, 너구리산 전에 왼쪽으로 하산하면 수리사와 만난다. 이 능선을 따라 반월호수를 조망하면 걷는 것도 일품이다. 다만 지루할 정도로 길이 길다. 철책이 있는 이유는 이곳이 불발탄을 처리하였던 곳이라 안전사고 때문이다. 625때에는 이곳에 중공군 사단병력이 주둔하였던 곳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언제까지나 이렇게 흉물스럽게 철책으로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대적으로 폭발물제거를 한 후 철책을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헬기장에서 수암봉을 배경으로 - 함께 산행한 아름들꽃과 함께)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보면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 갈림길이 나온다. 계단으로 진행하면 둥근 통신탑이 있는 수리봉 아래로 연결되고, 왼쪽 길로 접어들면 지름길이다. 이 두길은 공군부대 임도 정자에서 만난다. 임도 정자 근처에는 제법 큰 공터가 있고 보통 이곳이나 조금 아래 화생방 교육장 옆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오늘은 종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진행해서 <수리산데크>를 지나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임도를 내려가면 병목안길 끝인 제 2만남의 광장과 만난다. 이 임도길도 전나무와 잣나무들이 쭉쭉 뻗어있고 제법 운치가 있고 근사하다. 종주길은 임도에서 공군부대 정문근처까지 올라가 정문 앞에서 왼쪽길을 택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슬기봉 바로 아래 설치된 <수리산 데크>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슬기봉과 수리봉은 공군부대가 점령(?)하고 있어 올라갈 수가 없다. 원래는 수리봉이 더 높았다고 하는데 625때 폭격을 맞고, 통신탑도 짓고 하는 바람에 슬기봉 보다 더 낮아졌다고 하는데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지도를 봐도 슬기봉은 469고지로 잘 표현되어 있는데 수리봉은 표시에도 없다. 중요 군사시설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공군부대 임도길의 정자)
(공군부대로 올라오는 임도길과 주변 모습)
몇 년 전에 만들어진 수리산데크는 공군부대로 인해 수리봉과 슬기봉을 우회하던 위험한 길을 연결해 주었다. 나도 이 데크가 생기기 전에 이곳을 산행하다 굴러서 죽을 뻔 한적이 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름답게 놓여 진 나무 데크를 산책하는 수준이다. 데크 자체도 참 아름답지만 이곳에서 보는 수리산 등골능선을 짜장 수리산 최고의 일경이다. 4월초라 녹음도 꽃도 없지만 멋지게 뻗은 등골모양의 골짜기와 잣나무 숲의 푸르름이 이곳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고 데크를 벗어나니 먼저 도착한 분들이 길 옆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펼치고 있었다.
(수리산 데크에서)
나보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말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등산 중에 산에서 먹는 식사라고 할 것이다. 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말하라면 또한 산에서 마시는 막걸리라고 말할 것이다. 각자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꺼내니 진수성찬이다. 특히 봄나물들을 많이 가져오셨다. 막걸리와 소주도 나누면서 즐겁게 식사를 마쳤는데 강대빵님께서 산본쪽에서 올라오고 계신다는 전화가 왔다. 조금 기다리니 아침 볼일을 보고 오신 강대빵님의 얼굴이 보인다. 우리를 만나기 위해 조금 빨리 오신 탓인지 얼굴이 땀으로 붉게 물들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능선길을 걷는다.
