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자 누나하고 자서 그 것 때문에 그런가? 은숙이를 안고 있는데도 이 녀석이 얌전 하네. 은숙이 볼 면목이 없어서 얘가 성도 못 내나 보지? 하다 쟤들한테 들킬 수도 있으니, 그래서 그러는 건가? 모르겠네.’ “너 새벽에 보니까 저 방에서 나오더라, 벌써 같이 잔거야? 와! 너 어~ 진짜 아유! 정말 너무 빠른 거 아니야? 호호호 어찌되었던 축하 해.” “얘는 아니야, 이불 잘 덮어주고 나온 거야, 우리는 같이 자도 그냥 안고만 자거든, 너희가 생각하는 거 같이 그러지 않아, 우리 서로 결혼 때까지 지키기로 했어, 너희들 소문 낼 거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한다는 건데? 나는 그냥 같이 잔거냐 물었는데, 왜 펄쩍 뛰는데? 얘가 정말 수상한데? 정길씨, 얘, 어제 깊~은 밤에 그 방에 왔었죠? 같이 잤지요? 우리도 다 알아요. 나 같아도 벌써 잤겠네.” “아아 황홀한 밤이여~ 어찌 시간은 이리도 빨리도 흐른단 말인가? 시간아! 나는 너를 저주하노라, 달아 멈추어라, 구름아, 시간의 눈을 가리 워 다오, 하하하 흐흐 까르르 호 호 호.” “아유! 정말 그래 잤다 잤어, 어제 오빠랑 둘이 자지 않고 아기 만들었다, 아주 쌍둥이를 만들었다 됐냐?” “어어! 은숙이가 성모야? 잠만 자도 아기를 만들게? 그거 참 재주도 좋아요. 허허허,” “아이 참, 오빠까지 왜 그래? 나만 그렇게 놀리면 나 정말, 화낸다, 하지 말라니까, 오빠는 좀 맞아야 돼. 에잇, 에잇.” “아이고, 이 마누라가 샛서방을 봤나? 생 서방을 잡으려고 하 네, 사람 살려요.” “얘들아 그만 놀리자, 은숙이 울겠다, 아~ 나도 정길씨 같은 남자 때문에 누가 놀려 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호호호 아유! 재미가 깨소금이네, 호호호 아유! 얘들아 우리 이러다 약속 시간에 늦겠다.” “얘, 얘! 그만들 하자, 이러다 싸움 나겠다, 사실 오늘 우리 셋이 남자들과 단체로 만나보기로 했어, 그래서 집에 안가고 얘도 부른 거야, 우리가 먼저 간다, 정길씨 나중에 또 봐요.” “우리도 네가 부러워서, 오늘 애인 만들러 가는 거라고, 정길씨 안녕히 가세요.” “은숙아, 오늘 정길씨 도장 꽉 찍어, 시간이 사람을 놓치게 만들 수 있어, 정길씨 이따가 봐요 안녕.” ‘내 정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야! 정신아 빨리 내게로 돌아와라, 너 없이 나 혼자 어떡하란 말이냐.’ “아유! 애들이 혼을 빼 놔서 맥이 쪽 빠졌네, 오빠 나 좀 꼭 안아 줘요, 내가 정신이 나가서 쓰러지겠어, 정말이야.” “나도 그래! 옛날 왕이나 대감들이 빨리 죽은 이유를 알겠네, 아! 정신 사나워.” “우리도 오늘 묵호에 가서, 은숙이 있을 곳과 회사가 어떤가 보자, 이제 정리가 끝났을 거 같으니, 보기만 하고 바로 차를 타고 돌아오면, 저 수다 장이들 보다 빨리 올 수 있을 걸.” “아니 교회가야지, 일 부 예배드리고 가면 되잖아? 아이 참! 빠지면 절대로 안 돼, 아 글쎄, 무슨 말을 해도 안 된다니까 어서가요.” 담임 목사가 급한 일이 있는데도 예배에 왔다고 기뻐한다. 반주는 자기 딸에게 하라고 한다면서, 두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란다며, 벌써 두 사람의 관계를 안다는 듯이 빙그레 웃는다, 예배를 어떻게 드렸는지 모른다. 두 사람의 생각은 이미 그들을 떠나, 각기 다른 곳에 있었으니까, 몇 안 되는 1부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과의 인사도 대충 대충하고, 목사님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뛰다시피 정류장으로 갔다, 서둘러야 차를 놓치지 않고, 또 늦지 않게 돌아올 수 있기에, 묵호현장의 출장소 겸, 사무실에 들어 가보니, 회사를 세울 강릉에는 대지만 사기로 했고, 우선은 묵호에 공사현장에서 가까운 곳의 땅을 빌려서, 창고 두 동과, 장비 실, 숙소, 사무실 등을 지어 놓았는데, 현장을 관할할 곳이라서인지, 지어 놓은 출장소의 규모가 상당하다. 