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PyWedT7IVkw?si=-4URSM6b8L0b5v8e
걍 이거 들으면서 썼어요.
㉻ ... 대충 보시고 찐 헤어진 줄만 아세요.
<인터뷰>
하늘 : 그런 날 있잖아요. 유독 너무 힘든 날이요. 아무나라도 붙잡고 다 털어놓고 싶은 날. 그날이 그랬어요. 그때 마침 친구한테 연락이 왔더라고요. 찬영이가 알게 됐다. 미안하다. 음... 그렇구나. 내가 당장 너무 힘들고 찬영이가 알게 됐고 그럼 오늘이겠다. 싶었죠.
찬영 : 형(서사 때 나왔던 그 형)이랑 같이 있었는데 형 여자친구 분이 오셨어요. 그 형 여자친구가 누나 친구 분이시거든요. 근데 잠깐 자리 비운 사이 얘기 하시는 걸 제가 들어버린 거죠. 하늘이 이제 나았는데 괜찮은 거 맞냐. 또 그렇게 되면 어쩌냐. 그렇게 알게 됐어요. 우리가 헤어진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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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X 하우스. 침대에서 일어난 하늘이 향한 곳은 현관이 잘 보이는 실내테라스다. 카우치 소파에 누워 아직 귀가하지 않은 찬영을 기다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환한 불빛 사이로 찬영이 등장한다. 오늘은 가죽자켓을 입었네. 잘 어울린다. 하늘이 실없는 감상을 할 동안 찬영은 습관처럼 주변을 둘러본다. 그렇게 찬영이 하늘을 발견하고. 힘없이 널브러져 있는 하늘을 본 찬영의 걸음은 망설임이 없다.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요."
"어디까지 들었어?“
"뭘요."
"빈이가 그러던데. 네가 알았다고."
곧바로 찬영은 아무래도 얘기가 길어질 것 같다 알아채고 부지런히 움직여 소파 한구석에 나뒹굴던 담요를 집어든다.
"...누나가 아팠다는 것만 들었어요."
추운데. 또 아프려고. 제 할 일을 마친 찬영은 하늘의 앞에 눈높이를 맞춰 앉는다.
"저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였어요?"
"그건 아니야."
"그럼 왜 숨겼어요? 왜 말 안 했어요."
"말한다고 달라질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걸 누나가 어떻게 알아요."
축 처진 게 순한 강아지 같다. 하늘은 생각한다.
"세상엔 변하지 않는 게 있고 변할 수 없는 게 있으니까."
"무슨 뜻이에요. 그게."
이번엔 사나운 개 같네. 순식간에 바뀐 찬영의 눈빛에 하늘은 두 손을 모아 쥔다. 역시 저 얼굴을 마주하는 건 아직이었나.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피할 곳도 없다. 그럴 생각은 더더욱 없고.
"네가 알았어도 결국 우린 헤어졌을 거라는 거야."
"해보지도 않고 왜 자꾸 혼자 판단해요."
"..."
"누나한테 저는 뭐였어요? 힘들 때 절 먼저 버릴 게 아니라 절 먼저 찾았어야죠."
찬영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나 그를 마주한 다른 시선은 고요하기만 하다. 찬영은 그게 못내 서러워진다. 차라리 듣지 말 걸. 알려하지 말 걸. 후회해도 이미 늦은 뒤. 찬영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냥... 누나 선택지에 저는 없던 거네요."
축축히 젖은 음성. 기어코 찬영이 운다. 그리고 하늘은. 여전히 묵묵부답. 그를 못 견뎌 자리에서 일어난 찬영이 등을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그렇게 둘 사이에 생기는 또 다른 처음. 비척비척 움직인 찬영이 왔던 길 돌아 다시 자취를 감추고.
이윽고 모든 감정이 제자리를 찾는 순간. 하늘은 제 위로 덮여진 온기를 걷어낸다. 춥다. 감기 걸리겠다. 그리 예상한다. 전조 증상은.
“아. 진짜...“
열감 잔뜩 묻은 눈물. 벅벅 닦아내도 더 번지기만 할 뿐 의미없는 짓.
그건 찬영 역시 다르지 않다.
비로소 첫사랑의 끝. 첫이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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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늘 : 내가 가장 먼저 선택지에 넣은 게 너라고 말해주고 싶었죠. 근데 그 말이 더 상처가 될 것 같았어요. 이유가 어찌 됐든 제가 놓은 건 찬영이었으니까. 그리고 알겠더라고요. 찬영이한테 저는 그저 척하는 사람이었던 걸요. 우리를 위했던 거라지만 결국, 나아진 건 저 하나였잖아요. 전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못난 사람이었어요. 그걸 알고나니 제가 얼마나 비겁한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더 말 안 했어요. 미움 받으려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찬영 : 다른 것보다 누나한테 제가 없었다는 게 충격이었죠. 그래서였을까요. 누나가 첫사랑은 안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은 게. ...저도 이제 그 말을 믿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