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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마을기자단 조은희
중랑마을人이란,
중랑구에서 다년간 활동해온 마을활동가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마을활동기를 기록하는 마을기록활동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소개될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해주세요 :)
중랑 마을을 사랑하고 중랑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에게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은 엄마 같은 사람. 365일이 부족하다는 중랑행복교육의 이윤주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1. 중랑구엔 어떻게 살게 되셨나요?
제가 27살쯤에 중랑구로 이사를 왔어요. 부모님하고 같이 살 때 이사를 왔었는데 사실 그때 중랑구는 저한테 하숙집 같았어요. 밤에 들어와서 자고 일하러 다른 지역으로 가고 또 밤에 들어와서 자고 하숙집 같았거든요. 결혼하고 신내동에 터를 잡고 살게 되면서 ‘이제야 중랑구민이 되는구나.’ 생각했죠. 그때도 계속 일하고 있었는데 시부모님께서 아이들을 키워주신다고 옆에 와 살라고 하셔서 시댁 길 건너에 집을 구하고 살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살고 있네요. 신내동에 터를 잡고 산지 벌써 20~21년 됐습니다.
2.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일단 지역에서 하는 활동은 딱 하나로 결정되지는 않더라고요. 보통 활동가들이 일인 다역을 많이 하면서 사는데 저 또한 그렇고요. 제가 하는 활동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랑행복교육의 단체 대표로서의 활동입니다.
3. 중랑행복교육은 어떤 단체이며 몸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랑행복교육은 2016년에 만든 단체에요. 아이들이 입시를 준비하는 경쟁 교육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그런 입시를 준비하면서 달려가는 것이 아이들한테 그렇게 행복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비슷한 마음을 가진 학부모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에요. 우리 아이들을 좀 행복하게 키우려면 내 아이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고 내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도 행복해야 하고, 또 살아가는 환경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중랑구는 어떤 교육 정책이 있는지를 좀 살펴보게 됐어요. 살펴본 결과 주로 입시를 대비하는 진학과 관련된 정책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고 뭐 다른 것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토론회도 진행하고 사람들은 어떤 교육을 원하는지 좀 조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혁신교육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혁신학교들과 혁신교육지구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중랑구에는 혁신교육지구를 진행하지 않고 있을 때여서 중랑구의 혁신 교육 지구가 진행되게끔 하는데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활동을 지속해 나갔습니다. 2019년도에 중랑구도 혁신 교육 지구가 시작하게 됐고 저희가 한 3~4년 동안 그 혁신교육지구를 준비했었어요. 서울시 전체를 보면 구로구와 금천구가 교육격차해소를 위해서 가장 먼저 시작을 했어요. 구 단위로 처음 시작을 하다가 한 1~2년 정도 지났을 때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함께 협약을 맺게 됩니다. 그래서 자치구와 함께 혁신교육지구라는 공식적인 타이틀을 걸고 시작을 했고 저희는 굉장히 늦게 합류를 하게 된 거죠. 일찍 시작한 구는 저희보다 한 5~6년 먼저 시작한 구들도 있습니다. 사실 혁신학교랑 혁신교육지구가 약간 달라요. 혁신학교는 학교 내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수업을 혁신하고, 자치활동을 통해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과제로 설정해서 학교 운영 전반을 혁신하여 아이들의 삶을 위한 교육을 하는 것이고, 혁신교육지구는 그것을 지역단위로 확대한 것이에요. 특히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이 되도록 마을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인데, 마을교육은 마을에 관한, 마을을 통한, 마을을 위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마을연계 교육과정을 만들고,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마을의 주민들이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죠. 혁신학교는 교육청 사업이라면 혁신교육지구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과 자치구가 함께 힘을 모아 진행하는 사업이에요. 지금은 서울의 25개 자치구가 모두 진행하고, 전국적으로 120개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전국적인 흐름의 교육 활동입니다.