전에 세 들어 있던 회사의 10배 수준인 창고만 해도 대단해 보인다, 은근히 은숙에게 자랑스럽고 우쭐한 마음이 든다, 또 사무실을 보고 정길 자신도 놀란다, 나중에 강릉에 지을 본사 규모는 대단하겠다고 생각된다. “여기가 이번에 장만한 회사의 출장소야, 나도 오늘 처음이야, 정씨 아저씨가 숙직 이예요? 예, 수고하시네요, 사무실 숙직은 누구죠? 아! 예 여기 제 약혼자 예요, 인사해, 우리 회사 수문장으로 임명되셨나 봐, 예? 아! 지금은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데, 얼마 안 있어 우리 회사 사무실에 경리로 출근할 거예요. 예? 예.” 그들의 모습을 보고 몇몇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미리 얼굴을 알리는 것이 좋겠다, 싶어 은숙을 앞으로 내세워 인사를 시킨다, 아는 이들은 눈인사로, 모르는 사람은 그 앞으로 다가가서 인사 시킨다, 정길을 알고 있었던 직원들이 새로 입사한 동료들 에게 정길이 사장의 아들인 것과, 창고 관리 책임자 인 것을 알려 준다. “처음 보시는 분이네요, 조립기술 쪽이라고요? 아~ 네! 이번 싸이로에서 일하실 기술자시군요, 예? 아, 회사 정식사원으로 입사하셨다고요? 반갑습니다, 저는 자재담당 이정길입니다, 작은 사장? 아니 예요,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저 쪽은? 오늘 숙직이시 군요. 예! 이쪽은 제 약혼자입니다, 이번에 경리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에 근무하실 분들에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가 은숙이가 일할 사무실이야, 아직 정리가 다 안 끝났네, 은숙이 올 때쯤이면 제대로 배치가 되어 있을 거야, 자, 나가자, 나도 오늘 처음 보는 거라서인지 어째 남의 회사같이 생소한 느낌이 드네, 여기가 출장소라는데도 장소가 넓은 걸.” 회사다운 면목이 이 정도이니 숙소도 깨끗한 곳 일거라 지레 짐작했다, 물을 것 없이 맞았다. 숙소 건물 가까이 가자 원석이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정길의 소식을 이미 듣고 기다리던 참이다. “원석아 집에 안 갔냐? 응? 찾기가 쉽더라, 주변에 새 건물들이 얼마 없고, 죄 낡은 집들이라서 이 건물 찾기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인사해라, 네가 보고 싶어 하던 형수 될 분이다, 이번에 회사경리로 올 거 결정되었어, 아니! 아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지, 다니던 곳도 정리해야 하니까 어? 아, 지금? 강릉에서 은행 다니고 있었어, 우리 회사도 이제부터는 어느 부서든지 전문가들이 필요 하거든.” “형수님, 잘 부탁합니다, 저는 착한 놈이라 염려 않으셔도 되겠지만 많이 걱정되네요, 형수님이 너무 예뻐서 누가 업어갈까 형 많이 조심해야 할 거야, 온통 늑대 같은 남자 들뿐이고 거친 놈들이라서 말이지.” “그렇지 않아도 그래서 오늘 미리 온 거야, 우리 옆방이 여긴가? 마침 방이 비어 있어 다행이네, 다음 방은 주인여자 방이고, 잘 되었군, 원석아, 주인에게 이방은 우리가 쓴다고 해라, 여자가 쓸 방이니 도배도 산뜻한 걸로 새로 하라고 하고, 며칠 있다가 짐 들어온다고 금방 하라고 해, 함 바는~ 아니야, 나중에 내가 직접 하지, 네가 집에 안가서 정말 다행이다, 아버지에게 말씀 좀 드려 줘, 형수가 경리로 오기로 결정했다고, 그러면 아실 거야, 나는 형수, 집에 데려다 주고 내일 일찍 오전 중에 온다고 하고, 뭐 나 없어도 급한 것은 없지? 네가 그동안 잘 하고 있었으니 고맙다, 그럼 우리 갈 게, 구경 몇 군데 시키고 내려 갈 거니까 간다, 아니! 그러지 말고 우리하고 같이 묵호항에 가 볼래? 가서 저녁도 먹고 말이지, 같이 가자, 싫어? 그럼 뭐 할 수 없고 진짜 간다.” 정길이 은숙과 묵호항으로 발길을 정한다, 항구는 생소하여 구경도 하고 회를 좋아하는 은숙에게 한 턱 쓰기 위해서다, 길을 가다 철물점이 보이자, 아! 하며 은숙의 손을 잡고 철물점으로 가서 무엇인가를 찾는다, “여기서 뭐 좀 사자, 아저씨 작은 망치하고 끌 작은 거 하나 주세요, 그 옆에 그거요, 예, 큰 거 보다는 네, 그 정도면 되겠네요, 무얼 좀 어디다가 새기려고 그럽니다, 여기요 돈.” ‘아직은 회가 입에 안 붙네, 앞으로 많이 벌어야 은숙이 회를 실컷 사줄 수 있겠어, 참 잘도 넘어간다, 하하하 저렇게 맛이 있을까? 