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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소계자, 너는 똑똑해 강희는 자기가 소계자를 파견해서 일부러 자객을 놓아 주어 진상을 알 아오게 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소계자, 너는 정말 일을 잘 해냈구나." 위소보는 꿇어 엎드려서 다시 큰 절을 올렸다. "그것은 황상께서 일을 신과 같이 헤아려 본 덕택이고 모든 것을 계산 에 넣고 있었던 탓이기도 하죠. 소신은 그저 황상의 명을 받들어 일을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신이 한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황상 께서 분부하신 것이며 소신은 조금도 자기의 주장을 내세운 적이 없습 니다." 태후는 그를 몇 번 바라보더니 싸늘히 코웃음치고는 말했다. "네가 짖궂게 날뛰는 것도 황상께서 분부해서 거행한 것은 아니겠지? 어린애가 궁에서 나가게 되었으니 반드시 곳곳으로 쏘다니며 놀았겠지? 혹시 천교로 가서 구경을 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빙당호로를 사 먹지 않았느냐? 위소보는 천교에서 관졸들이 빙당호로를 파는 장사치들을 마구 잡아가 던 것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그는 틀림없이 태후가 사람 을 본태 그들을 사로잡아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그 사람이 소식을 오대산의 서동에서 알리게 될까봐 시비곡절을 따지지 않 고 천교 일대에서 빙당호로를 파는 장사치들을 모조리 잡아가서는 역시 시비곡절을 따지지 않고 모조리 참수한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악랄한 수단에 생각이 미치게 되자 그만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고 위 소보는 대답했다. "네, 네." 태후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네게 묻고 있지 않느냐? 너는 빙당호로를 사 먹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께 말씀드리죠. 소신은 거리에서 사람들로부터 이 며칠 간 천교는 시끄럽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구문제독(九門提督)이 사 람들을 보내 빙당호로를 파는 장사치들을 모조리 잡아갔으며 그 안에는 나쁜 사람이 섞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래 빙당호로를 팔던 사람도 영업을 바꾸어서 어떤 사람은 떡을 팔게 되었고 어떤 사람을 땅 콩을 팔게 되었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맛을 들인 대추나 엿을 팔게 되 었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들중에 어떤 사람은 소신이 많이 보아 얼굴이 매우 익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빙당호로를 팔지 않는다고 했습 니다. 또 한 사람은 정말 우습게도 오대산인가 육대산으로 가서 화상들 만 먹는 채소로 빚은 만두를 가져와 팔겠다고 했습니다." 태후는 눈썹을 곤두세우며 크게 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물론 위소 보가 그와 같은 말을 하는 의도를 알아들은 것이다. 그것은 전갈하는 사람이 아직 잡히지 않았으니 이후에도 잡아 갈 생각 은 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그녀는 즉시 미미한 냉소를 띠우고 말했다. "좋아, 너는 정말 잘 했다. 정말 잘 한다. 황제, 나는 그를 내 곁에 두 고 일을 시키고 싶은데 황제가 보기에는 어떠 하시오?" 강희는 이 며칠 동안 위소보에게 일을 시켜 보니 자신에게 무척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야말로 자기의 오른손이나 왼손과 다를 바 없 었다. 그래서 이번에 친히 자녕궁으로 가서는 태후에게 위소보가 태후 의 파견한 네 명의 태감을 죽인 것은 자기의 명을 받았던 것이라는데 대한 변명을 해주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태후가 위소보를 탓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런데 갑자 기 태후가 위소보를 자기 곁에 두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하자 강희도 그 만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그는 사실 어머니에 대해서 무척 효성심이 많았다. 태후가 그의 친어머니는 아니었지만 어릴 적부터 태후에 의해 길러진 그는 실로 친어머니와 다름없이 여기던 터라 태후의 명을 감히 어길 수가 없어 미소를 띄웠다. "소계자, 태후께서는 너를 높이 산 것이다. 빨리 그 은덕에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지." 위소보는 태후가 황제에게 자기를 달라고 하는 말을 듣자 그만 혼비백 산하고 말았다. 일시에 머리가 띵해져서는 그저 그대로 줄달음을 쳐서 황궁에서 도망을 친 후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생각뿐이었다. 그러다가 강희의 그와 같은 말을 듣고 재빨리 응했다. "네, 네." 그리고 연신 큰절을 하며 말했다. "태후의 은혜와 황상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태후는 말했다. "왜 그러느냐? 