제가 하는 활동 중에 제일 큰일이 중랑행복교육 활동을 하는 것이고 그렇게 파생된 활동들이 있습니다. 현재 혁신교육지구의 분과위원과 실무위원으로 참여해서 활동하고 있고 특히 마을활동 지원분과라고 해서 지역의 마을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분과예요. 마을에서 마을 학교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돌봄과 교육 등 여러 가지 활동들을 진행하는 마을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분과에서 지역 아동 센터를 지원하기도 하고 얼마 전에 끝난 놀이 캠프를 진행하기도 하고 청소년영화제 이런 것들을 진행하는 거예요. 마을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만들어주는 그런 분과에서 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혁신교육과 관련된 일들을 계속하면서 서울시 교육청에서 혁신학교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이기도 하고 혁신학교 정책 자문을 하기도 합니다. 혁신학교를 넘어 혁신교육을 확대하고자 만든 서울혁신교육 학부모 네트워크의 공동대표이기도 하죠. 주로 제가 하는 일은 교육과 관련된 일이 한 70% 이상은 돼요.
4. 중랑행복교육 외에 다른 활동도 하고 계시나요?
그 외에 일들은 중랑 마을넷의 정책팀장으로 민민협력기반 조성사업이라는 걸 중랑 마을넷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그것을 총괄하고 있어요. 민민협력기반 조성사업은 시민들의 역량을 키우고 시민들 간의 협력을 이끄는 사업이에요. 2019년부터 시작된 사업인데 올해는 건강 의제, 교육 의제, 사회적 경제 의제, 성평등 의제, 초등돌봄 의제, 환경 의제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은 같은 책을 읽고 같이 꿈꾸는 마을을 만들어나가는 책드림 이벤트를 하고 있고,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기후위기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지역의 환경활동가들과 함께 그물코협동조합을 만들고 되살림과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파는 보탬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65일이 바쁜 거 맞는 것 같아요.
5.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중랑행복교육이 처음 3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3명이 뭔가 좀 해보자 해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 모인 사람들이 우리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 거란 생각을 했죠.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토론회를 준비하게 돼요. 근데 그 당시만 해도 중랑구에는 그렇게 토론회가 많지 않았고 민간에서 진행하는 토론회는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 시절이었는데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10여 명의 학부모가 모여서 토론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해봤습니다. 장소도 구하러 다니고 토론회 기획과 진행도 하고 토론회 퍼실리테이터도 다 저희가 했어요. 처음에 100명을 모으자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쉽지가 않았죠. 구청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30명 이상 늘어나지를 않는 거예요. 사실 제가 입맛이 떨어지거나 하는 사람이 아닌데 진짜 입맛이 떨어질 정도로 너무 걱정됐어요. ‘우리 아이들이 살기 좋은 그런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들을 해야 해’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한 70명 정도가 됐습니다. ‘100명이 안 되더라도 훌륭한 거야’ 하면서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당일에 100명 넘게 왔어요. 없는 돈을 모아 웨딩홀을 빌렸습니다. 민간들이 이런 취지를 가지고 일을 할 거라 하면서 웨딩홀 이사님을 만나서 설득했어요. 그랬더니 이사님이 흔쾌히 쓰라고 하신 거죠. 그렇게 빌려서 토론회를 했는데 사람들로 꽉 찼어요. 너무 감동했고 그렇게 하게 되어 뿌듯했어요. 제가 대학시험 보러 갈 때 우황청심환을 먹고 시험 보러 갔는데 20년 만에 다시 우황청심환을 먹고 사회를 봤습니다. 그날 그 감동이 잊히지 않네요. 그날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오셨던 분들이 이야기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장을 펼쳐준 것에 대해 정말 고맙고 행복했어요. 그래서 1회 단기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날이 진짜 잊히지 않아요.
6. 활동 중 힘들었던 경우도 있으시겠지요?
