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32강
'이시향, 박해경, 박동환' 세 분 시인의 디카시 감상 평설을 소개한다.
조개껍질을 보고 파도 소리를 낚고 있다. 힘겨울때 따뜻한 밥 한그릇의 의미를 떠올리게 만든다. 휘어진 대교를 어머니의 다리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디카시
바다가 있는 바닥 / 최창섭
길바닥에 조개껍질이 떨어져 있다.
쏴아, 하는 파도 소리가 가슴속을 지나간다.
주우려고 무릎을 꿇고 보니
누군가 씹다 뱉은 껌이다.
-감상-
조개껍질을 보고 파도 소리가 가슴을 지나는 최창섭 시인의 바다가 있는 바닥을 읽으며 혹시 고향이 바닷가 아닐까? 생각하며 디카시의 매력에 빠져봅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람이 생겨나서 9개월 넘게 자랐던 어머니의 양수가 바닷물과 비슷해서겠지요.
또 바닷가에만 가면 조개껍데기를 줍게 되는데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물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윤형주님의 조개껍질 묶어"라는 노래 덕분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마음 그대로 주우려고 무릎을 꿇고 봤을 때의 실망감은 껌을 뱉은 사람을 찾아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겠지만, 이렇게 생각의 전환으로 좋은 디카시가 탄생한다는 걸 보여주고 읽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글=이시향 시인
#디카시
밥뚜껑 / 김종태
울그락불그락 샛노래져
뚜껑이 열렸다가도
저기에 손을 얹으면
아기처럼 순해진다
-감상-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밥 앞에 어떻게 공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김종태 시인의 디카시 ‘밥뚜껑’을 감상하고 보면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허둥지둥 출근한 직장인이 업무에 시달려 스트레스 받아 극도로 허기져 있을 때 드디어 마주하게 되는 따뜻한 밥 한 그릇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찰 것 같습니다.
뚜껑 위로 전해오는 밥의 따뜻한 온기가 이보다 더 정겹고 편안할 수 있겠습니까?
‘밥’은 우리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한국인에게 ‘밥’이란 음식 그 이상의 최고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나를 힘들게 하는 가깝고도 먼 사람에게 한 번쯤 다정하게 “우리 같이 밥 먹자”라고 해보세요.
마주 앉아 밥뚜껑에 두 손을 얹는 순간 공손해질 겁니다. 따뜻해질 겁니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줄 겁니다.
“우리 밥 한번 먹읍시다.”
글=박해경 시인
#디카시
오다리 / 전구름
덜커덕 내려앉아
다리에 걸렸다
너 오기까지 버틴다
저 가슴
-감상-
디카시 ‘오다리’를 보면 어머님의 모습이 보인다.
무슨 일이든 자식이 우선이고 자신은 늘 뒷전이었다.
휘어진 다리만큼이나 깊은 사랑의 인내를 안고 있는 것이다.
깊은 바다 한가운데 우뚝 버티고 서 있는 저 다리는 우리 어머님의 다리인 것이다.
세상의 무게를 두 다리로 지탱하고 자식을 안은 가슴은 내려놓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상처가 오다리로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늘 쭉 뻗은 예쁜 다리를 가진 여성만 아름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오늘만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만나는 어머니들의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다리에 자리를 양보해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글=박동환 시인
'이시향, 박해경, 박동환' 시인 세 분의 평설을 통해 조개껍질과 껌의 대비를 통해 시적 환기를, 밥뚜껑 속에 깃든 따스한 인간미를, 대교를 통해 가족을 지탱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빚어내고 있다.
일상 속에서 숨겨진 명품 디카시를 건져올리는 간절하고 치열한 작가정신이 번뜩이고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의 희망이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변화시키는 디지털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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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디카시]에 신미경 님의 <헛꿈>을 선정한다.
#금주의디카시
헛꿈 / 신미경
신미경 님의 '헛꿈'은 창조적 상상력으로 빚은 봄의 노래다. 끈을 디카시로 형상화시키는 능력이 참으로 탁월하다. 얼핏 보면 봄을 기다리는 나무의 구애로 연상시킨 이미지와 능청스런 시적 언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또한 디지털 영상, 디지털 글쓰기, 디지털 제목 3종 세트가 어울려 본질과 허상의 의미가 전해진다. 일상속에서 경쟁력이 있는 디카시 소재의 탁월한 선택이 믿음을 주기 충분하다. 사유를 접목시킨 생활문학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낱 끈에 불과한 시적 대상을 생활속으로 끌고온 것이다.
"디카시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우주선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경적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 우주 여행에 동참하는 디카시 영웅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