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ng-Hee Lee․Myung-Sook Jung. 1999. A method of teaching Korean stop sound for Japanese students. Journal of Korean Language Education 10-2: 233-255. When Foreigners learn Korean, one especially difficult aspect is exactly pronouncing sounds that do not occur in their native tongues. Fortunately, when there exist Korean phonemes with similar sound variations in foreign languages, the information of these variations can be effectively used to teach Korean. The aim of this research is to propose a method of effectively teaching Korean stop consonant pronunciation to Japanese students. In chapter 2, the acoustic characteristics of Japanese and Korean are compared by means of an experiment. The Japanese voiceless stop consonant variations are compared with the Korean lax, tense, and aspirated consonant. In chapter 3, We investigate what the auditory cues are for Japanese students of Korean when they encounter Korean stop consonant. In chapter 4, these results are based on a specific teaching method which shows Japanese students how to recognize, distinguish, and pronounce Korean lax, tense, and aspirated consonant. (Korea University)
1. 서론
오랫동안 한국어를 배워서 어휘나 문법적으로 숙련된 학습자들도 발음이나 억양이 자연스럽지 않아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외국어 학습의 목표가 의사소통능력의 향상에 있다면 실제적인 의사소통의 1차적 수단이 되는 음성언어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국어 교육은 어휘나 문법, 혹은 개별 기술의 능력 향상 방안에 치중되어 있었고 발음 교육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이종은(1997)과 하세가와 유키코(1997)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효과적인 발음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가 음운론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현장에서 발음을 가르칠 때 주로 사용해 온 방식은 교사의 발음을 듣고 반복해서 따라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한국어와 다른 음소 체계를 가진 외국인들이 언어학적인 지식이 없는 한 자신의 모국어 음소 목록에 없는 낯선 음을 학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교사의 발음이 아무리 정확하다 하더라도 외국인들에게는 그 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교육적 효과를 얻기 힘들다.
이처럼 모국어에 없는 음을 학습하는 것은 발음뿐만 아니라 인지의 측면에서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생소한 외국어의 발음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모국어를 이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즉, 한국어의 음소가 학습자의 모국어에 음소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변이음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변이음 정보를 한국어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영어에서는 무성음과 유성음이 개별 음소로 존재하지만 우리말에는 무성음만 있고 유성음은 변이음으로만 존재한다. 이러한 변이음 정보를 외국어를 배울 때 적절히 활용한다면 생소한 발음을 익히는 데 좀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가설 하에서 본고에서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발음 교육의 한 가지 방법으로 학습자의 모국어인 일본어에 존재하는 변이음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실제로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발음은 무엇보다 한국어 파열음의 세 계열, 즉 평음․경음․격음의 구별이다. 일본어에는 무성음과 유성음의 구별이 있는 데 반해, 한국어에는 세 계열의 무성음만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한국어의 파열음 평음․경음․격음을 구별하는 데 곤란을 겪는다. 그러나 일본어에는 무성음이 한 가지 음소로 존재하나 환경에 따라 다양한 변이음으로 실현된다. 이러한 변이음과 한국어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 비교를 통하여 그 대응 관계를 알아 보고자 한다. 또 일본인 학습자들이 한국어 파열음을 지각할 때 사용하는 단서가 무엇인지 지각실험을 통해 알아 보고자 한다. 이처럼 양국 언어의 음향적 특성을 비교하고 일본인 학습자의 지각 단서에 관한 실험 결과를 통해 효과적인 발음 교육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2. 일본어와 한국어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
2.1. 실험 방법
이 장에서는 실험을 통하여 일본어 무성파열음과 한국어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실험은 녹음과 분석의 두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녹음은 고려대학교 방송국 녹음실에서 이루어졌으며 녹음기는 Sony사의 DAT(Digital Audio Tape recorder) TCD-D8을 사용하였고, 마이크는 Shure사의 SM-48을 사용하였다. 분석은 UCLA에서 개발한 PCquirer(ver. 4.5)를 사용하였다.
파열음은 폐쇄와 폐쇄지속, 개방이라는 세 조음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음향적 특성 중에서 파열음의 성대진동시작시간(Voice Onset Time; 이하 VOT)과 폐쇄지속시간(closure duration) 등의 양적인 측면 외에도 파열음에 후행하는 모음의 강도(intensity)와 음높이(pitch) 등의 질적인 측면도 분석 대상에 포함시켰다.