나도 오징어 회는 그런대로 입에 잘 붙는단 말이야, 흠! 쫄 깃 거리고 맛이 있어.’ 식사 후에, 은숙을 바닷가의 자갈과, 암석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돌을 들었다 놓았다가 하는 정길이를 왜 그러나 싶어, 은숙이 호기심을 갖고 쳐다본다, 들었던 돌이 마음에 안 드는지 다시 버린다, 망치와 끌은 어디 쓸 일이 있어서 샀나보다 했고, 지금 하는 행동하고 관련이 있을 줄은, 모르고 있는 은숙이, 돌을 뒤적이는 정길에게 시계를 보면서, 참견을 할까 말까 망설인다, 친구들이 집에 오기 전에 먼저 들어가려면 지금쯤 출발해야 하는데 왜 그러는지? ‘돌이 좀 그럴듯한 것이 눈에 안 띄네, 음, 이건 조금 작은 것 같고, 아! 여기 있었네, 크기도 모양도, 이만하면 새기기 좋겠다.’ “오빠, 도대체 뭐 하려는 건데? 집에 걔들보다 빨리 들어가기로 했잖아?” “자, 여기 앉아 봐. 우선 글씨를 먼저 이렇게 돌 위에 쓰고, 정길+은숙=사랑 그리고, 이제는 톡 톡 톡 잘 새겨지지? 이 돌이 썩어서 없어지기 전에는 우리사랑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맹세의 돌비석이야, 자! 내 이름과 숙이 이름 기초는 해 놨으니 은숙이가 내 이름을 파야지. 이렇게 잡고 너무 세게 말고, 톡 톡톡 됐어, 이제는 내가 할 게,
흥 흥 흥 톡 톡,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노래 부르며 하니까 잘 파지네, 은숙이 조각가 소질이 있다, 나보다 잘 하는데. 이 글씨가 바다 속에서 씻기어 나가기까지 변하지 말고, 우리 아끼며 사랑하자.” 은숙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울먹이며 말을 한다, 예상하지도 못했던 사랑의 증표를 만들어 바다 가운데에 사는 모든 생물에게 증거를 삼다니, 이 남자는 과연 내게 너무 과분한 남자고 너무 멋있어, 하며 가슴에 차오른 감격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망치하고 끌을 샀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다른 데 쓸데가 있나보다 했었어요.” “우리 은숙이가 감격 하셨군, 자 다 됐으니 우리 맹세하자, 내가 먼저 한마디, 다음에 은숙이가 한마디, 교대로 생각나는 대로 하자, 그럼 내가 먼저, 나는 하늘과 땅과 바다 에 고한다, 사랑하는 조 은숙을 이 돌이 삭아 없어진 후에도 사랑할 것을 맹세한다, 자! 이제는 은숙이도 해봐.” “나는 이정길을, 하나님을 사랑 하듯이 사랑하며, 그의 뜻이라면 죽기라도 할 것을 맹세 한다, 이것이 거짓이면 번개, 천둥, 벼락이 나를 쳐도 좋습니다.” “아니 왜 그래? 겁나게, 죽기는 왜 죽어, 영원히~ 영원히~너무 재미있게 살아야지, 응 어? 그런데 왜 우는 거야? 울지 마, 오늘을 우리 잊지 말자, 자! 내가 은숙이 뒤에 선 다음에, 우리 둘의 오른 손을 합치고, 그 위에 우리의 사랑의 언약의 돌을 같이 잡은 다음에 바다로 힘차게 던진다, 자, 힘주시고~ 물속에 고기들도 공중의 갈매기들도 우리들의 사랑의 증인이다 엇차.” “아까 오빠가 약혼자라고 할 때,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 몰라, 결혼식 할 때도 아마 이렇게까지 흥분 되지는 않을 거야, 거기다가 언약의 돌이라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나 정말 놀라고, 감격했어요.” “약혼이 별거인가? 두 사람이 하늘과 땅에 다짐을 하고, 참, 우리는 바다에까지 증표를 남겼으니 이것이 바로 약혼식이지.” 은숙의 눈에 눈물이 한 방울 보인다, 그것을 감추려고 했는지,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안하고, 정길의 목에 매달려, 정길의 입술에 정신없이 자신의 입술을 부 벼 댄다, 오히려 정길이 그런 은숙을 안아주며 주변을 훑어본다. 