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 7회
강이나(류화영), 오종규(최덕문)
둘은 바에 한 자리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강이나:남자들은 진짜 단순해요. 꼬실때는 정식에 코스에 막 사주면서, 헤어질 때는 꼭 짜장,짬뽕.. 횟집가면 동태탕이야. (웃는다) 근데 아저씨는 나한테 왜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 안해요?
오종규: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만큼 잘 난 인생도 아니고..
강이나:아저씨 뭐 하는 사람이에요?
오종규:....
강이나:아, 이런거 어때요? 서로 궁금한거 하나씩 물어보기! 나부터. 애인이나 부인 있어요?
오종규:(고개를 젓는다)
강이나:에? 왜요?
오종규:내 차례 아닌가?
강이나:아..
오종규:아가씬 왜 그렇게 살아?
강이나:뭐야, 좀 전하고 말이 다르잖아요.
오종규:그렇게 살지 말라는게 아니라 뭐..특별한 이유가 있나 싶어서..
강이나:설명하긴 좀 힘든데... 횡단보도를 건넌다고 쳐 봐요. 초록불에 건너죠? 손까지 들고 조심조심.. 근데 음주운전하는 놈이랑 부딪히면 끝장나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내 말은! 인생 어느 골목에서 무슨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뭐하러 열심히 사냐 이거예요. 막 사는게 최고예요! 저는요, 10년만기 적금 붓는 사람이 제일 신기해요. 10년후에도 자기가 살아 있을지 어떻게 안대요? 안 그래요? 이제 내 차례죠? 아저씨 그날 왜 울었어요?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이거 하면서?
오종규:아.., 흠... 아.저.. 울었다기 보단... 옛날 생각이 나서...
강이나:옛날 생각 뭐요?
오종규:딸아이하고 놀던 거..
강이나:아........
오종규:죽었어.
강이나:.......아저씨 차례에요.
오종규:하.... 아까 그랬잖아. 인생 언제 어떻게 잘 못 되는지 모른다.. 왜 그런생각 하게됐지? 아직은 젊은데?
강이나:사실은요. 나 텔레비전전 나온 적 있어요. 신문에도 나오고. 고등학교 때 놀러갔다가 죽을 뻔 했거든요. 남들은 죽다가 살아나면 인생이 소중해진다는데, 난 아니더라구요. 뭘 해도 현실감이 안 생기고, 미래니 장래희망이니 웃기지도 않고.. 공부도 하기 싫고.. 뭐 공부는 전에부터 하기 싫었지만(웃는다) 이제 내 차례죠? 아저씨는 어떤 여자가 좋아요?
오종규:(마시던 술을 내뿜는다)
강이나:어떤 여자가 이상형이에요?
오종규:그런거 없어.
강이나:에이.. 패스 없어요! 무조건 대답하기! 말해봐요. 긴 생머리에 청순가련? 숏컷에 까무잡잡? (머리를 손으로 쓸어 들어올리며) 쪽진 머리에 신사임당? 어느 쪽이에요? 말해봐요. 말 안하면 계속할꺼예요.
오종규:우리 땐 단발머리가 인기있었는데...
강이나:단발머리.. 질문하세요.
오종규:그 사고 때 어떻게 살아났어?
강이나:그게 왜 궁금해요?
오종규:...그냥...
강이나:어떻게고 뭐고 없어요. 그냥 운이죠. 운. 제비뽑기처럼. 인간성이 좋아서도 아니고, 나이순도 아니고... 아.. 재미없어. 그만해요 우리 술이나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