VOT 길이는 파열 시작 부분부터 성대진동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구간을 측정하였다. 파열음의 기식성 때문에 모음의 성대진동이 시작되는 지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스펙트로그램과 파형(wave form)을 연결시켜 측정하였다.
<그림 1: 성대진동시작시간 측정 방법의 예 (/타/)>
폐쇄지속시간은 어두 위치에 파열음이 오는 경우에는 폐쇄가 시작되는 지점을 측정할 수 없으므로, 어중에 오는 파열음에 대해서만 측정하였다. 선행모음이 끝나는 지점에서 파열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구간의 길이를 측정하였다.
<그림 2: 폐쇄지속시간 측정 방법의 예 (/아타/)>
강도는 모음의 안정 구간 내에서 강도가 가장 높은 지점의 강도값을 측정하였다.
<그림 3: 강도 측정 방법의 예 (/타/)>
음높이는 모음 시작 부분에서 가장 높고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데, 이 중에서 가장 높은 부분의 음높이값을 측정하였다.
<그림 4: 음높이 측정 방법의 예 (/타/)>
2.2. 일본어 무성파열음의 음향적 특성
일본어 파열음은 무성파열음과 유성파열음으로 구별되고, 무성파열음은 강세와 위치에 따라 다양한 변이음으로 실현된다. 예를 들어 일본어 무성파열음 ‘た [ta]’는 어두 위치에서는 유기음(aspirated)으로 실현되나 어중에서는 무기음(unaspirated)으로 실현된다. 그리고 어두 위치에 오는 경우에도 강세 여부에 따라 달리 실현된다. 즉, 강세를 받는 음절에서는 한국어의 격음과 유사한 음으로 들리고 강세를 받지 않는 음절에서는 한국어의 평음과 유사하게 들린다.
본 장에서는 실험을 통하여 일본어 무성파열음의 이러한 변이음의 음향적 특성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실험에 참여한 일본인 화자는 동경 지역 출신의 남녀 각 2명으로 하였으며, 어두와 어중, 강세 유무를 고려한 아래의 자료를 1번씩 발화하도록 하였다.
먼저 어두 위치 파열음에 대해서는 파열음의 VOT 길이와 후행하는 모음의 강도와 음높이를 측정하였으며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표 1: 일본어 어두 위치 무성파열음의 VOT 길이 (단위 ms)>
<표 1>에서 보듯이 모든 화자의 경우 어두 위치에 오는 일본어 무성파열음 중에서 강세를 받는 음절은 강세를 받지 않는 음절에 비해 VOT 길이가 짧게 나타났다.
<표 2: 일본어 어두 위치 무성파열음에 후행하는 모음의 강도 (단위 dB)>
<표 2>에서 보듯이 어두 위치에서 화자 ‘여 1’을 제외하고는 강세를 받은 음절이 강세를 받지 않는 음절보다 강도값이 약간 크다. 따라서 강세 유무와 강도는 약간의 상관성이 있는 듯하다. 이는 언어보편적으로 강세를 받는 음절이 강도의 상승도 동반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표 3: 일본어 어두 위치 무성파열음에 후행하는 모음의 음높이 (단위 Hz)>
<표 3>에서 보듯이 어두 위치에서 강세 유무에 따라 음높이의 차이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강세를 받는 음절의 음높이가 강세를 받지 않는 음절보다 훨씬 높은 값을 갖는다. 이는 일본어의 강세가 음높이로 실현되기 때문에 강세를 받는 음절의 음높이가 높아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어의 어두 위치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을 살펴 본 결과 강세와 음높이는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VOT 길이도 유의미한 차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강세 유무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다음으로 어중 위치에 오는 일본어 무성파열음의 음향적 특성을 살펴 보기로 하자. 어중 위치에서는 파열음의 VOT 길이, 후행하는 모음의 강도와 음높이를 측정하였다. 특히 모음 사이에 오는 무성파열음에 대해서는 한국어의 어중 파열음과 비교하기 위해서 폐쇄지속시간도 측정하였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표 4: 일본어 어중 위치 무성파열음의 VOT 길이 (단위 ms)>
<표 4>에서 보듯이 어중 위치에 오는 일본어 무성파열음은 VOT 길이가 강세 유무나 선행음의 종류와 무관하며, 어두 위치의 파열음에 비해 VOT 길이가 모두 짧게 나타났다. 이는 일본어 무성파열음이 어중 위치에서 무기음으로 실현되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표 5: 일본어 어중 위치 무성파열음에 후행하는 모음의 강도 (단위 dB)>
어중 환경의 파열음에 후행하는 모음의 강도는 어두 위치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세를 받는 음절의 강도가 강세를 받지 않는 음절의 강도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강세와 강도의 상관 관계가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6: 일본어 어중 위치 무성파열음에 후행하는 모음의 음높이 (단위 Hz)>
<표 6>에서 보듯이 어중 위치 파열음에 후행하는 모음의 음높이는 어두 위치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세를 받는 음절이 강세를 받지 않는 음절보다 그 값이 일관되게 큰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세 음절과 비강세 음절의 음높이 차이는 어두 위치에서만큼 크지 않다.
