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아련한 추억이 떠 오른다....
2009년9월8일 오전
블루릿지마운틴 – 1981
미국에 이민을 가서 하고 싶었던 것이 참 여럿 있었다.
나열 해보면, 오도바이 제대로 된 것 한번 가져보는 것, 온갖 양담배 다 한번씩 피어보는 것, 그 많은 양주 한번씩 마셔 보는 것, 제대로 된 오디오세트 한번 가져보는 것(그 시절엔 AR3와 같은 스피커가 꿈의 스피커 이었다), 닐 다이아몬드, 무디블루스, 그 중에서도 존 덴버의 음악을 직접 들어 보는 것이었는데….
미국에 이민이라고 가서 뉴욕에 처음 도착한 곳이 어머니 연고에 따라 자동적으로 브루클린의 처치에브뉴이었다. 바퀴벌레가 득실거리고 바로 옆에 “Granada” 극장이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도 그 집에 배인 냄새가 생각이 날 정도로 지저분한 곳이었다. 4월28일에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하여 미국입국 도장을 받고서 롱비치에 먼저 정착한 어머니 바로 아래 이모집에서 1주일 정도 각종 미국음식과 쬬꼬레트, 그리고 바나나(버네너;미국 발음) 등을 먹으며 호강(?)을 하다가 시카고를 거쳐 뉴욕 케네디 공항에 도착 한 것이 아마도 5월5일 어린이날이 아니었던가 한다.
케네디 공항에 아침 7시경에 내리는데 공항 주차장에 얼마나 차가 많이 주차되어 있는지? 나는 미국에 입국하는 이민자 가족당 한대씩 미국정부에서 주기 위해 그 많은 자동차 들이 끝없이 주차 되어 있다고 믿었었다. 바로 옆에서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고 있던 형에게….형! 자세히 볼수는 없지만 빨리 비행기 착륙 전에 한대 골라야 한다고 채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당일치기로 맨하탄의 주요 관광지를 걸어서 돌아보고 다음날 새벽 단잠에 빠져있는 우리 형제를 깨운 사람은 바로 우리 가족을 케네디공항으로 마중 나온 외삼촌이었다. 6시에 잠에서 깨지 않는 몸을 이끌고 걸어서 찾아간 야채가게, 그리고 거기서 눈물 나는 이 몸의 이민사가 시작 되었다.
주말마다 형과 찾아가던 코니아일랜드 선창가 주막의 ‘맥주마시기’도 시들 해질 무렵, 나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그래 이 좋다는 미국 이민생활이 이 정도 뿐이라면 차라리 그 좋다는 미국군대에 들어가자~!!
어느 주말 ‘코니아일랜드 대신 그렇게 찾아간 타임스퀘어의 모병소에서 나는 일생의 전환점을 가져 올 서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시작된 나의 군대생활-GI 생활(註: Government Issue/GI – 정부 지급품)은 나름대로 꿈많고 호기심 많던 나를 상당히 진취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수년에 걸친 GI 생활이 끝난 뒤 나는 죤 덴버가 노래하는 블루릿지마운틴을 갈 기회가 생겼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 버지니아를 가는 산길! 100마일 정도의 산길을 7시간에 걸쳐 지났다. 블루릿지 산 아래에서 시작되는 경고판 몇가지, “산길 시작 15번째 주유소 – Last 15th Gas Station before the Blue Ridge Mountains” 그리고 그 옆에 서있는 지역정부의 공식 안내문 – “산악구간엔 주유소가 진짜 없다 – No Gas Station Next 100 miles”.
워낙 흔해빠진 주유소들이라, 보통 사람들은 쉽사리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경고문이 필요한 모양…, 그리고 계속 되는 경고문, Last 14th…., Last 13th…The Last Gas Station – Absolutely No More Gas Station after 100 miles !!!
정말 없었다, 그리고 게속되는 또 다른 경고문, 시속 15 MILES 이상 달리지 마시오 – “Max 15miles per hour”. 정말 이었다! 산길이 포장은 그런대로 잘 되어있었으나 구배(기울기)가 미국길 답지 않게 코너링 할 때 외곽(절벽쪽)이 낮게 되어있고 산에서 흘러내리는 마사토가루 때문에 속도를 내면 절벽쪽으로 미끌어 진다.
그렇게 4~5시간을 올라가니 대낮인데도 깜깜 어둡고, 안개까지 끼어 밤길에 가깝다. 그때 나타난 꽃사슴 가족들 – 나는 그때 거기서 仙界를 경험 했다. 그리고 나오는 죤 덴버의 나를 고향길로 가게 해달라는 달콤한 노래~~~아!
(그리고 10여년 후에 전해진 죤 덴버의 경비행기 사고소식과 부음, 나는 그 순간 10여년 전의 블루릿지마운틴의 산길을 떠올리며 죤 덴버는 분명히 그때 내가 지나온 그 仙界로 들어갔을 거라고 믿게 된다)
그리고 셰난도계곡을 지나며 내려선 버지니아주의 인간세상…몇시간 더 달려서 州都인 리치몬드시를 지나면서 ‘말보로 담배공장’을 지나치며 달콤한 담배향을 맡으며 목적지인 뉴포트뉴스 타운으로 향했다.
(註; 본인은 뉴포트뉴스-Newport News에 있는 미육군 수송학교의 17주 짜리 헬기 동체 정비코스를 수송학교 최단기록인 7週半만에 끝내고 일계급 특진을 하였다. 뉴포트뉴스에는 미해군조선소가 있는데, 그 당시 USS Kennedy Aircraft Carrier와 아이젠하워호를 동시 건조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