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에시스, 2010.8.29>
도덕 개념의 기원 (도덕의 계보- ‘좋음․나쁨’, ‘선․악’개념의 기원)
박인정
니체철학에 있어 모든 가치 척도는 인간 삶이다. 인간 삶은 욕구와 욕망을 추구하는 자연적이고 현실적인 삶이다. 이러한 인간 삶은 도덕을 근거로 평가된다. 인간 삶에 대한 가치는 그 삶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에 따라 평가된다. 도덕을 근거로 평가되는 삶은 인간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도덕이 인간 삶과 상관없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도덕이 인간 삶에 우선한다는 것은 도덕이 절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도덕은 그 자체로 절대적 가치를 가짐으로써 인간 삶을 억압하고 부정하는 근거가 된다. 니체는 이러한 도덕이 절대적 가치를 가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니체에게 있어 인간 삶은 모든 가치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니체는 인간 삶을 약화시키는 것은 모두 부정되어야한다고 본다. <도덕의 계보Genealogie der Moral>는 그의 이러한 생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Genealogie der Moral> 속에서 도덕 개념들의 기원을 밝힌다. 그는 '선', '악','죄','양심의 가책','금욕주의'와 같은 도덕 개념들이 어디에서 발생하였는지를 밝힌다. 니체는 이러한 도덕개념들의 발생근거를 밝히는 것을 통하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도덕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한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속에서 ‘좋음’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여기서 니체는 영국 심리학자들이 ‘좋음’의 기원을 “공리”, “망각”,“습관”,“오류”를 근거로 설명하는 것에 비판한다. 니체는 영국 심리학자들이 ‘좋음’의 기원을 설명할 때 비이기적 행위 즉 공리를 전제로 출발하여 설명하는데 비판하며 이러한 ‘좋음’의 개념이 망각에 의해서 현재의 도덕 개념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는 것에 비판한다. 전자는 도덕 개념에 대한 역사의식의 결여에 대한 비판이며 후자는 망각이라는 허구성의 개념으로 도덕 개념을 설명하는데 대한 비판이다. 니체는 이러한 심리학자들과는 달리 계보학적 방법을 통하여 도덕 개념들의 기원을 설명한다. 도덕 개념의 계보학적 방법은 어떤 도덕 개념에 대하여 그 발생 근거를 언어적, 정치적, 심리적, 문화적인 실증자료를 통하여 밝혀내는 것을 말한다.
니체는 도덕 개념들이 보편적 절대개념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이러한 도덕 개념들은 역사성과 특수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는 도덕 개념들이 어떤 특정한 역사적 단계에서 특정한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진 보편적이지 않은 특수한 개념들이라고 말한다. 니체가 보기에 ‘좋음의 도덕 개념은 어떤 특정한 역사 단계에서 어떤 특정 유형의 인간 즉 ‘좋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으로 본다. 여기서 ‘좋은 인간들’은 자신과 자신의 행위를 긍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자를 말한다. 이러한 ‘좋은 인간들’은 ‘저급한 자’즉 권력에 소외되었거나 생리-심리적으로 약한자와 대비해서 느끼는 감정이 있다. 한 편으로는 우월한 감정이 한편으로는 하찮음의 감정이다. 우월함의 감정은 자기 자신의 우월함이며 하찮음의 감정은 타인에게 느끼는 하찮음의 감정이다. 니체는 이러한 감정을 전자는 ‘좋음’이라하고 후자는 ‘나쁨’이라고 말하고 이것이 ‘좋음과 나쁨’의 기원이라고 말한다. 즉 니체는 ‘좋음과 나쁨’이 그 자체로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어떤 역사 단계에 특정한 인간이 가지는 자연적 감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니체는 ‘선과 악’의 개념도 보편적이거나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니체는 ‘좋음과 나쁨’이 좋은 인간들에게서 나오는 우월함의 감정이라면 ‘선과 악’은 저급한 인간들이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기 위한 ‘원한감정’의 도덕개념이라고 말한다. 니체는 이러한 도덕 개념이 어떻게 저급한 인간들의 나약함을 은폐하는 도덕인지 신체적- 심리적 성향을 통하여 살펴본다. 니체는 자신의 이러한 생각을 성직자와 귀족 기사 계급의 정치적 대립관계 속에서 권력을 쥐지 못한 성직자의 심리과정을 통하여 보여준다. 니체는 성직자와 귀족 기사 계급이 서로 대립하여 투쟁이 일어난다면, 절대적으로 기사 계급이 이긴다고 말한다. 성직자와 기사 계급의 투쟁에서 기사계급이 투쟁에 유리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반면, 성직자 계급은 투쟁에 무력한 가치 평가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직자 계급은 투쟁에서 이기지 못한 자신의 무력함을 발견하고 수긍하지만 인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이러한 무력함을 느끼게 하는 상대에 대하여 증오와 복수의 원한 감정을 가진다. 더 나아가 이들은 강자를 지배하고자 한다. 니체는 이들의 이러한 강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것을 도덕에서의 ‘노예반란’이라고 말한다.
