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아버지의 고뇌
한영숙
당신의 넉넉한 품 안에서
보이지 않는 아득한 길을
끝없이 걸어온 길
아버지의 무거운 침묵
풀꽃 피어난
언덕 위에 걸리고
아련한 이야기는
나뭇잎 떨리는 작은 바람도 멈춰 섭니다
지워지지 않은
당신의 흔적에
눈시울에
그리움만 그려갔습니다
손가락으로 세일 수 없는
가슴에 고인 눈물
당신의 고독한 몸부림 되어
천년바위 얼굴이 되어봅니다
-2편-
당신의 음성
한영숙
끝없이 바라만 보았습니다
저 높고 끝없는 당신의 모습 위에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정작으로 당신의 마음은
이 작은 발걸음 위에 머물다 갔습니다
당신의 애태움은
맛 고인 열매를 그리는
가슴 타는 열정이었습니다
한알 한알 씨앗을 뿌리신 후
싹이 트고 잎이 무성해지던 날을 지나
탐스러운 열매
무던히도 기다리다
마음만 내려놓고
또 먼 지평선을 지나가셨습니다
서 있는 자리에서
목마른 기다림은
아버지의 자랑이 되기를
밤하늘의 별을 세는 기도 소리
어둠을 가르고
메마른 땅을 축이는 단비 되어
하늘 생명의 씨앗
만방에 별이 되어 빛나는 것을 보고 싶으신 아버지!
당신의 삶이 피어나는 계절이 되면
누구나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향기대로
온 땅을 메우리다
-3편-
시련이 축복입니다
한영숙
비바람 분다고
맑은 하늘도 먹구름 속에
몸을 사리고
천둥 번개 무섭다고
다람쥐도 둥우리에서 웅크렸네
질책이
온몸을 후비고 지나면
힘 잃은 마음은
이불속 깊은 곳에
지친 나래를 잠재우고
사랑 한올 한올
끄집어내
비단보다 더 고운
베를 짭니다
가는 길
가는 길
천만의 고빗길
덜 찬 영혼의
거울 되어준
어둠 깔린 힘든 날이
당신의 크신
사랑임을 압니다
땡볕의 뜨거움에
씨름하던 날이 있어
맞고인 열매로
축복의 계절이 되고
시련은
대지의 거름이 되어
침묵으로
영글어가는
길목이 됩니다
어느 날엔가
갈무리 시간이 되면
모든 것이
당신의 축복이었다고
그렇게 말할 것 같은
오늘을 사랑합니다
-4-편
어머니의 눈물
한영숙
애잔함이 짙어지면 눈물이 되고
눈물이 고여가면
에메랄드 보석으로 빛납니다
내 속에 깃든 숨은 사연 드러내지 못하고
긴 세월
가슴 녹여 사랑 쌓아준 포근한 어머니
보석되어 빛나는
눈물로 품어준 우리 어머니
골골이 쌓인
풀지 못한 가슴앓이
홀로 겨며 쥐며 살아오신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덩그러니
아침 햇살 되어
품어만 주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