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DMZ 250km 통일걷기
13일차-7월9일(토) 후기
한 여름 땡볕을 피해 일찍 걸으면 좋지 않을까? 누구나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은 그게 아니다. 혼자나 두셋이면 혹 가능할 지 모르나 50명이 넘는 단체이기에 여의치가 않다. 달리기 계주처럼 dmz 통일걷기는 오늘 끝난 장소에서 내일은 이어 걷기를 할 수 없다. 각 지역마다 군사적으로 성격이 다르고 계절적으로 장마의 피해 등으로 길이 막힐 수 있고 사회적으로 숙식을 제공할 형편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홀로 이런 길을 현재의 상황으로는 걸을 수는 없으나 그런 날 통일의 그날이 평화통일의 그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
통일촌 부녀식당에서 아침을 일찍 먹었다. 어제 낮에 점심을 먹은 통일촌 휴게소 식당은 일반 영업장소이나 저녁과 오늘 아침 장소인 통일촌 부녀회 식당은 동네 회관이다.
2일차의 소똥령 마을 이하 모든 마을의 식당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농촌살리기 정책의 일환으로 법인 등록을 한 법인체의 성격을 지닌 사업체이나 그간 30개월 이상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도시보다 더 타격을 받아 거의 다 폐쇄된 상태에서 통일걷기 원정대가 먼지를 털어내는 첫 고객이란 점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으나 산전수전 다 겪은 대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척이다. 오늘 아침 식단은 솔직하게 보면 가장 단촐한 식단이었다.
농촌마을 공동체의 식당 음식은 그 마을 아주머니들의 평소 활동이나 오랫동안 손을 맞춰온 시스템에 따라 식단의 종류나 맛 그리고 서비스 시스템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양구 팔랑리의 마을 공동체나 철원 정연리 금강산철길 마을 공동체 이길리의 두두미가 자는 버들길 마을 공동체처럼 오랜 시간 손을 맞춰온 협력체는 정성이 눈에 보였으나 어느곳처럼 직원 하나가 겨우 명맥만 유지해온 업체는 갑자기 닥친 단체손님에 알바로 데려온 동네 아줌씨들에게 일사분란한 서비스 시스템의 요구는 무리라 생각했다.
캠프 그리브스는 휴전 후 미 2사단 506연대가 주둔했던 미군기지로 철수 후 경기도가 인수하여 역사 문화 체험시설로 운영하는 곳이다. 그곳 유스 호스텔에서 1박을 한 원정대는 버스로 통일촌 부녀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자유의 다리를 건너 통일로 임진각 앞 평화의 종각 광장에 집결을 하고 오늘의 통일걷기를 준비했다.
임진강변 생태 탐방로란 체험이다. 판문점을 견학하고 회담 장소일망정 군사분계선을 넘어 이북 땅을 밟은 원정대에게 임진강변 남쪽 강안의 탐방로는 다소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나 어찌 되었든 우리는 전공이 걷기이기에 마지막도 걷기를 해야한다.
사전 통보된 명단에 일일이 서명을 하고 일반 탐방객들의 앞에 서서 임진강 남쪽 강둑에 이중으로 설치된 철조망 사이를 걸었다. 기존의 철조망에 그물를 덧댔는데 최신 국방 과학기술로 제작된 첨단 방어 경비 시스템으로 전류가 흐르는 실로 만든 전류그물망으로 닿거나 끊어지거나 이상 징후가 있을 시 자동으로 경보 시스템이 작동된다고 한다.
통일대교 밑 탐방로에 현대의 정주영 회장의 방북 소떼를 기념하는 살아 숨쉬는 듯한 황소 조형물이 일행을 반겼다.
철조망에 혹은 강둑에 미술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철조망 둑길 바로 아래는 반구정에서 율곡습지공원에 이르는 평화누리길 8코스의 길이 있다. 조평도 앞까지 두 시간 여 8km를 걸어간 일행 앞 장신리 마을에 버스가 서 있었다.
임진각 1층 강당에서 통일부 관계자의 참석하에 간단한 해단식이 있었다. 석별의 시간이다. 나는 내 생애에 이런 멋진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말했다. 언제 또 이땅의 이길을 걸을 수 있겠는가!
