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 (밝은 노래 모음) 1972. 유니버살 레코드사 KLS-47
Side 1
1. 대학시절 / 4월과 5월
2. 딩동댕 / 4월과 5월
3. 비와 나 / 송창식
4. 딩동댕 / 송창식
5. 돌멩이 / 신창균
6. 새벽길 / 김민기
Side 2
1. 타박네 / 서유석
2. 진주낭군 / 서유석
3. 서울로 가는 길 / 양희은
4. 빈자리 / 양희은
5. 아침이슬 / 양희은 다함께
★ 상기 음반은 CD로 다시 복각 발매되었는데 아랫 글은 그 음반에 대한 Review 글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의 포크 음악은 그저 추억의 한 조각을 떠올리게 해 주는 도구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음악에 있어서 하나씩 묻어있는 추억의 자락들은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소중하겠지만, 그 소중한 추억들을 넘어서 음악은 그 음악 자체로도 그 생명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냥 그렇게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여러 매체들이 그저 옛 이야기처럼 흘려버리고 지나가던 이 한 장의 소중한 음원은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음반 자체나 또 사이사이의 멘트 한 마디까지도 흘려보낼 수 없는 초창기 국내 포크의 커다란 발자취이다.
맷돌은 1972년 6월 14일 명동 코리아나 백화점 3층 문화 살롱에서 열린 첫 번째 공연을 시작으로 열렸던 공연의 이름이다. 공연의 이름이 이렇게 음반의 타이틀로 제작이 되어 발매가 되었다는 것은 당시 이 공연에 대한 호응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일 것이다. 물론 음반에 수록된 음원은 코리아나 백화점에서 열렸던 공연의 녹음은 아니다. 코리아나 백화점에서 열렸던 공연의 성공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젊고 의식 있는 포크 싱어들과 고유의 우리가락을 함께 무대위로 오르게 되는 ‘특별 공연’이 만들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특별 공연은 첫 번째 맷돌 공연을 관람하러 왔다가 단골 손님이 된 이백천의 사회로 1972년 9월 26일 명동의 국립극장에서 열리게 되었는데, 음반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고전음악과 탈춤 그리고 판소리 등이 어우러지는 무대와 포크 싱어들의 공연이 공존했던 실험적인 무대가 연출되었다. 음반에는 6명의 시인들에게 대학생을 위한 노랫말을 의뢰한 후 그 가사에 신예작곡가들이 붙인 곡들을 부른 곡들 중에서 4곡과 기존에 발표된 7곡이 그때의 공연 실황으로 담겨있다.
첫 번째 등장하는 팀은 4월과 5월이다. 사실 ‘장미’라는 당시 국민가요의 주인공이었기 때문 지금도 그 이름이 잘 알려진 듀엣이기는 하지만, 장미를 발표했던 시기와는 그 멤버가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이때의 4월과 5월은 포크 듀엣 가운데서 ‘노래’위주가 아닌 ‘작품’위주의 토탈 음악을 했던, 우리나라의 포크 음악을 이야기 할 때 빼 놓을 수 없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왕성한 창작능력을 자랑했던 백순진의 이름은 4월과 5월의 노래 이외에도, 쉐그린(이태원, 전언수의 역시 남성듀엣), 이수만, 윤연선, 또 국내 몇 안 되는 사이키델릭 한 느낌의 노래 남긴 라나에 로스포 출신 오정선 등의 음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맷돌 음반 중에서는 두 번째 곡이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가야금 반주에 얹힌 반복되는 멜로디가 전통적인 국악의 가락과 닮아있는 것은, 시작부분에 삽입된 이백천의 멘트중 일부분이었던, 오늘 음악의 뿌리는 ‘우리의 얼’이란 이야기에 부합하는 부분이고, 고유의 것과 현대의 목소리로 표현하려고 했던 공연의 취지와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다음 나오는 송창식은 윤형주의 곡인 ‘비와 나’와 역시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된 ‘딩동댕’을 불렀는데, ‘딩동댕 지난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히트를 하기도 했다. 같은 가사에 붙인 멜로디이기 때문에 앞서 4월과 5월의 노래와 비교해 듣는것도 재미있다. 송창식과 비슷한 보이스 칼라를 지닌 신창균의 ‘돌맹이’에 이어지는 곡은 김민기의 ‘새벽 길’로 1971년 발표된 그의 독집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곡이다. 1972년에 발매된 약간의 텐션감이 있는 반주로 녹음된 양희은의 버전에 비해 통기타 반주 하나로 녹음되어서 깔끔한 느낌이 드는, 하지만 무게가 느껴지는 트랙이다.