<표 7: 일본어 어중 위치 무성파열음의 폐쇄지속시간 (단위 ms)>
어중 위치에 나오는 일본어 무성파열음의 폐쇄지속시간은 강세에 따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강세 여부와 폐쇄지속시간에는 상관 관계가 없다.
이상 어중 위치에서 실현되는 일본어 무성파열음의 음향적 특성을 살펴 보았다. 그 결과 어두에서만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지만 강세를 받는 음절의 음높이가 높게 실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강도값도 강세 음절에서 약간 높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3. 일본어와 한국어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 비교
일본어 무성파열음 중에서 어두 위치에서 강세를 받는 경우에는 한국어의 격음처럼 들리고, 강세를 받지 않는 경우에는 한국어의 평음처럼 들린다. 또 어중에서는 모두 한국어의 경음처럼 들린다. 그 이유를 알아 보기 위해 일본어 무성파열음과 한국어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을 비교해 보자.
한국어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에 관해서는 이경희․정명숙 (1999)에서 고찰하였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표 8: 한국어 어두 위치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
<표 9: 한국어 어중 위치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
한국어 격음의 두드러지는 음향적 특성은 음높이가 가장 높고 VOT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것이다. 한국어의 격음으로 들리는 일본어의 무성파열음은 어두 위치에서 강세를 받는 경우인데, 아래 <표 10>에서 보듯이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음높이가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표 10: 일본어 어두 위치 무성파열음의 음향적 특성>
<표 10>에서 보면 일본어 비강세 음절은 강세 음절에 비해 음높이가 매우 낮은데, 한국어 평음도 음높이가 가장 낮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런데 일본어 어두 강세 음절에 오는 파열음의 VOT 길이는 평균 32.8ms로 한국어의 격음에 비해 매우 짧은 것이 특징적이다.
그리고 일본어 무성파열음은 어중 위치에서는 모두 한국어 경음처럼 들리는데, 아래의 표 11에서 보듯이 VOT 길이가 매우 짧고, 폐쇄지속시간이 한국어 경음만큼 길지는 않지만 평음에 비해서는 매우 긴 것을 알 수 있다. 또 강세 유무에 따라 음높이의 차이가 약간 있는데, 한국어 경음의 경우 어두에서는 음높이가 평음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고, 어중에서는 평음과 거의 유사하다.
<표 11: 일본어 어중 위치 무성파열음의 음향적 특성>
이상 한국어와 일본어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을 고찰해 본 결과 한국어의 격음과 일본어 강세 음절은 음높이가 높다는 공통점을, 한국어 평음과 일본어 비강세 음절은 음높이가 낮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어 경음과 일본어 어중 위치 무성파열음은 VOT 길이가 짧고 폐쇄지속시간이 평음보다 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인들은 한국어 파열음을 인지할 때 일본어 무성파열음과 한국어 무성파열음의 이러한 공통점들을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어의 경우 어두에서는 평음과 격음만을 실현하고 있고 어중에서는 경음만을 실현하므로, 어두 위치에서는 경음을 인식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많고, 어중 위치에서는 평음과 격음을 인식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실제로 일본인 학습자들이 한국어 파열음을 인지할 때 이러한 공통점을 이용하는지, 어두 위치에서와 어중 위치에서 인식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음 장에서 알아 보기로 하자.
3. 한국어 파열음에 대한 일본인 학습자의 지각 단서
이 장에서는 지각 실험을 통해 일본인들이 한국어 파열음을 들을 때 어떤 지각 단서를 사용하는지 알아 보기로 하자.
지각 실험의 피험자는 일본인 남녀 각 5명씩, 총 10명으로 하였다. 실험에 사용된 자료는 한국인이 발화한 /다/, /타/, /따/, /아다/, /아타/, /아따/를 PCquirer(ver. 4.5)를 사용해 음성적 조작을 가해 총 174개의 자극을 만든 것이다.
