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지구
芽心 전춘희
제주시 아라지구 도시개발지구에
수만그루의 밀감나무들이
낯선 블도저 발자국에
온 몸이 바스라져 있다
철조망에 둘러쌓여
또 다른 섬이 되어가는 이 곳에선
회색 뼈대를 드러낸 건물들이
귀화식물처럼 속속들이 들어서고
반쯤 뭉글어진 농원의 나뭇가지에는
찢어진 옷 조각들이 걸쳐 있어
더욱 숨통을 조이고 있다
마지막 남은 담장을 밀어내자
전봇대에 의지해 있던 전선들이
일제히 우우 울음을 터트리고
무너진 돌담 사이로
간신히 몸을 피한 할미꽃
생매장되어가는 나무들을 향해
고개를 읊조리고 있다
노 을
芽心 전춘희
군산오름에 올랐다
황혼이 옷을 입는 시각
하늘과 바다,
바다에 안긴 섬들도 빨간 천을 걸친다
황혼은 날 더러 동반자라고
한 자락의 천을 내주는
그의 취정어린 눈짓에
그만 혼미한 상태로 옷을 입고 말았다
세월의 물살로 어른어른치다
목청을 왈칵 열어 젖히는 바다
파도의 주름살처럼 깊어가는
중년여인의 모습을 떨구지 못해
난
산 위에서
풍경 하나 정지된 듯한 노을을 품었다
소멸의 모습
芽心 전춘희
가을 밤,
밀감나무 밑둥에 걸터앉아
온 몸이 촉촉한 나이테에 따라
내 마음을 건네면
나무는 오래 전
기억이 머문 제 몸이 욱신거려
하현달 뜬 곳으로
마른 뿌리 내린다
이따끔 서 있던 자리에
바람이 얹히면
바람은 뭉쳐 멍이가 되고 옹이가 되고
내 가슴 속 세월에 박힌 가시들
그 순한 뿌리 흔들린다
등걸조차 썩어가는 나무 앞에서
언젠가 내게 올 소멸의 모습을 본다
제주 출생
경기대 사회교육원 시창작과 수료
한국문인협회원
광명문인협회원
서초심상회원
글밭동인
카페 게시글
광명문학 원고방
광명문학제20호
문학원고입니다
춘희
추천 0
조회 15
11.11.13 04:09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프로필과 사진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