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만이 아니라 예배의 모든 순서에서 은혜를 누리라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예배를 마치고 예배당 밖으로 나오는 성도들의 입에서 이런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오늘은 은혜를 못 받았다.” 그 말의 의미는 거의 대개 “오늘 설교가 별로였다.”라는 말이다. 이 말 속에는 예배 전체 중에서 오직 설교만이 은혜를 누릴 수 있는 순서라는 의식이 깊이 깔려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예배의 많은 순서 중 설교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배의 수많은 순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설교만으로 그날의 예배에 대해서 말한다. 설교 이전의 순서는 설교를 위해 존재하는 순서이고, 설교 이후의 순서는 설교에서 받은 은혜를 북돋아주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모든 순서는 각각이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순서라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순서 각각이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각 순서들이 모여서 전체를 이루어서 하나의 예배가 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설교를 다른 예배 순서 중에서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예배는 각 순서들이 서로 균형있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교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순서에서도 은혜를 누려야 한다. 하나님께서 공식적으로 허락하신 은혜의 방편인 말씀과 성례, 기도를 통해서 은혜를 누리며, 우리가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순서인 찬송과 봉헌을 통해서도 은혜를 누려야 한다. 때로 목사의 부족함으로 설교에서 은혜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모든 목사가 매주일 설교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날 설교한 목사 스스로가 잘 안다. 자기가 한 그날의 설교가 어떠했는지를 말이다. 물론 매주일 형편없는 설교를 하고, 매주일 설교가 본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간혹 목사의 설교가 별로였다고 하더라도 설교 이외의 수많은 순서가 은혜로왔다면 그 날의 예배는 분명 은혜로운 예배였다. 그러므로 함부로 “오늘은 은혜를 못 받았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예배가 은혜로왔는지 아니었는지의 여부는 개인의 감정적 반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은혜를 부어주시는 주체이신 하나님께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