어두 위치의 파열음은 VOT의 길이와 후행 모음의 종류, 두 가지의 변수를 주어 총 30개의 자극을 만들었다. VOT의 길이는 길이가 가장 긴 /타/의 VOT 구간 91ms에서 1ms까지 10ms씩 잘라내어 모두 10등급으로 나누었고 여기에 /다/, /타/, /따/의 모음을 각각 연결하였다. 어중 위치의 파열음은 VOT의 길이, 폐쇄지속시간, 후행 모음의 종류, 세 가지의 변수를 달리하여 총 144개의 자극을 만들었다. VOT의 길이는 길이가 가장 긴 /아타/의 VOT 구간 68ms에서 0ms까지 10ms씩 차이를 두어 모두 8등급으로 나누었고, 폐쇄지속시간은 50ms에서 210ms까지 20ms까지 차이를 두어 모두 9등급으로 나누었다. 여기에 /아다/, /아타/의 후행 모음을 각각 연결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극은 조용한 방에서 임의의 순서로 피험자들에게 들려 주고 어두에서는 다, 따, 타 중 하나, 어중에서는 아다, 아타, 아따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질문지에 표시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를 어두 위치와 어중 위치로 나누어 고찰해 보자.
3.1. 어두 위치 파열음에 대한 지각 실험
<그림 5: 후행 모음에 따른 어두 파열음 구별>
<그림 5>에서 보는 것처럼 파열음 뒤에 /다/의 모음이 사용된 경우에는 /다/로, /타/의 모음이 사용된 경우에는 /타/로, /따/의 모음이 쓰인 경우에는 /따/로 인식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후행 모음으로 /따/의 모음을 사용한 경우에는 /다/나 /타/로 반응한 비율도 높은 편이어서 일본인들이 어두 위치의 한국어 경음을 지각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이 어두 위치의 경음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는 듯하다. 첫째, 일본어의 무성파열음이 어두에서 한국어의 경음처럼 실현되는 예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어의 경음에 후행하는 모음의 음높이가 평음 뒤에서보다는 높고 격음 뒤에서보다는 낮아서 음높이의 차이가 일본인들에게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일본인들은 한국어 파열음을 인식할 때 후행하는 모음의 음높이가 낮으면 평음으로, 음높이가 높으면 격음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일본인들은 파열음 뒤의 모음의 음높이를 중요한 지각 단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어의 강세는 음높이로 실현되는 강세이므로 일본인들은 당연히 음높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림 6: VOT 길이에 따른 어두 파열음 구별 (‘다’의 모음)>
<그림 7: VOT 길이에 따른 어두 파열음 구별 (‘타’의 모음)>
<그림 8: VOT 길이에 따른 어두 파열음 구별 (‘따’의 모음)>
<그림 6, 7, 8>은 VOT 길이를 달리했을 때의 청취 실험 결과를 후행 모음의 종류별로 보인 것이다. 파열음 뒤에 /다/의 모음이 쓰인 경우에는 VOT 길이와 상관없이 대부분 /다/로 인식하고 있으며, /타/의 모음이 쓰인 경우에는 VOT 길이가 짧으면 /따/로, 길어지면 /타/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파열음 뒤에 /따/의 모음이 쓰인 경우에는 VOT 길이와 무관하게 혼동을 보이고 있다.
<그림 7>에서 보듯이 VOT의 길이가 51ms 이상일 경우에는 /타/로 인식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그러므로 파열음에 후행하는 모음이 /타/의 모음일 때는 VOT의 길이도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즉, 후행하는 모음의 음높이가 높으면서 자음의 기식성이 많으면 격음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경음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모음의 음높이가 높으면서 자음의 기식성이 적은 경우라는 것을 <그림 7>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상 한국어의 어두 위치 파열음에 대한 지각 실험 결과 일본인들은 후행 모음을 가장 중요한 지각의 단서로 사용하고 있으며, /타/를 지각하는 데는 VOT의 길이도 단서로 사용됨을 알 수 있었다.
