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03-21 10:20:24
[132차] 삼성산-관악산 연계산행
2007. 3. 21. / 박광용
산행일 : 2007. 3. 18. (일), 맑으나 스모그 많은 날.
코 스 : 삼성초교 뒤-제1전망대-제2전망대-학우봉-삼막고개-삼성산 국기봉(478봉)-
삼성산 정상(철탑, 479봉)-무너미고개 (점심식사)-관악산 8봉능선-6봉 국기봉-
관악산주능선(남)-안양 산림욕장.
참석자 : 인식(대장), 상국, 경호, 광용, 진운, 경남, 동규, 길래, 병욱. (총 9명).
산행시간 : 09:30 삼성초교 뒤 출발 à 16:15 산림욕장 도착 (총 6시간45분, 식사시간 포함)
이번 산행에 참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 참석인원이 너무 적으면 펭귄 대장이 서운해 하지 않을지 염려되어 블로그에 일단 간다고 신고해버렸다. 나야 3~4명이면 어떠랴 싶지만 대장 맡은 펭귄은 여린(?) 마음 다잡지 못할까 내 마음이 쓰인다.
약속시간 5분전에 공포(?)의 범계역 2번 출구에 당도하니 경호, 진운, 경남, 병욱이가 기다리고 있다. 못 올 거라던 경호도 내 마음과 마찬가지였나 보다. 경남이는 전날에도 포도청 일로 북한산을 올랐는데 이틀 연속 산행하기는 오랜만이란다. 진운이는 30분에 한 대가 다닌다는 직행 버스가 있어서 일찍 나온 것이 20분 이상을 기다렸나 보다. 곧 이어 상국이가 동규와 함께 나타나고, 좀 있다가 펭귄 대장이 나타나고, 길래는 버스 타고 왔다며 뒤편에서 나타난다.
올 사람은 다 왔나 보다. 참가 인원이 몇 명 안 될 거라며 머쓱해 하던 펭귄 대장이 9명이나 되는 대군을 이끌게 되자 입이 귀 밑에 걸렸다. 출장 가는 김총이 공항에서 전화 왔는데
“인식아! 걱정하지 마라. 내가 참석 못해서 미안한데, 그래싸~도 올 사람은 다 온다. 모르긴 몰라도 한 10명은 나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하며 펭 대장을 위로하더란다.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간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고 대장이 내리라는 곳에서 내린다. 집에 와서 지도와 견주어 보니 그곳이 삼성초교 뒤쪽이더라. 버스정류장에서 신발끈 야무지게 묶고 곧바로 출발이다.
“뭐! 이런 게 다 있노?”
“초장부터 이런 오르막이 어딨노?”
하면서 모두들 호흡을 가다듬는다.
조금 오르자마자 등줄기에 땀이 맺힌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겉옷을 한 꺼풀 벗어낸다. 바야흐로 봄은 봄인가 보다. 티셔츠 한 장으로 충분할 만큼 날이 다 풀린 것 같다. 길래는 몸이 얇아 아직 조끼를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동규는 몸도 두꺼운데 재킷까지 두꺼운 것을 입고는 더운 숨을 몰아 쉬고 있다. 옆에서 보는 내가 더 덥다. ㅎㅎㅎ
30분을 올랐나 보다. 지난번 금강사를 들머리로 올랐던 길과 만나고, 그때 가봤다는 핑계로 정자가 마련돼있는 제1전망대를 지나친다. 잠시 내려갔다 다시 오르막, 제2전망대를 향한다. 점점 등산객이 많아지고 주변이 소란스러워진다. 조금은 신경 써야 하는 바위 길을 따라 10분을 올랐을까, 제2전망대에 당도한다. 일행들이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워 단체사진은 엄두도 못 낸다.
