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행반야경 제10권
30. 촉루품(囑累品)
부처님께서 아난의 어깨를 세 번 어루만지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나는 그대에게 이 반야바라밀을 당부한다. 잘 지니고 잘 염두에 두거라.
아난이여, 이 반야바라밀을 계속 전해서 항상 지니고 살펴 그 글자를 온전히 익히고 또 항상 온전히 살펴서 염두에 두고 베껴 쓰도록 하되, 글자를 틀리거나 빼먹지 말 것이며 글자에 집중하고 좌우를 두리번거리지 말 것이다.
모든 것이 방해가 될까 두렵기 때문이니 부디 이 경을 잘 살펴서 글자를 빼먹지 말라.
아난이여, 나는 그대에게 이 반야바라밀을 당부한다.
왜냐하면 이 경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들의 다함이 없는 경전의 창고이기 때문이다.
이 경이야말로 모든 법의 위에 있으며 모두가 이 경으로부터 나와 제자리를 얻는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들께서 사람들을 위해 이 경을 설하신 이래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경전이 이로부터 나왔고, 그 지혜도 여러 가지이니 경전에 따라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각기 그대로 행한다.
사람들이 이 경을 따라 지혜에 들어가서 하는 말은 물론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의 말씀도 한결같이 이 반야바라밀이라는 창고에서 나와 온갖 경전으로 제자리를 얻는다.
아난이여, 곧 어떤 경전에서는 모양을 따라 온갖 행을 닦는 것을 설하고,
어떤 경전에서는 근기(根機)를 설하고 어떤 경전에서는 영민함을 설하고,
어떤 경전에서는 우매함을 설하고 어떤 경전에서는 지혜를 설하니,
사람들은 여기에서 다함이 없는 도리와 지혜를 구하며 달살아갈들도 모두 반야바라밀에서 나와 이와 같이 모든 것을 깨닫는다.
아난이여, 반야바라밀은 곧 모든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의 어머니이니 이것의 온통 밝은 지혜야말로 나의 몸 그 자체이다. 이 모두가 반야바라밀에서 나오고 반야바라밀에서 태어난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대는 나의 말을 잘 받들고 나의 가르침을 잘 섬기었다.
만약에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에도 그대가 부처님을 존경과 사랑으로 따르고 부처님의 몸을 받들고 부처님을 아끼고 부처님에게 효도하고 모든 것을 다하여 부처님을 공경하고자 하거든 부디 반야바라밀을 사랑하고 효도하고 공경하도록 하라.
아난이여, 그대는 지금까지 반야바라밀을 공경하고 모든 부처님들을 공양하였기에 내가 이것을 그대에게 당부하는 것이다.
아난이여, 그대는 그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모두 잘 해냈다.
그대는 몸으로도 사랑을 다했고 입으로도 사랑을 다했고 생각으로도 사랑을 다해서 부처님에게 효도했으며 모든 것을 다해서 부처님을 공경하였으니 효행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대는 불법을 얻을 때든 얻지 못할 때든 아무 말이 없었고, 법도에 맞을 때든 법도에 어긋날 때든 아무 말이 없었다.
그대의 마음은 항상 맑아서 티끌이 없으며 그대는 이로써 부처님의 은혜를 충분히 갚았다.
그대는 부처님을 뵐 때도 말이 없었고 부처님을 뵙지 않을 때도 말이 없었다.
그대는 이로써 부처님의 은혜를 충분히 갚았다.
아난이여, 그대에게 거듭 말하나니 만약에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이후 그대가 이 『반야바라밀경』 가운데 한 글자라도 잊거나 버리거나 베껴 쓰지 않는다면 그대가 부처님을 아끼고 효도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헛된 일이니,
아난 그대는 다시 나를 볼 수 없고 아난 그대는 다시 부처님을 공경할 수 없고 아난 그대는 다시 부처님을 따를 수 없고 아난 그대는 다시 나를 받들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또 그대는 지금까지 부처님을 잘 공경해 왔지만 다시는 부처님을 공양할 수 없을 것이다.
아난이여, 만약에 이 반야바라밀 가운데 한 마디 말이든 한 글자든 혹시라도 잊거나 베껴 쓰지 않는다면 곧 부처님의 은혜를 배반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이러한 까닭에 부처님을 사랑하고 효도하며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자 한다면 부디 이 반야바라밀을 잘 받아서 깊이 염두에 두거라.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불천중천은 정작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펴는 것으로써 반야바라밀을 공양하니 만약에 살화살(薩和薩)을 위해 이와 같이 크나큰 자비를 베푸는 보살이 있다면 반드시 부처님을 보듯이 대해야 한다.