너는 그저 황상만을 받들어 모시고 싶고 나를 받들고 싶 지는 않은 모양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와 황상을 모시는 것은 똑같습니다. 소신이야말로 똑같이 충성심 을 다하여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그렇다면 잘 되었다. 주방의 일은 이제부터 그만두도록 하고 오로지 자녕궁에 있도록 해라." "네, 태후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강희는 태후가 위소보를 내놓으라고 한데 대해서 여간 불쾌하게 생각하 지 않았다. 몇 마디의 농담을 한 이후 인사를 하고 나가 버리고 말았 다. 위소보는 따라서 나가려고 했다. 태후는 말했다. "소계자, 너는 남아 있거라. 다른 사람이 황상을 따라가도록 해라. 나 는 너에게 시킬 일이 있다."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그리고 그는 멍하니 강희의 뒷모습이 자녕궁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 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대가 이처럼 가 버리면 나는 그야말로 야단이 나게 된다. 이후 그대 를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의문이다.)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만 크게 소리내어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 다. 태후는 천천히 차를 마시며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위소보의 아래위를 훑어 보았다. 그 눈초리에 위소보는 그만 간이 콩알만해졌다. 한참 후 에야 태후는 물었다. "오대산으로 가서 소채만으로 빚은 만두를 팔겠다고 한 사람은 언제 다 시 북경으로 돌아온다고 하더냐?" 위소보는 말했다. "소신은 모릅니다." 태후는 말했다. "너는 언제쯤 그를 다시 만나기로 했느냐?" 위소보는 그저 나오는 대로 말했다. "소신은 그와 한달 후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천교가 아닙니 다." 태후는 말했다. "어느 곳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그때 가서 방법을 강구해서 소신에게 통지를 하겠다고 했습니 다."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너는 자녕궁에서 그의 전갈이 오기를 기다리도록 해라." 그리고 두 손을 가볍게 쳤다. 그러자 내실에서 한 명의 궁녀가 걸어나 왔다. 이 궁녀는 이미 삼십 오륙 세는 되어 보였으며 몸은 지극히 뚱뚱한 편 이었으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얼굴은 달덩이 같았는데 눈은 적고 입은 컸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태후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태후는 말했다. "이 소태감은 소계자라고 하는데 대담하고도 짓궂은 짓을 잘 한단다. 나는 그를 꽤 좋아하지." 궁녀는 미소를 띠웠다. "네, 이 소형제는 정말 눈치가 빠르게 생겼네요. 소형제, 나의 이름은 유연(柳燕)이라고 해. 너는 나를 누나라고 부르면 좋을 것이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제기랄, 너는 살찐 암퇘지다.) 그러나 겉으로는 웃으면서 말했다. "네, 유연 누나, 그 이름은 정말 잘 지었군요. 몸매 또한 버들가지 같 고 걸음도 경쾌하시어 그야말로 한 마리의 조그만 제비를 연상시키는군 요." 태후의 앞에서 다른 궁녀나 태감들은 감히 이와 같이 경박한 말을 반 마디도 지껄일 수 없었다. 위소보는 자기가 요행을 바라볼수 없다는 사 실을 잘 알고 있는지라 그와 같은 말을 해도 마찬가지이고 안 해도 마 찬가지이니 안 한다면 그야말로 손해라고 생각하며 당돌하게 지껄인 말 이다. 유연은 헤벌쭉 웃으면서 말했다. "소형제, 너의 그 입은 정말 달콤하구나." 태후는 말했다. "그의 주둥아리는 달콤할 뿐만 아니라 발걸음도 무척 빠르단다. 유연 아, 너는 그로 하여금 이곳저곳 뛰어다니지 못하도록 하고 또 궁 안에 서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느냐?" 유연은 말했다. "태후께서 그를 쇤네에게 맡기신다면 제가 잘 보살피겠습니다." 태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망나니는 매끄럽기 그지 없단다. 너는 아마 그를 제대로 지킬 수가 없을 것이다. 지난번 내가 서동을 보내 그를 불렀더니 그는 교묘한 언 변으로 서동이라는 담이 작은 녀석으로 하여금 놀라서 도망을 치게 만 들었다. 내가 다시 네 명의 태감을 보내 그를 불렀더니 그는 시위들과 짜고서 그 네 사람을 죽였다. 내가 다시 네 사람을 보냈을 때 그가 무 슨 수작을 부렸는지 동금괴 그들 네 사람을 모조리 해쳐 죽였더구나." 유연은 쯔쯔 혀를 차더니 웃으며 말했다. "어머, 소형제. 그대야말로 너무나 짓궂군. 그렇다면 상대하기가 어렵 지 않겠어? 태후, 제가 보기에 그의 두 다리를 잘라 그로 하여금 순순 히 누워 있도록 하는 것이 태평무사할 것 같군요." 태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볼 때도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구나." 위소보는 그만 몸을 날려서는 문 쪽을 향해 줄달음쳤다. 