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사람
지독하게 운도 없는 한 사람
그 사람의 아이디는 ba-woo-bo 입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참 한심스러운 아이디입니다.
세상에 자랑할게 없어 바보임을 자랑한단 말입니까?
"진영이가 머리 안깍겠다네......
그냥 모자쓰고 있으면 안되냐더라구......
게임하면서 있으라고 노트북 안겨서......
무균실에 들여보내고 뒤돌아서는데......
뒤돌아서는데......"
결국 그 바보는 멀쩡한 대낮에
너무 많은 짐을 져버린 자신의 운명앞에
짜디짠 눈물을 연신 찍어냅니다.
나에게는 1년 선배이신 그!
그는 특수교육과 조교를 하는 동안에도
공단 직업학교에서 정신지체 아이들을 취직시키는 동안에도
멀리 서해안 끝자락에서 특수학급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에도
그의 말마따나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이라도 받아야 했습니다.
그가 병원에 가져다 바친 충성만도 족히 집 몇 채기 때문이죠.
그의 둘째딸 서영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병원신세였습니다.
백일된 아이에겐 너무 벅찬 심장수술!
가난한 농군의 딸, 순박한 그의 아내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죠.
그 조만한 아이 가슴에 칼을 대야 하다니......
허나 그는 울수 없었습니다.
담담하게 받아 안고 소처럼 걸어갑니다
그런 그들에게 사람들의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 냈고,
지금 서영이는 사랑넘치는 유치원생입니다.
비록 가슴엔 깊은 상처가 남았습니다만
사지에서 자식을 구해낸지 잠시......
그의 아버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십니다.
원래도 소아마비이셨던 아버지는 안면에 큰 상처를 입으시고
생계를 위해 버텨내시던 건축일도 그만두시게 됩니다.
이제 부모님의 생계도 모두 그의 몫이 된거죠.
거기까지면 그래도 버틸만 했을 겁니다.
그런데 다시 그의 어머님이 수술대에 오르십니다.
가난한 살림살이에 지칠대로 지친 몸에서
암덩어리가 자라고 있었던 겁니다.
자궁암!
생명과 희망을 잉태했던 어머니의 자궁에서
그의 운명만큼이나 무거운 암덩어리를 도려내야만 했던 겁니다.
수술이 잘 되었다며 좋아라 웃던 바보!
몇 달 전엔
지겹게 이겨온 삶의 무게 때문이었는지
반밖에 남지 않은 무릎연골
그걸 제거하고는 시한부 지체장애인이라며 웃데요.
바보!
거기까지만 하지...
딱 거기까지만 하지...
어머니께서 수술후유증 때문인지
엑스레이로 찍어도 콩팥이 한쪽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인데다
요로결석으로 소변을 못보시니 콩팥을 떼어 내야 한다는 군요
아니 근데 그 수술을 미뤄야 한다는 겁니다.
왜냐구요? 왜냐구요?
이번엔 아들녀석 진영이가 급성 백혈병이랍니다. 백혈병!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마저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하느님마저 그를 바보로 아시는 걸까요
하긴 그럴만도 합니다.
그 많은 병마들도 그는 이겨냈으니까요
임상동작학회며 특수교육과 동창회며
그는 드러내지 않으며 묵묵히 일하는 바보니까요
개교준비며 연구학교며
그는 멍청하리만큼 일을 받아 안는 바보니까요
자기 유익이라곤 한번도 취할줄 모르는 바보니까 말입니다.
그 바보에게
그 바보의 아내에게
이젠 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평안한 일상과 소시민적 안락함을요.
특수학교 학생들에게 그를 돌려주고
그의 아내에게는 손때묻은 주방을
어린 서영이에게 엄마오빠아빠를 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가족과 아들 진영이가 견뎌내야할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의 시간들을
함께 지켜주고 싶습니다.
정말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함께 꿈꾸면 이루어진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에게 언제 다시 평범한 일상이 돌아갈진 모르지만,
그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서영이와 진영이가
푸른 희망을 함께 노래할 수 있을 때까지요.
그 사랑 보고싶으신게 신의 뜻이려니
그 꿈 살아 꿈틀거리게 하는게
우리의 몫이려니 생각해봅니다.
여러분의 작은 정성을 기다립니다.
지금 당장은 응원이 가장 중요합니다.
때가 되면 모금도 하고 채혈자도 모집할 겁니다.
일단 주변에 알려주세요.
카페에 가입하셔서 응원도 해주시구요.
감사합니다.
농협 : 450-01-008893 임경원(진영사랑)
헌혈증서 보낼 곳 : 314-701 충남공주시신관동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특수교육과 진영사랑모임 앞.
임경원 선생님이 쓴글입니다.
딸아이의 알림장을 보고 알았습니다.
김종우 선생님이라고 좋은 일 참 많이 하시는 분의 아들이랍니다.
도움이 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영이는 공주 신관초등학교 3학년4반에 재학중인 씩씩햇던 사내아이입니다.
맑고 밝은 그 아이에게 웃음을 찾아주었으면 합니다.
첫댓글 정말 가슴아픈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