모든 불법은 반드시 공경해야 하니 그대는 반드시 이것을 가까이해서 잘 지니도록 하라.
아난이여, 그대는 반야바라밀을 잘 살펴서 부처님의 창고라고 생각해야 하며 반드시 잘 살펴서 한 글자라도 잃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든 뒤 그대는 이 경을 잘 보호하여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반드시 지니고 있다가 다른 보살마하살들에게 이 부처님 경전의 창고를 나누어주도록 하라.
아난이여, 내가 이것을 그대에게 넘겨줄 테니 그대는 반드시 이것을 지니고 있다가 다른 보살마하살들에게 나누어주도록 하라.
아난이여, 만약에 누구든지 이것을 지니고 있으면,
보살들이 세세생생 지은 공덕 덕분에 온갖 고통과 생사와 감옥이 모두 사라지고,
지혜가 부족하여 집착에 얽혀있는 사람들은 이로부터 풀려나고,
모든 악마와 그 졸개들로부터 항복 받지 못하는 일이 없으며,
대상에 대한 모든 욕망이 사라져서 곧바로 부처님의 자리에 앉아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얻고 불도를 성취한다.
또 모든 사람들 가운데 눈이 없고 어리석은 이들은 그 즉시 눈이 열리고 총명해진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참으로 제일 큰 이 도에는 두 가지의 결과가 있지 않다.
이것은 오직 아뇩다라삼야삼보와 아유삼불을 얻은 지혜이며 이로써 반야바라밀을 확신하여 얻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이 땅과 하늘이 속한 작은 우주의 천 배의 천 배보다 천 배나 더 큰 세상의 모든 중생들에게 그대가 경전을 가르쳐서 이들로 하여금 모두 아라한의 가르침을 얻도록 하고, 다시 이들에게 하루하루 경전을 가르쳐서 1겁, 아니 2겁에 이르러 완전한 열반에 이르도록 한다고 해도,
이것은 정작 그대가 나를 받드는 것보다 못하며,
또 이 반야바라밀을 지니고 그 가운데 한 구절이라도 보살에게 가르쳐서 배우도록 하는 것보다 못하다.
이와 같이 한다면 부처님을 받드는 것에 부족함이 없고 또 부처님을 공양함에 부족함이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나는 지금 그대에게 반야바라밀을 당부하면서 찬탄하고 드높이는 말을 하고 있지만 정작 1겁에서 1백 겁에 이르기까지 찬탄의 말을 다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한 말은 대략 간추린 것에 불과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내가 묻는 말에 반드시 답하도록 하라.”
부처님은 곧 가사 밖으로 황금빛깔의 팔을 뻗어 오른손으로 아난의 머리를 몇 차례 쓰다듬으셨다. 그리고 다시 아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대는 부처님을 사랑으로 섬겼느냐, 아니했느냐?”
아난이 말했다.
“불천중천이시여, 저 자신만은 압니다.”
같은 질문과 대답이 세 번 오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대는 부처님에게 효도했느냐, 아니했느냐?”
아난이 말했다.
“불천중천이시여, 저 자신만은 압니다.”
같은 질문과 대답이 다시 세 번 오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대는 부처님을 사랑으로 섬겼으니 이로써 부처님의 은혜에 충분히 보답했다.
아난이여, 그대는 반야바라밀을 더없이 존중하고 거듭 공경해야 하니 구절마다 사랑으로 섬기고 구절마다 깊이 새겨서 반드시 똑똑하고 분명하게 생각하고 다른 것은 모두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일체의 마음을 여기에 두고 이 경을 정자(正字)로 베껴 써야 하니 보살마하살이 처음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냈을 때는 이것을 선뜻 내주되 반드시 크고 하얀 바탕의 훌륭한 책에 잘 베껴 써서 앞뒤 말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또 글씨를 쓸 때는 좋은 붓으로 좋은 종이 위에 써 놓고 스스로 귀의하여 섬기는 마음으로 예경하고 좋은 향과 온갖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비단과 일산과 깃발을 공양해야 하니 모두가 하늘 나라의 향과 다름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삼씨로 기름을 짤 것이니 이것은 정결해서 등불을 밝히기에 좋다. 스스로 귀의하여 땅바닥에 머리를 대었다가 물러난 뒤 등불을 밝힘으로써 예경하고 섬기는 일에 공경을 더한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설할 때 나열기성의 기사굴산에 모여든 제자와 대중의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성도(成道)하고 30년째 되는 해 12월 25일날, 공양(供養)을 드시고 이 경을 설해 마치시니 모든 제자와 보살과 천인과 아수륜과 천룡과 귀신과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경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