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강 선흘곶자왈의 역사문화유적
주제; 곶자왈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 탐방일; 2013년 7월 25일 (목요일)
* 작성자; 제7조 유재진, 김영익, 김미경, 강문금, 박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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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길 생태 해설사 수료증 과정의 제8강과 9강은 잠시 길에서 벗어나 본다.
인간이 살아 움직인 곳은 곧 길이 되니, 우리가 가는 곳은 길이 아닌 곳이 없다마는 그래도 역사문화유적 답사라는 말은 길 생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학교 측에서 항시 같은 강좌를 지양하고 좀 더 색다르고 폭넓은 분야를 찾다 보니 생태에서 나아가 역사나 문화 쪽으로도 눈을 돌리게 된 듯하다.
분야가 다르다 보니 강사도 바뀌게 된다. 부두홍 전담 지도강사 대신 강창화 제주고고학연구소장이 등장하였다. 고고학박사인 본인도 길을 주제나 소제로 다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공 고대가 아닌 현대에 가까운 근세 유적을 가르치는 데 대해 다소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소도 선흘 동백동산이 되어 제5강이었다가 10강으로 바뀐 "곶자왈의 생태적 특성과 식물상" 강좌와 중복된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생태 문제는 애써 거론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역력했다.
곶자왈은 제주도민들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숯을 생산하고 사냥을 하는 등 숲에서 거주했던 장소가 많이 남아 있는데 특히 선흘 곶자왈은 최근까지도 사용했던 숯가마 흔적이 남아있는 등 유적 확인의 최적지라고 하였다. 이러한 여건이 반영되어 "역사문화유적 답사"라는 새로운 강좌로 부각된 듯하다.
1. 답사 전 강의
답사에 앞서 1시간 강의가 있었다. 전담 지도강사가 아닐 경우 대개는 새로운 강사의 얼굴도 익힐 겸해서 이론강의 시간을 편성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의 심리가 묘해서 사전 강의가 있다고 하면 여유가 있어진다. 답사를 위해 8시 정각에 버스가 출발한다고 하면 대부분이 서둘러 시간에 맞추어 오지만 강의가 있는 날은 느긋해져서 몸이 굼뜨게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조금 늦게 나타나는 수강생들이 있게 되는데 강의 중에 들어가다 보니 동료들에게도 쑥스럽고 특히 새로운 강사에게 미안스러운 마음이 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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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흘 곶자왈 내 역사문화 유적지
선흘 곶자왈에 있는 역사문화 유적은 대략 6가지의 유형 즉 숯 생산을 위한 원형 숯가마, 일시적인 주거를 위해 사용되었던 집터, 식량을 자급자족하기 위한 농경지, 사냥을 위해 만들어 놓은 노루함정, 물을 얻기 위해 만든 연못, 신앙과 관련된 제단 등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돌숯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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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숯가마는 장기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숯가마인데 고품질의 백탄을 생산하였다고 하며 선흘 곶자왈에서 1기만이 존재한다고 한다. 돌숯가마는 조선시대 말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안에서 일부 생활용구가 발견된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숯을 굽지 않을 경우 임시 움막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흙숯가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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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숯가마는 일회용으로 숯을 굽기 위해 만든 가마로 해방 이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사용해 왔고 많은 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바 선흘 곶자왈의 밀집주거지역에서만도 12기가 분포한다고 한다. 흙숯가마에서는 서어나무나 종가시나무 등 주로 참나무 계열의 나무들을 토막내어 쌓거나 세우고 그 위에 흙을 덥은 후 밑에서 불을 붙여 보통 사용하는 검은 숯을 만들어 내는데 한 번 사용하면 못 쓰기 때문에 바로 옆에 다른 숯가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흙숯가마터는 세부적인 구조와 사용 내역 등을 조사하기 위해 현재 실측 중인 것도 있었다.
움막(숯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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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리 사람들이 곶자왈에 들어와 숯을 굽거나 노루사냥 또는 농경지를 경작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휴식처도 필요하고 상당 기간 머물어야 하는 주거지가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움막 또는 숯막으로 불리는 생활 공간이다. 움막은 선흘 군집구역 내 2기가 확인되었는데 1기는 한두 명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것과 여러 명이 공동으로 거주할 수 있는 넓은 형태의 유적이 있었으며 내부 가운데 지점에 노루를 굽는 등 음식을 위해 사용하거나 보온을 위해서 화덕을 설치해 놓은 흔적이 남아있다. 숯막은 대체적로 조선시대 말에서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경작지(山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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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곶자왈은 현재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 선 산림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나무와 돌을 걷어 내고 먹고 살 식량을 재배하기 위한 넓은 농경지도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재배를 하여야 했고 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물도 필요했는데 선흘리 주민들은 이 곶자왈에서 해답을 찾았던 모양이다. 곶자왈은 상당한 지역에 습지가 많이 있고 또 비가 오면 물이 쉽게 빠지지 않고 오래 머물 수 있는 지질학적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선흘 곶자왈에서 산듸, 벼, 조, 피 등을 재배했다고 하는바 조선시대 말부터 1950년대 말까지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이는 57소 이상이 있다고 한다.