3.2. 어중 위치 파열음에 대한 지각 실험
<그림 9: 후행 모음에 따른 어중 파열음 구별>
<그림 9>에서 보는 것처럼 어두 위치와 마찬가지로 어중에 오는 파열음도 후행 모음이 /타/의 모음인 경우에는 /아타/로, /다/인 경우에는 /아다/로 인식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어중 파열음을 구분할 때도 후행 모음을 중요한 지각 단서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후행 모음이 /타/일 경우 어두 위치와 달리 /아따/로 인식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는데, 이것은 일본어의 무성파열음이 어중 위치에서 모두 경음으로 실현되며 이들이 강세를 가진 경우에는 그 음높이가 한국어의 격음과 유사하므로 한국어의 격음을 경음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그림 9>에서 보는 것처럼 /다/의 모음을 파열음 뒤에 연결하였을 때는 /아타/로 인식하는 비율이 현격히 줄어들고, 대부분 /아다/와 /아따/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인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경희․정명숙 1999 참고)
<그림 10: 폐쇄지속시간에 따른 어중 파열음의 구별 (‘타’의 모음)>
<그림 11: 폐쇄지속시간에 따른 어중 파열음의 구별 (‘다’의 모음)>
<그림 10, 11>은 폐쇄지속시간에 따른 반응 양상을 살펴 본 것이다. 먼저 <그림 10>에서 보듯이 파열음 뒤에 /타/의 모음을 연결한 경우, 폐쇄지속시간이 150ms 이하에서는 /아타/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는데, 150ms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에는 /아타/로 인식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아따/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그림 11>에서 보듯이 후행 모음으로 /다/의 모음이 사용된 경우에는 150ms 이하에서는 /아다/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150ms 이상으로 늘어나면 /아따/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후행 모음으로 /타/의 모음이 사용된 경우 폐쇄지속시간이 길어지면 경음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가장 높지만 격음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꽤 높게 나타났다. 이것으로 보아 후행 모음이 여전히 지각의 단서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2: VOT 길이에 따른 어중 파열음의 구별>
<그림 13: VOT 길이에 따른 어중 파열음의 구별>
<그림 12, 13>은 VOT 길이에 따른 반응 양상을 살펴 본 것이다. <그림 12>에서 보듯이 파열음 뒤에 /타/의 모음이 쓰인 경우 VOT의 길이가 10ms 이하로 짧으면 /아따/로 인식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 20ms 이상일 때는 /아타/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VOT의 길이도 후행 모음이 /타/의 모음일 경우에는 /아타/의 인식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림 13>에서 보듯이 후행 모음이 /다/의 모음인 경우에는 VOT 길이가 짧으면 /아다/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VOT 길이가 길어지면서 /아다/로 인식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타/로 인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혼동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어중 위치에서 VOT 길이는 어느 정도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일본인들은 어중에 오는 한국어 파열음에 대해서 후행 모음의 음높이가 높으면서 기식성이 없으면 경음으로 인식하고, 음높이가 높으면서 기식성이 강하면 격음으로 인식한다. 또, 모음의 음높이가 낮으면서 VOT 길이가 짧으면 평음으로 인식한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일본인들이 어중 위치의 파열음을 구별할 때는 후행하는 모음의 음높이, 폐쇄지속시간, VOT 길이 모두를 지각의 단서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일본인들은 어두 위치에서 평음과 격음을 잘 구별해 내고, 어중에서는 평음과 경음을 잘 구별해 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일본어의 무성파열음이 어두 위치에서는 평음과 격음으로 실현되며 어중에서는 경음으로만 실현된다는 것을 일본인 학습자들이 무의식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고 그 정보를 이용하여 외국어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일본인에게 한국어 무성파열음을 구별하여 지각하거나 발음하는 방법을 가르칠 때 일본어의 이러한 변이음에 관한 정보를 이용하면 좀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4. 한국어 파열음의 발음 교육 방법
앞에서 우리는 한국어 무성파열음과 일본어 무성파열음의 음향적 특성을 비교 고찰하였고, 이들의 공통적인 요소가 일본인들에게 한국어 파열음을 지각할 때 중요한 지각 단서로 사용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인들에게 한국어 무성파열음의 정확한 발음과 인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파열음이 어두에 올 경우와 어중에 올 경우, 그 음향적 특성과 지각에 사용되는 단서가 일치하지 않으므로 교수 방법도 어두 위치 파열음과 어중 위치 파열음으로 나누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어두 위치와 어중 위치를 구별하지 않고 학생들의 발음을 지도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학생들이 자신의 발음을 교정할 수 없게 된다. 본고에서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파열음 교수 방법을 어두 위치 파열음과 어중 위치 파열음으로 나누어 제시하고자 한다.
