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쩍을 소금 꽃으로 볼 수 있는 눈
우리는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지만 그렇게 해서 과연 얼마나 세상을 변화시켜 왔는가? 말은 자주 우리에게 내적 패배감을 안겨준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 영성생활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1. 우리는 노르웨이에서 들려온 총성을 들었다. 한국과 일본의 가부장적 문화를 이상적인 사회로 생각하고, 러시아의 푸틴과 우리의(?)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노르웨이의 한 청년이 여름캠프에 참여한 청소년, 청년들을 향해 총기를 무차별 난사했던 사건.
#2. 강화에 있는 해병 부대에서 소위 ‘기수열외’라는 집단 특유의 괴롭힘 방식과 인권이 무너진 조직 안에서 고통당하던 청년이 함께 살았던 동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던 사건.
나와 다른 세상을 꿈꾸고 나와 다른 무엇인가를 가진 그 누구인가를 그저 'Delete' 할 수 있고(#1), 내가 괴롭고 고통스러우면 'Backspace'키를 눌러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2)은 왠지 글 쓰는 이에게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경우에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사라지게 하려고 애썼는가? 불안과 두려움, 염려와 억지를 안팎으로 겪지 않고서는 단 하루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세상이다. 두려움에 자기를 방어하고 이웃을 공격하는 사람들,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움켜잡으려는 사람들, 사방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 언제 어떻게 나타나 자기를 해칠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적(?)들에 둘러싸인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 마치 어둠의 세력이 세상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우리는 도저히 그것을 피해 달아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 생(生)을 건 고공에서 “절망은 희망을 이기지 못한다. 아무 사심 없이 하나 된 우리를 저들은 결코 이기지 못할 것” 이라 말하는 철의 여인 김진숙 지도위원.
#4.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 내려가 김진숙 자매의 생(生)을 지지하던 수많은 사람들.
#5. 강정마을을 지키려는 문정현 신부님의 투신
#6. 광주 옥 주교님! 80년 5월 광주를 기억하며 "광주대교구는 아무런 힘이 없지만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이는 제주와 함께 강정마을의 진실을 알리는 일에 동참한다"는 말씀.
#7. ‘두물머리’로 미사 가는 것이 어느 덧 습관이 된 정평위 장동훈 신부.
세상에 속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영성생활의 본질이다. 우리가 하느님과 이웃과의 깊은 친교 안에서 살지 못한다면 종교는 성공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참된 영성이란 무엇인가? 나를 겁주는 깊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선택하고 죽음의 힘이 기승을 부릴 때 생명을 선택하며 온갖 거짓으로 에워싸인 곳에서 진실을 선택하는 삶. 괴로움 속에 있는 작은 기쁨과 즐거움을 찾아 나가는 일상. 노동의 고통 소금쩍을, 노동의 희망 소금 꽃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삶의 기술! 기쁨과 희망의 일상 회복!
-끝-
정의평화위원회 8월 칼럼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