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이 시간까지 합창단 연습에 빠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예전에 노미 지휘할
때 한번 빠진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엄선생님이 지휘를 맡으면서부터 연습에 빠진 적이 없
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 기쁠 때도 있었고, 서운할 때도 있었고, 좌절할 때도 있었다. 그런
데 내가 이런 시덥잖은 소리로 이 연습일지를 시작하는 이유는 오늘의 연습 경험이야 말로
정말 나한테 인상적인 느낌을 던져 주었기 때문이다. 이 인상적임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건
이 구석진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발버둥치고 있는 뮤클 합창단에 대해 멀리서 가까이에
서 언제나 따뜻한 시선을 아끼지 않은 뮤클러들의 정성에서 온다.
처음에 오늘 연습은 저번 운영진 모임에서 결정되고 합창단에 공지한 것처럼 신입단원
입단식을 겸하는 것이었다. 7시 15분경 연습실에 도착하여 한 줄에 6개씩 세줄, 18개의 의
자와 보면대를 배치하면서 내 마음으로는 이렇듯 기껏 입단식을 준비해도 인원이 별로 모이
지 않으면 지휘자님이나 단원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연습
을 끝나고 이렇게 집에 돌아와서 연습일지를 적는 상황에서 오늘 모인 회원들의 면면을 정
리하면? 무려 28명의 회원들이 모였다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세상에!! 시민
회관 연습실의 보면대가 부족할 지경이었다. 정말 이 정도면 우리가 보유한 보면대까지 전
부 동원해야할 형편이다. 정말 연습실을 그득 채운 회원들....
참여 인원이 이렇게 많으니 무엇보다 지휘자인 엄선생님이 정말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참!! 세상 사람들 소원 이루기는 아주 간단하다. 지금 저분은 그냥 연습에 회원들이 많이 와
주기만 하면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는 분이다. 그 상태로 엄선생님은 노래연습에 최선을
다했다. 지금 나는 그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맨 처음의 출발은 조금 어정쩡했다. 인원이 몇 안 된 상태로 부지휘자인 라
라도 보이지 않는데, 연습은 시작해야 될 판이고, 그래서 아예 지휘자가 처음부터 라라가
하던 연습부터 시작하려고 하는데, 반주자는 없고 그래서 이걸 어찌 해야 할지 좀 어정쩡한
상태인데..... 뜻밖에 오래간만에 핑크가 참가했다. 그래서 핑크에게 반주를 부탁하고 시작하
려던 차에 라라까지 도착. 그래서 바로 연습이 시작되었고, 핑크 반주와 라라 연습지도로
[사운드 오브 뮤직] 연습. 연습에 나오기 전에 집에서 연습을 좀 해 보았는데, 어렵기는 마
찬가지다. 그래도 하도 죽을동살동 연습에 매달리다 보니 이제 조금 음정에 자신이 붙고 이
제 음악적 효과까지 신경을 쓰는 경지가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연습하면 본 궤도에 오를
것 같다. 계속 파트 연습이 필요한 중.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연습을 한 뒤, 엄선생님의 지도로 먼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
어난 사람]을 연습했다. 참 아름다운 곡인데, 선생님이 요구하는 것은 먼저 자기 목소리의
칼라를 죽이고 같이 소리를 어울리게 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소리에 내 소리가 감싸이
게 해서 그냥 부드럽게 진행하니 선생님이 조금 만족해 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내 목
소리를 죽여가며 조용조용 부르면서 연습 끝.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소리가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로 들리는지 모른다. 그걸 아는 것은 선생님 뿐이다.
그 다음 연습곡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이다. 이 곡은 사실 라라와 연습하면서 곡
의 핵심부는 거의 다 마스터한 것 같은데, 선생님이 다시 손을 대니 다시 다른 차원에서 곡
을 바라보게 된다. 정말 음악이라고 하는 것이 그 차원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
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경지를 계속 듵어 가다 보니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렸고 그
래서 선생님은 연습을 잠시 중단하고 입단식부터 하자고 하신다. 그래서 입단식을 히드로
주관으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산전수전 다 겪었을 것 같은 히드로도 입단식을 진행하려니 긴장이 되나 보다. 제법 거
창하게 뮤클 합창단 연혁부터 시작하여 아주 격식을 갖춘 입단식이 되었다. 오래간만에 무
클을 찾은 회원들로부터 처음 이 자리에 오는 회원까지 신입회원이 상당수 된다. 이 분들
모두들 합창활동에 관심이 많은 듯 하여 새삼 반갑다. 첫 신입회원이라고 수지가 만든 쿠키
도 선물로 받았다. CCI!! 내가 입단할 때는 왜 이런 게 없었던 거얌? 케이크를 자르고 축포
를 터뜨리고 야단법석을 치른 뒤 입단식을 끝내고 휴식에 들어갔다. 휴식시간에 오래간만에
만난 핑크와 인사도 나누고, 오래간만에 그리고 새로 온 회원들과도 안면을 틔우고 그러면
서 분주하게 시간을 보냈다. 정말 이제 진짜 인원이 제대로 갖추어진(?) 합창단 같다. 정말
앞으로 계속 이러면 좋겠다.
휴식 후 연습은 계속 되었다. 앞에서 한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의 연습 계속. 선생
님은 여성 소리와 남성 소리의 원활한 연결을 특히 강조하면서도 특히 마지막의 [영원
히....] 부분에 표현력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이 곡의 경우 어느 정도 수
준을 달성했다고 보는 듯 했다. 하기야 라라가 다지고, 선생님이 마무리를 지었으니.....
다음 연습곡은 구덕병원에서 공연할 CM Song 메들리 곡이다. 한 번 공연한 곡이니 쉽
게 될 듯 하지만 새로 온 회원들 많고 해서 연습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참 선생님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연습을 시켜 놓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것이 반복되고 있으니.... 바라옵건대 오늘 온 회원들이 이대로 계속 공연까지
이어지면 정말 좋겠다.
오늘 모처럼 많은 회원들이 모였던 연습시간.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는 연습은 그 자체
로 하나의 행복이었다. 이런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 이 연습일지
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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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일지
합창단 근황21(2008.8.5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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