4.1. 어두 위치 파열음의 발음 및 인지 교육
어두 위치에 오는 일본어 무성파열음은 강세 음절에서는 한국어의 격음처럼, 비강세 음절에서는 한국어의 평음처럼 들린다. 따라서 일본인 학습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역이용하면 한국어의 격음과 평음을 자연스럽게 발음할 수 있다. 또, 일본어 무성파열음은 어두 위치에서 한국어의 경음과 유사한 음으로 실현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어두 위치에 오는 한국어 경음을 발음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일본어에서 어중에 오는 무성파열음은 모두 한국어의 경음처럼 들리는데, 역시 이런 정보를 이용하여 어두 위치의 한국어 경음을 발음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다.
먼저, 한국어의 격음은 강세를 주어서 발음하도록 하면 된다. 일본어의 강세는 음높이로 실현되므로 강세를 주어 발음하면 한국어의 격음과 음향적 특성이 유사하게 되어 한국인들에게는 격음처럼 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어 무성파열음은 한국어 격음만큼 기식이 강하지 않다. 기식이 강하지 않더라도 후행모음의 음높이가 높으면 한국어의 격음으로 인식되기는 하나 좀더 자연스러운 격음 발음을 위해서는 강한 기식을 넣어 발음하도록 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둘째, 한국어의 평음을 발음할 때는 일본어의 강세 없는 음절처럼 발음하도록 하면 된다. 일본어에서 어두 위치에 오는 무성파열음이 강세를 받지 않으면 음높이가 낮아서 한국어 평음과 유사한 음향적 특성을 지니게 되어 한국인들에게는 그 음이 평음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어의 경음을 발음할 때는 앞에 음절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면서 발음하도록 한다. 일본어에서 어두에 오는 무성파열음은 절대로 한국어의 경음처럼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어두 위치에서 발음을 할 경우 한국어의 경음과 같은 발음을 끌어내기 힘들다. 그러나 일본어의 어중에 오는 무성파열음은 모두 한국어의 경음과 유사한 음향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한국어의 경음을 발음할 때 어두 위치가 아니라 어중 위치에 오는 것처럼 발음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 어두 위치 파열음 발음 교육을 위한 수업 ◈
[도입]
1. 어두에 파열음이 들어간 단어를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읽게 한다.
2. 선생님의 발음을 듣고 따라하게 한다.
3. 학생 한 명과 선생님의 발음을 듣고 차이점을 얘기해 본다.
[평음과 격음]
1. 학생들에게 일본어 단어를 제시한다. たび(tabí, tábi)
2.학생들에게 읽어 보게 한다. 교사는 그 음을 한국어 평음과 격음으로 각각 칠판에 쓴다.
3.한국어 평음과 격음을 발음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략 제시와 연습하기.
(격음은 강세를 주어서, 평음은 강세를 주지 않고 발음하도록 연습)
4.학생 한 명의 격음 발음과 교사의 격음 발음을 듣고 비교해 보게 한다.
5.한국어의 격음이 일본어 강세 음절의 무성파열음보다 기식이 강하다는 것을 인식시킨다. (휴지나 얇은 종이를 입 가까이 대고 격음을 발음했을 때 종이가 움직이는 것을 보여 준다.)
6. 학생들에게 휴지나 종이 또는 손바닥을 이용해 연습하도록 한다.
[경음]
1.학생들에게 일본어 단어를 제시한다. バッタ(batta), サンタ(santa)
2.학생들에게 읽게 하고 교사는 그 음을 한국어 경음으로 칠판에 쓴다.
3.한국어 경음을 발음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략 제시, 연습
(어두 위치에 오는 경음을 어중에 오는 것처럼 마음 속으로 앞에 ‘읏’과 같은 소리를 넣어서 발음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어두 위치에 오는 한국어 파열음을 구별해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 발음 교육과 마찬가지로 인지 교육도 한국어와 일본어의 음향적 특성을 비교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3장에서의 실험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인들은 파열음에 뒤따르는 모음의 음높이가 높으면 격음으로, 낮으면 평음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한국어의 격음과 평음은 음높이로 구별하도록 하면 된다.
