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오은문학五隱文學』 창간에 부쳐
신호新毫 / 본지 상임 고문 · 문학평론가
국조 단군檀君께서 나라를 세우신지 4349년(서기 2016년)인 1월 15일에 창간을 선포한 계간 『오은문학五隱文學』을 열렬히 축하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문인의 증가에 따르지 못한 발표매체의 ‘좁은 문’에 숨통을 틔운 데다가, 우리나라의 발전이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서울과 그 발전상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 곧 경인지역의 요지 부평에 터전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그 의미가 자못 크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창간의 깃발을 높이 든 종합문예지 이기에, 희망찬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사항에 각별히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첫째, ‘문학’은 인간의 행복과 인류의 번영을 위한 문화 활동이므로, 일찍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고매한 건국이념을 마음속 깊이 새겨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남의 처지를 헤아리도록 일깨워 주신 선조님들의 뛰어난 호칭呼稱의 참뜻을 음미해 실천하겠으니, 곧 단수 1인칭대명사인 ‘나’와 2인칭대명사 ‘너’는 말할 것도 없고, 더 나아가 ‘남(←ᄂᆞᆷ)’ · ‘놈’ · ‘님’ 같은 명사에도 두루 공통된 말소리 ‘니은(ㄴ)’을 넣은 한편, 복수는 이들을 모두 통합하는 ‘울타리[籬(리)]’라는 어원인 ‘울(+이→우리)’로써, 1인칭만이 아니라 모두가 어울려 ‘한겨레’라는 공동 운명체 안에서 화목하고 평화롭게 살아가야 함을 타일러 주셨기 때문이다.
둘째,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역사’는 국가나 민족을 다루고 ‘문학’은 개인의 일을 다룬다 하였으나, 개인적 쾌락에 치우쳐 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그르치는 어리석음은 절대로 저지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날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이름을 드날린 분들만이 아니라, 지조를 지켜 물러나 양심을 지킨 이들의 절의節義 또한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니, 이를테면, 고려 말의 목은牧隱 이색李穡 ·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 야은冶隱 길재吉再 등 삼은三隱은 물론, 그 밖에도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과 더불어 ‘오은五隱’으로 추앙推仰 받아온 농은農隱 조원길趙元吉 선비의 미덕을 이어받아 메말라 가는 인간성을 되살리는 동시에, 우수한 문장력을 거울삼아 우리 문학의 비약적 발전을 이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위와 같은 이념 및 인간성의 도야陶冶에 이어 본지는 당면 목표로 문인들의 표현력 증진에 기여하는 노력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 최신간 평론집에 “옛날에 어떤 사막의 은수자隱修者가 그랬대요. ‘내 침묵으로 알아듣지 못했다면, 내가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아닌 게 아니라, 염화시중미소拈花示衆微笑 · 이심전심以心傳心 · 교외별전敎外別傳 같은 고사나 숙어가 일러주듯, ‘말’은 ‘마음’에 비해 힘은 약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표현 매체로 삼은 문학이 말을 버릴 수 없거니와, 앞의 예화에서도 정말 말이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면, 그 은수사야말로 진작 ‘말’ 아닌 다른 방도를 강구했어야 마땅했을 것이 아닌가. 니겠는가.
이 고사를 소개한 의도는, 말의 효과적인 부림을 위한 수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니, 본지의 제호에 ‘오은五隱’을 넣은 또 하나의 뜻도 바로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흔히 문장력이 판가름 나는 갈림길이 ‘직유直喩’가 아닌 넓은 의미에서의 ‘은유隱喩(메타포)’로 보기 때문인 것이니, 그 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가’는 ‘나’이다>는 좁은 뜻의 ‘은유’는 물론, 부분과 전체를 넘나드는 ‘제유’, 특징을 강조하기 위한 ‘환유’, 빗대어 권위를 깎아내리는 ‘풍유’, 그리고 겉으로 드러낸 말 외에 정작 하고픈 깊은 의도를 품는 ‘우언(우화)’ 등 다섯 가지[五隱]의 차이는 꼭 익혀,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때문이다.
넷째, 망원경처럼 앞을 멀리 내다보고 신인들의 발굴 양성에도 힘을 써야 하니, 무릇 국가의 장래가 젊은이들의 두 어깨에 달린 것처럼, 우리 문학의 장래 또한 젊은 문인들의 노력 여하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옛 어르신들의 훌륭한 점들을 이해하여 삶과 문학의 龜鑑을 삼는다면, 가족 성원간의 화목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 화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제호에 들어 있는 ‘오五’라는 숫자의 뜻이 오묘奧妙함을 덧붙이니, 이 졸문의 구조가 ‘다섯’ 항목으로 짜여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거니와, 특히 ‘둘째’와 ‘셋째’에서 열거 강조한 ‘다섯’이란 숫자는 두 자리 수의 시작인 ‘10’의 절반이자, 인체인 ‘손가락’ 수효나 유교에서 이르는 ‘오복五福’의 가짓수에서 알 수 있듯이, 낱낱인 그것들이 지닌 힘의 단순한 합계보다 월등한 힘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특히 ‘손가락’의 경우는 좌우의 어느 한 손만으론 “왼 손뼉이 울랴[孤掌難鳴]”는 수준이지만, 두 손을 함께 씀으로써 ‘박장대소拍掌大笑’할 수 있으니, 미구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들어, 우리 문학을 크게 발전시켜, 올림픽 경기를 치르고도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누리지 못한 부끄러움도 말끔히 씻어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장장 3분의 2세기가 지난 ‘분단의 벽’을 허무는 데에도 일조가 되리라 믿어지니, 모름지기 모든 임직원들이 합심 단결하여 알차고도 훌륭한 종합문예지 『오은문학』을 발간함으로써, 문학 개혁의 선도적 역할을 다함으로써, 수 · 복 · 강녕康寧 · 유호덕攸好德 · 고종명考終命 등 이른바 오복 또한 누리기를 간곡히 바라 마지않는다.
4349년 1월 16일 첫 새벽
‘올림픽공원[五輪公園] 평화의 문’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