노루함정(노루텅, 노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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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농경지에 대한 노루 피해가 심각하게 거론되어 노루 포획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등 노루가 많아서 걱정이지만 과거에는 노루가 그리 많지 않아 사냥 대상이 되었던 모양이다. 선흘 곶자왈 군집지역에는 노루텅이라고 부르는 돌로 만든 함정이 3곳 발견되었다. 물론 노루함정은 이곳 말고도 곶자왈 전역 및 제주도 전 지역에 펼쳐져 존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루텅은 돌담 중간에 만들어져 있어 노루가 돌담을 따라 이동하다가 통로로 착각하고 빠지게 만들었다. 깊이가 2m에 달하는 곳도 있어 노루뿐만이 아니라 멧돼지 등도 잡아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머들과 경계용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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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은 지표 전반에 걸쳐 돌이 많다. 그런데 사람들이 거주할 공간을 마련하는 데서부터 숯가마를 만들거나 경작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바닥의 돌을 치워야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머들과 숲속의 경계용 돌담이 되었다. 이러한 돌무덤들은 단순히 치우기 위해 쌓아 놓은 머들도 있지만 담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노루를 잡을 때 유용하게 활용하기도 하고 나아가 방풍이나 보온의 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선흘 곶자왈의 군집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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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 곶자왈 내에서는 생활 유적들이 밀집한 복합공간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약 2,000여 평의 공간 안에 돌숯가마, 일회용 흙숯가마, 경작지, 거주지, 노루함정, 숯막 등이 다 들어 있어 당시 선흘리 사람들의 생활 형태를 알 수 있게 한다. 이곳 곶자왈은 인근의 인근 마을(定住聚落)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고 선흘리 주민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곶자왈에서 어떻게 군집생활을 하였는지 잘 보여주는 유적이 되고 있다.
3. 선흘 곶자왈의 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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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곶자왈보다도 이곳 선흘 곶자왈은 식생이 다양하다.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된 제주고사리삼은 이곳이 유일한 서식처로 알려져 특별히 보호되고 있는 등 환경부와 지자체에서 식생 보존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 강사께서 요즈음 화제가 되고 있는 황칠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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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 곶자왈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 습지의 생태계라 할 수 있다. 동백동산으로 불리는 이곳의 중심지인 연못은 환경부 보호구역으로 되어 있으며 길 생태해설사 과정의 별도 강의 대상(제10강)이 되어 있는 관계로 구체적인 식생에 대해서는 자세히 거론하지는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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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동산 습지엔 통발의 꽃이 피어 있었다. 머지않아 하이얗고 여린 어리연꽃도 필 것이다.
연못 빼곡히 순채의 잎이 들어차 있다. 내침 김에 순채에 대한 시 한 수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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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채의 수중발레/유유
음악이 울리면
최고로 행복한 미소 지은 얼굴
물 위로 들어 올린다
물찬 제비 사연인 양
물 위에서 춤추는 동작 하나하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속 자맥질도 예술이라
우아한 몸놀림 실루엣으로 흐를 땐
인어의 춤이 저것인가 한다
가만히 수면에 다시 나타난 발
심상찮은 움직임에 숨죽이고 바라보니
여자가 남자로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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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채; 부규, 류. 순나물이라는 이름도 있다. 제주도 등 남쪽 지역의 얕은 연못에서 자라는 다년초이다. 잎과 어린줄기가 우무 같은 점액질로 둘러싸여 있다. 뿌리줄기를 옆으로 뻗어 자라며, 잎겨드랑이에서 자란 꽃자루에 1개의 홍자색 꽃을 단 2일간만 피우는데 첫날은 암꽃이 되어 피어 있다가 수중으로 들어간 후 이튿날 다시 나올 땐 수꽃이 되어 버린다. 한방에서는 지열, 해독, 건위, 숙취, 이뇨 등에 사용한다. 화채 등 음식 재료로 사용되었으며 옛날에는 각처의 연못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멸종위기 2종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하다고 한다. 귀한 음식으로 취급하는 일본으로 다량 유출된 점도 있고 환경파괴, 서식지 생태변화, 무분별한 채취 등이 원인이라 한다.
* 시집 <꽃 이름 물어보았네> 속에서
답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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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란 인간이 다니는 곳이다. 물론 동물이나 자동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들어진 지표의 일정 공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사람 중심으로 정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방송통신대의 길 해설사 과정은 길에서 다양한 테마를 찾는다. 생태란 용어를 앞으로 내세웠지만 인간 중심으로 사람들이 살던 곳, 사람들이 오고 가던 곳, 사람들의 흔적이 묻어나는 곳 등지를 찾아다닌다.
제주도 올레길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걷기 운동이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길 이름도 000 둘레길, 000 옛길, 000 성터길, 000 숲길, 000 산책로, 000 등산로 등을 비롯해 바우덕이길, 곰달래길 등 지역적인 특성을 찾아 다양한 이름을 붙여 걷기 장소를 만들어 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새주소 부여 사업을 전개하면서 대부분 길 이름으로 주소를 만들었다. "길 위에서 길을 찾는다."라는 어느 시인의 글귀가 부각되는 시대가 되었다.
제8강은 길의 흔적을 찾아 나선 길이 되었다. 사라진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거의 찾기가 힘든 곶자왈의 길은 선흘 윗대 사람들의 냄새가 배어있었다. 그렇지만 곶자왈의 주인은 풀과 나무다. 인간이 잠시 곶자왈을 빌렸다가 흔적을 남겨 둔 채 떠나버렸으나 풀과 나무는 인간의 냄새를 지우려 빠르게 천이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또다시 역사 연구니 뭐니 하면서 숲을 아프게 하고 있다. 길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때로는 잊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끝.