제2전망대에 오른 펭 대장은 좋은 날씨 탓에 기분이 고조되어, 모든 산우들에게 삼성산, 관악산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이런 열정을 갖고 있는 펭 대장, 지금껏 여러 차례 관악산을 다녔지만 오늘처럼 맑은 날이 없었던 지라, 설명하는 목소리에 한층 자신감이 묻어있다. 오늘은 완벽하게 안내할 수 있음을 만천하에 알리기라도 하듯이…
다시 학우봉을 향해 우회할 사람은 우회하고 오르는 사람은 오르고 하여 능선분기점에서 모두 만난다. 다시 삼성산 정상을 향해 가면서 삼막고개(왼쪽으로 삼막사, 오른쪽으로 염불암)를 지나고, 대체 정상이라 할 만한 삼성산의 국기봉(478봉)에 닿는다. 삼성산의 정상은 지도마다 조금 다르게 표기돼있다. 실제 정상은 (군부대)철탑이 있는 479봉인데, 정상을 군부대에 내주고 나니 대체할 만한 것으로 국기봉으로 알려진 남쪽의 478봉을 꼽기도 한다.
478봉에 도착하지만 좁은 공간에 사진 한 장 찍기가 번거롭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어 펭 대장이 쏜 아이스케키 하나 먹고 지나친다. 산림청 헬기가 우리 머리 위를 바로 지나간다. 날등을 타고 가는 바위 길을 지나고 정상 바로 아래 455봉에서 잠시나마 단체사진 한 방을 남겨둔다. (경호 사진).
다시 조금 나아가면 479봉을 철책이 막아 서있고, 그 왼편으로 돌아나간다. 겨울철 눈이 쌓여 있을 때에는 무척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잠시 돌아나가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2~3분 내려가면 무너미고개로 내려서는 능선분기점에 "K83:삼성산초소"라는 이정표가 서있다.
이 능선은 등이 완만하여 구릉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데 사면과 능선길을 왔다갔다하며 20분을 내려와서 이정표 "K82:무너미고개(우측)"에서 후미를 기다린다. 여기서 계속 직진하면 학바위능선을 타고 관악산 연주대로 오르는 길이고, 우리는 8봉능선을 타고 갈 것이기에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무너미고개에서 안양쪽으로 조금 내려선 널찍한 곳에 당도한다. 계곡을 따라 왼쪽으로는 무너미고개를 넘어 서울대입구(관악산공원입구)로 나가는 길이고, 오른편으로는 안양유원지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제 12시가 넘었으니 먹고 가야지! 8봉의 초입 널찍한 곳에 상을 차린다. 복분자주, 조 껍데기 동동주, 각자 싸온 도시락과 김밥, 목동표 제일 김치, 컵라면 등으로 각자의 입을 즐겁게 한다. 갑자기 담배 피는 친구가 더 늘어난 것 같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선배님 한 분의 얘기를 전하며 금연을 강조해 본다.
부산으로 발령 받아 근무한 지 1주일 되었는데 산에는 빠지지 않고 나타난 병욱이, ‘술 내놓으라’고 야단이다. 복분자술 없었으면 굉장히 서운해 할 뻔했겠더라. 병욱이는 부산에서 금욜 저녁에 올라왔는데 마나님께 정성을 다해 봉사했더니 아침에 산에 오는데 마나님이 ‘잘 다녀오세요’ 하더라나? 그 비결이 자못 궁금하다.
상국이가 적당히 얼려서 갖고 온 동동주는 제법 단단히 얼어있어 마음대로 따뤄지지가 않는다. 마음대로 마실 수 없는 동동주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에 상국이한테 원한(?)을 품고 있었던지 알 수는 없지만, 병욱이가 불쑥 내뱉는 한마디에 뼈가 있는 것 같다.
“서총 니는 인자 지는 해 아이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한참 동안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공격을 받은 서총,
“어? 그래, 맞다. 내 임기가 4월27일까지 한 달 남았는데, 지금 니 후보 연설하는 기제?”