그런데 그의 왼발이 막 문밖으로 한 걸음 내딛었을 때 갑자기 머리가죽 이 바짝 조여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어느덧 머리가 상대방에게 잡힌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곧이어 그의 머리가 젖혀지게 되었고 몸뚱아리 는 자기의 뜻과 달리 곤두박질을 쳐서는 넘어지게 되었다. 가슴팍이 아파왔다. 한 발이 그의 가슴팍 위를 밟고 있었다. 그러고 보 니 그 발은 통통하고도 컸는데 붉은 바탕에 노란 꽃을 수놓은 비단 신 을 신고 있었다. 바로 유연에게 밟혀 있는 상태였다. 위소보는 다급한 김에 그만 욕을 했다. "이 못난 계집애, 빨리 냄새나는 발을 저리로 치워." 유연은 발에다 살짝 힘을 주었다. 위소보의 가슴팍의 십혀 대되는 근골 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마구 들렸으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 었다. 이때 유연은 웃으며 말했다. "소형제, 너의 한 쌍의 발은 꽤 구수하겠지? 잘라서 맛을 보고 싶은 생 각이 굴뚝처럼 나는구나." 위소보는 태후가 자기를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니 자기의 두다리를 자 르고도 남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연후에 사람을 시켜 그를 떼메고 서는 서동에게 전갈해 주는 사람을 찾아 가거나 아니면 몰래 고수를 파 견해서 그 사람을 따라 오대산으로 가서는 서동을 죽이려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이미 서동이란 사람이 없으니 그와 같은 연극이 끝 내 들통이 나고 말 형편이었다. 따라서 지금 가장 큰 일은 두 다리를 어떻게 보존하는가 하는 것이었 다. 지금은 위협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터이니 그저 이득이 있는 방향으로 유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그는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태후께서 저의 다리를 자르는 것은 대단하지 않으며 설사 저의 머리통 을 자른다 하더라도 소계자는 그저 키가 한 토막 작아질 뿐이지 별로 대단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사십 이 장경은, 헤 헤헤...." 태후는 사십 이 장경 이란 말을 듣자 곧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너 뭐라고 했지?"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그 몇 권의 사십 이 장경이 약간 애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씀 드린 것입니다." 태후는 유연에게 말했다. "그를 일으키도록 해라." 유연은 왼손을 들어서는 위소보의 가슴팍에 옮기더니 발등을 위소보의 등으로 가지고 가서는 그의 등을 살짝 차올려 위소보의 몸뚱아리가 튕 기듯 일어서게 만들었다. 그런 연후 왼손을 뻗쳐서는 위소보의 뒷덜미를 잡고서 허공에 들어올렸 다. 그리고 땅바닥에다가 힘주어 팽개 치듯 내려놓더니 위소보를 재차 거꾸로 쳐드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전혀 항거할 힘이 없었으므로 갓 난아기처럼 그녀가 다루는 대로 몸을 내맡기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 라서 어느덧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못난 계집애라는 욕을 깜짝 놀라는 바람에 뱃속으로 삼키고만 셈이 되었다. 태후는 물었다. "사십 이 장경이라는 말을 너는 누구에게서 들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어찌 되었든 저의 두 다리는 잘려나갈 게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겁니다. 서로들 없었던 일로 하면 되겠지요. 저는 물론 다리가 없어지고 머리통이 없어지겠지만 태후에게도 사십 이 장경이 없어지는 셈이 될 것입니다." 유연은 말했다. "내 권하건데 너는 역시 태후의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대답을 해도 죽는 것은 마찬가지고, 대답을 안해도 죽는 것은 마찬가 지인데 어째서 대답을 해야 하오? 기껏해야 좀더 형벌을 받겠지만 나는 두렵지 않아." 유연은 그의 왼손을 잡아서 들더니 웃었다. "소형제, 그대의 손가락은 갸름하면서도 뾰족한 것이 꽤나 예쁘게 생겼 는데." 위소보는 말했다. "기껏해야 그대가 나의 손가락을 모조리 분지를 뿐 또 무슨 대단한 일 이 있겠소....." 그런데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손가락에 격렬한 아픔이 전해졌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아! 하는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원래 유연은 두 개의 손가락으로 그의 왼손 식지를 끼우고는 힘을 주는데 하마터면 그 의 식지 손가락의 뼈가 박살날 뻔 했던 것이다. 이 뚱뚱한 여인은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했고 그야말로 보기에는 부드럽기 이를 데 없었지만 손 씀씀이에 있어서는 무척 악랄했다. 그리고 손가락에 실린 힘은 매우 놀라울 정도였으며 한번 끼우자 그야 말로 무쇠로 만들어진 집게로 꼭 죄는 것 같았다. 위소보는 그야말로 쓴맛을 단단히 보게 되었고 눈물 콧물을 마구 흘리 며 부르짖었다. "태후, 빨리 나를 죽이시오. 그 몇권의 사십 이 장경은 그야말로 고양 이에게 절인 고기를 냄새 맡게 하듯 생각도 하지 마시오." 