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

[안창목]

 말(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느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느님이시니라. 

         그가 태초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빛이 어둠.           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요한복음.               1:1-5)

  사회생활을 하면서 흔히 말하는 윗 사람 혹은 높은 사람. 즉 학교라면 교장이나 총장, 회사라면 사장. 교회같으면 목사님. 신부님같은 한 기관의 최고책임자를 만나는 경우 개인적으로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 분 각자들이 구사하는 「말씀」에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예쁜 말씨, 고상한 말씨, 흥분하지 않은 차분한 말씨, 누가 들어도 듣기 좋은 톤을 유지하는 말씨를 구사한다. 우리는 그 말씨를 들으며 그것이 그의 인격이라고 가늠한다. 사람이 어떤 말씨를 갖추느냐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대화 도중 조금만 신경쓰면 타인에게 좋은 느낌을 줄 터인데 자칫 방심하기 쉽다. 더구나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는 말을 함부로 하기 쉽다. 그러나 상대는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열어볼 수 없으니 밖으로 나타나는 말이 마음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영악한 사람은 막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함부로 하면 유리할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첨떨고 아부할 필요는 없다. 그냥 예쁜 말만 구사해도 아첨 이상의 효과를 거줄 수 있다. 고려시대의 장군 서희는 말로서 수십만의 거란족을 물리쳤다고 하지 않는가.

  지인 중에 부부 모두가 크리스챤으로 부부사랑이 각별한 가정주부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회사가 부도나고 그 이후 자연히 경제적인 문제로 다툼이 잦아지더니 급기야 서로 욕설을 주고 받는 심각한 부부싸움까지 치닫고 나중에는 서로 말을 나누지 않았고 외면하는 사이가 되었고 남편은 외박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녀는 교회 바닥에 앉아 기도를 하면서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한가지 결심을 했다. 다음 날부터 그녀는 남편이 집을 나설 때 현관에 서서  『잘 다녀오세요』 라고 말하며 90도 각도로 정중히 인사로 배웅했다. 그때 남편은 평소 안하던 아내의 태도에 마치 「웃기고 있네. 별 짓을 다하네」 라고 하는 듯한 표정으로 아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저녁 때 남편이 귀가했을 때에도 얼른 현관으로 나아가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말하며 90도 각도로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녀도 내심 자존심 상하고 이 상황에서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속 마음과는 달리 겉모습이라도 열심히 하루 2번 인사를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났을 즈음 아내가 정중히 인사를 해도 못 본 척하고 나가던 남편의 입에서 『응』 하는 소리가 났다. 이후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부부는 2달이 지나지 않아 옛날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 말이 빛이 되고 생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남편이 먼저이든 아내가 먼저이든 먼저하는 하는 쪽이 더 큰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녀의 말씀인 즉  평소 안 하던 인사를 갑자기 하기가 어색하고 힘들었지 그 효과는 백프로 보장한다고 했다. 한참을 세월이 지나 그녀의 말이 생각나서  나도 한번 시도해 보았다. 역시 효과는 백프로이었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밖으로 드러난 말을 차차 마음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친구에게도 마찬가지다. 평소와 달리 상대에게 따듯한 말씨로 말을 건네면 친구의 태도가 아주 좋게 변화되어 있음을 체험하게 된다. 가정에서 부부간의 애정이 가장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부부사이가 좋다면야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아파트에 앉아 부부가 호떡 한 입 물고 요즘처럼 눈내리는 창가를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정말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