(능선에서 바라본 병목안 골짜기 - 외관순환도로가 보이고 아직 녹음이 없어 휑하다)
식사 장소에서 1분정도 오르니 <외로운 소나무>와 <자살바위>가 있는 작은 봉우리이다. 군포시에서는 이곳을 슬기봉이라고 버젓이 잘못된 표지를 붙여놓았다. 이 곳에서는 그동안 사진을 많이 찍어서 모두들 그냥 가려하는데 요한님은 한 장 찍고 가자하신다. 요한님만 자살바위에 올라 멋지게 한 컷 찍으셨다. 이곳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밧줄바위>가 나온다. 그리 위험하지는 않지만 몇 개의 바위가 길게 늘어서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 밧줄이 묶여있어 밧줄바위라 했는데 지금은 밧줄은 없다. 대신 위회로가 생겼는데 아내는 힘들다고 우회로로 가자한다. 밧줄바위를 우회하니 이번에는 수리산의 명물 <칼바위>가 막아선다. 바위 모양이 그렇게 칼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나름 뾰족하기는 하다. 이 칼바위도 우회로가 있는데 왼쪽길은 조금 험하고, 오른쪽길은 완만하다. 오늘은 우회하느라 오르지 않았지만 밧줄바위와 칼바위 사이에 멋진 전망바위가 있는데 포토라인으로 유명하고 이곳에서 병목안 계곡을 보는 것도 일품이다. 칼바위를 우회하여 조금 더 진행하니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삼림욕장길과 병목안으로 오른쪽길은 산본으로 내려가는 고개이다. 이 고개를 수사사에서는 <송충넘이>라 한다. 조선시대 때 산본 쪽에 왕족이 살고 있었는데 병목안쪽에 사는 송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매일 이 고개를 넘어 문안인사를 하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송씨는 충신이 아니라 간신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외로운 소나무 자살 바위에 서신 요한님 - 산본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리산 칼바위)
송충넘이를 지나면 완만하게 오르막 능선이 연속된다. 오른쪽으로는 산본과 군포 의왕 시내와 청계산, 관악산, 모락산, 백운산, 광교산이 펼쳐져있고, 왼쪽으로는 수암봉과 병목안 계곡 그 사이로 외곽순환도로가 조망되는 능선이다.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두 번째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내려가면 삼림욕장길의 태양약수터 자리와 더 내려가면 안양8경중에 하나인 수리산 최경환성지를 내려가게 된다. 이 곳 갈림부터 병풍바위까지는 수리산 최고의 깔딱오르막이다. 날씨도 덥지 않고 즐겁고 가볍게 천천히 오르막을 즐기며 올라가는데 병풍바위를 거의 다 오니 아내인 ‘가을 햇살’을 찾는 소리가 앞에서 들려온다. 가보니 여인 한 분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 밥을 먹고 얼마 안 있다 쓰러졌다한다. 119를 불렀다는데 여기까지 오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내가 돌팔이 의술로 손가락도 따 주고, 손과 발을 한참을 맛사지 해주니 제법 핏기가 돌아왔다. 아내의 말로는 급체 같다고 한다. 산행 중에 체하면 정말 힘이 하나도 없고 주저앉을 것 같다. 나도 몇 년전에 노추산에서 체해서 너무 힘들게 산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119가 거의 다 왔다는 전화를 받고 우리는 일행이 기다릴 것을 염려하여 서둘러 자리를 떴다.
(병풍바위 근처의 멋진 소나무 - 바위를 뚫고 살고 있다)
병풍바위를 우회하는데 119대원 2명과 지휘자 한명이 오고 있다. 환자의 자세한 위치를 알려주고 수리산 최고봉인 태을봉에 오르니 모두 간식 시간을 즐기면서 곤줄박이, 박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놀이를 하고 있다. 이 작은 새들은 이제 어쩌면 등산객들이 먹이를 주지 않으면 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겁도 없고 쉼 없이 사람 손에 놓여 진 먹이를 낚아채간다. 온누리 총무님이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손안에 들어온 곤줄박이를 잡았다 놓아 준다. 그 다음부터는 마치 게임을 하듯 손바닥의 땅콩을 두고 곤줄박이와 총무님의 먹이 탈취와 새잡기 게임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한동안 시소를 하다 곤줄박이가 총무님의 손을 피해 멋지게 땅콩을 낚아채는데 성공하였다. 이렇게 한 동안 웃고 즐기다 태을봉 정상석을 기준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관모봉으로 향한다.
