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그림은 지난번의 아이디어스케치 단계에서 조금 더 발전을 시킨 상태의 것으로서
그림도 좀더 디테일한 부분이 표현되어 있고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습니다.
Idea의 개발단계
스포츠카의 초기디자인을 위한 아이디어스케치를 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타이어의 사이즈를 기준으로 하여 타이어 두 개를 위아래로 쌓아 놓은 것 보다 약간만 더 높게 측정하여 자동차의 지붕까지의 높이를 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트(seat. 의자)의 위치는 플로어(floor. 자동차의 바닥 면)에 가깝게 됩니다. 게다가 지상고(지면으로부터 차체까지의 높이)가 낮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SUV나 밴을 자주 이용한 운전자라면 포르쉐는 운전자의 엉덩이가 땅에 닿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이 자동차는 허리부분이 길어 보이는 듯하게 디자인이 된 것입니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면 지면과 일정한 간격은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자동차들과 비교해보면 사실은 지면을 스치는 듯이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운전자의 자세는 뒤로 더 눕게 되고 발은 거의 앞으로 쭉 뻗은 상태가 됩니다.
아트센타의 그래픽담당 교수였던 여자분(필자의 교수)께서 포르쉐의 그래픽담당으로 파견근무를 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먼저 독일의 그 회사에 도착하여 테스트트랙에서 포르쉐의 담당자를 제일 먼저 만났는데 포르쉐의 느낌을 알아야 된다고 하면서 테스트드라이버와 함께 이 여자분을 태우고 테스트 할 때와 같은 방법으로 트랙을 돌았다고 하였습니다. 목이 쉴 정도로 비명만을 질렀다고 하더군요.
외삼촌의 포르쉐를 가지고 나온 저도 샌프란시스코의 가파른 언덕들과 구불구불한 금문교건너의 나지막한 산길에서 제법 대담하게 운전을 해보았습니다. 날카롭게 꺾이는 길에서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기어는 3단에 미리 고정시키고(턴을 한 후의 속도를 미리 예상하여 기어를 고정시켜야 합니다) 그대로 턴을 시도하였는데 역시 약간의 밀림현상이 있을 뿐 가볍게 돌아 나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저의 정신이 잠시 ‘깜빡’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위험한(?)장난을 그 후로도 자주하면서 약간의 운전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후에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가서는 신차의 테스트드라이버로 활동도 하게 됩니다.
스포츠카로서 접지력(차체가 땅에 붙는듯하여 지면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성능)과 유연성에 반하고 또한 예리한 즉각적인 반응 response), 즉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 가솔린이 엔진으로 흘러 들어가는 동시에 폭발이 이루어지고 거기에서 얻어진 동력이 차를 치고 나가게 하는 메커니즘의 미학에 놀라움을 느끼게 됩니다.
세계 최상급의 자동차를 만드는 독일의 스포츠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새시(Chassis. 바디전체를 받쳐주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물)를 비롯하여 플로어(floor), 그리고 서스펜션(쿠션)형식은 설계되었을 때 그 주된 목적이 바디를 좀더 튼튼하게 하고 운전시의 쾌적성의 향상, 그리고 급격한 방향 전환 시에 더욱 개선된 턴 능력에 두었다고 합니다.
노면의 작은 돌멩이라도 감지할 수가 있어서 운전자가 도로의 충분한 정보를 가지게 되어 자신 있게 운전을 할 수가 있습니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하여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쿠션이 없이 딱딱한 느낌만을 줍니다. 따라서 운전자는 재미 있지만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전혀 재미있지도 않고 오히려 덜컹거리는 느낌만 가지게 되어 오래있으면 골치마저 아픈 듯 합니다.
코너링과 스피드에서 안정성의 범위가 충분히 넓기 때문에 이 자동차는 운전자의 기술에 따라서 그 달리는 능력이 현저히 달라지게 됩니다.
일본산의 매끄러운 자동차에 비하여 포르쉐는 기계의 느낌입니다. 그것도 독일제 기계.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남자들은 기계를 만지며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결국 자동차는 어른들의 장난감 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듯 합니다. 비싼 장난감!
출처 : 주캐나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