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재앙이 될 수 있다
인류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것은 생명연장이었고 그 최종 목표는 100세까지 사는 것이었다. 어느 국가 할 것 없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 오른 환경문제와 웰빙문화, 의료기술 혁신 등은 양질의 삶을 위함이지만 목표는 생명연장이었다. 오랜 인류의 소망이 21세기 들어서자 현실로 다가왔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100세 장수시대에 따른 문제점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우리 부모 세대까지만 해도 너무 일찍 죽는 것이 두려움과 고민이었지만 이젠 반대로 오래 살게 됨으로써 걱정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기대이상 오래 살게 됨으로써 미처 준비하지 못한 국가나 개인들에겐 큰 불행이자 인류에 큰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전국을 발칵 뒤집혀 놓은 사건이 있었다. 몇 해 전부터 100세 이상 고령자들의 행방이 잇따라 묘연해지는가 하면 노인연금을 받던 고령자들의 실종신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밝혀진 원인은 죽은 지 오래된 부모의 연금을 타기 위해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100세를 훌쩍 넘기게 되자 더 이상 연금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실종신고를 한 것이다.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누구도 100세 이상 나이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 허점을 자식들이 악용한 것이다. 세계 제일의 장수대국이자 노후복지가 잘 된 이상향의 국가라고 자랑했던 일본의 추악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은 총생산기준으로 세계 최고로 빚이 많은 국가로 전략한 주된 원인 중 하나도 급격히 늘어난 고령화에 대한 복지예산증가라 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은 국가 소유재산(공공건물 땅, 하천, 산, 동, 기타 재산 등)을 다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 있다.
미국 1달러에 100엔 아래를 밑 돌던 돈 가치도 어느새 160엔을 돌파하여 일본 돈이 휴지가 되었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다. 노등인구가 크게 줄어들어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금은 크게 낮아지는 반면 지급해야 할 연금과 복지후생비는 빠르게 늘어났고, 그 비용을 빚으로 충당하고 이자가 이자를 낳고 빚으로 돌려막다 보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누구나 다 부러워했던 노인복지의 1위 국가가 망할 정도이니 장수수명이 축복할 일만은 아님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더 오래살기에 목 매달듯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실태는 어떤가? 웰빙하면 무조건 맹신하고 건강에 대한 지나친 예민함과 뭐가 좋다고 하면 금방 좇아가 동참해야하는 집착도 따지고 보면 오래살고 싶은 속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다 오래 사는 것에 신경쓰고 매달리지만 장수하게 됨으로써 격어야 할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소홀한 점이 많다. 당장 노후를 걱정해야 할 베이비붐 세대들의 70% 이상은 제대로 된 노후 설계 없이 일자리를 떠난다는 통계다. 오래 살게 된 만큼 그에 따라 경제활동도 늘어나야 하지만 오히려 정년은 짧아지고 수입은 줄어드는 현실을 보면 분명 생명연장은 결코 반가워할 일만은 아니다. 선진국들 모두 예상보다 빨리 늘어난 고령화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지만 그 보다 더 시급한 것은 빈부격차의 큰 괴리와 개인 빚의 증가속도, 물가상승압력을 대처하느라 손쓸 겨를이 없다. 우리 이민자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캐나다의 현실이나 한국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운이 좋아 65세까지 일하고 은퇴를 한다 해도 최소한 30년 이상 더 살아야 하는 이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오래 사는 것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고 사람답게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외형적 기준으로는 분명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유독 은퇴준비가 안되어 있고 비참할 정도로 노후가 초라해 지는 주된 원인은 자식들에 대한 맹목적인 지출이다. 교육이 끝나도 자식들의 결혼문제까지 책임져야 했던 탓에 자신들의 노후준비는 등한시 한 한국의 장수시대는 기뻐해야 할 일만은 분명 아니다.
그러함에도 우리가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오래살수 있는 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 요건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인 몇 가지를 한국적 가치의 예로 들어가 보자.
첫째, 경제적인 노후 준비다. 자식들이 부모를 돌보아 주던 세대가 아닌 핵가족화 된 현실에선 본인이 최소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각 지역과 삶의 질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지겠지만 통계적으로 나온 일정금액의 순자산이 있어야 한다. 내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 자식들도 부모의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내가 독립적으로 살아야 하는 기반을 가져야 한다.
두 번째는 건강이다. 어찌 보면 경제적 준비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선진국의 강점 중 하나는 생명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은 국가가 지원해 줄 수 있어서다. 건강하지 못해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생활유지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물리적인 건강과 함께 영혼의 건강이 수반되었을 때 진정한 건강이라 할 수 있다. 멀쩡한 육신으로 하루하루 그저 밥이나 축내는 수명연장행위는 고목이나 다름없다. 일부의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노후준비가 다 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적 소양의 가치기준이 크게 낮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장 멋지고 아름다웠을 때는 끊임없는 감성의 밭갈이를 통한 영적성장이다.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황금의 기간에 꿈과 설렘이 없는 자신의 삶을 상상해 보라.
세 번째, 일상이 있어야 한다. 취미생활도 좋고, 지금까지 해 보지 못했던 일에 대한 도전과 앎에 대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 내 나이에 뭘 그냥 편하게 살지...스스로 자신을 폄하하고 남을 의식하느라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냥 하루하루 숨만 쉬고 있을 뿐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경제적자유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노후에 대한 일상이다. 생산적인 일에 몰두 하고 일정한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생활이야 말로 노후준비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70세에 투자를 배워 3천만 원으로 시작해 7억을 만든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 노년의 멋진 투자가의 한 말은 오래오래 필자의 기억에서 잊을 수 없다. “돈을 버는 것 보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하고 전문투자가들의 강연장을 찾아다니며 공부하는 하루하루가 빛나는 날 들이었다”라고. 그런가 하면 97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 일본에서만 160만부가 팔려 근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시인 할머니 ‘시바타 도요’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기죽지 말자. 평생을 일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내세울만한 자산이 없다고 해도 그 물질적 자산보다 훨씬 큰 가치를 당신은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 자식들이 건강하게 성장했고, 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주체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도전한다면 지금까지의 그 어떤 가치보다 더 큰 무엇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살아온 경륜과 아픔, 고뇌했던 시간들은 큰 자본이 되어 진정한 가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한 노후준비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시도해 보려는 당신이라면...
글: 자명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글 많이 공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캐 글을 통한 만남도 참 좋습니다.
100세 시대를 누리기 위한 조건 중에 하나로 제시하신 '일상이 있어야 한다'에서
문협 회원이 되어 이렇게 활동할 수 있어 감사하다 싶네요. 건강을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과 함께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
반가움에 그냥
뭉클합니다.
근데요?
기냥 자명입니다. 선생이란 칭호는 저에게 어울리지 않기도 하지만 우선 잼 없네요.
제발 쌤으로 부르기 없기요.
암튼 무지 기쁨니다.
소통함에...
공감 공감합니다, 선생님^^
무지 기쁨니다.
이캐 만날 수 있음에.
옥빛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이캐 소식 전하는 것도
새로운 느낌입니다.
고맙습니다.
저도요 공감백배입니다 잘 읽고 저를 돌아봅니다 감사해요!
어머
기쁨니다. 이캐 얘기할 수 있음에요.
글은 훨씬더 깊은 의미와 친숙함이 있지요.
마주보고 나누는 얘기보단.
안부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