진정 고마운 12박13일의 dmz 250km 통일걷기였다.
감사!
후기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라는 말이 있다. 나는 형편이 된다면 아내와 둘이 배낭을 메고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고 싶었다. 올 초부터 서울둘레길에 이어 강화나들길을 단 둘이서 완주하고 세 부부가 팀을 이루어 경기둘레길 850km를 걷는 도중에 그간 인연이 닿은 둘레길 동행자로 부터 "2022 dmz 250km 통일걸기" 소식을 들었고 바로 신청을 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고 그간 정권이 바뀌었다. 내심 불안했다. 선택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또는 정권이 바뀌어 행사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이런 프로젝트는 주변 정세에 민감하고 더우기 막 정권이 바뀌었으니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고 그만큼 절실히 걷고 싶고 보고 싶은 내 나라 내 땅이었다.
한 달 십여일 만에 선발된 인원에 의한 카카오 단톡방이 개설되었고 단톡방으로 비대면 ot를 거쳐 각종 준비사항이 통보되었다.
회비는 선발을 통보하면서 10만원을 계좌에 입금하였고 그 이후 단 일원도 공식적인 지출은 없었다. 조별로 걸으며 단합용으로 동료 간에 경우에 따라 음료나 간식을 구매할 때에 돈이 필요하기는 하였다.
보편적으로먹는 것은 집보다 낫다. 물론 군대보다 낫다. 때로는 메뉴가 열세가지나 나왔고 최소라고 해도 대여섯 가지 이상이다. 양도 얼마던지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반찬도 넉넉했다. 후식도 끼니마다는 아니지만 수박 자두 참외 등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잠은 네명 다섯명이 하나의 방을 사용하였으나 어디에나 그런 사람은 꼭 있듯이 자기만 편하자는 한 사람 때문에 간혹 얼굴 찌프리나 양보하고 단합만 잘 되면 에어컨 가동되는 시원한 방에서 모기 걱정 없이 얼마든지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
걸는 도중에 휴식 시간이면 운영팀에서 일반 편의점에서 파는 얼음이 담긴 통에 아메리카노나 복숭아 애이드 등 각종 냉 음료나 설레임 등 찬 음료를 매일 1회 이상 제공했다.
등산용 샌달 하나로 신발은 해결했고 취향에 따라 반바지나 팬티형 바지 긴 바지 등 기능성으로 두 개면 족했고 티는 하나면 된다. 모자와 티 하나를 제공받았다.
의료진 두 명이 앰브런스와 같이 대열의 뒤를 따르며 교통 정리를 도우며 매일 석식 후에 시간을 정하여 치료를 하여 준다. 45인승 대형 관광버스가 모든 일정에 동행을 한다. 매일 걸을려면 매일 정비를 해야한다. 하루 세 끼는 먹어야 하고 세탁을 하고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야하고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기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동수단인 버스는 절대 필수적인 요소이다. 모든 짐을 배낭에 넣으면 10kg 가까이 되는데 젊은 청춘도 버거운데 노년층이 어찌 매일 20km를 버틸 수 있겠는가 없다. 숙소 이동시 버스에 짐을 두고 배낭은 최소한의 필요 물품만 챙긴다. 우산을 쓰고 단 일보도 걷지는 않는다만 우산은 필요하다.
돈이 많아도 돈을 아무리 쓴들 dmz 250km 통일걷기를 할 수 없다. 이런 행사를 만들고 기회를 준 통일부가 고맙고 행사를 진행해준 (사)길만사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논하기 전에 휴전의 해에 태어난 휴전동이로 아직 이런 여름휴가는 없었다.
친구들에게 가끔 말을 한다. 비록 동족상잔의 비극이 끝나지 않은 휴전상태이지만 죽는 날까지 또 다시 그런 비극이 없다면 우리 세대는 진정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빛낸 복받은 세대로 긍지를 지니고 살 수 있다.
12박13일정의 통일걷기를 끝나고 나의 만보기는 353,000보 259km가 표시되어 있었다.
감사!
첫댓글 최고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