돌아오는 길의 버스 안에서, 은숙은 정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은 채,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정길이 무언가 말을 건네려 하다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고 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은숙이 얼마 안살아 온 자신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해,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리라, 은숙이 그동안에 작은집에서, 그 식구들에게 수모 받으며 살다 독립한 것이 얼마 전인데, 정길을 만나고부터 그녀의 삶은 정길의 삶과 연관이 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은숙은 이제 그와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정길과 하나 되기 위해서 무엇부터 해야 하고, 반드시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봐! 그래도 우리가 먼저 왔잖아? 저녁도 맛있게 먹고 소화도 시켰으니, 이제는 차분히 방으로 들어가서, 훼방 군 처녀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우리 둘이서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실까요?” “오빠, 오빠 분위기에 끌려 다니다 보니, 교회에서 목사님께 내 직장 옮기는 말씀을 드리지 못 했잖아, 어떡해? 다음 주에 같이 가서 말해 줄래? 아니면 평일에 나 혼자 가서 말해야 하나, 아버지와 친한 친구시기에 나를 딸 같이 생각하시는데, 둘이 같이 인사가기 전에 아무래도 내가 먼저 혼자 가서 만나 뵙고, 자세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낫겠지? 아니면 섭섭해 하실 거야.” “그래, 평일 날 목사님 만나서 나와 결혼하게 되었고, 직장을 묵호로 옮기게 됐다고 잘 말씀드려, 주례는 목사님에게 부탁할 거라고 하고, 아버지도 만나 뵙고, 시아버지도 만나고, 시어머니 허락도 받았다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언제 그랬냐고? 아니 시어머니 반지도 받았고, 시아버지의 허락도 받았고, 언약의 돌로, 하늘과 땅에 맹세 하느라 장장 삼일에 걸쳐서, 프로 포즈를 했었는데, 당사자가 그 것을 모르다니? 아하 참 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격식 때문에 그래? 사람들 모아놓고, 음식 먹이고, 예물교환 안 해서? 그런 것이 섭섭하면 아예 날 잡아 다시 하도록 하지 뭐, 아니 정말이야, 은숙이 그렇게 하자면 다시 할 거야, 그럼 그러자, 우리 일생에 한번 하는 것인데, 제대로 예물 교환도 하고, 격식을 차려 약혼식을 하는 것이 나도 떳떳하니까.” “됐어, 오빠, 우리 집 사정으로도 그런 약혼식은 안 돼, 호호호 괜히 그래 본 거야, 정말 이라니까 고마워, 오빠, 말 들으니까 목사님에게 말할 자신이 생겼어, 은행에도 가서 퇴직 신청을 하고, 짐도 날라야 하니까, 짐 정리 끝나는 대로 전화 할 게, 언제? 음! 한 열흘 정도면 충분 해.” 대문이 심한 소리를 내면서 열리며, 마치 달리는 경기 말과 같은 기세를 뿜으면서, 아가씨들 세 명이 들이 닥친다, 한잔 걸치고 오는 동안에, 조심해 왔던 조신함이 일시에 무너지고, 은숙에게 다가와 하소연을 시작한다, 세 사람이 각기 큰 소리로 말을 쏟아대니, 무슨 말을 하는지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다, 한참을 그러다 서로 옆을 툭툭 친다, 그제야 앞에 은숙과 같이 서 있는 정길을 발견한 것 같다, 금방 시치미를 떼고, 멀쩡해진 얼굴로 언제 그랬냐는 듯 말한다. “은숙아 우리 이제 왔다, 글쎄 있잖니! 그 인간들이 말이지, 아! 그 늑대들이 글쎄, 어어! 정길씨 아직 안 가셨어요? 예? 은숙이도 같이 갈 거라고요? 아니 어디를요? 묵호라 구요? 직장은? 동생은? 집은? 아니 왜? 뭐 좋은 것이 그 곳에 있어요? 