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무엇에 감사할 것인가
가슴에 가득 흘러드는 한 모금 공기님께 감사합니다. 마른 목을 적셔주는 반 컵 냉수에 감사합니다. 나의 존재를 감지하는 이 순간에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언제 무엇에 어떻게 감사해야 하는지 묻는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우주만물이 나를 위해 조화를 부리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대지를 바라볼 때, 맑고 푸른 하늘을 우러를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 할 때 내 마음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넘칩니다. 이렇듯 감사는 눈으로 마음으로 두루 보고 느낍니다. 코로 숨을 쉴 수 있음도 감사한 일이지만 엄마가 끓이는 찌개 향기는 더없는 감사를 느끼게 합니다. 감사를 손으로 움켜쥘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한 아름 안겨줄 수는 있습니다. 감사할 때 마다 내가 우주를 향해 할 수 있는 내 몫을 찾고자 합니다. 마침내 축복은 감사하는 마음에 담겨져 있음을 감지합니다.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알아갑니다. 위대함이 감사로 성숙하고 감사는 사랑으로 꽃을 피우고 꽃은 다시 위대한 열매를 잉태합니다.
감사할 일이 생겨서 감사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미리 감사 하다는 마음을 일으키면 감사할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생명과 음식. 그리고 나와 마주치는 삶. 내 삶 속에 호흡을 함께하는 벗들. 아무리 둘러보아도 감사하지 않아도 좋은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사람처럼 되지 않으렵니다. 슬피 울면서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애원하지 않겠습니다. 슬픈 노래를 감사 넘치는 노래로 고쳐 부르겠습니다. 떠오르는 태양에 감사하는 마음과 같이 죽음에도 감사하겠습니다.
소원대로 되었다고 부처님에게 감사 올리는 불자여, 기쁨의 찬가를 부르는 자매여. 그대는 소원대로 되지 않았을 때도 감사합니까. 그대는 절망이 덮쳐도 기도 합니까. 아니면 부처님이나 하나님을 원망합니까. 합장할 수 있는 손바닥이 있음에 감사하고 꿇을 수 있는 무릎이 있음에 감사합니까. 명심하십시오. 그때조차도 신이 내리는 은총은 충분하다는 것을. 우리는 신으로부터 받은 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대가 이 비밀을 이해할 수 있어야 극락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탄생에 있습니다. 받는 상황에 감사하기보다 베풀 수 있는 관계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억울할 때, 병에 걸려 앓을 때, 비난을 받아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스트레스로 힘들어 할 때, 후회와 불안에 시달릴 때, 외로움에 빠져 있을 때, 이럴 때 좌절하지 않는 것이 감사의 절대적 가치입니다. 감사하는 결과로 받는 은혜는 여전히 충만합니다. 감사는 그 자체로 발광체입니다. 반사경이 없어도 멀리 비치는 빛입니다. 내가 마련한 점심 한 상을 맛있게 먹어주는 걸인에게 감사합니다. 뒤뜰에서 낙곡을 쪼는 참새에게 감사합니다. 감나무 가지 끝 까치울음에 감사합니다. 어려울수록 무엇에 어떻게 감사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여유를 갖고자 합니다.
평화는 감사라는 샘에서 솟아오르는 감로수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아니었던들 사랑이 어찌 생길 것이며, 사랑이 아니었던들 평화가 무슨 슬기로 제 모습을 드러내 보이겠습니까. 평화는 자유를 낳습니다. 자유는 감사를 낳습니다. 평화, 자유, 감사는 자비라는 모태를 함께하는 세쌍둥이입니다. 감사해서 감사하다 하기도 하고, 더 오래도록 감사할 일이 함께 하기를 미리 감사해 두기 위해 감사하다고도 합니다. 자존심 때문에 감사 표시에 서툰 사람 있습니다. 자격지심입니다. 가족의 작은 노고에 큰 감사를 표할 줄 알면 대장부가 됩니다.
사춘기를 무난히 극복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사를 넘어 사랑스럽습니다. 묵묵히 지켜봐준 너그러움이 존경의 근원이 됩니다. 나의 아버지가 나에게 그러 하셨듯이 그리하며 자식들도 감사를 배워갑니다. 감사는 사람을 성숙하게 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있어도 원수에 감사하라는 말은 아귀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수가 누구입니까. 그도 나를 원수로 여기고 있을지 모릅니다. 원수를 가진 가슴은 비수를 품습니다. 매사가 부드러울 수 없습니다. 용서만이 원심을 문지르고 달래어 무디어지게 합니다. 용서와 감사는 어휘만 다를 뿐 뿌리는 같습니다.
처음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품으면 원수질 일도 용서할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 용서하는 마음은 사랑에서 일어납니다. 원수를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은 자비에서 시작됩니다. 사랑과 자비는 같은 몸인 듯싶지만 용서하기 전에 원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원수질 일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지극한 사랑과 자비가 있어 한 모금 공기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원수가 내게 준 깨우침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깨우침에 감사하게 됩니다. 용서는 원심怨心을 해소합니다. 그리고 그 완성은 자비입니다. 감사는 자비의 표현입니다. 자비심은 감사하는 마음을 낳습니다. 그래서 자비와 감사는 다른 듯, 한 샘물입니다. 감사에 익숙한 사람은 원망하는 마음을 품지 않습니다. 어떤 종교도, 가르침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제로 합니다. 삶을 영위하는 바탕에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잠시도 감사하는 마음을 놓지 않으려 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