도덕에서의 노예반란은 우월한 자의 우월함에서 느끼는 감정인 ‘좋음과 나쁨’을 ‘선과 악’의 도덕 개념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자신들이 지닌 모든 나약함은 선으로 강자와 지배자들이 가진 강함은 악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들 자신은 도덕적으로 ‘선한 인간’으로 이들을 제외한 강자 및 지배자는 도덕적으로 ‘악한 인간’으로 만든다. 그들은 “가련한자 만이 선한자이고 가난한 자, 무력한자, 비참한 자만이 선한 자이며 괴로워하는 자, 빼앗긴 자, 병든자, 추한자 만이 경건한 자이며, 신에 의해 사랑받는 자이며 축복은 오직 그들에게만 있다- 그리고 너희, 강력하고 고귀한 자는 이와 반대로 영원히 사악한자, 잔인한자, 탐욕스런 자, 음험한자, 신에 거슬리는 자다, 뿐 만 아니라 너희는 영원히 축복받지 못하는 자, 저주받을 자, 멸망한 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도덕에서의 이러한 노예반란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들의 노예반란은 투쟁이 아닌 ‘상상’을 통해 전개된다. 상상을 통한 복수의 전개는 성직자들이 강자의 가치가 오히려 약자의 가치라고 생각하는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성직자들은 자신의 이러한 생각을 사람들에게 옳은 가치라고 각인시킨다. 이들은 이 가치를 각인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기다리며 잠정적으로 자기를 낮추고 비굴해 질줄 도 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강자 스스로 자신의 가치가 약자의 가치라고 느끼게 만든다. 성직자들은 강자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게 만들며 무력한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것이 바로 약자의 강자에 대한 상상의 복수이다.
니체가 이렇게 도덕개념들의 기원을 밝히는 것은 이러한 개념들이 인간 삶에 제공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기 위한 것이다. 니체는 이러한 도덕 개념들을 통하여 인간의 삶이 보다 고양되고 강해졌는가 아니면 나약해지고 퇴행되었는가를 묻는다. 니체는 권력에 소외된 자의 도덕은 자신의 나약함이 노출될까봐 현실직면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도덕이라고 말한다. 현실직면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현실적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의식에 미화된 도덕적 환상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살아간다. 결국 이들의 도덕은 현실관계들의 무가치성과 특정 도덕규칙에 대한 삶의 무조건적 순응을 요구함으로써 정신의 발달을 마비시키게 된다.(이창재) 따라서 니체는 이러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도덕은 인간의 삶을 고양시키지 못하므로 폐기되어야 할 ‘노예도덕’이라고 말한다.
니체는 노예도덕의 대표도덕은 그리스도교 도덕이라고 말한다. 니체는 그리스도교 도덕이 모든 건강하지 못한 인간들이 자신의 원한 감정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 낸 도덕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선, 겸허, 순종, 인내, 용서, 축복, 정의 등의 개념들이 알고 보면 원래 고유하게 주어진 절대적 개념이 아닌 성직자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자신들의 무력함을 숨기기 위해 형성된 것들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권력을 쥔 우월한 인간은 두려움에 기인한 방어적 인식 태도를 벗어나서 자신의 생리, 심리적인 힘 상태와 외부세계를 있는 그대로 직면한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이창재) 이러한 사람들의 도덕은 삶을 향상시키는 도덕이다. 니체는 이러한 우월한 인간의 도덕 전체를 ‘주인도덕’이라 말한다. 니체는 이러한 ‘주인도덕’이야 말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도덕이라고 말한다.
*참고자료
1. 니체, <도덕의 계보>,김정현 옮김,책세상,2007.
2. 니체, <도덕의 계보>, 김태현 옮김, 책세상, 2005.
3. 고병권, <니체-천개의 눈 천개의 길>,소명, 2001.
4. 백승영,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책세상,2009.
5.서영조, 니체의 도덕 비판: “악한”도덕인가 “나쁜”도덕인가? ,한국정치학회보 제33호,
동의대학교, 1999.
6.이창재, 도덕 계보학-니체의 생리,심리학과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광운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