혁신교육지구를 진행하자고 했는데 사실 구청에서는 혁신교육지구를 원하지 않았었죠. 계속 구청 문을 두드렸어요. ‘우리도 혁신교육을 좀 합시다.’ 다른 구들은 다 하는데 애들이 그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이런 것 자체가 아이들의 굉장한 진로 활동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마을살이를 같이 배우고 정말 좋은 활동을 하는데 우리도 합시다. 하지만 그 문이 안 열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블랙 리스트이기도 했어요. 저희가 토론회를 한다고 현수막을 걸고 문의 사항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제 전화번호를 써놓았거든요. 그랬더니 구청에서 왜 이런 걸 하려고 하느냐며 연락이 왔어요. 그런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별난 학부모들 취급받는 그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뿌듯함이 더 컸던 거 같고 이렇게 활동하다 보니 365일이 부족하게 다니고 있거든요. 낮에도 활동하고 밤에도 일하는 활동가들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 요즘 아픈 사람이 그렇게 많아요. 저 또한 몸이 그렇게 좋지 않은데 이 정도면 건강한 편인 것처럼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게 너무 속상하고 힘든 시점인 것 같아요. 저희가 요즘 그런 얘기를 해요. 어차피 길게 해야 하는 일이니 가늘고 길게 가자 나도 돌보고 즐겁게 그렇게 한번 해보자 하는데 사실 그것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누가 이렇게 일하라고 그러는 사람 없는데 다들 일 찾아서 하는 사람들이고 일 만드는 사람들이어서 그런가 봐요.
7. 활동을 지속하는 힘이라면 무엇일까요?
제가 학교 다닐 때 학생 운동을 좀 했어요. 졸업하고 청년 활동도 조금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선거 때 좋은 후보자를 선택해서 투표하는 것 정도로 살고 있었던 거죠. 마음 한쪽에는 ‘내가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나. 나만 위해서, 내 아이들만 위해서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 강좌를 한다고 안내문이 나왔어요. 그걸 들으러 가서 접하게 된 것이 건강과 환경에 관련된 이야기였고 그때 만나게 된 단체가 초록상상이었어요. 초록상상에서 저희가 에코맘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다른 아이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렇게 해서 내 아이, 내 가정만 아니라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공동체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이런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던 사람이구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너무 좋았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저 또한 성장하는 게 보였어요. 저에게 주는 달콤한 사탕 같은 것이고 당근인 거죠. 이렇게 열심히 살고 나도 성장하고 주변에서도 인정해 주는 것 같고 조금씩 지역이 변하는 것 같은 거예요. 이런 감정들이 느낌들이 힘들어도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일들을 반복하면서 그만두지 못할 것 같고 중랑구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라고 하면 못 갈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같이하자고 했던 분들이 아직 거기에 있는데 내가 힘들다고 그만두면 나랑 같이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도 들고요.
8. 마을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저는 중랑구가 굉장히 따뜻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스물일곱에 하숙집처럼 살다가 결혼하면서 진짜 중랑구에 정착했는데 그때는 이사 가고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내 아이들이 이것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사 가고 싶었는데 어느샌가 제가 여기서 20년 이상 살면서 마을 활동을 하다 보니 제2의 고향이 된 거예요. 옛날에는 돈이 없어서 이사를 못 갔다면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지 않은 거죠. 여기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펼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그 저변에는 마을의 따뜻함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을에 따뜻함이 살아있는 중랑구이고 그 따뜻함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9.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하고 싶은 활동이 정말 많은데 아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없거든요. 청소년 공간이라고 만들어져 있어도 그중에는 짜인 프로그램이 있고 틀이 있어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면적 대비 인원 이런 게 있으니까 아이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근데 아이들이 그냥 친구네 집 드나들 듯이 쉬고 놀고 뭐든 할 수 있는 공간들이 좀 운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공간에 더불어서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을넷도 그런 공간이 되기를 원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고 사랑방보다는 사무 환경 같잖아요. 그래서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들어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책도 읽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오늘 지역 곳곳에 청소년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설치했잖아요. 작년에도 그 현수막을 보고 많은 분이 뿌듯해하시고 고맙다고 하셨어요. 청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나아가는 아이들이 세상 풍파에 기죽지 말고 마을에서 다시 힘낼 수 있게 우리가 기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청소년들과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기댈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든든한 마을이 되자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도 그 마을에서 한 일원으로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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