LP상에서의 뒷면에 수록된 곡은 우선 서유석의 두 곡이다. 서유석 역시 초창기 국내 포크에 있어서 양병집과 함께 밥 딜런(Bob Dylan)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서 참여적이고 저항적인 가사로 한 획을 그었던 아티스트이다. ‘타박네’는 양병집이 채보한 구전민요에 외국음악의 멜로디를 붙였던 특이한 곡으로, 서유석, 양병집, 이연실 등이 녹음해서 발표한 바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는 우리나라 여성 포크싱어의 대모 양희은 역시 두 곡을 수록했는데, ‘서울로 가는 길’은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 곡이고, ‘빈자리’는 김광희의 곡이다. 김광희는 1972년 소량 발매 음반을 발매하고, 수원 시민회관에서 음반 발매 기념공연을 했던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을 통해서 ‘나 돌아가리라(양희은이 녹음했던 가난한 마음과 같은 곡으로 현경과 영애의 음반에도 수록)’를 발표하기도 했다. 양희은의 노래에 삽입된 이백천의 멘트도 양희은의 데뷔 시절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자료이다.
말 그대로 질곡의 세월을 건너온, 국내 포크의 바이블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침이슬’의 합창으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한때 음반의 내용물에 대해서 소문만 무성할 정도로 희귀한 대접을 받았던 이 음반이 가진 상업성의 유무에 관계없이 어렵사리 재발매를 기획한 리버맨 뮤직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이젠 턴 테이블의 톤 암으로 다가갈 필요 없이 그저 리피트 버튼 하나만 다시 누르며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가 본다.
(대전에서 명하.)
"맷돌"이란?
여기 건강한 젊음을 위한 밝고 고운 노래의 잔치가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맷돌'. 젊은이들이 즐겨 부를 밝은 가사. 고운 노래들과 옛 어른들의 얼이 담긴 고유의 음악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젊음은 흔히 너무도 뜨거운 그 가슴 때문에, 칼날처럼 예리한 이성 때문에 자칫 삐뚤어지거나 응어리지기 쉽습니다. 호수처럼 맑고 용광로처럼 뜨거운 젊음을 언제까지나 지키고 아끼고 싶은 마음에서 이 자리는 마련된 것입니다.
무언가 부수고 싶고, 털어 버리고 싶고, 내뿜고만 싶은 젊음의 응어리들- 이 응어리들을 푸른 하늘에 분수처럼 시원스레 뿜어버립시다. 타작마당에 멍석을 깔아 앉아 맷돌을 돌리며 도란도란 말을 나누며 시름을 잊던 우리 할머니들의 슬기를 배웁시다.
밝은 가사, 고운 노래를 지어주신 시인. 작곡가 여러분에게 새삼 감사드립니다.
4월과 5월의 대학시절 듣기
첫댓글 젊은 그들이 느껴져요 이백천님의 젊은 모습은 그려지지 않지만..(맨날 그모습이 그모습같다는...)그앞에서 긴장한 모습으로 노래부르는 학무님,태풍님의 모습이 그려져요 마치 그앞에 턱받치고 앉아서 듣고 있는듯한 느낌이예요돌림노래같은 '대학시절' 참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