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도 날씨가 생각보다는 무덥다. 이상기온이라고 한다. 28~9도 까지 올라 갔으니 뜨거운 태양아래 죽을 맛이다.
12시에 붉은광장 앞 출발. 10km와 같이 출발하는데, 풀코스 인원은 1,800여명 정도. 5km 22:30. 러시아 사람들은 체력조건이 좋아서 그런지 엄청 잘 달린다. 뒤에서 계속 추월해 오는데 자꾸 뒤로 밀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10km 달리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아무튼 자꾸 뒤로 밀리니 의기소침해 진다.
마라톤 코스는 크레믈린 궁을 중앙으로 두고 좌우 모스크바 강을 따라 2~3번씩 왕복 하는 코스로 상당히 지루한 코스였다. 중간중간 사원이나 피터대제상 등 역사적 이름이있는 곳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모스크바 거리에서도 느낀거지만, 이곳 여성들은 하나같이 잘빠진 미인들이다. 특히 엉덩이가 잘 발달되 진을 입으면 섹시한 몸매가 가히 매혹적이다.
달리는 여성주자중에 유난히 엉덩이가 엄청 큰 여성과 달리게 되었는데, 그 몸으로 어떻게 저렇게 빨리 달릴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마 10km를 달리는 것 같은데, 내 뒤로 얼마 안떨어졌으니까 48~9분정도에 들어갔을 것이다.
10km 47:30. 15km 1:13:30. 20km 1:43:00, 25km 2:13:00, 30km 2:44:00…. 점점 속도가 늦어져 4시간안에 들어오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당겨 보려고 했는데, 4시간안에 들어오는 것도 잘해야 될 듯. 사실 저번주 하프대회 출전, 여독과 시간차등으로 애초에 마음을 4시간안에 들어오는 것으로 먹었다면 편안하게 달리기를 마칠수도 있었을텐데, 공연히 한번 당겨 볼려고 초반에 무리를 했더니 갈수록 고통이 뒤 따른다. 역시 몸 상태나 조건등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도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25km 지점에서 파워젤 하나를 먹었는데, 그때부터 속이 좋지 않더니 복통이 심해져 도저히 서있기 조차 힘들다. 할수 없이 36km 지점에서 포기를 하고 말았다. 오래된 파워젤이라 상했던 모양이다. 얼마전 연습주때 먹어 보았는데, 이상이 없길래 괜찮을줄 알았는데…. 그 당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까 더 뛰면 큰일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상당히 겁이 많이났다.
사실 여기에서 포기하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생각했다. 먼 타국 만리까지와서 완주를 못한다는 것. 풀코스 출전해서 중도포기한다는 불명예. 더욱 공식적으로 코리아팀으로 출전해서 팀 명예가 훼손되지는 않을까.. 또한 현재까지 코리아팀 1위를 유지했는데, 모스크바 대회에서 한국인 첫 골인의 영광(?) 등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전 대회에 누군가 한국인이 출전했을지는 모르지만, 공식적으로는 우리가 처음이므로…
이러한 모든 것을 접고, 욕망보다는 영원한(?) 달리기로 가는길을 택했다. 그리고 미련없이 포기를 했다. 한번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뒤돌아 보거나 변명하지 않기로 했다. 출전후 포기… 그것뿐인 것이다.
휴식후 호텔로 돌아와 간단히 샤워를 하고 사진기를 들고 코리아팀을 기다렸다. 회장님도 4시간52분에 기록으로 완주하시고, 모두들 잘 뛰었다. 내가 먼저 들어온줄 알고 있다가 중도포기 했다니까, 모두들 깜짝 놀라고 아쉬워 하신다.
풀코스는 정말 쉬운게 아니다. 아무리 천천히 달린다고 해도 결코 얕잡아 보아선 될일이 아니다. 풀코스에 진가는 30km 이후 어떻게 달리느냐에 달려있다고 하지 않는가.
첫댓글곽화진 : 여러가지로 기대가 큰 대회였는데 뜻하지않은 사고로 중도 포기를 했다니 아쉬움이 큼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수도 있으니까요! 한편 우리같은 초보자에게는 많은 교훈을 주는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고 싹 잊어 버리세요! (09/11 20:25)
첫댓글 곽화진 : 여러가지로 기대가 큰 대회였는데 뜻하지않은 사고로 중도 포기를 했다니 아쉬움이 큼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수도 있으니까요! 한편 우리같은 초보자에게는 많은 교훈을 주는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고 싹 잊어 버리세요! (09/11 20:25)
김무언 : 못내 서운함이란 이루 말할 수 조차 없겠지요, 그러나 그만하기 다행으로 여깁시다.더 나쁜 상황이라도 벌어졌다면.....,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다음을 기약합시다. (09/14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