태후는 말했다. "네가 사십 이 장경에 대해서 솔직이 털어놓는다면 나는 너의 목숨을 구해 주마."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태후께서 목숨을 구해 주는 것도 바라지 않소이다. 경경에 관해 서 나는 결코 말하지 않겠소이다." 태후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 뻣뻣한 어린애를 일시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유연, 만약 그가 말하지 않는다면 그의 두 눈알을 뽑도록 해라." 유연은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내가 먼저 그의 한쪽 눈알을 뽑도록 하지요. 소형제, 너의 눈 알은 정말 예쁘게 생겼구나. 새까맣고 둥근 것이 또르르 구를 것 같은 데 뽑아 놓고 보면 별로 아름답지는 못할 것이야." 그러면서 그녀는 오른손의 엄지 손가락을 위소보의 오른쪽 눈꺼풀 위에 놓더니 약간 힘을 주었다. 위소보는 눈알이 아프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부득이 굴복하 지 않을 수 없었다. "투항, 투항이외다. 내 눈알을 뽑지 마시오. 내 말하리다." 유연은 손을 놓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 착한 아이지. 그대가 순순히 말을 한다면 태후께서는 너를 예 쁘게 여길 것이다." 위소보는 손을 뻗쳐 눈을 부볐다. 그리고 그 아픈 눈을 몇 번 깜박깜박 했다. 그리고 다른 쪽 눈을 감고서는 고개를 돌려 유연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잘못 되었군. 잘못 되었어." 유연은 말했다. "뭐가 잘못 되었어? 시치미 떼지 말아라. 태후께서 너에게 묻는 말에나 빨리 솔직이 대답하도록 해라." 위소보는 말했다. "나의 이 눈동자는 그대에게 눌려서 망가지게 된 모양이오. 보이는 사 물이 일그러지는 걸. 내가 그대의 몸뚱아리를 보니 모가지만 하더라도 그야말로 비게살이 더덕더덕 찐 돼지의 머리 같은 것이 보이지 않겠 소." 유연은 여전히 화를 내지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것 참 재미있구나. 내 다시 너의 왼쪽 눈알을 눌러서 망가뜨려 주 마." 위소보는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그만둡시다. 고맙소이다." 그리고 그는 왼쪽 눈을 감고는 태후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후는 속으로 크게 노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저놈의 새끼가 외짝 눈으로 유연을 보며 그의 모가지에 돼지 머리 같 은 것이 달렸다고 말하더니 이번에는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보는구 나. 그는 입으로 말하지 않고 있지만 속으로는 나에게 무슨 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의 목에 짐승의 머리 같은 것이 달렸다고 하겠지?)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녀는 냉랭히 말했다. "유연, 너는 그의 눈알을 뽑도록 해라. 그가 이쪽을 쳐다보지 못하게 말이다." 위소보는 재빨리 말했다. "눈알이 없다면 어떻게 사십 이 장경을 찾아서 태후에게 드릴수 있겠소 이까?" 태후는 물었다. "너에게 사십 이 장경이 있다는 말이냐? 어디서 가져온 것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서동이 나에게 준 것이외다. 그는 나에게 잘 보관하라고 했으며 가장 은밀한 곳에 두라고 했소이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지요. '소 계자 형제, 황궁 안에는 그대를 해치려는 사람이 무척 많다네. 만약 장 래 그대에게 무슨 변고라도 있어 두 눈알이 없어지거나 두 다리가 없어 지게 된다면 이 불경은 그 이후부터 햇볕을 보지 못하도록 하게나. 그 대를 해친 사람은 눈알이 멀지는 않았지만 이 보배와 같은 불경을 볼 수 없으니 눈이 먼 사람과 다를 바 없겠지. 이야말로 그 스스로 그와 같은 결과를 자초한 셈이 될 것이야.' 태후, 그 불경은 붉은 비단으로 겉장을 만들고 하얀테를 두른 것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태후는 서동이 그와 같은 말을 했으리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서동을 보내 종인부의 상홍기, 기주, 사찰박을 죽이고 그의 저택 에 숨겨져 있는 사십 이 장경을 갖고 오도록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날 서동이 돌아와 보고를 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위소보를 급히 죽여 입을 봉하고자 하여 미처 불경에 관한 일을 묻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데 이제 위소보의 말을 듣고 보니 속으로 여간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한편 기쁘기도 했다. 화가 나는 것은 서동이 경서를 위소보에게 주었다는 것이고 기쁜 것은 그 사십 이 장경의 행방을 알아내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그렇다면 유연, 너는 저 녀석을 데리고 가서 그 불경을 나에게 가져오 도록 해라. 만약 불경이 가짜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면 우리 들이 그의 목숨을 살려 주고 그를 황제에게 되돌려 주자꾸나. 