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으면서도 좋다고 말하는 내가 싫다
한국인 패션 디자이너 유나 양(Yuna Yang)이 유럽에서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기반으로 뉴욕 패션위크 데뷔 무대서 찬사를 받으며 미국의 최고 패션지인 WWD 1면을 장식했습니다.(2020.9)
유나 양은 까탈스러운 고객들이 무리한 디자인을 요구할 때마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살린 디자인을 고수하고자 늘 같은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다고 밝혔습니다.
“싫은데요.”
‘싫다’, ‘좋다’를 거리낌 없이 표현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표현하는 순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싫다’라고 말하면 거절하는 것 같아 상대방에게 실례가 될까 걱정합니다. 또한 ‘싫다’고 말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불이익이 돌아올까 ‘싫다’는 말을 쉽사리 꺼내지도 못합니다.
싫은 것을 정말 ‘싫다’고 말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깨질 것 같아 ‘싫다’는 말 대신 ‘좋다’는 말로 자신을 속이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아예 마음이 약해 ‘싫다, 좋다’를 표현하지도 못합니다. 그 만큼 둘 중의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큰 고민이 뒤따르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싫으면, 분명히 싫다고 말해야 합니다.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하는 것은 솔직함입니다. 내 자신에게 솔직해야 상대방에게도 솔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남이 아닌 나를 위한 것입니다. 나를 위해서 ‘싫다’고 대신 말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직 나만이 나를 위해 ‘싫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중연설가 앤드류 매튜스는 자신의 책 <관계의 갈인>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는 피하고, 기쁨은 더하며, 좀 더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로 ‘싫다’는 말을 분명히 표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정신적인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싫다고 말해야 할 때 ‘좋다’고 말하다 보면 결국 분노와 우울증에 빠져들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조절하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싫다고 말해야 할 때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 : 엄마, 나 이 치마 입기 싫어.
엄마 : 예쁘잖아. 그거 그냥 입어.
아이 : 싫어, 안 입어.
엄마 : 왜?
아이 : 뚱뚱해 보이잖아!
어린 아이들의 표현법은 분명합니다. 좋은 것은 좋고, 싫은 것은 싫습니다. 하지만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싫은 것을 싫다고 표현하길 주저합니다.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손해될까봐 두려워합니다. ‘싫다’고 자신 있게 말할 배짱을 잃어버렸습니다. 속으로는 ‘싫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겉으로는 ‘좋다’고 말합니다. ‘좋다’고 말하는 것이 잃을 게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동안 마음의 괴로움만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하는 내가 싫습니다.
싫으면서도 좋다고 말하는 나는 더욱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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