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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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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시등 감상 낮의 바깥- 밤의 해석학:무화(낮,차이와 차별의 무화)와 보존, 생성, 숨겨진 진리 *밤에/김행숙
시냇물 추천 0 조회 38 22.09.14 21:08 댓글 7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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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2.09.14 21:08

    첫댓글 밤에/ 김행숙

    밤에 날카로운 것이 없다면 빛은 어디서 생길까.
    날카로운 것이 있어서 밤에 몸이 어두워지면 몇 개의 못이 반짝거린다.
    나무 의자처럼 나는 못이 필요했다.
    나는 밤에 내리는 눈처럼 앉아서,
    앉아서 기다렸다.
    나는 나를, 나는 나를, 나는 나를, 또 덮었다.
    어둠이 깊어...... 진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가진 밤이다.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밤의 우물, 밤의 끈적이는 캐러멜, 밤의 진실.
    밤에 나는 네가 떠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낮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낮의 스피커, 낮의 트럭, 낮의 불가능성, 낮의 진실.
    낮에 나는 네가 떠났다고 결론 내렸다.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옷은 호주머니가 없고, 계절이 없고, 낮과 밤이 없겠지...... 그렇게 많은 것이 없다면 밤과 비슷할 것이다. 밤에 우리는 서로 닮는다.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보이지 않는 것같이, 밤하늘은 밤바다같이.

  • 작성자 22.09.14 21:14

    밤의 한 가운데/김행숙

    저 허공 속에서 크고 검은 날개를 펄럭거리는 한 마리 새의
    구부러진 부리처럼
    밤의 한가운데로 걸어가자

    한가운데는
    길을 잃은 아이의 필사적인 두리번거림 같은 것

    새하얀 노인이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들었는지 모른 채
    한 방향만 바라보며 계속, 계속 가는 것

    고집스럽게
    우리 모두 집으로 가는 파도 위에 서 있는 것
    끝이 없는 것

    왼쪽 날개가 오른쪽 날개가 젖는 줄 모르고
    오른쪽 날개가 왼쪽 날개 젖는 줄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

  • 작성자 22.09.14 21:16

    밤의 고속도로/김행숙

    바퀴 달린 것들이 소리를 지를 때
    창문을 흔들며
    무엇을 운반하는가

    고속도로는 검은 채찍같다
    채찍 속으로 말려들어가는 빛, 빛,
    빛의 그림자들처럼
    세계의 난간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누군가 난간처럼 서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 작성자 22.09.14 21:18

    밤의 층계 /김행숙

    깊은 밤이란, 빌라 옥상에 세 사람이 달을 보며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은 어둠과 구별되지 않아서 두 사람이 자기들 두 사람뿐이었다고 기억하는 것이다.

    한층 더 깊은 밤이란, 칸막이와 칸막이로 이루어진 사무실, 그리고 사무실과 사무실로 이루어진 빌딩이 한 개의 텅 빈 상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세계로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마술처럼 거대한 상자의 미로에서 검은 성냥개비 같은 사람이 홀로 걸어 나오는 것이다. 그의 몸을 사납게 물어뜯던 불길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가장 깊은 밤이란, 달의 인력이 파도처럼 계단을 공중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계단에 빠진 사람은 삶의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깨닫고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는 것이다.

  • 작성자 22.09.14 21:47

    밤의 실루엣 / 김행숙

    밤은 흰 구름과 검은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에

    고향은 늘 별처럼 멀리 있을까. 멀리 밀려가버린 것들의 이름이 고향일까.

    이런 밤은 두 장의 커튼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커튼 사이로……
    누구의 머리인가. 밤보다 더 까맣다.

    누구의 발인가. 밤보다 더 깊다. 발의 주인과 머리의 주인이 다른 사람인데…… 침묵처럼 굳게 닫혀 있는 하나의 육체란 우리에게 어떤 집일까.

    그러나 피부가 마음처럼 벌어져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문이 그만큼 벌어져 있었다.

    문 뒤에…… 몸을 숨기고 서 있으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 작성자 22.09.14 21:48

    책장, 낱낱이 펼쳐진 밤의 숲/ 강영은

    시인의 나라는
    중립국이다
    아군 적군이 없다

    은유隱喩로 빚은
    밤의 숲처럼

    꽃을 꽃이라 말하지 않고
    벌레를 벌레로 보지 않는다

    신神을 높이거나
    짐승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가지 끝, 허공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지 않는다

    나무가 되기 이전의
    형상들
    숲을 채우는 온갖
    기호들
    너와 내가
    약속하기 전까지 몰랐던
    상징들

    말똥이 뒤섞인
    지뢰밭에서
    처음 죽은 병사처럼
    소모전을 치른다

    죽은 자들만이
    장벽을 넘어간다

    아무도 거할 수 없고
    누구도 살 수 없는 언어의
    신전

    시인의 나라는 그 숲에
    세워진다

  • 작성자 22.09.14 21:48

    밤 / 신용목

    밤은 총소리를 얇게 펴놓은 것 같다.
    먼 나라에서 울린 한 발 총성이 지평선을 따라
    밀리고 밀려서 여기 고요로 도착할 때

    대장장이가 탕탕 붉은 쇠를 두드리고
    다시 차가운 물속에 담갔을 때,
    흰 연기를 지피며
    단단하게 굳어버린 것 같은
    어둠 속에서

    어느 처음의 물속에 지지지직,
    식는 소리를 숨겨놓았을 것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자꾸만 누군가가 첨벙이며
    침묵 속으로 뛰어드는 소리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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