그리고 우리들은 영원히 그로 하여금 자녕궁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자. 저 녀석만 보면 내가 화가 날 것이고 화가 나게 된다면 내 명대로 살지 못 할 것이니 그런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 같구나." 유연은 위소보의 오른손을 잡고서 말했다. "소형제, 우리 가 보지?" 위소보는 손을 뿌리쳤다. "나는 남자고 그대는 여자요. 손을 잡고 가다니 무슨 체통이 서겠소?" 그러나 유연은 그저 가볍게 그의 손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았지만 실제에 있어서 그녀의 손가락에 실린 힘은 제법 컸으며 흡인력이 있는 것 같았 다. 자기의 손바닥이 그녀의 손바닥에 꼭 붙어서는 떨쳐도 그녀의 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지 않은가. 이때 유연은 웃으며 말했다. "너는 태감이니 무슨 남자라고 할 수 있느냐? 설사 진짜 남자라 하더라 도 너 같은 나이 어린 꼬마는 내 아들이 되기에도 너무 어리다." 위소보는 그 말을 받았다. "그런가요? 그대가 나의 어머니가 되고 싶은 모양인데 나는 그대가 우 리 어머니와 모습이 똑같다고 생각해요." 유연은 그가 이야기를 빙 돌려서 자기를 갈보라고 욕하고 있다는 사실 을 알 리가 없었다. 태후는 말했다. "이 소저는 아직도 처녀이다. 너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아라." 유연은 위소보의 손을 잡아끌고서 밖으로 나갔다. 낭하로 들어서게 되자 위소보는 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떠올랐다. 그저 어떻게 하면 묘법을 강구해서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 예리하기 이를 데 없는 비수는 바로 오른쪽 신발 발목에 꽂혀 있었 다. 그렇기 때문에 왼손으로 뽑는다면 손을 움직이자마자 그녀에게 발 각되고 말 형편이었다. 이 여인의 무공이 뛰어나니 설사 자기의 두 손에 예리한 무기가 들려 있다 하더라도 그녀를 상대로 이초 삼식을 싸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 았다. 따라서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기랄, 어디서 이와 같이 큰 암퇘지가 기어나오게 되었을까? 전노본 이 다른 것은 그만두고 자꾸만 살찐 암퇘지를 갖다 줄 때 나는 어쩐지 불길하다고 느꼈지. 늙은 갈보가 폐병쟁이 늙은이와 싸울 때 이 암퇘지 는 틀림없이 자녕궁에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러면 그녀가 나서서 조금만 도와도 늙은 폐병쟁이는 즉시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이 암퇘지 야말로 틀림없이 이 며칠 사이에 궁안에 들어온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며칠 전에 늙은 갈보가 그녀를 보내 나를 죽였을 것이니 늙은 갈보가 친히 손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마음속으로 떠오른 계책이 있었다. 그 리하여 그는 그녀를 데리고 동쪽으로 나아갔다. 곧장 건청궁 옆에 이는 서재로 향했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강희에게 목숨을 구하는 길밖에 없 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통통한 암퇘지는 궁 안으로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궁안의 길에 대해서 잘 알 수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가 동쪽으로 한 걸음을 내딛고 두 번째 걸음을 미쳐 내딛기도 전에 뒷덜미가 바짝 조여졌다. 어느덧 유연에게 움켜잡힌 것이다. 그녀는 헤헤 웃으면서 물었다. "작은 아우, 어디로 가려고 하는거지?" 위소보는 말했다. "내 방으로 가서 불경을 가져와야 하지 않아요." 유연은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서재로 가려는 것이지? 황제에게 너를 구해달라고 할 셈이냐?" 위소보는 참을 수 없어 욕을 했다. "이 암퇘지, 궁안의 길을 알고 있었구나." 유연은 말했다. "다른 곳은 몰라도 건청궁, 자녕궁, 그리고 소형제의 거처만은 잘못 알 리가 없지." 그리고 손에 힘을 주어 오른쪽으로 비틀었다. 즉 위소보의 몸을 서쪽으 로 향하도록 비틀고서는 웃었다. "순순히 앞장을 서서 걸어. 수작부리지 말고." 그녀의 말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 비트는 힘은 엄청나게 컸다. 위소보의 목뼈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났으나 너무나 아파서 큰 소리 로 비명을 질러야 할 지경이었다. 위소보는 자기의 목뼈가 그녀의 손에 이미 분질러진 것이 아닌가 여길 정도였다. 앞에 두 명의 태감이 비명을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유연은 나직이 말했다. "태후께서 분부하셨다. 네가 만약 도망을 치려 한다거나 또는 소리를 질러 부르짖으면 즉시 나보고 너를 죽이라고 했다." 위소보는 아무리 큰 소리로 구원을 청하여 황제가 달려오게 된다 하더 라도 강희 황제 역시 어마마마의 명을 어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 다. 