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타고난 본성, 그가 살아온 문화배경 그리고 성장과정에서 습득된 생활방식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하다보니 사람마다 개성과 행동거지가 다르기 마련인데 SD에게는 이런 유별난 버릇이 있던다.
날이면 날마다 일지를 쓴다 SD는 공직생활 37년 동안 업무일지를 써왔었다. 그리고 퇴직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껏 매일 일지를 쓰고 있다. 재직 시에는 정부예산으로 구입한 業務日誌를 썼지만 퇴직 후에는 탁상일지를 私費로 구입해서 쓰고 있다. 그는 어쩌다 생각해보면 ‘마치 왕조시대에 史官들이 사초를 이렇게 썼던가 싶기도 하고’ 또 지난 정권 때 비서실장의 업무일지가 들통나서 빼박캔트당한 것을 알기도 한단다. 그렇건 저렇건 버릇으로 그는 일지를 쓰고 있단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그 일지들을 묶어서 실록처럼 모아둔단다. 이름하여 'SD日誌'인데 기억이 애매할 때 찾아보면 많은 도음이 되기도 한단다. 그러나 언젠가는 모두 없애야할 것으로 생각한단다.
밥그릇 씻은 물을 곧잘 마신다 SD는 밥을 먹고 나면 '예전에 어르신들이 숭늉을 마시듯' 밥그릇에 물을 부어서 헹구고 그 물을 마신다. 그렇게 하면 그릇에 붙은 밥풀데기까지 깨끗하게 억을 수도 있고 그릇이 물에 불어서 설거지하는 데도 좋은 것으로 생각해서란다. 어쩌다 밥을 비벼먹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릇을 헹구고 그 물을 기꺼이 마신단다. 그의 아내는 새 컵에 물을 따라주면서 '이 물을 마시라'고 한단다. 하지만 그는 그 컵물을 밥그릇에 부어서 그릇을 헹군 다음 기꺼이 마신다. 아내는 그런 SD의 태도가 못 마땅해서 그에게 '당신이 스님이요?'타박하지만 그는 "아까운 양념이 들어간 것을 어떻게 버리느냐?"고 대꾸한다. 그런 이상한 버릇도 집안에서만 통한단다.
EL군을 아침에는 중간층에 둔다 SD가 사는 아파트는 고층이지만 오래되어서 낡고 구식이어서 불편함이 많은 편이다. 그가 살고 있는 동(棟)은 30층 건물인데다 층마다 2세대씩이어서 60세대가 같은 동에 살고 있단다. 그런데 사용하는 엘리베이터(EL군)는 한 대 뿐이라서 EL군이 늘 바쁜 편이다. 어떤 때는 EL군이 고위층에서 놀고 있어서 데려오는데 한참을 가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단다. SD가 기다리면서 생각해보니 오후 퇴근시간대에는 1층에 두는 것이 귀가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아침 출근시간에는 중간층에 두면 출근자들의 부름에 더 쉽게 달려올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 운동을 다녀온 후에는 L군을 15층으로 저녁에는 1층으로 돌려보낸단다.
반주를 모두 마시고 나서야 SD는 젊어서 술깨나 마셨는데 철이 들면서 삼가는 편이란다. 그래도 친구들과 술자리를 더러 하는 수가 있단다. 말이 술자리이지 이어서 밥도 먹게 된다. 그런데 대개의 일반 음식점에서는 술이 나오자마자 곧 이어서 밥이 따라 나온다. 그럴 경우 대부분의 친구들은 밥을 먹어가면서 반주로 술을 마신다. 그런데 SD는 술을 먼저 다 마시고나서야 밥을 먹는다. 그의 궤변에 의하면 “그래야 술은 술대로 맛이 나고 밥은 밥대로 먹은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술부터 마시는 버릇이 되어버린’ 그는 나름 변명으로 “그렇게 함으롯써 술을 덜 마시게 된다”고 응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