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의 사나이 - 한원태, 김영한
300억의 사나이, 한원태. 그는 은행에서 용역직 청원경찰로 시작해 7년 만에 정식직원이 되었고, 무려 1300여 명의 고객들이 그를 통해 모두 300억 원을 예금했다. 그가 개설한 신용카드만도 3000좌에 이른다. 그리고 지금은 마을금고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딱딱한 표정을 바꾸기 위해 집에서 거울을 보고 웃으며 인사하는 연습을 하루에 백번씩 했다.
그를 통해 예금을 한 고객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
“자네한테 홀렸어”
고객을 홀리는 사람, 그건 곧 고객의 영혼을 휘어잡는 사람을 뜻한다. 한원태는 오로지 진심으로 고객을 설득했던 것이다
3백 명의 고객들의 추천서와 탄원서, 그리고 지점장이 은행장을 설득하기 위해 은행장집 앞으로 새벽 네 시에 찾아가 출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무릎 꿇고 사정함으로 한원태는 S은행 석수지점에 발을 들여놓은 해로부터 꼬박 8년 만인 1977년, 그는 정식직원이 되었다. 8년 동안 안양 석수 지역의 주민들과 동고동락한 결과였다
“한원태 씨를 향한 동료직원들의 시기와 질투는 한원태씨가 고객에게 보여주는 관심과 애정만큼 자신들을 대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저 사람은 고객한테는 친절한데 동료직원한테는 불친절하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실적 때문에 경쟁이 생길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은 아닐 겁니다. 인간적으로 애정이 있고 믿음이 있다면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시기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외부의 고객만이 고객은 아닙니다. 시각을 바꿔보세요. 한원태씨라면 충분히 외부와 내부의 고객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직원도 고객이다. 이 말이 한원태의 가슴을 울렸다. 그는 지점장의 말을 통해 동료직원들 역시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소중하며, 고객을 대하는 태도로 만나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대학노트에 고객의 인상, 고객과 나눈 대화마저 모두 적어놓다. 이렇게 대화를 적어놓고 보니, 다음에 고객을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화제를 꺼내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고객의 정보는 그가 다음에 그 고객을 만날 때 유용한 자료가 되어 준다.
한원태의 스승은 고객이었다. 고객은 그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준만큼 그에게 신뢰를 보여줬다. 고객은 정직함의 힘을 가르쳐 준 스승이었다.
그가 고객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책에서 다 풀어내지 못한 숨겨진 고통들이 많다. 그가 흘린 눈물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인고의 눈물만은 아니었다. 그의 눈물 속에는 고객의 꿈과 자신의 꿈을 일치시키지 못했을때 찾아든 안타까움이 스며 있다. 또한 그의 눈물 속에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물마저 함께 섞여 있다. 그는 고객을 위해 울었고, 고객과 함께 울었고, 고객을 대신해 울었으므로 그의 눈물은 온전히 그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도 많은 시련이 있었으나 그는 자신을 이겨냈다. 그가 자신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의 스승인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그보다 앞서 고객을 자신의 스승으로 여기는 겸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살아있는 지식인의 전형이 바로 한원태씨라고 생각한다. 그의 학력은 중졸에 지나지 않지만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고객의 사소한 모든 것을 지식화하여 실천하였다. 그의 너덜너덜해진 대학노트에는 1300여 명의 고객들에 대한 사소한 지식들이 고스란히 살아남아있다. 고객들의 목소리와 성격뿐만 아니라 집안사정까지도 다 알고 있다. 이미 머릿속으로 외워버렸기 때문이다. 외우고 싶어서 외운 것도 아니다. 수없이 실천하다보니 다 외워져 버린 것이다
세계 최고의 고객감동을 실현시킨 사나이
그는 지난 10년 동안 자기 자신의 얼굴 표정을 바꾸기 위해 매일 100번씩 거울을 보고 아침 인사 연습을 해왔다는 그 끈질긴 근성 하나만으르도 그는 자기 자신과의 승부에서 이긴 사람이다
그는 300억의 수탁고를 기록했지만 나이와 학력 차별로 인해 정식직원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서비스에 감동한 300여 명 고객들의 탄원서로 정식직원이 될 수 있었다. 고객의 탄원서로 정식직원이 된 사례도 우리나라 기업 역사상 매우 드문 일이다
왜 한 명의 청원경찰을 정식직원으로 만들기 위해 수백 명이 탄원서를 제출하고, 석수 지점장은 새벽부터 은행장 집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로 부하의 정식직원 건의를 요청한 것일까?
그는 용역직 청원경찰에 불과한 시절에도 정직원 이상의 친절과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의 모든 것을 바쳤다. 한원태 서비스의 3대 원칙인 고객을 위해서는 은행 안과 은행 밖을 나누지 않고, 밤과 낮을 나누지 않고, 가난한 사람과 부자를 나누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념을 일관되게 실현시켰다
또한 그가 관리하던 많은 고객들이 운명하면서 그에게 유언과 유산을 남겼다. 한 사람 당 수천만원에 이르는 유산을 남겨주려 했지만 그는 모두 거절하였고 받은 것은 오직 양복 한 벌 뿐이었다. 사람들은 왜 그에게 유산을 남겼던 것일까? 그들 대부분 유산을 물려받을 자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에게 유산을 남긴 건, 그가 고객에게 베푼 친절은 단순한 친절이 아닌 ‘혼이 깃든 친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석수동 수많은 무의탁 노인을 돌보는 데까지 확산되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미쳤다
혼이란 정신과 마음 그리고 열정의 묶음을 말한다. 혼이 깃든 그의 서비스를 고객이 모를 리 없다. 마음과 감성만큼 전파력이 빠른 것도 없다. 지식과 논리로서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혼과 마음을 담아 행동했기에 오늘의 한원태가 탄생한 것이다.
생각해보라. 고객이 죽음을 앞두고 동네 은행의 청원 경찰을 보고 싶어 하겠는가? 그를 불러서 유산을 남겨 주고 싶다고 하겠는가? 이는 마음의 접점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내 모든 것을 고객에게 바친다. 그리고 내 영혼까지도 고객에게 바친다’는 글귀는 그의 신념이다. 누구나 쉽게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진실로 실천하기는 어려운 명제다. 그의 이 정신이야말로 이익에 집착해 무수히 단거리 선수만을 양성하는 속도의 시대에 이 시대의 기업가들과 위정자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준다. 이 신념을 인간 한원태는 석수동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실현시켰다.
S은행과 1건도 거래하지 않던 안양유원지 150여 가게의 상인 전체를 자신의 단골로 만들고 또한 상인들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았다
안양유원지 상인들 마음을 사기 위해 퇴근하여 유원지의 식당에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손님이 많을 때 찾아가서 매일 같이 일손을 도왔다.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씩 자동차에 잔돈을 싣고 유원지로 가서 상인들이 원하는 만큼 바꿔주었다. 은행 갈 시간이 부족한 상인들 대신해 통장과 도장을 받아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대신 처리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 유원지의 150여 명의 상인들이 모두 그의 고객이 되었다. 지점장조차 포기했던 유원지의 고객들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들의 손발이 되었기에 그들을 고객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유원지의 상인들을 통해서만 모두 56억의 예금을 관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