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투잡스! 두배로 뛰고 두배로 번다

[코릴라]

카센터 부진에 과감히 재창업 月200만원 거뜬
도매업 부도 후 밤엔 할인점 청소 낮엔 패브릭 청소
퇴근후 직접 서빙 5시간만 잠자도 돈버는 재미 솔솔

요즘엔 한 가지 직업만으론 부족하다. 불황에다 상시(常時) 구조조정,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멀티 직업시대’가 열리고 있다. 올 하반기(7~12월) 창업시장에서 최대 키워드는 ‘투잡스’였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내수침체로 위기를 겪는 자영업자와 일용직 종사자는 물론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퇴직 대비용으로 대거 투잡스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선뜻 투잡스 대열에 나서기엔 정보도, 방법도 몰라 머뭇거리게 된다. 성공한 투잡스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카센터 자영업자의 음이온클리닝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7년간 카센터를 운영해온 강성종씨(40)는 지난 5월 투잡스족에 합류했다. 인근 카센터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그는 유망사업을 수소문했다. 미국에 있는 친지로부터 선진국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음이온클리닝사업을 추천받았다. 결국 클리닝업체인 ‘반딧불이’를 창업했다.

이 사업은 특수기계를 활용해 차량·지하건물·오래된 집의 악취나 냄새를 제거하고 신축건물의 새집증후군도 없애준다. 옷장이나 벽장의 세균, 차내부의 곰팡이 분해에도 효과가 커 처음엔 카센터에서 손님에게도 해줬다.

기계값 등 투자비는 2600만원대.

최대 난관은 두 가지 일 모두 낮시간에 일해야 하기 때문에 병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 결국 아내가 카센터 경리업무를 맡고 자신은 2명의 직원을 따로 뽑아 인근에 사무실을 냈다. 카센터는 아침 저녁으로 2번씩 찾는다. 차량 클리닝은 1회 3만원에 6개월간 효과가 지속되고, 30평 규모 사업장의 경우는 20만~30만원 정도 받는다.

요즘 음이온클리닝 사업에서의 수익은 월 600만원 안팎. 강씨는 “직원 두명에게 월급을 주고 나면 200만원 소득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용직 종사자의 패브릭청소

장수현씨(41·프리니스 영등포점)는 하루를 쪼개어 오전에는 영등포에서 침대·커튼 등을 깨끗하게 해주는 패브릭 클리닝사업을, 오후에는 대형마트 청소일을 한다.

음료 도매업을 하다 3000만원이 넘는 빚까지 떠안고 사업을 접은 그는 지난해 10월 대형할인마트의 환경미화원(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일한다. 하지만 청소용역원 수입으로는 다달이 빚 갚기도 빠듯해 투잡스를 결심했다.

밤 시간에 일을 하기 때문에 낮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소호업을 찾았다. 그러다가 지난 6월부터 고객의 집을 방문하는 출장서비스로 사무실이 필요 없는 침구 및 패브릭류를 청소해주는 패브릭 청소사업을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청소일을 마치면 오전 6시. 침구류클리닝은 가정방문형으로 대부분 오전 9시, 10시부터 이뤄져 여간 피곤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창업비용은 가맹비가 500만원에 청소 장비를 구입하는 1350만원을 포함해 1850만원. 대형마트 청소로 월 100만원, 클리닝 사업으로 월 300만원 안팎을 번다.


■사무직의 호프집 운영

기업체의 교육팀장으로 일하는 박근배씨(33·조끼조끼 용마산1호점)는 지난 8월 서울 용마산역 인근에 생맥주 전문점을 열었다. 주점업은 야간영업을 하므로 투잡스에 유리하다.

직장에서 퇴근하는 시각은 오후 7시. 저녁식사 후 매장에 도착하면 8시 반이다. 다른 음식점과 차이점은 카운터를 직원에게 맡기고 박씨는 홀 서빙에 전념한다는 점. 고객 응대만은 직접 해야 단골을 만들 수 있고, 직원에게 카운터를 맡기면 그만큼 직원이 책임감을 갖게 될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벽 2시 영업을 끝낸 뒤 집에 들어오면 새벽 3시다. 수면시간은 고작 5시간. 직장과 집이 5분 거리라

그나마 8시에 일어나도 출근이 가능하다.

투자비는 26평 매장의 보증금이 3000만원에 개설비용 8000만원을 합해 1억1000만원. 10개 테이블에서 월 매출이 2300만원이며, 직원(2명) 월급과 식자재값을 치르면 월 수입은 700만~800만원대다. 그는 “많이 힘들지만 쌓여가는 예금통장 때문에 힘든 걸 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