황제가 자기에게 잘 대해 주기는 하지만 결코 한명의 소태감을 위 해 어머니로 하여금 화를 내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몇 명의 시위를 만나게 된다면 그들을 충동질시켜 유연을 죽이는 것이 가장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별안간 허리가 아파왔다. 유연이 팔굽으로 힘을 주어 그의 허리를 치면서 말했다. "무슨 잔꾀를 부리려고 하느냐?" 위소보는 어찌할 수 없었다. 부득이 그는 자기의 거처로 향해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방에 간다면 두 명의 협조자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방이와 소군 주는 몸에 상처를 입고 있으니 만큼 우리 세 사람이 한꺼번에 상대한다 하더라도 이 암퇘지를 이겨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암퇘지에게 두 사 람의 행적이 발각되면 헛되이 두 사람의 목숨만 빼앗기는 결과가 될 것 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방문 밖에 이르러 열쇠를 꺼내 자물통을 따게 되 었다. 그러나 그는 일부러 열쇠와 자물통을 문에 부딪쳐 챙그랑 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지도록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큰소리로 외쳤다. "이 계집애, 암퇘지, 네가 이토록 나를 괴롭히다가는 언젠가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유연은 웃었다. "너는 네 자신이 곱게 죽지 못할 것이나 돌보도록 해라. 그리고 남의 일에는 쓸데없이 관계하지 말아라." 위소보는 퍽 하니 문을 밀어 젖히고 말했다. "이 불경을 태후에게 주든 안 주든 그녀는 나를 죽이고 말 것이다. 너 는 내가 바보라서 아직도 요행스럽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리라고 생 각하는 줄 알겠지?" 유연은 말했다. "태후께서 너를 용서하신다고 했으니까 십중팔구 너의 목숨을 구해 주 실 것이다. 기껏해야 너의 두 눈동자를 뽑거나 너의 두 다리를 자르겠 지." 위소보는 욕을 했다. "너는 태후께서 너에게 잘 대해 준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나를 해쳐 죽 인 이후 태후는 또 너를 죽여 입을 봉하고 말 것이다." 이 몇 마디의 말은 유연의 마음을 찌르는 듯 그녀는 일순 멍청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힘주어 그의 등을 밀었다. 위소보는 제대로 서 있지를 못하고 방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문 밖에서 그와 같이 많은 말을 하였으니 방이와 소군주가 이미 그 소리를 듣고 지극히 흉악한 적이 왔다는 것을 알고는 이불속에 움츠리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유연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기다릴 틈이 없으니 빨리 가지고 나오너라." 그리고 그녀는 다시 그의 등을 힘주어 밀었다. 위소보는 휘청하니 몇 걸음 안쪽 방으로 달려들어가는 꼴이 되었다. 유연도 뒤따라 들어왔다. 위소보가 힐끗 보니 침대 앞에는 똑바로 두 켤레의 여인 신발이 놓여 있지 않은가. 이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 고 방안에는 촛불이 켜져 있지 않아 유연이 방안으로 들어왔으나 즉시 발견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위소보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야단났다.) 그리하여 그는 방안으로 달려 들어오는 기세로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두 쌍의 신발을 침대 밑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침대 아래 로 기어들어갔다. 그는 다시 한번 더 서동을 죽이던 방법으로 암퇘지를 죽일 작정이었다. 침대 밑으로 들어간 그는 오른발을 움츠려서는 자기 쪽으로 돌려서 오 른손으로 신발목에 감추어진 비수를 뽑아들 작정이었다. 그런데 오른발을 미처 움츠리기도 전에 바짝 조여지는 것이 어느덧 유 연에게 움켜 잡히고 말았다. 곧이어 그녀의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는 것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불경을 찾으려고 그러는거야. 그 불경은 바로 이 침대 아래에 있거 든." 유연은 말했다. "좋아." 그리고 그녀는 위소보가 침대 아래에서는 어디로 도망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그의 발목을 놓아 주었다. 위소보는 몸을 움츠려서는 비수를 뽑아 손에 들었다. 유연은 호통을 쳤다. "내 놔라." 위소보는 말했다. "어, 쥐가 있는 모양인데? 어이구, 어이구, 큰일났구나. 어째서 불경을 모조리 갉아먹었지." 유연은 말했다. "너는 내앞에서 수작을 부리려고 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을것이다. 빨리 이리나와." 그리고 손을 뻗쳐서는 잡으려고 했으나 위소보를 잡지 못했다. 이때 위 소보는 재빨리 벽쪽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유연은 앞으로 두어 자 기어들어갔다. 이렇게 되자 그녀의 상반신은 이 미 침대 아래로 기어들게 되었다. 그녀는 다시 손을 뻗쳐서는 잡으려고 했다. 위소보는 몸을 돌려 기척도 없이 비수를 뻗쳐서는 찌르려고 했다. 비수 의 끝이 그녀의 손등과 막 닿으려고 했을 때 유연은 어느새 알아차리고 는 매우 신속하기 이를데 없는 반응을 보였다. 