하고 되물으니 병욱이 특유의 버벅거림으로 얼버무린다. 너무나 갑작스런 정치적(?) 발언에 한동안 엉뚱한 웃음이 휘날린다.
동규가 정성스레 깎아주는 사과, 배, 한 조각과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식탁을 마무리한다. 팔봉 들머리를 찾아 길을 오르며 입었던 재킷을 벗어 다시 배낭에 챙긴다. 천천히 나타나는 암봉1과 암봉2를 모두가 넘어가고, 암봉3이 ‘두꺼비바위’였나? 두꺼비를 올라탄 상구기 정확한 폼으로 시범(?)을 보인다. 빨간 모자 조교보다 더 정확한 폼이다. 하기야 빨간 모자 조교들이래야 많아야 2년의 경력이 고작이겠지만 상국이는 이미 20년이 넘은 것 아니겠나? ㅎㅎㅎ
3봉인가 4봉 오를 때, 등산로 왼쪽 옆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잘 생긴 바위 하나가 눈에 띈다. ‘왕관바위’라고도 하고 ‘엄지-검지바위’라고도 하는데 그 보는 각도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붙였나 보다. 작년의 기억을 되살린 펭 대장, 그 사실을 모르는 동규와 진운이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참고 : 101차 정기산행, 2006. 7. 30.) 잠시 감회(?)에 젖기도 했단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조금 위로 올라가서 누군가 왕관바위 가운데로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도 오르는 사람은 없더라.
삼성산에서도 관악산을 볼 때마다 '8봉'을 나팔 불던 호루라기 경남이가 8봉에 들어서자 줄곧 앞서가기 시작한다. ROTC 장교 출신으로 전방부대에서 바위타고 다녔다며, 나보다 봉우리 하나를 앞서가던 경남이가 나를 부르며 사진 찍어달라고 하지만 내 카메라 성능의 한계를 곧 드러내고 만다. 다시 바위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암봉5인가에서 모두가 잠시 쉬어간다.
줄곧 바위봉우리를 한없이 타고나니 7봉의 급경사 내리막이다. 오르는 사람과 교행하는데 조금 지체한다. 몇몇 산우들은 7봉을 우회하기도 하면서 어느덧 8봉 정상, 국기봉이다. 근데 오늘은 국기가 없네. 주능선과 만나는 점이니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단체사진 하나 찍어두고 관악산 남쪽 주능선으로 들어선다.
길래 선사를 비롯한 몇몇 산우들은 6봉에 못 가본 아쉬움에 ‘6봉 가자’며 나팔을 분다. 친절한 펭 대장, 다음 기회에 안내하겠다는 언약을 하고는 주능선을 타고 내려간다. 잠시 길래 선사는 6봉 국기봉을 붙잡고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아쉬움을 묻어둔다.
주능선을 따라 안양산림욕장으로 내려간다. 처음에 좀 급한 경사를 내려오면 다음부터는 편안한 능선길이다. 거의 다 내려올 즈음 <사색의 쉼터>에서 먹다 남은 동동주와 커피로 정담을 나눈다. 다시 정비 하고 현대아파트 후문을 통과하여 정문으로 나가니 안양 관양동 시장이더라. 집안 모임이 있어 뒤풀이에는 참석치 못하고, 택시로 인덕원역으로 이동, 지하철 타고 집으로 간다.
펭귄 대장,
그처럼 진지하게 산을 타는 친구가 있을까?
기회 있을 때마다 주변경관을 그렇게 열심히 설명해주는 친구가 있을까?
돌이켜 보건 데, 그 옛날 처음으로 대장을 맡아 관악산 사당능선을 오르던 그런 펭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펭귄 대장님!
고맙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뒤풀이 함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이 나이에 산에 대한 그런 열정을 지닌 당신을 존경합니다.
다음 기회에는 6봉으로, 호암산으로, 다시 한 번 안내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