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를 먹다가...
저녘을 먹고나서 맥주 두어병 목을 꿰어들고
TV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니
집사람 안주 하라며 밤톨 만한 참외 몇개 들고와 깍아준다.
한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ㅎㅎㅎ
문득 떠오른 생각에 실없는 웃음을 흘린다
이상하네......?
왜?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날까.....?
언제쯤 이었을까?
내가 짐작컨대 열살이 되기 전의 일인것 같다
우리는 육남매 위로 큰형과 누님이 계셨지만
나이 차이가 많아서 어릴적 기억에서는 많지를 않고...
그 아래로 작은형,나,여동생,남동생이 두살 터울로 자랏으니
매일 같이 넷이서 뒤엉켜서 지지고 뽁으면서 자랏다.
우리는 농촌에서 살다보니 농번기가 되면 일손이 모자라
아이들도 이런저런 허드렛 일을 거들게 된다
어느해 여름날 보리 타작을 할때의 일이다.
어머님은 타작 일을 잘 거들면 보리를 팔아서
솜털이 송송 솟은 빠알간 복숭아를 제일 큰놈으로
두개씩이나 사주시겠단다
우와! 정말 입니까?!!!
우리 넷은 친구들과 산과 강을 헤집고 다니며 노는 것도 미뤄두고
보리 수염의 따끔거림도 아랑곳 없이 열심히 보릿단을 나르고
보리짚을 치우며 눈 앞에 아른대는 탐스런 그놈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을 거들었다.
몇일 뒤 어머님은 약속대로 복숭아를 사오셔서 우리 넷을 불러다가
복숭아 두개씩을 나눠주시는대...
그놈의 크기는 수박 보다도 컷으며 빠알간 빛깔은 우리 눈을 유혹한다
어머님은 담에도 잘하라며 덤으로 하나씩을 더 주시니
우리 넷은 세상을 모두 얻은양 행복 했었다
입으로 베어 물면 꿀물 보다도 더 단물이 혀를 자극하고,
코끝에 닿는 복숭아의 그향!!!
매일 같이 이렇게 맛 있는 복숭아를 먹을 수 없을까?
궁리 끝에 나온 답이 복숭아 씨를 심어서 키워보자!
그러면 복숭아가 달릴 것이고 우리는 신나게 따서 먹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때 작은 형 왈!
씨를 심으면 개복숭아가 된다!
우리 동네 주위에 있는 개복숭아는 사람들이 복숭아를 먹고난후
씨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복숭아를 통채로 심고 물을 주어야한다!
그렇겠구나! 나보다 두살 많지만 제법 아는구만!
해서 우리 넷은 마당가 텃밭에서 명당을 정하고
그토록 맛이 있는 복숭아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품에 안고 있던 것을 하나씩 땅을 파고 정성스레 묻고 물을 주면서
주렁주렁 달린 복숭아를 연상하며 나중에 엄마와 아버지께도 드리고
우리와 친한 애들도 불러서 나눠주며 신나게 먹어 보자며
자기가 심은 복숭아가 빨리 싹이 터서 자라길 바라며
틈 나는대로 바가지로 물을 퍼서 부어주면서
빠알간 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릴날을 고대 하였다
?
?
몇일이 지났을까
이쯤이면 싹이 날만도 한대 눈치 없는 이놈은 싹이 나질 않네?
몇일을 더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
급기야 대책 회의를 열어서 한곳을 파서 확인을 해보자!
혹여 싹이 나올지도 모르니 조심조심 땅을 파보니...?
있어야 할 복숭아가 뵈질 않는다
위치를 잘 몰라서 일테지 옆을 파보아도 행방불명!
삽과 괭이를 총동원 하여 텃밭을 이 잡듯 뒤집어도
있어야할 복숭아는 종적을 감추었다
이렇게 되니 막내는 울음을 터트이고 야단이다
복숭아를 실컷 먹을 꿈은 산산히 깨어지고
우리 중에 누군가가 몰래 꺼내 먹었다는 결론은 났지만
꺼내 먹었다는 사람은 없고....
얼마전에 고향에 형제들이 다 모였을 때
우연히 누님이 이 이야기를 꺼내셨는대...
슬거머니 자리를 떠는 사람이 하는 말!
"하두 오래전 일이라 뭔 소린지 모르겠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사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숨어서 떨지말고 자수 하여 광명 찿자!!!"
확실한 증거를 제공 하시는 분 후사 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