(태을봉에서 정상 사진 한컷)
(총무님 손에 잡힌 곤줄박이)
관모봉까지는 800미터 태을봉을 내려가는 길을 제외하면 완만하다. 요한님께서 여기는 수리산 정글이라 하신다. 여름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빽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곤파스로 많은 나무들이 뿌리 채 뽑혀나가 여기도 휑하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노랑바위를 통해 산본으로, 왼쪽은 팔팔약수와 병탑을 통해 병목안 시민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어영부영 관모봉에 도착하니 태극기가 멋지게 펄럭인다. 관모봉에서 산본과 안양시내를 조망하고 우리집 위치도 함께 온 분에게 알려주고, 사진도 함께 찍고 하는데 헬기가 태을봉 쪽에서 멈춰있다. 아마 아까 쓰러졌던 여인을 헬기로 후송하는 것이리라. 산본에 사시면서 수사사에 얼마 전 가입하신 소옥영님과 강대빵님 한경섭님은 여기서 항상 산본으로 내려가셨다 한다. 오늘은 서비스맨님 생일 뒷풀이도 있고하니 안양쪽으로 내려가자 해서 함께 내려가기로 하였다. 조금 내려가니 역시 내가 붙여준 전망바위인 <반평바위>가 나온다. 반평바위는 바위가 작아 한 평도 안 되는 반 평이라 해서 붙여준 이름이다. 예전에 아내와 둘이 수리산에 올 때 여기 앉아서 막걸리와 간식을 먹었던 곳이다. 백영 계곡의 멋진 모습을 내려다보면 막걸리 한 잔하면 세상이 다 즐거운 곳이다. 등산로 옆을 살짝 돌아가야 이곳을 볼 수 있기에 일부러 들러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관모봉에 선 수사사)
내려가는 길에는 아기자기 예쁜 바위들이 많다. 산을 잘 타는 소옥영님과 친구들은 재미있다고 바위에서 사진도 찍고 바위를 넘어 진행한다. 한참을 내려가면 백구계단과 쉼터가 나오고 여기부터는 소나무 숲의 연속이다. 리기타 소나무들이 대부분이어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사이사이로 조선 소나무들도 보인다. 바람이 한 점 불어오니 소나무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아내는 소나무 향을 좋아하는데 향이 느껴지자 너무 신나한다. 얼마전 개보수한 예쁜 정자인 <수리정> 전에 직진을 하면 충혼탑이 나오는 길이고 우리는 뒷풀이 장소인 안양 5동으로 가기 위해 왼쪽길로 접어들어 안양대학교 뒷길을 통해 성원상떼빌 아파트 후문으로 들어섰다. 아파트를 가로질러 안양5동 생고기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시간은 4시 25분이었다. 산행시간 6시간 10분. 점심시간과 간식시간 2번이 제법 길었으니 실제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하산길 멋짓 바위를 배경으로)
(소나무 숲에 바람이 불면 소나무 향이 마음과 머리를
씻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산길에 한길님을 만나 한 컷 - 한길님은 수사사 고문이셨는데 건강이 안좋아지셔서 1년전부터 산에 안오신다. 요즘 건강이 조금 회복되셔서 오늘 산책삼아 수리산에 오셨다 한다)
다른 분들은 먼저 들어가게 하고 아내와 나는 서비스맨 생일축하를 위해 저잣거리 위 뚜레쥬르에서 작지만 앙증맞은 하트 모양의 딸기 케이크를 사서 고기집 오니 오늘 산행을 못하신 산적대장과 회장님 내외 그리고 수사사의 원년 멤버이신 부어기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일이 있어 태을봉에서 하산하신 파랑새님을 제외하고 산행을 한 10명과 먼저 기다리셨던 4분 그리고 총무님의 아내인 해해님과 아킬레스 대장이 함께하여 16명이 신나고 즐거운 생일 축하 파티와 뒷풀이를 하였다.
(준비한 서비스맨 생일 축하 케이크)
(뒷풀이 고기판에 올려진 음식들 - 오리, 삼겹살, 버섯과 김치, 양파)
4월 초 수리산은 눈도 없고, 꽃은 피지 않아 참 볼거리는 없었지만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 산행하기는 좋았다. 오랜만에 수사사에서 수리산 종주를 하니 몸도 마음도 뿌듯하다. 다음번 오월 첫주 수리산 산행은 진달래가 만발할 태양산을 중심으로 산행을 할 계획이다. 도심속의 보석 수리산은 오늘도 나와 아내, 함께 산행한 수사사 식구들과 그리고 오늘 수리산을 찾은 많은 시민들에게 행복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2011년 4월 3일 수리산 산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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