즉, 한국어의 격음은 일본어의 강세 음절처럼 음높이가 높으므로, 일본인 학습자들에게 ‘어두 위치에서 강세가 있으면(음높이가 높으면) 격음으로 인식’하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한국어의 평음은 일본어의 비강세 음절처럼 음높이가 낮으므로, ‘어두 위치에서 강세가 없으면(음높이가 낮으면) 평음으로 인식’하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어의 경음은 격음보다는 음높이가 조금 낮지만 평음보다는 음높이가 높아서 일본인들은 이 음을 격음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런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경음이 기식성을 전혀 갖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기식성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기식이 있는 소리와 기식이 없는 소리를 구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앞에서 격음을 발음할 때 종이를 이용하여 강한 기식을 넣어서 발음하도록 하였는데, 격음과 경음을 구별해서 듣는 연습을 할 때도 동일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 어두 위치 파열음 인지 교육을 위한 수업 ◈
[평음]
1.어두에 한국어 파열음(평․격․경음)이 들어간 단어들을 제시한다.
2. 교사의 발음을 듣고 어떤 단어인지 알아맞히게 한다.
3. 어두에 오는 한국어 평음의 특성(음높이가 낮다)을 알려 준다.
4.교사의 발음 10개 중 평음이 몇 개 들어갔는지 알아맞히는 게임을 한다.
[격음과 경음]
1. 격음과 경음이 어두에 들어간 단어를 제시한다.
2. 교사의 발음을 듣고 어떤 단어인지 알아맞히게 한다.
3. 한국어 격음과 경음의 특성을 알려 준다.
(한국어 격음과 경음 모두 음높이가 평음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격음은 강한 기식을 가지고 있고 경음은 기식이 없다.)
4. 얇은 종이를 교사의 입 가까이에 대고 교사가 격음과 경음을 발음하여 종이의 움직임을 학생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5. 종이의 움직임을 보고 격음인지 경음인지 알아맞히는 게임을 한다.
6.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게임을 계속하여 기식의 유무를 인식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
7. 최종적으로 교사의 발음을 듣고 알아맞히는 게임을 계속 하거나 받아쓰기를 한다.
4.2. 어중 위치 파열음의 발음 및 인지 교육
일본어 무성파열음은 어중에서 한국어 경음과 유사한 음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일본인 학습자가 어중 위치에 오는 한국어 경음을 발음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어중 위치에 격음이나 평음이 오면 일본인 학습자들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한국어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을 활용하여 발음 방법을 가르칠 수 있다.
첫째, 한국어의 평음이 어중에 올 때는 자음의 폐쇄지속시간이 격음이나 경음에 비해 매우 짧게 실현된다. 따라서 일본인 학습자들에게 ‘어중 위치에 오는 평음을 발음할 때는 강세를 주지 않고(음높이를 낮게), 음절간의 간격을 짧게 하여 빨리 읽도록’ 하면 된다.
둘째, 한국어의 경음은 평음과 마찬가지로 음높이가 낮지만 폐쇄지속시간이 매우 길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일본어의 어중에 오는 무성파열음과 유사하다. 따라서 한국어의 경음은 ‘어중에 오는 일본어 무성파열음처럼 발음’하도록 하면 된다.
셋째, 어중에 오는 한국어 격음은 음높이가 높고, 기식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일본인 학습자들에게 ‘어중에 오는 격음을 발음할 때는 강세를 주고(음높이를 높게), 강한 기식을 넣어서 발음’하도록 하면 된다. 그러나 강한 기식이 동반되지 않고 강세만을 준다면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경음으로 들리게 된다. 따라서 반드시 강한 기식을 넣어서 발음하도록 해야 한다. 기식을 넣어서 발음하는 방식은 앞에서 어두 위치에 오는 격음을 발음할 때 사용했던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할 수 있다.
◈ 어중 위치 파열음 발음 교육을 위한 수업 ◈
[도입]
1. 어중에 파열음이 들어간 단어를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읽게 한다.
2. 선생님의 발음을 듣고 따라하게 한다.
3. 학생 한 명과 선생님의 발음을 듣고 차이점을 얘기해 본다.
[평음과 경음]
1. 한국어 평음과 경음이 어중에 들어간 단어를 제시한다.
2. 교사의 발음을 듣고 두 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보게 한다.
3. 어중에 오는 한국어 평음과 경음을 발음할 때 음절간의 간격 차이를 이용하는 전략 제시와 연습. (평음과 경음 모두 음높이는 낮지만, 평음은 짧게, 경음은 길게 발음하도록 연습)
[격음과 경음]
1. 한국어 격음과 경음이 어중에 들어간 단어를 제시한다.
2. 선생님의 발음을 듣고 두 음의 차이를 찾아 보게 한다.