오른손을 홱 뒤집듯 뻗치면서 위소보의 손목을 잡고 손에 힘을 주었다. 이렇게 되자 위소보는 손에 기운이 확 빠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부득 이 비수를 놓고 말았다. 유연은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나를 죽이려고? 먼저 너의 한 알의 눈동자부터 뽑아 버려야겠 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그의 목을 조르면서 왼손으로 그의 눈을 뽑으려 들었다. 위소보는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독사가 있다." 유연은 깜짝 놀라 부르짖었다. "뭐라구?" 별안간 그녀는 악!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위소보의 목을 조르 던 손을 점점 풀었다. 그리고 몸을 몇 번 비틀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엎 드리고 말았다. 위소보는 놀람과 기쁨에 넘쳐서는 재빨리 침대 아래서 기어나왔다. 이 때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는..... 그대는 상처를 입지 않았나요?" 위소보는 모기장을 들추고 바라보았다. 방이가 침대 위에 앉아 있었고 두 손에는 검자루를 쥔 채 연신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 장검은 요 위에서 침대 아래쪽으로 푹 찌른 상태였고 자루가 있는 곳까지 들어 간 상태였다. 원래 그녀는 위소보의 형세가 매우 긴급한 것을 알고 침대 위에서 바로 검을 꽂은 것이었다. 그리하여 장검은 이불자락과 침대의 나무판자를 뚫고서 곧장 유연의 등을 관통하게 되었던 것이다. 위소보는 유연의 엉 덩이를 한번 차더니 그녀가 꼼짝하지 않는 것을 보자 기뻐서 말하였다. "훌륭한.... 훌륭한 누나, 그대가 나의 목숨을 구했구려." 유연의 무공으로서는 방이가 어둠 속에서 그녀에게 암습을 가한다 하더 라도 성공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위소보가 자물통을 따고 방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방안에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 일검은 다시 침대와 요를 사이에 두고 서 장 검을 찔렀기 때문에 사전에 손톱만큼도 어떤 낌새를 챌 수가 없었다. 알아차리게 되었을 때는 장검은 이미 심장을 꿰뚫고 만 이후였다. 아무 리 무공이 열 배 더 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진정으로 고수라면 자기의 신분을 중시해서 결코 그녀처럼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사람을 잡아내는 따위의 일을 하지 않았으리라. 위소보는 그녀가 완전히 죽지 않았을까봐 검을 뽑아서는 다시 침대와 요를 사이에 두고 두 검을 찔렀다. 목검병은 말했다. "이 고약한 여자는 누구죠? 그녀는 매우 흉악하더군요. 그대의 눈동자 를 뽑겠다고 하지 않았아요?" 위소보는 대답했다. "늙은 갈보 태후의 부하이지." 그리고 방이에게 물었다. "상처는 아프지 않소?" 방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괜찮아요." 기실 조금 전 그녀는 일검에 너무나 힘을 주어 상처를 건드렸기 때문에 그녀는 거의 기절할 정도로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이마에서는 땀방울 이 한 방울 두 방울 맺혀 흘렀다. 위소보는 말했다. "얼마 후, 늙은 갈보는 다시 사람을 보내올 것이니 우리는 즉시 방법을 강구해서 도망치도록 합시다. 음, 그대들 두 사람은 남자로 변장해야 되겠구만. 아예 태감 모양으로 변장을 하고서 궁안에서 빠져나가도록 합시다. 그런데 누나, 그대는 걸음을 옮겨 놓을 수 있겠소?" 방이는 말했다. "억지로 옮겨 놓을 수 있어요." 위소보는 자기가 입던 옷을 두 벌 꺼내서는 말했다. "갈아입도록 해요." 그는 유연의 시체를 침대 아래에서 끌어냈다. 그리고는 비수를 집어서 갈무리하고 시체 위에다가 화시분을 튕겨 뿌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은표와 금은재보, 그리고 두 권의 사십 이 장경 및 무 공비급을 보따리에 쌌다. 그리고 한 봉지의 몽혼약과 화시분도 휴대하 기로 했다. 목검병은 옷을 바꾸어 입고는 먼저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위소보는 칭 찬했다. "매우 잘 생긴 소태감이군. 내가 그대의 머리를 땋아 주겠소." 잠시 후 방이 역시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의 몸매는 위소보보다 약간 큰 편인지라 위소보의 옷을 입자 그 옷이 팽팽해서 몸에 잘 맞지 않았 다. 따라서 거울에 비추어 보고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목검병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나의 머리를 땋아 주었으니, 나는 사저의 머리를 땋아 드리죠." 위소보는 목검병의 긴 머리카락을 잡고서는 아무렇게나 땋았다. 목검병 은 거울을 보더니 말했다. "어머, 이토록 보기 흉하다니, 내가 땋아야겠어." 위소보는 말했다. "지금 머리 땋는 것을 서두를 것은 없어. 이제 날이 어두워졌으니 궁에 서 나가지 못할거요. 늙은 갈보는 암퇘지가 돌아와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 사람을 보내 나를 잡으려고 할 것이외다. 우리들은 먼 저 은밀한 곳을 찾아 몸을 숨겼다가 내일 이른 아침에 궁에서 빠져나가 도록 합시다." 