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영적 난민촌
캄보디아 내전이 끝날 무렵, 태국 국경 지역의 한 난민촌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약 5만 명 정도의 난민이 모여 살고 있는 그곳에서 나는 절망과 고통에 짓눌린 처절한 삶의 현장을 보았다. 가족, 삶의 터전, 팔과 다리, 시력과 청력을 잃은 사람들이 도처에 있었다. 그러나 나는 놀랍게도 거기서 교회의 그림을 얻었다. 눈이 없는 사람은 다른 이들의 눈물을 노래로 닦아 주기 위해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리를 잃은 사람들은 남아 있는 두 팔과 손을 이용해 대나무에 소가죽을 붙여서 다리 없는 이들을 위한 의족을 만들고 있었다. 아낙들은 폐타이어를 깎고 잘라서 사람들이 신을 샌달을 만들고 있었다. 양팔을 잃어 손으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은 등에다 통을 지고 다니며 여러 물건을 필요한 곳에 나르고 있었다.
교회가 바로 그런 곳이다. 교회는 영적으로 자신이 망가진 사람임을 자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몸을 이루는 공동체다. 하나님의 가족으로 입양되었지만, 아직도 죄의 근성이 있고 육의 고집이 떠나지 않은 불완전한 사람들의 모임. 그러나 동시에 교회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함께하는 가족 공동체다. 내게 있는 은사를 사용해 서로를 섬기는 영적 난민촌이다. 비록 연약해 보일지라도 각 지체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고, 축복하고, 세워줌으로써 우리는 아름다운 교회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
크리스천다움 / 양승헌
* 기도: 목회자든 교사든 찬양 사역자든 주방 봉사자든, 주님의 몸 된 교회 안에서 중요하지 않은 지체가 없음을 고백합니다. 겉보기에 화려하고 드러나는 것을 좋아해 차별하는 세상과 달리, 연약한 지체에게 존귀와 사랑을 더하며 고통과 영광을 함께 나누는 교회가 되게 하소서.
▣ 교회 공동체의 의미
교회라는 말이 복음서에서는 마태복음 16장에서 처음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더불어 나타난다. 그 고백의 장소는 가이사랴 빌립보다. 갈릴리에서 북쪽으로 약 45분쯤 자동차를 타고 올라가면 헐몬산 기슭의 바니아스라는 곳에 이른다. 헐몬산 자락에서 나오는 이곳의 풍부한 물은 시내를 이뤄 갈릴리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거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가이샤랴 빌립보란 곳에 이르게 된다. 본래 이곳 주민들은 풍요와 다산의 신인 바알신을, 헬라계 거주민들은 산림과 야수의 신인 판신을 섬겼다. 당시 헤롯왕은 로마정권에 아부하기 위해 로마황제 숭배 신당을 세워두었다고 한다. 이것은 이 장소가 당시 우상의 땅이었음을 시사한다.
왜 예수님은 제자들을 이곳까지 오게 했을까. 3년간의 제자훈련이 거의 마감돼 가는 시점에서 주님은 제자들을 이 의미 있는 장소로 데리고 오셔서 졸업종합고사를 치르게 하셨다. 그때 출제하신 문제 중 하나가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는 것이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이같은 베드로의 대답에 대해 예수님은 “복이 있다”는 칭찬과 더불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알게 하신 것”이라 하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 신앙고백을 통해서 예수님은 자신의 교회를 세울 것임을 보이셨다. 이것을 위해서 주님은 이 땅에 오셨던 것이다. 베드로의 고백을 통해서 예수님이 바알신과 판신, 그리고 로마황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하나님의 아들이심과 더불어 이 신앙을 고백하는 교회공동체는 신들과 로마황제와 비교되지 않는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선포하시려는 의도가 계셨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주님의 교회는 주님의 승리를 경축하는 공동체요, 자유케 하는 열쇠꾸러미가 맡겨진 공동체인 것이다. 이 공동체는 사도행전 2장에서 발견된다. 예수의 수난과 십자가의 죽으심, 부활, 그리고 승천 후에 성령의 강림으로 역사에 출현된 공동체다. 그리고 주님의 교회는 음부의 권세를 이기고 묶여있는 영혼들을 풀어내어 자유케 하는 교회, 즉 주님의 사역을 재현하는 교회였다. 주님께서 제자들을 이끌고 오셔서 시험을 치르신 장소, 그리고 장차 세우시고자 하시는 교회에 대한 설계도를 발표하신 장소가 바로 가이샤라 빌립보다. 오늘의 교회들이여! 때때로 그 자리로 나아가자. 그리고 주님께서 발표하신 교회에 대한 그 음성을 다시 듣자. 그리고 설계도를 살펴보자. 우리가 바로 그 주님의 교회인지를 말이다.
/조갑진(서울신대 교수)
▣ 공동체, 협력에 관한 성경 말씀
0 그대와 함께 한 이 백성이 필연 기력이 쇠하리니 이 일이 그대에게 너무 중함이라 그대가 혼자 할 수 없으리라(출18:18)
0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133:1)
0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저희가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4: 9-12)
0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18:20)
0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행2:46)
0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
0 몸 가운데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 하여 돌아보게 하셨으니(고전 12: 25)
0 그 때에 너희는 그리스도 밖에 있었고 이스라엘 나라 밖의 사람이라 약속의 언약들에 대하여는 외인이요 세상에서 소망이 없고 하나님도 없는 자이더니(엡2:12)
0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10:25)
0 너희는 하나님의 은혜에 이르지 못하는 자가 없도록 하고 또 쓴 뿌리가 나서 괴롭게 하여 많은 사람이 이로 말미암아 더럽게 되지 않게 하며(히12:15)
0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공급하라(벧후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