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강의- 6강 문화의 이해
1.인간과 문화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인간과 동물 간에 검증 가능한 차이는 문화의 존재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문화를 통해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하고 본능에서 벗어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능력을 흔히 ‘이성’이라고 부른다. 서구적 맥락에서 볼 때 ‘문화(culture)’란 원래 ‘경작하다’ 혹은 ‘신체를 훈련하다’라는 말(라틴어로 colo, 명사형은 culture)에서 나왔다. 어원적으로 보면 자연적인 것에 어떤 작용을 가하여 이루어놓은 성취물을 일컫는 것이다.
문화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검증 가능한 유일한 차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론이 존재할 수 있다. 비버와 같은 동물도 댐을 쌓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의 핵심적인 속성은 ‘축척’이다. 인간은 지혜를 축척하여 삶의 방식을 자신의 여건에 더욱 적합하게 변화시켜 나간다. 그러나 비버가 댐을 쌓는 방식은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그것은 본능적인, 다시 말해서 오직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행위에 불과하다.
인간은 세계 곳곳에서 나름의 삶의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대응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그 다양한 모습도 나름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물론 그 변화와 발전의 이면에는 문화 간의 만남이라는 배경이 있었으며, 이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문화를 통해 오직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기도 하다. 언어란 자신의 생각과 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다. 자연적인 것에 특정한 방식으로 작용을 가함으로써 더욱 새롭고 편리한 삶의 방식을 개발해냈다고 하더라도, 언어가 없다면 그 편리함은 오직 그 세대와 지역에만 국한된다. 그것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의 발전은 언어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진다.
다소 의견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흔히 인류의 4대 발명으로 화약, 나침반, 종이, 인쇄술을 꼽는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네 가지 가운데 두 가지가 언어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언어와 문화 사이에 긴밀한 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문학 발달사에서 산문보다 운문이 먼저 등장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자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더욱 많은 지식과 정보를 타인 혹은 다른 세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노래에 담아야만 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생각해보라. 그 가사를 곡 없이 외우는 것과 곡을 붙여 외우는 편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쉽겠는가? 옛날의 선비나 승려들도 항상 운율에 맞춰 경전을 암송했음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자의 개발로 문화의 발달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룩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굳이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도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뚜렷한 한계가 존재했다. 문자를 전달하기 위한 적절한 도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책(冊 )이라는 글자는 상형 문자로, 대나무 조각 두 개를 엮어놓은 형상이다. 당시에는 대나무 조각을 엮어서 종이 대신 사용하였는데, 이를 죽간(竹簡)이라 한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말을 듣고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은 당시에 종이가 없었다는사실을 알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죽간으로 만든 책 다섯 수레 분량의 정보는 기껏해야 현대책의 한 권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종이의 발명과( 훨씬 후의 일이지만) 인쇄술의 발명이 문화의 발전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축적된 지혜로서의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은 언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반증이며, 이는 다시 본능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을 넘어서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첫댓글 그렇구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