방이는 물었다. "늙은.... 태후는 사람을 보내 각처와 궁문을 은밀히 감시하고 있지 않 을까요?" 위소보는 말했다. "물론 우리는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한 걸음 내딛을 곳을 계산하여 은 밀히 행동하는 수밖에 없소이다." 그리고 그는 과거 강희 황제와 무술시합을 가졌던 그 방이 매우 조용하 고 또 좀처럼 제삼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리하여 그는 두 사람을 부축해서는 자기의 처소에서 나왔다. 목검병은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에 문의 빗장으로 지팡이를 삼았다. 방 이는 한 걸음을 옮겨 놓게 되자마자 가슴팍이 아파왔다. 위소보는 오른 손을 뻗쳐 그녀의 허리께를 잡고 반 부축하듯 반 안듯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다행히 날이 이미 어두워 그는 얼마든지 조용한 곳을 찾아 길을 갈 수가 있었다. 그 방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세 사람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위소보는 몸을 돌려서는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는 방이를 부축해서 의자에 앉히고 나직이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오. 바깥은 바로 낭하이니 내가 거처하는 곳처럼 조용한 곳은 못 된다오." 밤이 점차 무르익어 갔다. 처음 세 사람은 그런대로 상대방의 오관을 분간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저 몽롱한 몸의 윤곽만 흐릿하 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목검병은 위소보가 딴머리가 보기 흉하다며 땋은 머리를 풀고는 그녀 자신이 다시 따기 시작했다. 방이는 자기의 머리카락을 잡고서는 손에다 대고 비볐다. 갑자기 그녀 는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위소보는 나직이 물었다. "왜 그러시오?" 방이는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저는 조그만 비녀를 잃었어요." 목검병은 말했다. "아, 그렇군요. 내가 사저의 머리카락을 풀 때 그 은으로 만든 비녀를 탁자 위에 놓았는데 머리를 다 따고 나서 그대의 머리에 꽂는 것을 잊 었어요. 정말 야단났군요. 그것은 유사형이 사저에게 준 것이 아니예 요?" 방이는 말했다. "그까짓 비녀쯤이야 무슨 상관이 있어." 위소보는 그녀가 별 상관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으나 그 어조에는 매우 애석해 하다고 느끼며 생각했다. (좋은 사람 행세를 하려면 끝까지 해야겠지? 내가 살그머니 가서 그녀 를 위해 가져와야겠군.) 그리고 그는 아무소리도 하지 않고 잠시 후 말했다. "배가 매우 고프오. 내일까지 기다리게 된다면 아마도 기운이 없어 길 을 갈수가 없을 것 같소. 내 먹을 것을 좀 찾아오리다." 목검병은 말했다. "빨리 돌아와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럽시다." 그리고 그는 문가로 가서는 바깥에 사람이 없는지 귀를 기울였다가 문 을 열고 나갔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자기의 거처로 돌아갔다. 태후가 이미 사람을 보내 지키고 있지 않나 싶어 거실 뒤쪽으로 돌아가 한참 들어본 이후 방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서야 창문을 열고 기어들어갔다. 이때 달빛이 비스듬히 비쳐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탁자 위에는 한 개 의 은채(銀釵)가 놓여 있었다. 이 은채는 매우 거칠게 마들어진 것으로 기껏해야 일이 전의 은자밖에 나갈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유일주라는 녀석은 정말 돈이 없는 녀석인가 보다. 이와 같이 형편없 는 물건을 선물이랍시고 방소저에게 주다니.) 그는 은채에다가 침을 탁 뱉고는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대바구 니, 서랍, 침대 위, 선반 등 여러 곳에서 아무렇게나 자기가 먹으려고 사 두었던 간식용 음식을 주어 모아서는 종이상자안에 넣고는 품속에다 가 갈무리를 했다. 그리고는 창문으로 기어나가려고 했을 때 침대 앞에는 놀랍게도 한 쌍 의 붉은 바탕에 금실로 수놓은 비단신이 보였는데 신발 속에는 각기 하 나의 발이 들어 있지 않은가. 위소보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담담한 달빛 아래 한 쌍의 잘라진 발이 새빨간 신발을 신고 있는 모양은 실로 소름이 쭉 끼치는 일이었 다. 그러나 그는 곧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유연의 시체가 화시분에 의해서 없어지게 되었을 때 침대 앞지면이 고 르지 않아 시체로 화한 노란물이 침대 아랫쪽으로 흘러감으로써 두 개 의 발을 미처 녹이지 못했구나.) 그는 몸을 돌리고서 그 두 잘라진 발을 누런 물속에 차 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누런 물은 이미 메말라 있었고, 화시분은 보따리에 싸서는 방이와 목검병이 있는 곳에 두지 않았는가. 이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되 자 갑자기 동심에 사로잡혔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