아까 아침까지도 아무 말이 없더니,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니요, 아버지가 어제 은숙이를 만나보시고, 우리 회사에 경리로 초빙해서, 오늘 바쁘게 결정한 겁니다, 이사까지 한 열흘 걸릴 거 같네요,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그냥 사시면 되고요.” “에 휴! 우리는 언제 초빙 같은 거 받으려나, 시아버지가 사장님 아닌 사람 서러워서 어찌 살지? 아휴! 우리는 남자들과 만나도 되는 일이 없는데, 은숙이는 날아가네.” “얘, 안 되겠다, 소주라도 사와라, 글쎄, 오늘 만난 남자 녀석들이 우리를 아주 하룻밤 품을 수 있는 여자들 다루듯 하잖아, 그래서 따귀를 올려 부치고, 우리끼리 술 한 잔 하고 돌아오는 거야.” “다른 남자들? 덜 하기는 뭐가? 아냐, 다 똑 같은 놈들이라고, 그치들도 다 똑같은 한 패거리들 같을 텐데 뭐.” “내일 은행에서 미스 박을 아주 혼을 내 줘야 돼, 어디서 그런 짐승 같고 몰상식한 놈들을 소개 해.” 수다 떠느라 정신없는, 여자 네 사람을 방안에 남겨두고, 은숙의 방에서 한참 자고 있는 정길의 품에 은숙이 안겨온다, 웬 일이지? 아까는 눈짓을 하고 어깨를 쳐도 모른 척 하다, 화장실에 다니러 나온 삐쳐있는 정길을 쫓아와 한다는 말이, 묵호에 가면 늘 같이 있을 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하면서, 여기서 이러다 눈치 빠른 친구들에게 걸린다며, 얼른 여자들 방으로 몸을 그렇게 돌리더니, 언제 정길의 옆으로 오게 되었는지 은숙 자신도 모르겠다, 자신이 먼저 안겨들어 꼬리를 치다니, 아무래도 오늘 정길의 언약의 돌 사건으로 은숙이 무장해제 된 것 같다. “이젠 겁나는 것 없다 이거네? 얘들한테 다 말했다고? 내가 말한 대로? 반지, 시 아버지, 언약의 돌 따라하지 말라고? 아니 재미있어서 그래 그랬더니? 뭐래? 저 아가씨들이 등을 떠밀어서라고? 자기들의 실패를 거울삼으라고 했다고? 그게 왜? 무슨 말이야? 나는 당 췌 모르겠는 걸.” 정길이 속으로는 뛸 듯이 좋으면서도, 뭔지 모르게 여자들의 계략에 걸려드는 것 같은 예감에 입맛이 쓰다, 혹시 이것들이 지금 밖에서 엿듣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못 불안하다, 에이! 뭐 그러면 어때?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 사랑하는지 저들도 아는데. “오빠, 지금 다른 생각나는 것 아니지? 나 걱정되는 거 있어요, 한 일주일 전부터 어떤 예감이랄까, 직감이랄까 하는 게 자꾸 떠오르는데, 확실 한 것은 모르겠고, 한 가지는 내 가슴이 아픈 무엇이고, 한 가지는 훨훨 날을 것 같은 기쁜 무엇이야, 나에게 관계되는 이는 오빠와 동생, 아버지 이 셋인데, 그 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 가해서 너무 불안 해, 기쁜 일은 물론 좋지만, 가슴 아프도록 슬픈 무슨 일이 다가오는 것 같아 너무도 무서워, 오빠도 내가 직감력이 별다르다는 거 알지? 오빠하고 있으면서도 가끔씩 가슴이 시려 와서 깜짝 놀라고는 했었어, 나,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세상 살아갈 자신이 없을 것 같아.” ‘아이고, 놀라라. 얘가 직감력을 타고 난 것을 깜박 했네, 흥자 누나와의 일을 느끼는 게 분명 해, 이거 어떡하지? 자수해서 광명을 찾아?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하잖아? 몰라, 몰라, 시치미, 시치미, 표정 관리, 좋은 일은 이번 일인 걸로 알 테고, 다른 일은? 탐정 은숙이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심, 조심 시치미, 표정관리, 등허리에 식은 땀 흐르는 게 느껴지는 걸.’ “오빠! 오빠? 걱정 돼서 그래? 조심 하면 돼, 이미 지나간 일일 수도 있고, 다가오는 일일 수도 있지만, 예전처럼 확실하게 느낄 수가 없는 게, 그냥 괜찮을 것 같기도 해, 너무 염려 하지 마, 자 이리 와요, 몸이 너무 굳어 있네, 그래도 나를 이렇게 걱정 해 주는 오빠가 나에게 있어서 너무 좋아, 말 좀 해, 오빠가 조용하니까 불안 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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