3. 어중에 오는 한국어 격음을 발음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략 제시, 연습
(경음은 강세를 주지 않고, 격음은 강세를 주어서 발음하도록 연습)
4. 단어를 다시 학생에게 읽히고 교사의 발음과 비교해 보게 한다.
5. 어중에 오는 한국어 격음을 발음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략 제시, 연습
(얇은 종이나 손바닥을 이용해 강한 기식을 넣어서 발음하도록 연습)
다음으로 어중 위치에 오는 한국어 파열음을 일본인 학습자들이 구별해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3장의 실험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인들은 어중에 오는 파열음의 폐쇄지속시간이 짧으면 평음으로, 길면 경음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한국어의 격음을 경음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한국어의 어중에 오는 격음이 음높이가 높아서 일본어에서 강세를 받는 무성파열음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어의 경음은 항상 낮은 음높이를 가지고 있으므로 음높이가 낮으면 경음이며, 음높이가 높으면 격음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면 어중에서 격음과 경음을 잘 구별하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한국어의 격음은 경음과 달리 강한 기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 화자들은 기식성에 대해 그다지 민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음높이라는 변수 하나만으로 어중에 나오는 한국어 격음과 경음을 충분히 구별해 낼 수 있으므로 기식성의 유무보다는 일본어에서 변별적 기능을 하는 강세, 즉 음높이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도록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 어중 위치 파열음 인지 교육을 위한 수업 ◈
[평음]
1. 어중에 파열음이 들어간 단어들을 제시한다.
2. 교사의 발음을 듣고 어떤 단어인지 알아맞히게 한다.
3. 어중에 오는 한국어 평음의 특성을 알려 준다.
(한국어 평음은 길이가 매우 짧고 경음과 격음은 길이가 길다)
4.교사의 발음 10개 중 평음이 몇 개 들어갔는지 알아맞히는 게임을 한다.
[격음과 경음]
1. 격음과 경음이 어중에 들어간 단어를 제시한다.
2. 교사의 발음을 듣고 어떤 단어인지 알아맞히게 한다.
3. 어중에 오는 한국어 격음과 경음의 음향적 특성을 알려 준다.
(한국어 격음과 경음 모두 자음의 길이가 길지만 격음은 음높이가 높고 경음은 음높이가 낮다.)
4. 최종적으로 교사의 발음을 듣고 알아맞히는 게임을 계속 하거나 받아쓰기를 한다.
5. 결론
학습자의 모국어에 없는 음소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모국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어의 음소와 비교해서 가르치면 학습자의 이해를 돕고 학습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권 화자가 한국어의 음절초에 오는 /ㄹ/을 [r]로 발음하는 오류를 범하는데, 이 때 영어 ‘get up’([geɾʌp])을 발음할 때 실현되는 /t/의 변이음 [ɾ]와 한국어의 /ㄹ/을 대응시켜 주면 아주 쉽게 이해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학습자의 모국어에 존재하는 변이음 정보를 한국어의 발음 교육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가설 하에서 본고에서는 일본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어려워하는 발음 중에서 평음․경음․격음에 대한 발음 교육 방안을 제시하였다.
먼저 일본어 무성파열음과 한국어 파열음의 음향적 특성을 비교하여 유사한 점을 찾아 보았고, 이러한 유사한 음향적 특성이 지각의 단서로도 사용되는지 알아 보았다. 그 결과 일본어 무성파열음은 강세와 위치에 따라 달리 실현되는데, 이들 변이음은 각각 한국어의 평음․경음․격음과 유사한 음향적 특성을 보이며 이러한 음향적 특성이 지각 단서로도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일본인 학습자들에게 평음․경음․격음을 가르칠 때 일본어 무성파열음의 변이음 정보를 이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현장에서 일본인 학습자들에게 한국어의 평음․경음․격음을 일본어 무성파열음의 변이음과 연결시켜 설명해 주었을 때 한국어 파열음의 세 계열의 차이점에 대한 일본인 학습자의 이해도가 훨씬 높았다.
본고에서는 일본어의 변이음 정보를 이용하여 한국어 파열음의 발음 및 인지 교육 방안을 제시하였다. 앞으로 본고에서 제시한 수업 모델을 실제로 일본인 학습자들에게 적용해 보고 학습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는 작업은 후고로 미루기로 하겠다. 또, 본고에서는 파열음에 국한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앞으로 파찰음과 마찰음에 대해서도 음향 분석과 지각 실험을 통하여 일본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이들 발음을 지도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분절음뿐만 아니라 억양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지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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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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